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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학사모를 파헤친다

2003.07.14 10:40

김재석 조회 수:1655 추천:4

현장으로

학사모를 파헤친다

김재석 진보교육연구소 소장, 영등포여자고등학교


배달호 동지의 죽음을 모독하다 - 갈팡질팡 노무현정권의 노동정책, 민주주의의 후퇴 조짐
 
지난 7월 2일 전경련은 '신노사문화 확립을 위한 우리의 다짐'이라는 자못 비장한 결의문 선포식을 가졌다. 그러나 내용은 비장하기는커녕 전날 끝난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환영하면서 앞으로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엄정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말인즉슨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 복구를 위해 노조에 손해배상소송 제기와 아울러 가압류 신청 등 민·형사상 조처를 강구하되 이후 노조와의 합의 등을 이유로 고소·고발  취하 등으로 흐지부지 끝내지 말자는 것이다.

이것은 두산중공업의 고 배달호 동지가 분신을 통해 겨우 해결의 가닥을 잡아 놓은 사용자들의 노조에 대한 재산·급여 가압류라는 파업 뒷처리 악습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사실 배달호 동지의 분신으로 인해 권기홍 노동부장관의 중재로 두산중공업 노조원들에게 가해졌던 살인적 재산·급여 가압류 방침이 철회되었고 이후 손해배상가압류 금지법 개정이 추진되었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고 말았는가? 철도노조의 무리한 파업 때문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노무현 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그럴듯한 노동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것이 네덜란드식이니 뭐니 하면서 논란만 무성하여 노사양쪽으로부터 비난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노조가 정부를 길들이려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조·중·동을 앞세운 자본의 '친노조적 정권'이라는 비난에 오히려 길들여져 노동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화물연대, 조흥은행 파업 때는 그런대로 합리적이고 전진적인 해결책을 내놓거나 중재자의 역할을 했는데, 노정권의 인내와 궁량은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국가 통치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없는데다가 일관된 정책의 보좌가 부재한 상태에서 퍼스낼리티의 문제까지 드러냄으로써 노정권은 권위를 상실하고 만만하게 보인 결과 정권출범 몇 개월도 되지않아 거대한 안티의 늪에 빠져 버렸고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거대자본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군사정권 시절처럼 노동자들에게 호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현상은 사회의 전영역에서 정도가 차이가 있을 뿐 일반적인 것이 되고 말았는데, 특히 교육계에서 악성 증상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 수구세력의 준동도 노정권의 불철저한 개혁정책 때문

지난 6월 14일 이른바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하 교시련)이 창립되었다. 충남 서교장 사건이후 전교조의 반전평화교육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폐기 투쟁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수구 기득권 세력이 전교육부총리 이상주를 필두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들은 창립 선언문에서 "오늘날 우리 교육은 정부의 서투른 개혁정책으로 혼란에 빠져 있고, 교육계내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으로 학교 현장은 극심한 긴장이 고조되어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주장하여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보임과 아울러 교육계내의 갈등을 과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창립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리고 "참교육이 이루어져야할 학교에서 특정 교직단체의 편향된 신념을 주입하는 의식화 작업이 공공연히 행해짐으로써 청소년들의 가치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2세 국민의 건전한 성장발달을 가로막는 어떠한 사회세력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안티 전교조로서의 자기 위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발기인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수구·보수 인사들이다. 이북출신 전직반공총리들, 교육개혁은커녕 물의를 빚고 도중하차한 교육부장관들과 5공출신 前내무장관, 사립학교 관련 前국회의원 몇 명, 국회돗자리로비 사건의 당사자를 포함한 前서울시교육감들, 조선일보 前논설위원에다가 김동길, 박홍을 포함한 교수, 교장단에서 전교조 타도를 위해 맹활약하고 있는 초중고 교장들, 전직 교육위원·교육관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바른교육시민운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충효예실천운동본부 등 그동안 한국교총과 함께 활동해온 보수적인 단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을 포함하여 교육관련 수구기득권 세력이 총집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을 뭉치게 한 계기는?

