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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마이클 애플 방한 특집] 3. 애플과 비고츠키

2014.10.06 14:45

진보교육 조회 수:606

[마이클 애플 방한 특집] 비판교육학과 새로운 담론지형 형성

3.애플과 비고츠키

천보선(전교조참교육연구소, 2014마이클애플 초청 공동심포지엄 준비위원회)


* 사과와 배?

마이클애플이 오는 10월에 방한한다. 10년전 애플은 한국의 교육운동 주체에게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비판의 무기를 제공하였다. 이번 방한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지난 10년 사이 한국 교육운동은 지난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반대운동을 전개해 왔다. 비록 교육시장화를 막아내진 못했지만 치열한 대치선을 구축해 왔고 일제고사, 자사고 폐지운동 등 반격에 나서고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육시장화를 넘어선 대안으로 발달과 협력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형성해 왔다.
이 시기 한국 교육운동은 이론적으로는 주로 교수-학습론, 발달심리학을 파고 들었다. 프레네, 발도르프, 배움의 공동체 그리고 비고츠키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한편으로는 ‘수업탈주’, ‘교실붕괴’ 등 수업장면에서 나타나는 교육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학교개혁운동의 구체적 방향과 내용을 채워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느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명시적인 비판운동이 크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8-90년대 교육운동이 태동, 성장할 수 있게 이론적 동력을 제공했던 비판교육학은 어느덧 옛 시절의 이론 취급을 받고 있었다. 비판교육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곳도 거의 없었고, 진전된 이론적 논의들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애플 방한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우선은 비판교육학의 새로운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판교육학은 ‘교육’ ‘학교’ ‘교육과정’ ‘교사’ 등의 문제를 거시적, 구조적 차원에서 바라보게 해주며 교육운동의 기본적 근거를 제시해 준다. 애플은 비판교육학 논의에서 최전선에 서있다. 애플 방한은 ‘실종’ 상태에 있었던 비판교육학 논의를 새롭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음으로 이렇게 부활하는 교육사회학적 논의와 그 동안 진행되어 온 발달교육학(교수-학습론, 발달심리학)의 결합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애플 방한의 진정한 이론적, 실천적 의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거시와 미시의 만남, 사회적 주체 형성과 인간발달의 만남. 그를 통한 진보적 교육학의 재구성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분명 진보교육의 이론적 지평을 새롭게 일구어 나가도록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의 만남에 대해 두 영역의 가장 대표적이고 선도적인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1.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

1) 비판교육학(애플을 중심으로) - 사회적 주체 형성의 문제
비판교육학의 중심 문제는 자본주의사회와 학교교육의 문제이다. 보울스·진티스 이래로 일리치, 윌리스, 알튀세, 부르디외, 플란차스, 애플에 이르기까지 비판교육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학교가 어떤 성격과 기능을 지니며 그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영향은 어떠한가의 문제를 주로 다루어 왔다.(프레이리 등 일부 ‘교수-학습’실천에 중심에 둔 논의도 있었으나 주된 경향이 아니었고 프레이리의 논의는 제도 밖 성인교육에 초점이 두어졌음.) 초기 다수의 비판교육학자들은 학교의 재생산 기능을 분석적으로 폭로해냈고, 플란차스, 애플 등은 상대적 자율성 개념에 근거해 저항적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애플은 ‘재생산이론’으로 통칭되는 이전 비판교육학의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점유하면서 비판교육학과 저항적 실천을 연결하고자 했다. 애플은 학교가 계층화된 작업장에 알맞게 위계화된 학생 집단을 산출해 낸다는 보울즈와 진티즈의 주장에 일차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재생산론을 비판적으로 점유하면서 학교는 단순한 경제적 반영 이상으로 학교는 경제와 국가와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때로는 갈등하면서 접합하는 장소로 보았다. 재생산/저항의 양 측면을 바라 본 애플의 이러한 논의는 ‘비판적 교육실천’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었고 8-90년대 한국에서 교육운동이 발흥하는 토대 중 하나가 되었다.

