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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초점] 2014, 초등돌봄교실은 안녕한가

2014.04.16 15:58

진보교육 조회 수:871

*원고에 삽입된 표는 첨부파일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초점]2

2014, 초등돌봄교실은 안녕한가

황진우 / 서울목운초

박근혜 정부의 역점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1, 2학년 초등돌봄교실 전면 확대 정책이 학교에 몰아닥쳤다. 갑작스런(?) 정책 추진으로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금 한창 진행중인 초등돌봄교실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1.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초등돌봄교실
돌봄이 가지는 언표는 매우 강력하다. 누구도 돌봄을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아기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학생의 경우 미발달로 인한 간극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만큼 돌봄은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2014년 초등돌봄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및 맞벌이 가정 등의 증가로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방과후 돌봄서비스 확대 필요’와 ‘부처별로 운영되는  지역 돌봄서비스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돌봄서비스 중복 및 사각지대 해소 필요’를 위해 추진한다고 교육부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초등돌봄교실의 경우 2004년부터 시작하여 10년째를 경과하고 있는 사업으로 급작스런 확대로 문제가 빚어지고 있으나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돌봄 정책도 그간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초등돌봄교실 추진 경과(2004~2013)
ʻ방과후 교실ʼ 시범 도입 : 초등보육교실 운영(ʼ04년)
ʻ종일돌봄교실ʼ(초등보육교실을 야간까지 운영) 시범운영(ʼ09년, 300개교)
초등보육교실을 ʻ초등돌봄교실ʼ로 명칭 변경 및 확대(ʼ10년, 6,200실)
ʻ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ʼ(아침, 오후, 저녁 돌봄 운영)(ʼ11~ʼ13년, 총 4,700실)  

사회적인 요구가 부각되면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의 운영은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2014년 초등돌봄교실 정책을 단순히 시행 초기 발생되는 문제로 국한시킬 경우에는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미봉책만 난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박근혜 정부의 조급증에 대한 비판을 넘어 우리 나라 돌봄 정책의 철학적․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볼 시기이며 바람직한 대안을 제출해야 할 시기로 보여진다. 향후 2014년 상반기 지자체 및 교육자치 선거에서 돌봄 정책은 주요 의제의 한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 2014, 초등돌봄교실 무엇이 문제인가

1) 시간제 노동의 세분화 노동조건의 악화
초등돌봄교실 확대는 학교 비정규직의 확대와 맞물리고 있다. 이는 전일제 돌봄전담사의 학교별 1인 배치와 맞물리게 된다. 전일제 돌봄전담사가 학생 수요에 비해 2명이상 배치된 점을 근거로 강제로 1명 배치를 밀어붙였지만 실제는 2014년 신규 초등돌봄교실 운영학교에 대한 새로운 전일제 돌봄전담사의 채용 없이 시간제 돌봄전담사 채용을 통해 예산 절감을 꾀한 조처에 지나지 않는다.

[표1] 2013 전일제 돌봄전담사 배치 현황(서울시 전체)

※ ()안은 2014년 개교 학교
※ 2014 초등학교 수 : 558교[개교 4교: 새솔, 송례, 율현, 자곡, 휴교 1교: 가락]

초등돌봄교실과 관련된 비정규직 분야는 다양하다. 각 영역의 노동자가 두루 있고, 고용이 세분화돼 있다. 초등돌봄교실과 관련된 학교비정규직도 최소 5인을 넘어서고 있다. 예산 절감과 고용 효율이라는 자본의 논리가 초등돌봄교실에도 그대로 관철됐다.
[표2] 초등돌봄교실 예산지침


[표3] 돌봄교실 교실 수 및 인원 현황(2014.3.3.기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양적 팽창을 서두르다 보니 노동조건 악화와 초등돌봄교실 프로그램의 질적 약화를 초래했다.

2) 2014, 초등돌봄교실 무엇이 달라졌나
첫째로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 중 희망자들은 모두 수용한다. 앞의 [표3]에 따르면 2013년 대비 무려 12,000 명이나 이용학생수가 늘어났고 현재도 수시 입급 가능으로 그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
[표4] 운영시간대별 이용 현황 및 문제점(2014.3.3. 기준)