물론 수구기득권 세력의 위기의식이다. 사실 김영삼 정권시절부터 위기는 싹트기 시작했다. 전교조 해직교사가 복직됐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어 교장의 독점적 권력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은 전교조를 합법화하여 장관과 교육감을 포함한 모든 교육관료들에게 평교사인 전교조 대표와 굴욕적이게도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토록 함으로써 수모를 주었고, 정년단축으로 교장들이 실질적인 최대 피해자가 되었으며, 인적 충원도 기득권 집단이 아닌 곳에서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이들이 역대 정권기를 호시절이라 추억하며 맛볼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컸을 법하다. 이에 더해 (이회창이 아닌)노무현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기득권 상실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대선공약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 내용―보직제 등 교장임용제도 다양화,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 법제화, 교육부개혁 및 교육혁신위 가동, 사립학교법 개정 등―이 현실화되었을 때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수위 구성, 부총리임명, 교육혁신위 준비팀 구성 등에서 개혁 성향의 인사가 상당수 들어감으로써 저들의 눈에는 노정권과 전교조의 밀착으로 보였을 법하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식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이 저들의 우려 대상이 아니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앞뒤 못가리는 부총리에다가, 교사회 등의 법제화는 '사회적 합의 대상'으로, 교장임용제도는 '합리적 평가에 의한 교원승진제도 개선 및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라 하여 김대중 정권시절로 후퇴해 버리고 말았다. 나아가서는 교육개방 양허안도 제출해 버렸고, 네이스는 결국 교육계내의 싸움으로 만들어 교육관료와 자본의 편을 들어 주었고,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이 7월 1일자로 발효되었다. 이는 교육개혁에 대해 교육관료들을 포함하여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이 문제제기를 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만 형국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교육문제에 대해 제대로 보고해줄 보좌관 하나 없이 엇나가는 소리만 하고 있고, 부총리는 네이스 문제를 포함하여 교육정책에 대해 철학도 소신도 없고, 대신에 총리가 5·6공때처럼 공안 차원에서 교육감들 모아 놓고 법대로 하라고 다그치고 있으니 수구세력으로서야 교육계혁의 주도 세력인 전교조를 공격하기에 이보다 좋은 때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서교장 사건을 최대한 부풀리고 왜곡하여 퍼포먼스화하고 반전평화수업을 반미 의식화 교육이라고 전교조에 대해 이데올로기 공세를 가해 오는 것이다.

어쨌든 노무현 정권이 자신들의 태생적 근거가 되는 개혁에 대해 확고한 철학과 치밀한 계획이 없는데다가 일관성도 갖추지 못하여 수구세력이 발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전경련이 저렇게 방방뛰고,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교육계의 수구세력들이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게 된 것은 노무현 정권의 한계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상주 전부총리의 작금의 행태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데 전혀 새로운게 아니다. 그는 일찌기 1980년 전두환의 교육문화수석보좌관을 지냈고, 이후 대학 총장을 거쳐 정신문화연구원장, DJ 청와대비서실장, 그리고 지난 2002년 1월 교육부총리가 되어 출세와 보신을 원칙삼아 승승장구해 왔다.

