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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초점]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

2014.04.16 15:52

진보교육 조회 수:629

[초점]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
행정처분과 집행명령에 관한 상반된 다툼

김민석 /전교조 법률지원실장


2013.10.24.
합법 노동조합으로 출범한지 14년 된 전교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해고자의 조합 활동 및 가입을 금지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2013.11.13.
노동부의 ‘노조아님’ 통보는 21일 만에 그 효력이 잠정 중지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은 ‘노조아님’ 통보의 효력을 1심 판결 전까지 정지시켰다. ‘노조 아님’ 통보 집행정지 심판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노동부는 변호인단을 보강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2014. 4. 29.
1심 본안 소송의 결심이 예정되어 있다. 이로써 5월말, 늦어도 6월 중순 쯤에는 법원의 1심 판결이 예상된다.
1심 소송 과정에서 전개된 양쪽의 치열한 법리적 공방의 핵심을 소개한다.

「집행명령」과 「행정처분」에 대한 공방

‘노조아님’ 통보의 법적 성격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노동부는 ‘집행명령’일 뿐이라는 주장이고, 전교조는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행정처분’이라는 주장이다. 소송의 핵심 공방이 바로 이 문제이다.
행정처분과 집행명령은 관할 행정청의 공권력 행사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집행명령은 법률적 위임이 없어도 행정부가 직권으로 내릴 수 있는 것인데 반해 행정처분은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교원노조법에는 교원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노동조합법에는 교원이 아닌 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활동할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시행령 제9조2항에 따른 ‘노조 아님’ 통보는 행정청의 통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동부의 주장이다. 해고자가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교조는 노조법에 의해 이미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노조 아님’ 통고는 이러한 법적 상태를 확인시켜 주는 확인적 행위(관념적 통고, 집행명령)에 불과한 것이지 처분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 처분이 아니므로 취소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소송은 당연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전교조의 주장은 단호하고 분명하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는 행정처분이라는 것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판례 뿐만아니라 행정규제기본법에서도 분명하게 정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노조 아님’ 통보가 행정처분이 아니라 단순한 집행명령에 불과하다는 것은 노동부만의 억지 논리라는 것이다.

「실질설」과 「형식설」에 대한 공방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본문에는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갖추어야할 적극적인 요건(주체성,자주성,목적성)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같은 조항의 단서에서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나.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다. 공제·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
마.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다섯 가지 단서 조항은 노동조합이 갖추어서는 안 될 소극적 요건에 해당한다.
「형식설」은 노동조합의 실질과 관계없이 소극적 요건의 어느 하나에만 해당되면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이다. 이러한 형식설에 근거하여 노동부는 ‘해고자는 근로자가 아니다. 근로자가 아닌 9명의 해고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활동하고 있는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노조 아님’ 통보는 노동조합법 제2조와 시행령9조에 따른 단순한 관념적 통지에 불과한 집행명령이라는 것이다.
「실질설」은 단서 조항의 다섯 가지 소극적 요건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극적 요건의 어느 하나에 형식적으로 해당한다고 해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이 실질적으로 훼손될 때 ‘노조 아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설은 해고자가 단 1명이라도 가입하면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실질설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경우에만 노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통설 및 판례는 실질설이다. 노조법에서 소극적 요건을 정한 목적은 노동조합의 주체성∙자주성•목적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를 형식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자주성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자주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체성」과 「자주성」에 대한 공방

노동부는 적법한 교원노동조합이 되기 위해서는 ‘교원 주체성’의 요건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원 아닌 자가 단 한명이라도 조합원으로 가입•활동하는 경우에는 교원노동조합의 주체성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교원 주체성’의 요건은 적법한 노동조합이 되기 위한 선결적 문제이자 적극적 요건의 첫 문제, 소극적 요건의 첫 문제라고 주장한다.
‘교원 주체성’의 요건은 ‘자주성’ 요건과 구별되는 별개의 요건으로서 주체성의 요건을 갖춘 노동조합만이 자주성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부의 논리는 해고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고 전교조는 반박한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미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에서도 합의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도 전교조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2004년 서울여성노동조합 소송에서 대법원은 『노조법 제4조 라목 단서는 ‘기업별노조’의 조합원이 사용자로부터 해고됨으로써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 대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이와 같은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은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의 경우까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로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에서는 해고자의 조합활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도 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주체성’이 확보되었는데, 근로자의 권리 확보에 앞장서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설립신고시 규약에 관한 공방

노동부는 ‘노조 아님’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심판에서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다.  노조법 제4조 라목 단서와 시행령 제9조2항에 따른 정당한 집행명령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전교조의 논리에 맞설 수 없음을 절감했다. 이에 1심 소송이 전개되자 노동부는 설립신고시에 제출된 규약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1999.7.1. 전교조가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부칙5조를 삭제한 허위의 규약을 제출하였기 때문에 당시의 설립신고 수리는 중대•명백한 하자이므로 원천 ‘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아님’ 통보는 무효인 수리행위를 단순히 확인하는 행위(즉, 사실행위)로서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므로 처분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립신고 4일전에 열린 제24차 전국대의원대회 자료집과 회의록을 통해 노동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맺는 글>

노동부는 교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법적 자격을 상실시키기 위한 별도의 행정처분이 없어도 노동조합법상 당연히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 아님’ 통보는 처분행위가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으므로 마땅히 각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행정소송법에 따른 처분으로 인정되어 ‘노조 아님’ 통보가 취소된다고 하여도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회복할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소의 이익조차 결여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소송의 승패와 관계없이 전교조는 이미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교조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부는 ‘설립 중인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을 뿐, 이미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하여는 ‘노조 아님’을 통보할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노조 아님’ 통보는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는 법률유보원칙과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반된다.
둘째,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노동부는 전교조 규약 부칙5조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동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노조 아님’을 통고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전혀 없다.
헌법 75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시행령)을 발할 수 있다.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로 제시한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법률의 위임이 없이 행정부가 임의로 제정한 것이므로 헌법75조에 위반된다.
셋째, 행정기관은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규제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행정규제기본법 4조 제3항 및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위배되어 무효다.(대법원 2010두19270 판결)
넷째, 6만 명의 조합원이 소속되어 14년간 자주적으로 운영된 노동조합을 단지 9명의 해직자(비율로 0.015%)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외노조임을 통보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은 물론,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 해석 관련 통설∙판례인 실질설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점이다.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에 위배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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