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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장에서 본 교원평가 - 반격의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송미숙/독산초

3월 31일, 금천지역 어린이날 행사 준비회의를 마치고나서 지역단체 분들에게 물었다.  
“학부모 총회 때 교원평가에 대해 들으셨나요? 어떠셨어요?”
그랬더니 이웃학교 학부모이신 분이 유인물을 보여주며
“그렇잖아도 오늘 학부모총회였는데 교감선생님이 선생님들 고생하시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해달라고 그러시더라구요. 게다가 담임선생님들은 그래도 낫겠지만 교과 선생님들은 참 어렵다면서…….” 한다. ‘이럴거면 뭐하러 교원평가를 하나?’ 하는 의문이 묻어난다.
유인물을 보니 5단계 평가리스트로 되어있는데 평가문항들이 학부모들이 다 이해할까 싶기도 하고 한시간 수업보고 체크할 수 없는 문항도 제법 있다.  
그러자, 생협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그러신다.
“교원평가하면 학부모 평가도 해야 돼요. 왜 교사한테만 책임을 물어? 그리고 우리가 각 과목별로 교사들을 다 어떻게 평가해요.”
“학부모님들이 원한 건 부적격교사 퇴출 아니었어요? 교원평가 하면 부적격 교사가 퇴출될   거 같아요?” 했더니
“아니요.”한다.
난 교사와 학부모사이에 소통이 중요한데 교원평가는 오히려 소통을 막을 거라는 것, 학부모회가 법제화되어야 부적격교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공식적으로 할 수 있고, 학부모로서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함께 목욕을 다니는 후배가 있다. 때를 밀다가 후배가 하는 말.
“지난주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했는데 참관록을 보고 정말 기분이 나빴어. 나는 분명히 ‘차시예고’를 했는데 거기에 2점을 준거 있지. 그리고 우리 반은 할머니가 여러분 오셨는데 돋보기가 없어서 안보인다고 집에 가져가서 다음날 보내셨는데 다 5점에다 준거야.”
‘차시예고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학부모도 있겠지’ 하면서도 수치로 평가된 참관록을 받고 보니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더란다. 우리 학교도 4월 말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할 텐데 그 평가지라는 것이 쫑알쫑알 말로 써주는 것이라면 쓴 소리라도 괜찮겠지만 5점짜리 점수로 체크되어 전해지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  

직접 만나본 학부모들이 원한 건 교원평가가 아니라 부적격 교사의 퇴출이었다. 교원평가를 하면 부적격 교사를 퇴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찬성했던 것이다. 또, 학부모가 원하는 건 교사의 수업을 보고, 5점짜리 체크리스트에 체크하는 게 아니라 교사와의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 교육부는 나보다 덜 똑똑해서 학부모들이 바라는 걸 모르고 교원평가를 추진했을까? 그들은 단지 교원평가를 밀어부칠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전체 교사들을 옥죄기 위해. 고분고분한 교사들로 넘쳐나는 학교를 위해. 그러니 법제화도 하기 전에 불법적인 교원평가를 밀어부치는 것이 아닌가?

울 학교 선생님들은 요즘 아우성이다. 25%가 넘게 나온 부진아에 대한 책임으로 시작된 방과후 지도와 학급교육과정, 6학년 아이들의 5시까지의 보충수업.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그래도 떠나면 지는 거라는 생각과 반격의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상황마저 즐겨보려 한다. 선생님들의 반응도 흥미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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