그런데 전교조가 작년 초등학교 3학년 진단평가 문제로 자기의 위신과 체면을 깎았다고 저렇게 아우성을 치면서 전교조를 욕하고 다니는 것이다. 사실, 전교조가 체면을 깎긴 깎았다. 원래 일제고사 형식의 초3진단평가 계획은 교육부에 없었다. 그런데 작년 3월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원래 '진단을 위한 표본평가'로 되어 있던 것을 이전부총리가 즉흥적으로, "볼태면 다 보지"라고 한마디 지시한 것이 작년 2학기 내내 전교조로 하여금 교육부를 상대로 싸우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초등학교 3학년 일제고사는 전교조의 투쟁 결과 폐기되었다. 이때부터 기분이 상한 이전부총리는 전교조를 '하이에나떼'니 하면서 욕하고 다닌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이들 수구기득권 세력들의 활동방식이 우리와 같은 운동의 방식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교시련의 사례에서 보듯이 보수·수구적 사고방식을 가진 단체와 개인을 망라하여 보다 큰 조직을 만들고 현안에 대해 성명도 내고 시위도 하며 고발도 한다. 꾸준히 회원을 모집하고 관리하여 세력화하는 시민운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진보세력이 성장하여 제도권내 의사결정 과정에 일부 진입함으로써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게 된 수구진영이 자기들의 세력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처럼 교시련은 교장들을 무조건 가입시키고 있고 학부모들을 5만명이나 조직하겠다고 큰소릴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운동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구 교육단체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학사모)이다.

학사모의 창립 배경과 활동

지난 6월 19일 학사모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교조의 6월 21일 연가투쟁과 6월 25일 민주노총 파업참가를 위한 조퇴투쟁을 비난하면서 연가·조퇴교사의 교단퇴출운동과 아울러 학습권 피해소송을 제기해 학부모가 스스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나가겠다고 천명하면서 교육당국에 대해서도 투쟁에 참가하는 조합원의 명단공개와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여 평소의 전교조에 대한 적대 감정을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렇다면, 금년도 서교장 사건 이후 전교조의 주공격수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학사모의 실체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모인 집단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라는 미명 하에 참으로 우리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학부모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많은 시민단체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는 학사모의 정체를 따져봐야 한다. 똥이 더럽더라도 헤집어 봐야 병균을 찾아내고,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학사모는 작년 4월에 창립하여 서울에 본부가 있고 금년 4월 이후, 지방에도 지부를 결성하여 현재 대전, 부산, 예산, 원주, 충주, 대구 등 6개 지부가 있으며 자신들의 주장에 의하면 회원은 3,200명 정도라고 한다. 조직은 상임대표와 2명의 공동대표가 있고 상근간사 2명이 있다. 지방 지부는 보충수업과 평준화 해제 등을 찬성하면서 전교조와 갈등 관계를 빚어왔던 학부모단체나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등이 교육청과 교장단의 지원하에 금년 서교장 사건이후 급속하게 창립되었는데 본부와의 밀접성은 비교적 약한 것으로 보인다.      

학사모의 정관을 보면 주요 사업으로 '교육환경 및 교육제도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 교육발전을 위한 연구사업, 학부모의 역할과 권리·의무의 바람직한 수행을 위한 교육·연구사업'이라고 규정해 놓았으나 지난 1년 동안 이들이 한 일이라곤 전교조를 스토킹한 것 밖에 없다. 원래 그걸 위해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사모를 '안티 전교조'라고 하지 않는가.

학사모의 출발점을 찾을 때 아무래도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라는 시민단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현 학사모 고진광 상임대표와의 관계 때문이다. 인추협은 헌혈운동 등을 하기도 했으나 1991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기장을 무료로 아이들에게 배포하고 1년에 한번씩 시상을 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5백만권을 배포했다 한다. 장관, 총리, 대통령 명의로 시상하기 때문에 그 경쟁이 치열하고, 막강한 동원력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2000년 5월에는 대통령 부인까지 초빙하여 거창한 행사를 하기도 했다.