보울스, 진티스에서 애플에 이르는 비판교육학의 주된 문제는 결국 주체형성의 ‘사회적(집단적) 과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재생산론은 학교를 통해 자본주의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계급주체들이 재생산된다는 것이었고 애플 등의 저항이론은 재생산론의 단순한 설명을 넘어 틈새와 불일치, 나아가 저항 주체의 형성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 것이었다. 물론 주체형성의 과정이 오직 학교를 통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주체형성의 ‘사회적(집단적) 과정’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판교육학은 학교가 어떻게 기존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계급, 권력 관계로부터 규정받고 재생산하는데 기여하며, 또한 변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부여받을 수 있는지 해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주체 형성’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비판교육학에는 주체형성의 ‘사회적 과정’은 있지만 ‘개체적 혹은 개인적 과정’이 빠져 있다. 발달의 관점과 그에 기초한 교수-학습 문제가 결여되어 있다. 이 때문에 비판교육학에 기초한 실천은 주로 학교교육의 불평등, 비민주성 등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실천에 집중하게 되고 교수-학습의 실천에는 한계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분리된다. 8-90년대 한국의 교육운동이 그러했다. 불평등과 비민주성에 대항하는 제도투쟁과 교수-학습에 초점을 둔 참교육실천이 분리되었으며, 참교육실천운동은 경험적, 감각적 차원에 머물면서 낭만적 성격을 띠었다.  
  
주체형성의 개체적(개인적)과정과 사회적(집단적)과정은 결코 분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주체형성은 개체발달을 통해 이루어지며, 또한 개체발달의 총체는 역사적 주체 형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체형성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비판교육학과 함께 발달교육학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2) 발달과 협력의 비고츠키교육학 - 주체적 인간발달의 문제
2000년대 이후 한국 교육운동 진영에서는 프레네, 발도르프, 배움의 공동체 그리고 최근의 비고츠키에 이르기까지 발달교육학이라고 총칭할 수 있는 교수-학습론, 발달심리학 등에 대한 학습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수업탈주’ 현상 등 위기적 교수-학습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요구, 혁신학교운동의 실천적 필요성과 거시적 교육담론의 빈 공간을 채우려는 이론적 필요성이 함께 결합되었다.
혁신학교운동의 내용적 체계화, 발달과 협력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형성에서 보여지듯 새로운 성과들이 쌓여 나가고 있다. 여기서는 발달교육학의 최전선에 있는 비고츠키교육학을 간략하게 언급해 본다.

* 인간발달의 보편적 원리 탐구
비고츠키는 혁명기 러시아 상황에서 주로 인간발달의 보편적 과정을 변증법적유물론에 입각하여 연구하였다. 그의 궁극적 지향은 인간발달에 대한 총체적 해명과 혁명적 발달을 담지할 역사적 주체 형성에 있었다. 그는 개체(개인)발달의 보편적 과정을 ‘의식발달’을 중심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주력하였으며 ‘사회적 의식’ 해명의 장대한 과제는 미처 진행하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그럼에도 그의 연구는 총체적 인간발달 과정과 교육현상 전반을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핵심적인 준거와 시사점을 준다. 왜냐하면 모든 교육현상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의식발달과정과 관련있는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인간발달에 대한 그의 총체적, 인과역동적, 발생적 관점과 도구와 기호, 언어의 매개적 역할, 고등정신기능, 개념적 사고와 주체성의 발달과정, 근접발달영역 창출 등의 개념들은 교육현상과 실천을 이해하는 틀과 개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단지 지향적 개념에 머물러왔던 ‘전면적 발달’은 비로소 과학적 분석의 개념이자 실천의 방법론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 비고츠키발달론과 학교
비고츠키는 혁명러시아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실천을 역사적 주체 형성의 핵심적인 기제로 보았다. 교육이 발달을 선도할 수 있으며 학교에서의 협력적 교수-학습을 통해 과학적 인식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통해 개개인의 발달과 민중의 주체성, 계급의식이 함양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혁명이라는 문화역사적 상황과 실천을 통해 인간의식의 비약적 고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인간발달과 역사적 주체 형성은 한편으로 발달의 위기를 역동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으로서 속도전이나 이데올로기적 강요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교육이 발달을 선도하되 토대와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없으며, 사회적 규정을 받지만 주체에 의한 자율적 과정이며, 인간형성은 무엇보다 사회적 관계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

