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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현장에서] "떤땡님! 엄마 보고 싶어요!"

2013.12.18 15:43

진보교육 조회 수:608

[현장보고] 육아교육

"떤땡님! 엄마 보고 싶어요!"
                       - '누리과정'뒤 유치원이 달라졌어요 ㅠ.ㅠ
  
왕정희 (경기 가수초 병설유치원)

 유치원의 1시간을 아시나요? 초등은 40분, 중등은 50분을 1시간으로 계산하지요. 유치원은 60분을 1시간으로 계산합니다.
 5살부터 7살까지의 아이들이 쉼 없이 돌아가는 시계추처럼 생체 에너지를 뿜어내며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아니 첫 걸음은 아닐 겁니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기 전, 이미 어린이집이나 놀이방 같은 다양한 곳을 거치니 엄밀하게 보면 나름으로 노련한[?] 학습자들이지요.
 그러나 유아들은 교과서가 아닌 '놀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통해, 수동적 학습자가 아니라 적극적 활동자로서 탐색, 조작하고 창조해 의미를 찾는 주도적 경험을 하며 성장합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에게 주도적 경험을 베풀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누리과정' 때문에 어긋나고 삐뚤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모에게서 부모 역할을 빼앗고, 아이들은 기관에 맡겨져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칩니다. 또 교육기관은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책에 맞춰야 합니다. 유치원은 초등교육을 위한 준비단계로 간주돼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과외 등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고, 모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영어와 제2외국어까지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교사·학부모 모두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사는 아이들 수준과 지역적 특성도 헤아릴 겨를 없이, 누리과정에 있는 700여 개의 활동을 모두 계획해야 합니다. 또 학비 지원금을 관리하는 회계업무 담당자로, 별로 쓸모도 없는 교육정보를 올리는 정보 공시자 역할까지 떠안게 돼 교육에 전념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이젠 학부모와 관리자 중심의 교사평가까지 들어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엄마와 아빠의 따뜻한 품 대신 교재와 교구가 스킨십을 대신하고, 누리과정이 끝나면 ‘방과후 과정’이란 이름으로 특성화 활동까지 연이어 해야 합니다. 스스로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놀지 못하고 어른들이 짜놓은 누리과정에 따라 쉴 틈도 없이 시달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불쌍하다 못해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누리과정이 도입되기 전에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기초로 다양한 방식의 교육적 접근이 가능했고, 교사의 철학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과정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리과정이 들어온 뒤로는 유치원에서 더 이상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적 접근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오늘도 우리 반 OO이는 등원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가방을 내려놓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습니다.
 "떤땡님! 엄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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