고진광은 인추협 초창기부터 사무총장 등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는 이사장으로 있다. 고진광이 학사모를 만든 배경은 인추협이라는 시민단체 활동 경험과 사랑의 일기를 통해 만든 학부모모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계기는 무엇보다도 교육개혁시민연대(이하 교개련)에서 인추협이 제명된 일일 것이다. 인추협은 교개련 출발부터 함께 했었는데, 2001년 5월 13일 교개련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아름다운 학교운동본부」의 '우리 교육 희망찾기 시민대회' 개최와 관련하여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1억1천만원 중 3천3백만원을 인추협 고진광 사무총장이 횡령했다하여 교개련 관계자가 고소하였다가 취하한 사건으로 교개련에서 제명되었었다. 이후 학부모단체나 전교조 등 교개련 소속단체와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학부모 운동을 해보겠다면서 만든 것이 학사모이니 안티 전교조는 너무도 자연스런 고진광의 지향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고진광은 자신이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있던 서울 난곡중에서 일부 학부모를 선동하여 2001년 10.27 전교조 연가투쟁부터 문제삼기 시작했다. 2002년도에는 서울 홍제초 운영위원장이 되어 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일부 학교장들이 단협에 반발하자 이를 재빨리 이슈화해줌으로써 학교장들의 지지도 받고 그해 7월에 실시될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교조 후보에게 타격을 줄 목적이었다. 그런데 고진광이 제기한 단협효력정지가처분신청은 학부모가 단협 당사자가 아니라 하여 기각되었고, 대전 학사모가 제기한 단협무효소송도 역시 같은 이유로 각하되었다. 따라서 고진광이 제기한 서울에서의 단협무효소송도 각하될 것이다. 고진광은 이를 뻔히 알면서도 학사모의 주요 사업화(단협피해 설명회 7회 개최, 학부모운영위원대표가 단협에 참가할 수 있도록 교원노조법 개정운동-1,200개 학교대표중 94%가 찬성해다고 선전중)한 이 소송을 계속 이슈화하기 위해 현재 증인 신청을 계속하여 법원의 심리가 연장되고 있다.

금년 들어 학사모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물론 서교장 사건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이고 이유는 아니다. 이유는 물론 앞에서 지적한 대로 노무현 정권이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일을 치밀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NEIS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설치할 때 NEIS에 긍정적인 학사모를 끼워줬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총리가 학부모나 시민단체를 만날 때마다 학사모를 꼭 초청했다. 구색갖추기라고 하지만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없으니까 교육부 관료들의 농간에 넘어가 수구 세력에게 발목을 잡히고 만 것이다. 학사모가 교육계 수구세력 가운데 유일하게 시민운동 방식을 취하고 있었으므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교육부가 키워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각광받지 못했을 것이다.

학사모 활동 방식과 문제점

학사모는 수구세력의 학부모 모임이다. 따라서 조·중·동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일보〉(4월25일자)는 학사모가 지난 4월 28일 총회를 통해 회원 직선으로 대표를 선출한다면서, 직선의 의미를 학사모가 학부모의 대표성을 가지고 교육부나 전교조와 대등 협상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큼지막하게 보도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교육》 6월호에 의하면, 학사모 최모 특판위원장은 교장들에게 《월간중앙》이 지난 5월호에 '전교조와의 대논쟁, 교장선생님의 울분' 등을 특집으로 실었고, 앞으로도 교육현안과 관련된 학사모의 활동이 《월간중앙》에 실릴거라면서 《월간중앙》(연12만원)과 〈뉴스위크〉(연12만5천원)의 연간구독을 부탁하는 팩스를 학교로 보냈다. 학사모 수익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문모 〈중앙일보〉 시사미디어사장(월간중앙발행)이 인추협에서 분리된 '사랑의 일기' 재단 이사장이다.

