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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기고] 민주노총 성폭력사건과 지금의 우리

2009.03.25 15:49

진보교육 조회 수:1768

[기고] 민주노총 성폭력사건과 지금의 우리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박유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간부에 의한 조합원 성폭력 사건은 정말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언론들의 앞 다툰 저열한 보도경쟁에 속수무책으로 사건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
반성폭력 운동의 그간의 성과로 운동진영은 조직 내 규약을 만들고 이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해결 해 왔으며 힘들게나마 성폭력 사건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민주노총 내에도 2003년 성폭력 관련규정을 만들고 그나마 노조 내에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중앙에서 이를 은폐하려 하였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연속적인 2차 가해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운동사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여성 활동가들에게 분노와 좌절의 깊은 상처를 남기게 했다.
민주노총 지노부가 총사퇴를 하고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고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둘러싼 논쟁이  또 한 번 예상되는 상황이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폭력 사건이 운동진영내 정파갈등, 민주노총 위기의 문제로만 접근되는 등 피해자의 권리 및 여성권 침해 근절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억압적 구조의 문제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이석행 전 위원장 검거와 관련된 진술을 통제하기 위해 피해자를 억압하기 위한 의도로 자행된 성폭력으로 보인다. 성폭력은 성적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발생하는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 모든 면을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적 권력관계로부터 비롯된 여성억압적 구조의 문제이다. 애석하게도 사회변혁의 주체인 노동운동은 가부장적 권력과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해왔다. 이번 사건은 상층 간부와 조합원이라는 권력관계, 노동운동 내 여전히 만연한 여성 차별·배제·비하, 여성억압적 구조를 바꿔내지 못한 민주노총의 무능력함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절대로 어느 한 개인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조직적인 책임과 해결이 담보되어야 한다.

인간의 권리에 앞서는 ‘조직’운동사회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앞서는 강력한 무언가가 피해자를 막아서곤 한다. 그 이름도 무서운 ‘조직’, 바로 ‘조직보위론’이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피해자를 압박해온 가해자들이 주되게 내세운 논리가 “이명박 정부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중·동에 의해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피해자는 밝힌바 있다. 이런 민주노총의 모습이 얼마 전 인간의 목숨보다 앞서는 개발의 이익 때문에 국가권력에 희생된 용산의 철거민들의 죽음을 은폐·축소시키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이용한 이명박 정부와 닮아 있다고 느낀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민주노총이 지켜내야 할 조직은 구성원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폭력을 묵인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 어떤 폭력에도 침묵하지 않고 억압에 대항해 함께 싸워나갈 수 있는 그런 조직이여야 한다.

한 번의 간부대상 교육으로 이문제가 해결 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직 반성폭력 교육과, 간부들에 대한 기본 교육프로그램, 핵심 간부 대상 교육, 가맹산하조직 간부 교육, 신규 채용자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성폭력 사건 발생에 대한 처리 매뉴얼을 가맹 산하조직에 배포하며 성폭력, 폭언, 폭력 금지 처벌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재교육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피해자의 요구를 존중해야 하며 원 가해자는 물론, 2차 가해로 지목된 총연맹, 연맹 간부에 대해서도 투명하고 철저한 징계를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이고 항시적인 성폭력 근절 방안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이고 항시적인 집행력과 강제력이 담보된 기구를 만들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노총 성폭력 발생 이후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2차 가해성 발언들과 가해자들의 부도덕성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시선들에서 반성폭력운동의 한계들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 그간 성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우린 너무도 쉽게 가해자-피해자 개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 왔다. 성폭력이 근절되지 못하는 여성억압적 구조와 내재된 가부장성에 대해 진지한 자기 성찰이 가해자-피해자만의 몫이었던 건 아닌가.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과 조직은 없다. 많은 여성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운동진영내 차별과 폭력으로 고통 받아 왔고 여전히 그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회성 반성과 일회성 교육을 넘어서 여성문제에 대한 일상적 토론과 여성이 처하게 되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차별과 폭력이 재생산 되는 구조가 무엇이 문제인지 대한 인식과 변화를 위한 실천들을 우린 기획해 나가야 한다.

피해자에게 가해진 1차적 가해의 폭력도 폭력이지만 무신경하게 또는 알고도 행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가 피해자를 더욱더 상처 입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피해자가 상처를 딛고 온전한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위한 치유가 가능하기 위한 노력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이 피해자의 상처치유와 활동복귀를 위한 사건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며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공동실천의 기획을 다시금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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