* 자본주의사회와 비고츠키발달론
자본주의사회에서의 학교, 교육현상에 대해 비고츠키는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관점을 제출한다. 그는 자본주의사회의 노동분할과 계급분할이 총체적 발달을 가로 막고 자본과 생산수단에 인간을 예속화하면서 파편화되고 굴절된 인간발달을 형성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는 전면적인 인간발달을 위해서는 첫째,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계급폐지를 통한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둘째,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결합, 협력적 생산활동의 전개. 셋째, 제반의 사회적 관계의 (협력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새로운 역사적 주체를 교육을 통해 의식적이고 사회적으로 형성해 나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학교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였다. 그는 자본주의적 노동분할과 파편화된 발달을 극복하고 생각과 활동의 결합, 정신적 발달과 육체적 발달의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이 되어야 전면적인 인간발달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비고츠키는 자본주의사회의 교육과 학교에 대한 분석을 심화시키지 않았다. 그의 주된 과제는 인간발달의 보편적 원리를 규명하고 혁명기 러시아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과 과제를 제시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비고츠키 논의에서 ‘자본주의사회와 교육’이라는 주제 영역은 사실상 결여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사회의 학교와 교육현상을 올바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고츠키가 규명한 인간발달의 보편적 원리 적용과 현대 비판교육학의 분석이 함께 조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애플과 비고츠키 : 공통의 기반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의 결합이라는 문제를 애플과 비고츠키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풀고자 하는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우선 두 사람이 각각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양 자의 결합 속에서 풍부하고 선도적인 내용들이 창출될 수 있다. 둘째, 두 사람의 기본 관점과 지향이 기본적을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라 하더라도 기본 관점과 지향이 다르면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둘은 결합 가능한 토대를 지닌다.

1) 관계적 관점 : 철학적 기반 공유
둘은 철학적 토대를 일정하게 공유한다. 애플은 자신이 유물론에 입각하여 교육현실을 분석하고자 함을 밝히고 있으며, 비고츠키는 곳곳에서 유물론적 변증법의 관점을 강조한다.
둘의 이러한 철학적 공통 기반은 특징적으로 ‘관계적으로 사고하기’라는 관점, ‘관계적 분석’이라는 방법론으로 나타난다. 주요한 저서 제목들만 보아도 그러하다. 애플의 ‘문화정치와 교육’ ‘이데올로기와 교육과정’ ‘교육과 권력’ 등이 그러하고 비고츠키의 ‘생각과 말’ ‘도구와 기호’ 등이 그러하다.(책 제목의 일부는 번역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관계적 관점’이란 무엇인가. 관계적 관점은 어떤 현상과 사물을 고립적으로 보지 않고, 역동적 상호작용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교육과 권력’의 문제에 있어서 애플은 학교교육에 대해 지배적 권력의 이해가 주요하게 규정(재생산의 측면)하지만 일방적이지만은 않으며(저항적 측면) 계급적, 정치적 대립이 펼쳐지는 역동적 공간으로 분석한다. 교육과 권력관계를 매개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헤게모니이다. 애플은 교육-이데올로기-권력-경제체제로 연결되는 교육현상에 대한 관계적 분석을 진행한다.
비고츠키는 ‘사회적 관계’를 통한 인간발달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많은 부분 분석 대상 자체가 ‘관계’였다. ‘생각과 말’ ‘도구와 기호’ ‘초등정신기능과 고등정신기능’ ‘자연적 과정과 문화역사적 과정’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 등등. 개념 규정도 관계적이다. ‘생각과 말’에 있어서 비고츠키는 ‘말을 통해 생각이 형성되고, 생각은 말을 통해 실현된다’고 보았다.

