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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년에 몇 학년 맡으세요?

- 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정이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서울 지역 기간제 교사 강00

 

 

1. 선생님, 내년에 몇 학년 맡으세요?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바로 학생들이 해맑은 얼굴로 이 질문을 하는 때이다. 주로 학생들과 친해진 후에, 나를 잘 따르며 좋아하는 학생들이 하는 질문이다. 비슷한 말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선생님, 내년에도 저희 맡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내년에 담임 하세요?”

선생님, 이번 학교에서 몇 년째세요?”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사실은 내가 교사로서 교단에 설 수 있는 기간은 몇 달 안 남았고, 밤 열두시가 되면 신데렐라의 마법이 사라지듯 내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난 더 이상 교사일 수가 없다고. 심지어 원래 주인이 마음을 바꾸어 조기 복귀를 원하면 나는 당장 자리를 내어주고 실직자 신세가 되어야 한다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해도 학생들이 나를 똑같이 교사로 봐줄까? 다른 선생님들을 대하듯 똑같이 대해줄까?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면 그 부모님이 내 교육 활동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내 사소한 교육 활동도 민원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얼어붙어버린다. 그리고 웃으면서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정 기간(최대 1, 다들 잘 아시듯 6개월, 3개월, 1개월도 있음)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고용이 끝나는 기간제 교사 제도 자체가 매우 잔인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자리에서 다른 정교사들처럼 맨 정신으로 성실하고 도덕적인 교사 노릇을 하라는 것이다. 아니, 다른 정교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든 기피 행정 업무까지 떠맡으면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내가 밝히지 않으면 기간제 교사라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해 왔다. 그러나 커뮤니티나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학교에서 홈페이지에 일일이 OO 기간제 선생님 이런 식으로 친절히명시하거나, 특정 교사가 의도적으로 수업 중에 ‘OO 선생님은 기간제라고 흘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늘 이런 최악의 상황이 닥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살얼음판 위를 걷듯 교직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2.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교사인데 신분 보장이 안 된다면 너는 왜 그 일을 하는 거야?

 

친구가 내게 진지하게 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교사는 매일, 매 순간 대중 앞에 서야 한다. 매일 서른 몇 명의 무수한 눈동자가 내 모든 행동과 말을 주시한다. 그 앞에서 늘 바람직하고 도덕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사의 일이 다분히 감정 노동의 성격을 띠고 있음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나마 정규직 교사는 교육 공무원으로 신분 보장을 받는다. 그 친구 말로는 그것으로 그 나마의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너는 그것조차 못 얻는데 왜 굳이 그 일을 하느냐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당장 몇 달 뒤에 내가 교사로 교단에 서 있을지 아니면 실직자로 실업 급여를 받으며 거리를 떠돌고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 매일 교단 앞에서 웃는 얼굴로 학생들 앞에 서야 한다. 심지어 담임을 맡으면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 진로 상담을 한다. 짐짓 긍정적이고 건전한 상담용 멘트를 말해준다. 속으로 생각한다. 당장 몇 달 뒤의 내 진로를 모르는데 누가 누구의 상담을 해 주는 걸까. 잔혹한 일이다. 이 자리 자체가 너무 잔혹한 자리이다. 그걸 알면서도 하고 있다. 딱히 대안이 없으니까. 살아야 하니까.

왜 시험을 보지 않느냐고? 적어도 2, 3년을 일 안하고 공부만 해야 하는 여건이 안 된다. 기간제 교사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매우 많다. 한 가족의 가장인 사람.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당신이 아는 사람 중에 일하면서 합격한 사람도 있다고? 중등 임용 고사는 과목에 따라 경쟁률이 10:1에서 수십 대 일까지 차이가 난다. 당신이 아는 사람은 경쟁률이 높은 교과였다고? 그 사람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다. 경쟁률이 높은 교과는 말했다시피 몇 년 간 노량진에서 공부만 하는 사람도 합격이 힘들다. 모든 사람이 그 행운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당신도 알지 않는가?

 

 

3. 참된 교사, 진정한 교사가 되고 싶다

 

나도 참된 교사, 진정한 교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학생들이 해맑은 얼굴로 저런 질문을 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애초에 당장 몇 달 뒤에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는 기간제 교사가 참된 교사, 진정한 교사가 되는 것이 가능한가? 교사(敎師)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선생(先生)은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본이 되는 존재이다. 최초로 교사의 꿈을 가슴에 품었을 때 이런 바람직한 교육자가 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이었고 수십 명 중 한 명만 살아남는 정글이었다. 이 생존 전쟁에서 패배한 자들은 그 아래 계급’, 즉 기간제 교사로 분류되어 하루살이 삶을 굴욕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학교는 철저한 계급 사회였다. 학교는 잔혹한 곳이었다.

이것도 우리 잘못인가? 임용 고사의 수십 명 중 한 명으로 살아남지 못한 자가 모든 원죄를 지는 것인가? 초등 임용과 달리 교사 자격증을 남발하고, 교사 수급 정책을 잘못 짠 쪽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참된 교사, 진정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첫 마음은 손상되고 찢어졌다. 그래도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찬바람이 불고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환하게 웃어주기가 힘이 든다. 기간제 교사도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4. 기한이 정해진 비정규직 교사, 과연 학생에게 좋은가?

 

기간제 교사는 5만가까이 되고, 학교 현장에서 평균 10퍼센트가 넘는다. 그리고 우리 비정규직 교사는 신분과 생계에 대한 불안정함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 교사가 행복하지 못한데 학생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래도 너희는 교육자니까 행복한 척이라도 하라고 우리에게 말할 수 있나? 그래, 노력한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올수록 우리도 힘들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정규직 교사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조기 복귀는 기간제 교사에게 재앙이다. 현재 법적으로 정교사의 조기 복귀는 아무 문제가 없고 기간제 교사는 군말없이 비켜줘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은? 학생이 보기에 이 모든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 심하면 일 년에 3명의 담임을 만나게 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실질적 부모역할을 하는 담임이 2번이나 바뀌는 것이 학생들의 심리에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식의 계급을 노출시키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 이에 대한 조속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휴직 대체직 기간제 교사자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정규직 교사들의 휴직은 발생하고 이를 대체할 교사는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정하게 수요가 예상되는 자리는 교육감이 직고용해서 고용안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기간제 교사들이 매년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안정적 노동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더욱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불안정한 노동 형태로 인한 기간제 교사의 차별을 방지하여 교육 현장의 계급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의 고용안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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