※  야간시간(2000~22:00) 운영학교는 학생․학부모 수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이러한 계획은 중간 점검 및 시행 계획에 대한 시기 조정 등의 판단 없이 대통령 업무지시로 이뤄진 대표적인 졸속행정의 한 사례이다. 이로 인해 각 학교는 예전에 없었던 전용교실 및 추가 겸용교실을 만들기 위해 2월 내내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들었고 3월 3일 개학과 입학에 맞춰 바로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려 부실공사를 낳았다.
둘째로 2013년 유료로 운영되던 오후 돌봄교실 참여비의 무료화이다. 2013년과 같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무상지원은 2014년에도 계속되지만 저소득층 기준에서 일부 대상이 제외되는 탓에 무료 지원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착시효과 중에 하나로 정부가 ‘무료돌봄’을 표방했지만 간식비 및 석식(중식)비의 경우는 수익자부담(유료)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학(휴일)중 중식의 경우 도시락 또는 매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식중독 사고 등의 집단급식 사고가 우려되고 있고 자체 조리시설을 갖추고 있는 학교의 경우 지침의 경직성으로 인해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3) 돌봄교실 수의 2배 확대로 부족한 전용교실, 무늬만 돌봄교실
2014년 초등돌봄교실 수는 2013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2014년 2월 대략 700여개의 돌봄교실이 탄생하였다). 유휴교실부터 돌봄교실로 전환되었고 공사비도 전용교실의 경우 3,000만원 정도의 돈이 투자되었으면 겸용교실의 경우 1,5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었다. 전체 모든 초등학교에 ‘1교 1실’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으로 인해 유휴교실이 부족한 학교는 저학년 교실 및 특별실을 리모델링하여 돌봄교실로 겸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4) 돌봄프로그램 및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통합연계, 아이들은 행복한가
돌봄교실의 수요가 2013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남에 따라 시설도 2배 이상 늘어났지만 교실당 학생수를 최대 25명으로 늘리면서 돌봄교실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차지하는 면적이 평균 1평도 차지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는 돌봄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학교의 실정으로 감안하여 적극적으로 돌봄교실과 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후돌봄교실은 방과후학교를 참여하기 위한 대기장소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고 실제 시간제 돌봄전담사(오후돌봄교실 담당)의 역할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방과후학교 참여 시간 체크 및 인솔 등을 기본 업무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결국 무상 돌봄의 착시효과만을 가져왔다. 분기별(3개월) 90,000~120,000원 정도 수강료를 내야하는 현실에서 하루에 1가지씩 방과후학교에 참여한다면 최소 3개의 방과후학교를 참여한다고 볼 때 분기당 270,000원~360,000원의 수강료를 납부해야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돌봄은 학생들이 휴식할 시간과 공간을 변변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선심성 정책의 실현을 위해 학생들의 삶이 저당 잡혀 있고 나아가 ‘앞으로 나아지겠다’는 정부의 발표만 믿으면서 오늘도 돌봄교실의 아이들은 불편함과 학습노동을 견뎌야 한다.

5) 새벽 6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 길동이의 하루
- 진정한 돌봄인가, 계급 분리 정책인가 -
이 글의 주인공은 길동이다. 우리의 길동이는 안타깝게도 새벽 6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이다. 그래서 길동이는 차라리 집이 학교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동시간을 줄여 좀 더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길동이는 집에서 부모가 해주는 따뜻한 한끼를 먹지 못하고 1주일에 5일은 학교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길동이도 친구들처럼 아침에 밥 먹고 8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등굣길에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이야기하면 학교에 오고 싶지만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을 생각해 투정 한번 부리지 않는다.
아침돌봄선생님, 담임선생님, 오후돌봄선생님, 저녁식사 선생님, 저녁돌봄선생님... 학교에 오면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므로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는 길동이는 선생님 얼굴과 이름 익히기에도 너무 바쁘다.
길동이는 11시에 잠든다. 엄마, 아빠와 이야기 나눌 시간은 없고 내일 새벽 6시 30분까지 아침돌봄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잠도 깊게 들지 못한다. 착한 아이가 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표4]에 따르면 새벽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아침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은 5,051명이고 10시에 끝나는 저녁돌봄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은 81명이다. 앞의 글은 매우 극단적인 예겠으나 81명 중 한 명은 위 글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5,000여명은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야 하고 80여명은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 나라 돌봄 정책의 허구를 말해 준다. 돌봄은 학교의 공간과 시간의 돌봄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데도 우리는 그저 학교에만 주목한다. 또한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학습에 집중하는 까닭에 학생들은 쉼 없이 프로그램에 계속 시달려야 한다. 종일 돌봄이 아니라 종일 노동이다!
왜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안전망이 사회적으로 구축될 수 없는가. 학생들의 등교를 돕기 위해 30분 정도 출근 시간을 늦춰 주는 직장이 많이 생긴다면 새벽 6시부터 학교 등굣길에 올라야 하는 5,000여명의 학생들에게 아침잠을 배려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부모의 경제적 대물림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 우리 현실에서 현재 초등돌봄 정책은 무상복지가 아니다. 그뿐 아니라 일부 계급에서 나타났던 영어유치원 등의 계급 쏠림 현상을 혹시 국가가 나서서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출입구를 따로 만드는 나라에서 돌봄도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에 캐묻고 싶다[그들의 은밀한 정치적 무의식!].

3. 새로운 돌봄 정책을 기대하며

교육당국의 주먹구구, 임시땜질 정책을 그동안 지겹도록 봐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일관되게 집행되기를 바라는 것도 너무 큰 욕심일까. 올해 처음 돌봄교실을 맡은 교사가 보기에 요즘 돌봄 교실은 너무 정신없다. 학생들의 수시 입․퇴급에 대한 기안, 시교육청, 교육부, 지금은 국회의원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벌써 돌봄교실과 관련된 공문과 내부기안, 보고서가 데이터 폴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아, 필자의 과로노동!]. 현재 진행형인 돌봄 정책이 페이퍼 정책에 머물지 않도록 관련 단체 및 교육 주체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원론적인 대안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제출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2014년 상반기 지자체 및 교육자치 선거에서 돌봄 정책은 주요 의제의 한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Populism]의 논란을 뒤로 밀쳐버리고, 미발달을 지나 발달 훼손까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수습할 새로운 돌봄 정책이 나와야 한다.

[참고1] 2014학년도 초등돌봄교실 운영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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