관계적 관점은 인식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관계적 관점은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교육현상을 바라보게 하면서 핵심적인 관계를 조망하도록 함으로써 총체적인 시각으로 연결된다. 또한 상호작용을 역동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상호작용은 역동적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또한 관계적 관점은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사고로 연결된다.

교육현상에 대한 총체적, 역동적 시각과 변화, 발달에 대한 적극적 사고는 애플과 비고츠키의 공통점이다. 이 바탕에는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철학적 토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둘 다 변증법적 유물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서 공통의 철학적 기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유물론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를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변증법적 유물론이 생생한 역동성을 상실하고 얼마든지 기계적인 차원으로 왜곡, 화석화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 자의 진정한 철학적 공통점은 변증법적 유물론을 올바로 적용하려는 노력에 있다. 변증법적 유물론을 생생한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이 관계적 관점이라는 공통된 방법론으로 나타난 것이다.

2) 비판적 점유
그들의 유물론적이고 유연한 태도는 ‘비판적 점유’라는 이론적 태도로도 나타난다. 비판적 점유는 기존의 이론을 대할 때, 충분히 그 내용에 정통하면서 성과는 수용하고 한계와 오류를 넘어서는 이론적 태도를 말한다. 비판적 점유는 ‘이론적 지양’의 방법이다.
애플은 재생산이론의 성과를 수용하면서 지나친 단순화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비고츠키 역시 피아제 등 당대 이론적 성과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논의를 상승시켜 나갔다. 비판적 점유는 양 자의 결합을 시도할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태도이기도 하다.

3) 학교교육/교사의 역할에 대해
두 사람 모두 학교교육과 교사에 적극적 의의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애플은 학교에 저항적 실천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학교를 계급대립이 전개되는 정치적 공간으로 보고 있으며, 나아가 학교와 교육의 변화를 통한 사회변혁에의 이바지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것이 이번 새로운 저작의 주제이기도 하다.
비고츠키는 더 적극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학교가 모든 사람에게 체계적 학습의 기회를 부여해 주면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 주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그의 이러한 기대는 당시 혁명기 러시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구조적 사회 변혁 이전에도 학교가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 기관으로 일정한 수준까지 변화될 수 있음은 핀란드 등 선진교육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다.
또한 둘 모두 교사에 적극적 역할을 부여한다. 애플은 교사에게 자본의 논리와 규격화된 행위가 강요된다고 보면서도 유기적 지식인으로서의 저항적 가능성을 부여하고 그 실천적 필요성을 강조한다. 비고츠키는 기본적으로 발달과정에서 교사가 선도적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이러한 의미 부여는 둘 모두 적극적으로 ‘학교의 변화’를 추구하고 ‘교사의 의식적 실천’을 도모하도록 한다.

