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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사례보고] 사회적 맥락에서 음악을 읽는 즐거움

2013.12.18 15:36

진보교육 조회 수:415

[사례보고]
사회적 맥락에서 음악을 읽는 즐거움

송재혁
서울 미성중학교 / 전북교육정책연구소 파견


  서양 클래식 음악은 시간을 철저하게 장악하며 한 치의 오치도 허락하지 않는 잔인한 예술이다. 하지만 공간 속에 가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또한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청각과 음에 대한 인식에 개별적으로 호소하다 보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수용에 있어 편차를 보이기 일쑤다. 그렇기는 해도 가장 추상적인 예술로 간주되는 음악조차 일정한 수준의 사회성을 담보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에 가까울 것이다.

  순수하지 못한 순수예술 옹호론자들은 음악에서 사회를 읽어내기를 애써 외면한다. 창문도 없으며 작은 출입구 몇 개만 닫히면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되는 공간, 요상한 동굴 모양의 콘서트홀 속으로 들어가 숨소리조차 죽이면서 희한한 집단 제의적 형식에 순전히 개인 자격, ‘객(客)’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특이한 공연 양식을 지닌 서양 클래식 음악에서 애써 사회적인 의미를 읽어내려는 것이 정치적으로 보수이건 진보이건 불편한 일일 수 있겠다. 어떤 관점에서건 삶이 고달프고 세상이 피곤해서, 잔인하리만큼 한시적인 시간만큼이라도 유체이탈해 일종의 환상 속에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사람에게 굳이 세상 일을 상기시키는 것은 일종의 폭력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음악을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수용하는 입장과 태도는 다양할 수밖에 없으니, 사회성을 박탁당한 창백한 음악을 때로는 삶의 마당에 펼쳐 놓고 햇볕을 비추어보는 작업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클래식도 사회적인 맥락에서 읽어보자는 취지로 전교조 서울 관악동작지회에서 2006년 시작한 ‘사회적 맥락에서 음악 읽기’ 연수가 전교조 서울지부 특수분야 직무연수를 거쳐 2013년 1월 전북에 착륙했으며, 2014년 1월 2차 연수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2011년 하반기 개소 이후 교사연수의 변화를 최우선의 혁신 과제로 판단하고 지금까지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교사의 역할을 자기 과목 수업에만 한정하는 흐름이 교육계를 지배하고 있다. 자기 과목 수업을 잘해야 그것이 교육의 혁신이며, 교사란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종의 도그마가 교사 노동의 단순 상품화와 계량적 평가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지 성찰이 필요하다. 교사의 교육 행위는 전인적 차원에서 다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이성과 감성에 종합적으로 호소하는 일종의 예술적 행위이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을 수업 행위에 한정하고 마치 상품 다루듯 수업을 관찰, 평가하려는 일련의 흐름(혁신학교 운동에서조차 감지되는)은 과도한 면이 있다.

  교사는 수업 시간이건 수업 외 시간이건, 일상 공간 어디에서든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의도되고 조직화된 영향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교사는 자신이 평소 갖춘 인문학적 소양의 총체로써 학생들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교사에 대한 연수 는 과목별 수업 기술적 측면에만 치중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사로서 자신의 삶을 지속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인간사의 모든 부문에 대해 인문학적 소양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 연수의 기본 방향이어야 한다. 인간적으로 풍부한 교사 앞에서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생들은 전면적 발달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과목 제한을 두지 않고 유・초・중・고 교사들에게 열린 ‘사회적 맥락에서 음악읽기’와 같은 연수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요즈음 유행하는 융합적 교육의 트렌드에도 부합할지 모르겠다. 예능을 넘어 예술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로 확장하는 공부는 이성의 오만함과 감성의 찌질함의 간극을 메워주는 ‘이성적인 예술’을 만나게 해주며  이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열어 가는데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전북으로 파견 나와 지난 2년간 수행한 얼마 안 되는 일들 중 이 연수를 제안, 도입한 것이 그나마 ‘한바탕 전주’의 알찬 음식 먹은 값 한 게 아닌가 한다.  

  다음은 2014년 1월 예정인 전북교육연수원 주관 교사 직무연수 ‘사회적 맥락에서 음악 읽기’ 2차 연수를 구상한 안의 일부이다. 이런 연수를 도입해 보려는 분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다. 음악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열어줄 수 있는 강의 항목과 훌륭한 강사들을 망라했다고 자랑하고 싶다.

▪ 연수 개설 취지

① 예술을 인문・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방법론을 접하고, 예술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여, 예술을 통한 인간성, 사회성의 고양이라는 과제를 교육에서 실현한 방도를 획득한다.
② 음악과 예술에 대한 수용의 관점을 다양화한다.
③ 우리의 음악가치관과 그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서구 클래식음악과 대중음악의 극단적 이분법의 틀에 갇혀 있는 우리 음악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획득하고 음악에 대한 시야를 넓혀가는 계기로 삼는다.  
④ 예술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섭렵하여 학생들의 예술작품 감상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  
⑤ 대중음악의 사회문화적 맥락들을 짚어 보면서 대중음악에 대한 적절한 관점을 확립하여 학생들의 대중음악 수용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
⑥ 연수 참여 교사에 의해 획득된 관점과 성과는 음악교육 뿐 아니라 유·초·중등 모든 교사들의 일상적 교육 활동에 응용될 수 있으며 교사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일 수 있다.

* 음악을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하고 파악하는 인문사회학적 바탕에 중요성을 두는 연수이므로, 연수 대상을 음악과에 제한하지 않고 모든 유·초·중·고 교사들에게 개방함.
* 연수 내용의 중심에 서양 클래식 음악이 있지만, 모든 음악 영역을 다루는 연수로, 클래식 음악을 타 부문 음악보다 우위에 두고 신비화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일반 교양의 차원에서 다루는 기존의 진부한 음악 강좌들을 내용적으로 넘어서려는 의식적 노력이 반영되는 연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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