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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기고] 희망은 연대에 있고, 거리에 있다

2012.03.22 15:18

진보교육 조회 수:613

 

희망은 연대에 있고, 거리에 있다.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1. 절망의 시대, 희망을 갈구하다

 

‘희망’이 유행이다. 희망버스와 희망뚜벅이, 희망텐트촌에 이어 ‘희망김장’도 한다. 3월 10일부터는 희망광장도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기획과 투쟁에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것은 지금의 상황이 절망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대다수가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00만 명이 최저임금이거나 혹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근속년수가 2년이 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늘어간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으로 숨이 막힌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삶의 의지를 잃고 죽음을 택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자신의 울분을 달래고 있다. 우울함과 고통이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다.

이에 맞서는 저항의 주체들은 작고 무기력하다. 21번째 죽음을 가슴에 품고 투쟁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1,500일을 길에서 보내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 8년째 거리에서 투쟁하는 코오롱 노동자들, 노조를 탄압하면서 마구잡이 정리해고를 저지르는 KEC에 맞서 다시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로 인해 지금도 고통당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 대법원에서 정규직화라는 판결을 받고도 회사에 의해 징계당하고 해고당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요구했다가 쫓겨난 유성기업 노동자들. 이 노동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국가와 기업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현장으로 돌아갈 길은 아직 막막하다.

그런데 이들이 아직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답답하고 길이 멀다 하더라도, 법이 우리를 보호해서가 아니라, 숫자가 자본을 압도할 만큼 힘이 커서가 아니라, ‘우리가 옳기 때문에’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고 투쟁하는 이들이다. 정권과 자본은 이 노동자들이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토록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지만 이 노동자들은 자신만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도 싸우고 있다. 그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기력에 빠져 숨죽이고 있는 노동운동 진영에게 더 이상 포기하지 말자고, 그래서 함께 투쟁하고 소리높이는 절규와도 같은 것이다.

 

2. 거짓 희망이 노동자들의 눈을 흐리다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과 대선을 맞이하면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비정규직 숫자를 줄인다고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개선한다고 한다. 정리해고의 요건도 강화하고 심야노동도 철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니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리해고자들이 그것을 위해서 투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치권은 그 투쟁과 함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내모는 악법을 만드는데 앞장서왔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가 변화하면 이런 현실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만든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였다. 노동유연화가 나라 전체의 살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투쟁하는 건설노동자 하중근 열사를 죽인 것도 그들이었다. 기업의 이윤이 사회의 최고 가치로 여겨지고 재벌권력이 사회를 뒤흔드는 사회에서 정치권 모두는 기업의 힘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그들은 ‘유연화’를 전제로 하여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용인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몇 가지 시혜적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에서 자본의 전횡을 규제하는 사회적 힘을 만들지 못하는 이상 정권의 변화나 몇 가지 제도적 변화로는 노동자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비정규직 사용을 규제한다고 ‘2년의 제한기간’을 만들면 기업은 오히려 2년이 되기 전에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법원에서는 각종 근거로 그런 요건들을 ‘합리적인 해고’라고 판단한다. 결국 현장에서 기업을 강제하는 힘을 만들지 못하면 제도적 변화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한다. 노동자들의 권리는 사법적 판단과 사법적 기대를 넘어 현장에서의 힘으로 쟁취되어야 하고, 그렇게 쟁취된 권리들이 법률적 형태로 제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데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를 갖는 것이다. 그런 권리를 가로막는 자본의 힘에 맞서 사회적인 저항의 힘을 축적하는 것이다.

 

3. 희망의 싹을 크게 키우기

 

희망의 버스에서는 ‘우리가 소금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은 지금 사회에서는 누구나 해고자나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기에 나의 권리와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권리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 그래서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이 곧 나의 투쟁이라는 의식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그것은 ‘희망뚜벅이’로 발전했다. 희망뚜벅이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먼저 걸음을 시작했다. 자기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법을 폐기해서 모든 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희망의 버스에서 이야기한 ‘우리가 소금꽃’이라는 말은 또한 연대의식의 표현이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경쟁시켰지만 노동자들은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 힘은 쌍용자동차의 희망텐트로 이어졌다. 21명의 죽음은 단지 쌍용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폭력과 정리해고에 노출된 이들은 누구나 당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더 이상 죽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공감이 희망텐트촌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그렇게 발견한 희망의 싹을 이제는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더 많은 이들이 권리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아직 2.8%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직 조직률, 1%도 되지 않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률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기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권리를 찾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질수록 노동자들의 위계는 더욱 강화되고 경쟁과 무기력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희망광장’을 여는 이유는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는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우리의 힘으로 쟁취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에게 함께 광장에 모여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자고 말걸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감의 연대인 희망텐트촌은 3월 10일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시청광장으로 장소를 옮긴다. 그것은 정리해고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 단지 쌍용자동차만의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모든 이들에게 닥친 문제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자 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기업에 대한 규제를 현실화하고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폐기하자고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을 통해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하는 기업들의 전횡을 막고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대세로 만들어보자는 의지이다. 정치적 변화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그 흐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먼저 투쟁했던 이들이 그렇게 나서고 있다.

정치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하고 평가제도로 선생님들을 줄세우기 하는 교육현실에서 많은 교육노동자들이 절망하고 힘을 잃고 있다. 무기력하게 경쟁 시스템에 편입된다. 이런 무기력감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이것도 역시 현장에서부터 새로운 힘을 만들어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많은 이들을 권리의 주체로 세우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치기하고 교사와 비교사로 갈라치기하는 교육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 모두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이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비정규직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는 아직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사들, 학교 행정직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조직하고 함께 투쟁하자. 그 노동자들이 권리에 눈뜰 수 있도록 함께하자.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우리는 새로운 현장의 힘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이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할 수 있을 때 이윤과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공감의 연대를 통해 정치와 제도에 기대지 않는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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