4) 교육과정의 중시
양 자의 논의는 핵심적으로는 교육과정 논의에 모아진다. 애플은 교육과정이 주된 분석 영역이다. 그는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교육의 정치적 성격을 규명하였고 지배적 교육과정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정면으로 비판하였다.
비고츠키는 교육과정 자체를 집중적 분석대상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그의 논의 전반이 교육과정구성 문제와 연결된다. 발달단계의 문제, 근접발달영역의 창출, 언어와 기호활동의 강조 등 그의 논의는 교육과정 및 평가, 교수-학습을 구성하는데 있어 직접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3. 약간의 시론적 논의
애플과 비고츠키는 교육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애플이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접근인 반면 비고츠키는 개체발생적, 미시적, 심리적 접근이다. 비판교육학자인 애플에게는 미시적 교수-학습론이 비어있고, 발달심리에 초점을 두었던 비고츠키는 사회적 주체 형성의 문제를 미처 풀지 못했다. 주체형성 혹은 인간발달의 총체적 차원에서 양 자는 서로 보완, 결합될 필요가 있다. 양 자의 결합을 모색할 때 둘은 적지 않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토대가 있음을 살펴보았다. 애플과 비고츠키의 결합,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의 결합 문제를 향후 한국교육운동의 주요한 과제로 설정하면서 몇 가지 시사점에 대한 시론적 논의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1) 혁신학교운동과 애플, 비고츠키
새로운 교육패러다임 형성의 견인차가 되고 있는 혁신학교운동은 교육주체의 자율성, 자발성 형성과 교수-학습 개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애플과 비고츠키 모두 혁신학교운동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비고츠키는 혁신학교운동과 이미 일정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혁신학교운동의 모토가 되는 ‘협력교육’은 비고츠키교육학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교교육과정 재구성’을 중심으로 비고츠키교육학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적지 않게 시도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도 비고츠키교육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비고츠키교육학은 혁신학교를 통한 발달과 협력의 새로운 교육관계, 새로운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의 내용적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발달기능에 입각한 새로운 학력관을 추구한다. 그러나 아직 시작일 뿐 풍부하고 체계적인 적용은 혁신학교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실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애플의 논의는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성열관은 혁신학교와 애플의 ‘민주학교’를 대비시키면서 ‘사회정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혁신학교는 애플의 <민주적 학교>와의 교차와 대비를 통해 학생중심 교육은 물론 사회정의 교육에 대한 논의를 위한 좋은 소재로 볼 수 있다. ... 이와 같이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학교상은 인간적 삶과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고, 생태적이며, 개성이 발휘되고, 지식과 실천이 통합되는 교육을 추구하는 민주적 학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클 애플 교육사상을 엄격하게 읽는다면, 혁신학교는 진보주의적(progressive) 학교일 수는 있지만 민주적 학교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민주적 학교>에서 주장한 애플의 ‘민주적 학교’는 사회정의 교육이 핵심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마이클 애플에게 민주주의는 단지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의 가치가 평등하게 승인되는 사회구조의 원리이며 불평등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애플이 주장하듯이 사회정의 교육은 불평등을 교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불평등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 지 탐구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학생이 속한 인종, 젠더, 문화에 대해 가르칠 때 그 정체성이 동등하게 승인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가 물질적 자원이나 가치의 분배를 결정하는가의 문제, 즉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표되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고 그 대표 상태가 불평등하다면 이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교육해야 한다.“(성열관, ‘마이클애플의 교육사상과 실천적 쟁점’ 중에서, 2014)

애플의 사회정의교육은 ‘가치교육’ 영역에 해당하며, 그 중에서도 평등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에 강조를 두는 교육이다. 사회정의교육은 그 동안의 교육운동과 혁신학교운동에서도 일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의 설정에서 다소 막연하고 불분명한 점이 있어 왔다. 애플 논의의 시사점은 혁신학교운동에서 가치교육 및 사회정의교육의 의의와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해야 함을 의미한다.

혁신학교운동과 관련 애플과 비고츠키 모두 일정한 시사점과 도움을 제공한다. 애플은 주로 ‘가치’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비고츠키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주체를 어떻게 발달시킬 것인가의 문제 속에서 ‘발달’과 ‘협력’을 제기한다. 둘은 따로 뗄 수 없다. ‘가치’와 ‘발달’, ‘민주주의’와 ‘협력’은 긴밀히 연관된다.

2) 교육과정 논의
애플과 비고츠키 모두 교육과정 문제와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정 문제는 애플과 비고츠키가 직접적으로 결합되는 영역이다.