한편, 학사모가 갑자기 클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로 교육부 말고도 교장단의 지원을 들 수 있다. 학사모에서 앞에서 말한 단협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단위학교 피해사례란 것을 조사했는데 서울시내 초등학교 271개교를 포함하여 대략 300개교의 학교장이 학사모에게 피해사례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교육희망〉 보도를 보면 학사모에서 학부모들 몇 명을 모아놓고 '단협피해설명회'란 것을 하는데 피해란 것이 「주번교사제도·폐휴지수합·출근부 폐지, 보건휴가 조직적 이용」등이라 하고, 《우리교육》5월호를 보면 피해사례 설명회에서 학사모측은 "생활지도교사를 부활하여 기강을 바로 잡아야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학습지도안 결재를 해야 교장과 평교사간의 위계질서가 바로 잡힌다",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은 생리를 하니 교사는 생리휴가 욕심을 버리고 복무자세를 확고히 하라" 등을 학교교육정상화 방안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학사모의 회원이 3,200명이라는데 위에 인용한 〈조선일보〉에 의하면 3월말부터 한 달사이에 각급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등이 2,000명 가까이 가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시 최홍이 교육위원이 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것을 보면 금년 3월말과 4월초에 학사모는 회원추천의뢰 공문을 학교장에게 보내 201명의 회원을 가입시킨 것으로 되어 있으니 부분적이지만 〈조선일보〉 보도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와같은 학사모와 교장단의 유착관계는 지난 5월 11일 전국교장결의대회 때 학사모가 질서유지를 위한 자원봉사까지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어떻든 고진광은 지난 5월말 전교조와 교육부가 NEIS에 대해 합의했을 때 이에 항의하기 위해 집회는 물론이고 4일 정도 단식까지 했었다. 교총이나 한교조도 못한 것을 하고 있으니 수구세력에서 고진광을 안티 전교조의 선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시련 창립대회를 전후하여 학사모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당연히 고진광이 교시련 발기인이 되고 회원단체로 학사모가 가입할 줄 알았는데 학사모 전대표로 현재는 학교사랑학부모연합회(학사연이라 하며 지난 6월3일 광명시 조직 창립) 김용길 상임대표만이 교시련 발기인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분열인 셈인데 학사모 측에서는 '교시련은 정치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며 자기들은 순수 학부모 운동만 할 것이라 한다. 그리고 지난 6월 2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전교조가 조퇴하여 참가하는 것에 대항하여 전국학부모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다가 무기 연기하고 말았다. 결국 힘이 달리니까 못한 것 아니겠는가. 교시련이 창립되면서 힘이 기우는 듯하다. 문제는 교시련이 학사모처럼 시민단체같이 활동할 수 있느냐인 것 같다. 교시련이 상층부 활동 위주로 한다면 학사모의 일정한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고진광 1인 단체나 다름없는 학사모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서교장 사건을 중심으로한 안티 전교조 활동이어서 이슈가 사라지면 수구세력 내에서도 별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그리고 단협 관련 학사모의 문제제기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곧 각하될 것이기 때문에 교장단의 기대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막무가내식 활동 이외에는 논리적·철학적 기반이 약해 한계가 뻔히 내다보인다.

우리에게 남은 일

우리는 노무현 정권을 정치적 대중동원을 필요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권, 중도보수정권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 속도조절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드러낼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빨리 정치적으로 우경화하면서 시장화, 개방화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정치지형은 수구-보수의 급속한 연합이 창출되는 가운데 민중탄압의 강도가 차츰 거세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내놓은 법안이나 정책도 반민중적인 것 일색이다. 교육부문만을 보아도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논리에 따라 교육개방 양허안을 제출했고, 네이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차 무시한 채 자본이 만들어 준 전자정부 논리에 맞추어 가고 있으며, 전국을 착취의 자유구역으로 만들 위험이 도사린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을 7월 1일부로 발효했다. 교원지방직화는 유보방침이 발표되었다가 금새 다시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실정이다.

이에 우리의 강고하고 줄기찬 투쟁이 필요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이번 네이스 투쟁처럼, 우리만의 싸움이 아닌 거대한 연대를 구축한 싸움이어야 한다. 학부모, 민중, 시민과 함께 함으로써 자기들의 이해관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려는 사이비 운동가 혹은 운동브로커들을 추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이나 학부모를 팔아먹고 있는 일부 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들의 부도덕성을 적극적으로 폭로하여야 한다.

한편, 부도덕한 수구세력의 토양이 되는, 노무현 정권의 개혁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를 견인하여 최소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도록 하여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진보적 정책은 내오지 못하더라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만들어야 하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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