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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3]

혼자서는 버틸 수 없었던 싸움

 

안종훈(동구마케팅고 해직교사)

 

1. 두 번의 파면을 통해 배운 <노동조합 전교조>의 참된 가치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개학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2014818일 월요일 저녁,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아내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파면통지가 왔다는 것입니다. 징계의결 요구서에 따라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를 처음 받았던 날이 불과 2주일 전인 84일이었으니까, 2주일 만에 파면 통지를 받은 셈이지요. 물론 파면 결정은 그보다 전인 814일 목요일에 이루어졌다고 하니까, 출석 통지에서부터 파면까지는 딱 10일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무엇이 학교와 법인을 이렇게 급하게 만들었을까, 정말 이들은 학생과 교육에 대해 조그마한 고민이라도 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이 줄곧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제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고, 그런 결정 이후에는 그들의 행동에 아무런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이후 부당한 징계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하게 징계 취소가 소청에서 결정되었지요. 거의 4개월 만인 1212일에 학교로 다시 복직하였습니다. 하지만 2주일 남짓 학교를 다니고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201412월 마지막 날에 그들이 직위해제와 중징계 의결을 위한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보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새해가 되자마자 이번에는 딱 3주일 만인 120일에 파면 처분을 내렸습니다. 저를 끝끝내 내쫓겠다는 학교와 법인의 의지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에 학교 비리에 대해 처음 민원을 제기할 때, 지금처럼 파면이라는 징계 상황을 예상했더라면,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에서 민원인의 신분을 너무나도 쉽게 유출할 수 있다는 예상을 했더라면,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그러자 그동안 잃어버린 많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한 번 받기도 힘든 파면이라는 징계를 2번씩 받으면서 새롭게 배우면서 얻은 것들도 많습니다. 먼저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고 제대로 알게 된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저 한 명의 개인이었다면 결코 학교와 법인의 횡포에 맞설 수 없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징계 이후 가정의 안정적인 생계를 뒷받침받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노동조합 덕분에 제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이끌 수 있었고, 사회문제로 의제화됐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작년 연말에는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수여하는 투명사회상과 호루라기재단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 해를 같이 살아온 학교에서 내부 비리를 공개하고 비판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버거웠습니다. ‘학교를 보호하고 옹호해야 한다는 조직 문화와 아무리 그래도 한 가족인데라는 잘못된 공동체 의식이 저를 주눅 들게 했습니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성인들의 사회에도 왕따가 있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설마 제가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공익 제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번의 파면이라는 징계 속에서, 작지만 큰 용기를 내는 마음 속 떨림을 경험하였습니다. 또 그렇게 깊이 고민하지는 못했던 여러 제도의 문제점들도 새롭게 자각했습니다. 이러한 떨림자각이 삶에 대한 의미와 행복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해직자의 처지가 힘들기는 해도 참된 삶의 의미를 알려준 노동조합과 멋진 동지들이 곁에 있어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합 전교조여~ 끝까지 함께 하자~ 아자~~

 

 

2. 동구마케팅고등학교와 동구법인이 벌인 부당 징계와 그 속사정

 

20109, 동구마케팅고 행정실장이 공금 횡령과 금품 수수 등의 비리로 인해 10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이후 법인과 학교에서는 적절한 징계도 없이 어물쩍 지나갔고, 그 뒤로 오히려 행정실장이 부당하게 학사 문제에 개입하고 독선적인 회계 처리를 하는 등 전횡이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20124월 말, 서울시교육청에 학교의 내부 비리를 제보했고, 이에 따라 9월에 교육청에서 법인과 학교에 특별감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행정실장의 급여에 대한 재정결함지원금 지급을 중단하였고, 이미 지원한 급여도 환수 처리를 결정했습니다. 또한 특별감사 결과, 행정실장의 비리 행위 16, 법인 이사장의 비리 행위 6건 등 다수의 내부 비리를 확인하였고, 이에 대해 행정실장의 당연퇴직(파면) 처분과 이사장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요구하였으며, 청문 절차를 거쳐 20136월에 동구학원의 이사장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동구학원 이사장이 퇴출되는 과정에서도 행정실장은 여전히 학교와 법인의 회계를 총괄 관리했으며, 지금도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동구학원의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13년 동구학원 이사장이 임원취임 승인 취소가 되자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관련 소송비로 법인회계에서 9천여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출하였고, 이러한 비리 문제에 대해 분회 동료 교사(권대익)와 함께 20146월에 서울시교육청에 또다시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자 이사장이 법인회계에서 마음대로 사용한 개인 소송비용 825십만 원을 곧바로 변제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제대로 사학 비리 문제를 척결하지 못하고 이를 알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2, 3차 등등의 비리로 이어지며 결국에는 이러한 비리 문제를 제보한 교사만 징계를 받아 학교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비리를 저지른 동구법인은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내부의 비리를 공익 제보한 저에게 엉뚱한 구실로 보복징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파면 징계를 당하기 전부터도 학교의 내부 비리를 교육청에 알린 민원인을 색출하려는 학교장과 교감,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대다수의 동료들로부터 무수한 비난과 심각한 배척, 차별적 대우 등을 감내해야 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심지어 감사원에도 민원인의 신분을 보호해 줄 것을 계속해서 요청했습니다만, 결국에는 학교장이 내부 민원인이 저라는 사실을 학교업무 메신저를 통해 전교직원에게 불법으로 공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이 민원인의 신분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2012년과 2014년의 민원으로 인해 이사장직을 잃고 또 거액의 소송비까지 변제한 동구학원 이사장이 보복에 나선 탓에 제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얻은 것도 있습니다. 비리 교직원에 대해 당연퇴직이 가능하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입법 발의 되었습니다. 비리를 저질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교직원이 학교와 법인의 공공 자산을 관리한다면 그러한 회계의 투명성을 누가 믿겠습니까? , 이러한 비리를 공익 제보한 사람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행동이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를 맑히는 일에 제 행동이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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