애플은 주로 교육과정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는 문제를 던지면서 ‘지식 선택’의 개념을 등장시키고 공식적, 잠재적 교육과정의 본질과 성격을 파헤친다. 그리고 사회정의교육을 강조한다. 애플의 이러한 논의는 교육과정 구성의 주체(민주적, 독립적 기구), 가치교육의 강화, 서열적 선발 기능의 폐지 문제와 연결된다.
비고츠키의 논의는 주로 급별 교육목표와 교과편제, 평가 기능의 재구성, 교수-학습에 연결된다.

그러나, 사실상 교육과정 전반에서 양 자의 논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교과편제 및 주제 선정의 경우 발달단계(비고츠키), 가치교육(애플)은 동시에 고려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교육과정논의기구 구성도 정치적으로 지배세력에 복속되지 않고(애플) 모든 사회구성원의 올바른 발달(비고츠키)을 도모하기 위해 양자의 문제의식이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평가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서열적, 선별적 평가는 정치적으로나 발달적으로나 잘못된 것으로 설명된다.
양 자를 결합할 때 교육과정논의는 거시적, 미시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풍부하게 구성될 수 있다.  

3) 교육시스템 개편과 관련
사교육, 교육불평등, 학벌사회의 폐해 등 기존에는 주로 비판교육학의 관점에서 교육문제들이 거론되어 왔다. 실제로 2003년 1차 공교육개편안은 비판교육학의 관점에서 주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발달과 협력의 차원에서 교육본질적인 비판이 제기되면서 근거를 풍부히 하기 시작하고 있다. 대안적 논의에서도 교육과정 문제만이 아니라 유아교육, 대학교육의 재구성 논의에 발달적 관점이 결합되면서 내용이 조금씩 풍부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비판교육학의 거시적, 제도적 시각과 발달교육학의 미시적, 발달적 시각이 대체로 병렬적, 기계적 수준에서 결합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후 화학적으로 결합되는 총체적 분석과 논의가 이루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4. 올바른 역사적 주체 형성의 문제
애플의 비판교육학과 비고츠키의 발달교육학이 함께 고려되어야 몇 가지 할 문제들을 잠시 살펴보았지만 궁극적으로 두 논의는 ‘주체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의 문제로 모아진다. 크게 보면 둘은 같은 목표 아래 다른 영역을 주로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은 사회전체의 수준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분석을 주로 했고 비고츠키는 개개인의 발달 과정의 이해에 주력하였다. 달리 표현하면 ‘주체 형성’과 관련하여 애플은 ‘사회발생’에, 비고츠키는 ‘개채발생’에 초점을 둔 것이다.

‘주체형성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과정’과 ‘개인적 발달’, ‘사회발생’과 ‘개체발생’이 함께 바라봐져야 한다. 두 논의가 결합되어야 할 근본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아쉽게도 그 동안 교육학의 역사, 비판적 교육실천의 역사 속에서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의 적극적 결합은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다른 분석 영역으로 인해 서로를 조금은 경원시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최근 교육운동에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두 흐름이 결합되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운동은 미시적 수업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교육과정’ 등 거시적 관점도 필요한 논의로 나아가고 있으며, 제도투쟁에 집중해 왔던 부분에서도 교수-학습 개선에 관심과 노력을 같이하기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이는 8-90년대 활발했던 비판교육학의 일정한 토대 위에서 최근 발달교육학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두 흐름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비판교육학과 발달교육학의 논의가 ‘융합’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논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두 영역은 별개의 분리된 논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측면을 결합하여 이해하는 것이 두 논의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개별적) 발달’과 ‘(집단적) 계급의식 형성’이라는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둘의 관계는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발달 없이 진정한 계급의식 형성은 어렵지만, 발달한다고 저절로 계급의식이 형성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논의의 결합은 새로운 과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이론적, 실천적 지평을 열어주는 과제이다. 두 논의의 결합은 보다 풍부한 관점과 내용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비판과 대안, 거시적 분석과 미시적 실천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교육담론을 새롭게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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