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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멘탈붕괴 시리즈, 진정함과 새로움으로 타고 넘는다.
 
한 두어 달,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4.11 총선. 많은 사람들의 예상 혹은 기대를 깨고 수첩공주 박모양이 이끄는 새누리당이 승리해 버렸다. 지금 보면 그럴 만한 일이었지만 당시 자유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진보주의자들도 한참을 멘붕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른바 통진당 사태! 그 간 진보진영 내부에서 암세포처럼 자라왔던 권력지향 종파주의의 폐부가 추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실시간 중계보도에 언론들의 심층분석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진보진영의 정치적 몰락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다. 이미 가산을 많이 탕진해 버린 경기동부로 표상되는 권력지향 욕심우파의 흉물스런 공연이 이어지면서 한국진보진영의 정치적 자산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2012년 봄은 그렇게 멘붕의 시절로 흘러갔다.

“어차피 다시 시작할 것. 차라리 잘 되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진출을 새로이 시작해야 할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왔던 문제가 극적으로 터짐으로써 건강한 재구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 맞는 것 같다. 곪아 왔던 문제를 확실히 극복하면서 정말 제대로 시작해봐야 할 순간이 온 것같다.
다시 시작하기로 맘먹는 순간, 다 날아간 것 같았던 진보진영의 정치적 자산은 여전히 바닥에, 사람들의 투쟁과 실천 속에 남아 생동하는 것이 보인다. 언론노조파업투쟁에, 재능투쟁에, 쌍차투쟁에.... 그리고 교육혁명운동에 우리의 자산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중요한 문제는 지금 현재의 초라한 이미지와 당장의 정치파워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민주주의를 온전히 실현하고 대중투쟁을 더 넓게 확산하고 결합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과급, 일제고사의 투쟁시기가 도래했다. 정치적 진출 자체는 아니지만 동일한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먼저 ‘진정성’.  입에 발린 투쟁, 형식적인 투쟁이어서는 아니 된다. 절절한 교육적 분노와 칼날 같은 비판의식이 담겨진 투쟁이어야 한다. 진정성은 대중적 확산과 결합의 기초이다. 그 동안 진정성이란 말이 오용과 남발 탓에(묘하게도 권력지향 분파에서 진정성이란 말을 즐겨 써 왔다.) 퇴색되어 오긴 했지만 우리의 투쟁을 돌아보고 새롭게 다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진정 성과급과 일제고사를 폐기시키고자 하는가?

그리고 ‘새로운 역동’.  투쟁양상이 동일한 모습으로 반복될 경우 거의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새로운 내용, 정서 나아가 전술이 고민되어야 한다. 역동성 역시 대중적 확산의 계기로 작용한다.

항상 그렇지만 진정성 담긴 투쟁과 새로운 역동을 제대로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쉽지 않다고 투쟁을 포기하고 폄하하는 흐름들이 그 간 확산되어 온 점이 없지 않다. 그러한 패배주의를 실천적으로 극복하는 것 역시 진정성과 새로움이다.

2012 성과급, 일제고사는 신자유주의 쇠퇴기, MB정권 말기에 시행되는 약한 고리의 성격을 지닌다. 좀 더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싸워 대중투쟁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해야 하고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공세적인 일제고사 폐기투쟁, 성과급 누적반납투쟁으로 그 간의 수세적 양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자.

따로 있어도 전 세계가 연관되어 있는 시대. 그리스, 스페인 등 유로의 위기는 현대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위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구적 격변의 시대인 것이다. 격변의 정세는 머지않은 시기 한국사회 역시 감싸게 될 것이다. 오늘의 실천과 투쟁 속에서 하나씩 쌓아 나갈 때 격변의 시대는 민중이 전진하는 시대, 진보가 전진하는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다가오는 역동적 정세를 교육혁명이라는 나침반에 의지하여 대 항해를 시작할 때라 보며 ‘교육혁명의 힘찬 전진을 위하여’를 [특집]으로 하였다. [특집]1.‘교육혁명을 다시 사유하다.’에서는 수업혁명, 학교혁명, 체제혁명의 총화로서의 교육혁명을 분석하였다. 우선 교육혁명의 개념 정의를 다시 새롭게 하면서 기존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교육개혁’과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고, 일정한 운동의 세로 나타나고 있는 교육복지를 강조하는 흐름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였다. 또한 그간 혁신학교사업 형태로 추진되어왔던 학교혁신운동을 분석 비판하며 그 한계와 위상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언급한 교육혁명운동의 구체적 내용을 3대 영역(수업,학교,체제 영역)으로 분류하고, 세 가지 실천양태(우리가 지향해야할 이념과 정책적 대안을 구상하는 이론적 실천/ 일상적인 교육활동, 대인활동, 노조활동 등의 형태로 구성되는 일상적 실천/ 그리고 지배 권력과 대립하면서 주로 제도적 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정치적 실천)와 결합한 9개분야로 교육혁명의 내용을 분류하여, 상호간의 관련성하에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교육혁명운동의 이론적 풍부함을 쌓아나가는 작업과 동시에 [특집]2에서는 교육혁명공동행동의 상반기 활동을 간략히 평가하고 하반기 사업계획을 개략적으로 제출하였다.

[기획] ‘교육관계로 바라보는 한국 교육현실’에서는 발달을 위한 협력교육(관계)의 비고츠키교육학의 관점에서 입시지옥으로 상징되는 한국교육 현실 속에서 교사-학생 관계, 학생 간의 관계, 교사-학부모 관계 등이 얼마나 왜곡되고 심지어 적대적이고 고통스러운 관계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새로운 관계를 위한 필요조건을 제시하였다. 필독을 권하는 바이다.

이번 회보는 많은 원고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분량이 많이 줄었다. 우리들조차 ‘멘붕’에 빠진 모습으로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낼 수 없다. 다가오는 역동적 정세 속에 할 것은 하자! 할 수 없다고 또는 하기 어렵다고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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