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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맞짱칼럼] 학교평가, 성과급 당장 중단!

2013.07.19 04:22

진보교육 조회 수:786

학교평가, 성과급 당장중단!

김영주 / 전교조 대전지부장

교육정책 중 가장 하책이 철학이 빠진 등급 평가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재국가일수록 모든 정책은 상명하달식이며 소수의 정보 독점과 다수를 배제하고 개악하여 퇴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육적 정책에 대해 현장은 저항하다가 지쳐버리고 그 틈을 노려 정착 되어온 것들이 있다. 그 중에 가장 피해가 큰 것은 학교평가지표이다.
일제고사 폐지 투쟁이나 개인성과급까지도 각자 결의하고 실천하면 되는 일이라서 타인을 의식하거나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학교평가 성과급’은 개인의 운신을 좁히는 것과 동시에 활동가들조차 오랜 설득과 이해를 갖는 관계 설정이 되어 있지 않으면 왕따와 은따가 될 뿐만 아니라 ‘누구’ 때문에 우리 학교 평가가 낮았다는 둥, 그 고생을 우리가 다하고 있다는 둥이 이야기될 뿐이다. 공격점은 정부 정책임에도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정부에 불만은 있지만 그 화풀이 대상을 동료 교사에게 퍼붓고 뒤에서 흠을 뜯으며 분풀이를 하는 것으로 자기 정당성을 찾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올해는 운이 나빴으니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내년에는 그 ‘누구’에게 압력을 가해서라도 학교 등급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쉽게 정리되어 왔다.
또한 자신이 학교 성과급을 없애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거나 알고 있어도 ‘나 하나가 뭘 할 수 있겠어?’ 라는 식의 자포자기가 많다. 더구나 이것이 부당하기 때문에 우리의 임금을 되찾기 위해서 성과급 반대에 서명은 할지언정 금액을 반납하는 것을 선뜻하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이다.

우는 소리 하는 것은 교육청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교과부의 교육청 평가지표에 들어 있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관리자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교과부가 말한 강도나 세기보다 더 강하게 독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관리자들은 일반 교사들에게 그 평가지표가 금과옥조보다 더 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것이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희생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하고 있다. 사교육으로 허덕거려야 할 학부모, 그러니 맞벌이를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가족 간의 대화는 고사하고 식사조차 할 수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현상은 단절과 고독으로 인해 학교 폭력은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교묘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교육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연수 이수 시간을 채우기 바쁘고, 각종 대회에 나가기 바쁘고, 부진아 지도보다는 구제를 위해 문제풀이만 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체력단련까지 시켜줘야 하고, 각종 학생 참여율까지 높이려면 컴퓨터실은 교육보다는 이렇게 강요된 참여에 동원되기 더 바쁘다.

이러한 평가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부모들에게 교과부의 교육청 평가 지표 내용을 알려내는 일이다. 그 평가 지표가 교육의 철학이나 실질적인 개인에게 얼마나 비교육적인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교과부 평가지표와 교육청 평가지표를 연동시켜서 주요 내용을 시리즈로 홍보 선전을 해서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교사 혼자서 할 수 있는 결의나 결단보다 학부모가 알고 교육이 가능한 제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교사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러하지도 않다. 정확한 내용의 전보 전달을 통해 해당 교사들이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외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홍보 선전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종이 선전물이 아니라 언론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전면 광고를 하든 거리 선전전을 지속적으로 하든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가지고 우리들의 주장을 담아 알릴 필요가 있다. 평가 항목의 비교육적인 사실을 알리면 어떤 학부모가 공부시간에 엉뚱하게 딴 일로 소일하는 것을 찬성하겠는가. 입시교육이 시퍼렇게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 일상에 거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각종 평가지표는 교육이 아니라 사육이며 책무성을 기르기보다 힘없는 약자에게 모든 것을 미루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교육에 대한 국가적 철학이 부재한 탓에 교육을 모르는 자들이 꼭대기에서 좌지우지 하는 현실이다. ‘국가 교육 설계는 백년’이 넘는 안목으로 설정을 하고 방향을 잡아가도 힘에 겨운 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철학의 기초도 없는 듯하다. 평가지표로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를 예속하고 손쉽게 등급이나 매기면서 교육을 방기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평가지표를 거부하는 선언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고, 이런 모든 평가지표를 위해 애쓰는 것보다 교육의 질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우리들의 입장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선언하고 실천하고 홍보하고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학교 평가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교사들을 위해 새롭게 평가지표 제로 이행 투쟁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등급으로 지급액의 차이를 크게 하면 할수록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분노 또한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으로는 단체교섭을 통해서 평가지표 항목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인 수치나 자료 제출이 아니라 교육적인 활동에 대해 좀 더 장려하고 권장해야 할 항목들을 개발하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평가지표 없이 각 교육청에 교육예산을 균등분배 해서 지방자치에 맞도록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고, 각 교육청에서도 각 학교별로 학생 중심 지원의 예산 반영 비율을 높여서 교육활동을 지원해야 우리가 원하는 최소한의 교육환경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지표 폐지와 각 교육청 예산 균등분배를 외치고, 그 예산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최소한의 무상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체험활동비도 온전하게 지급되어야 말 그대로 무상교육이 아니겠는가. 반값 등록금을 외쳤을 때 학부모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평가지표로 차등되어 깎인 예산은 학생들에게 돌려져야 할 지원금이고, 학교평가 성과급은 교사들의 임금을 정부가 멋대로 주겠다는 억지라는 것을 좀 더 널리 알려 교사들이 떨치고 일어설 수 있게 지금부터라도 좀 더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이번에 안 되면 내년에 다시 시작하는 싸움일지라도 학교평가 등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투쟁의 연속성도 아울러 중요하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돈을 매개로 해서 개인들 간의 싸움을 부추기는 정권의 놀음에 놀아나서는 안 될 것이다.
단호한 평가지표 거부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그에 대한 참여운동으로 조합원과 전 교사들이 동참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 지속성 있는 투쟁일 때 현장 조합원들은 전망을 그릴 수 있고 희망과 비전을 품을 수 있고 실천하는 조합원들에게 반드시 승리를 돌려줄 수 있도록 전열을 가다듬어 일격을 가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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