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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담론과 문화] 1. IT기술과 인간2 -게임이야기

2014.10.06 14:27

진보교육 조회 수:480

[담론과문화] 코난의 별별이야기

IT기술과 인간 2 – 게임 이야기

코난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요즘 게임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름방학 때 아들 녀석이 어떤 컴퓨터게임 정식 버전 하나를 갖고 싶다고 해서 사 주었는데, 어찌어찌하여 그 게임에 제가 빠져 버렸습니다. 저는 여름방학 때부터 추석 연휴에 이르도록 줄곧 산과 들을 달리며 동물과 몬스터를 사냥했고, 지하 동굴을 탐험해 광물을 캤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발전사에서 가장 큰 원동력이 게임과 [야동으로 대표되는] 포르노라는 말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공부를 안 한다거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의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꿔버린다는 걱정스런 진단이 줄곧 나오는 시절인데 제가 녀석한테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사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나름대로 사용해서 프로그래밍에 눈도 뜨고, 게임을 보는 나름의 눈도 떴다고 봤기에 사줬습니다. 그게 어떤 게임인지 조금 알아보기도 했고.
  제가 갖고 논 게임의 이름은 ‘마인 크래프트’(줄여서 마크)입니다. 위키에서 검색해 보면 마크는 스웨덴의 한 프로그래머가 만든 ‘샌드박스 인디 게임’이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인디 게임’은 독립 게임의 약칭이다. 곧, 기존의 유통체계나 기업에서 벗어나 개인 혹은 소규모의 팀이 자유롭게 만든 게임을 가리킨다. 우리가 많이 즐기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도 한 명 혹은 소규모의 개발팀이 만든 인디게임이 많다. 인디게임은 영화 같은 그래픽의 블록버스트급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게임 그래픽도 단순한 것이 많고 내용도 대부분 짧다. 1980년대 PC게임 시절부터 있어 왔던 인디게임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자신의 상상을 누군가에게 속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펌글)

‘샌드박스(Sand Box)’란 말 그대로 모래상자다. 주변의 놀이터에서 모래를 갖고 노는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모래라는 기본 요소로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샌드박스는 원래 비디오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창조적 욕구의 실현을 중요시하는 일부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일컫는 단어였으나 지금은 그 의미가 넓어져서 높은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하거나 레고처럼 블럭이라는 기본 요소들을 이용해 건물이나 물건을 자유롭게 만드는 게임을 일컫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 펌글)

  특히 저는 이 게임의 레고 같은 성격과 인간 활동에 대한 시뮬레이션 측면과 자유로운 확장성 때문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레고는 블록의 개수만 많다면 어떤 모양의 건물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마크는 레고와 같이 블록 단위로 가상 공간에서 건물이나 지형을 만들기 때문에, 컴퓨터 용량만 허용한다면 거의 무한대로 지형이나 건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게임을 이용해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유명한 장소(에반게리온의 제3 신동경시, 반지의 제왕의 미드랜드)를 게임 속 가상세계에 실제로 구현하는 일도 있으며, 덴마크 지리청에서는 마크를 이용해 교육용으로 덴마크를 1:1 비율로 재현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쉽겠지, 하고 지레 짐작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큰 계획을 실행하려면 실제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또한 아직 겪어보지는 못 했으나 큰 확장성으로 다양한 모드 제작(게임의 변형이나 확장, 예컨대 진격의 거인 모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이 초대박 인디게임을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5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합니다. 무심하게 생각하면 더 큰 회사에서 인수했으니 게임이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긍정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윤만 쫓다 보면 자유나 확장성이 사그라들지도 모릅니다.

  이 게임은 정식 버전이 유료로 나와 있으나, 인디게임으로 출발한 특성 때문인지 하위 버전은 인터넷에서 쉽게 무료로 다운 받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이 게임을 해 보지 않은 아이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스마트폰 버전도 있음). 제가 담임을 맡은 반의 어떤 학생은 저를 걱정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한 번 시작하면 벗어날 수 없다는군요. 자기는 지겨워질 때까지 두 달이 걸렸다는군요.  

  제 나이 또래의 성인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옛날에 전자오락실에서 동전을 넣고 하던 오락실 게임이 고작입니다. 그 당시 유명했던 게임으로 갤러그, 인베이더, 벽돌 깨기, 방구차, 제비우스 등이 기억납니다. 오락실 게임은 동전을 집어넣고 짧은 시간에 해야 하므로 호흡이 길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아케이드 게임이라 일컫는,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목숨을 가지고 진행하는 슈팅 게임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에도 게임이 차츰 올라왔고,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컴퓨터 게임도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자, 혼자 컴퓨터를 대상으로 하던 게임이 [통신을 이용하여] 수천 명이 동시에 같은 게임을 즐기는 인터넷 게임으로 다시 한 번 진화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수많은 게임이 실제 인간 활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으며,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고 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게임이 차츰 실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게임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일시적으로 2차원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이 다시 유행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게임의 진화가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그래픽 화면이 점점 실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흑백이 컬러로 바뀐 것은 벌써 옛날 일이 됐고, 2차원 게임보다는 3차원 게임이 주류가 돼 가고 있습니다. 또한 3차원 게임의 그래픽 질과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차츰 실사 화면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마치 그림 그리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거의 사진과 구별이 안 되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것처럼, 3D 기술이 발달하면 현실을 촬영한 실제 영화와 구별이 안 되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동안 영화에서 특수효과가 하던 일은 거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실사인지 그래픽인지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아직까지는 3D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만화처럼 보이지만 훗날에는 실사 영화와 구분이 되지 않는 3D 애니메이션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으리라고 상상해 봅니다. 또한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완수해야 할 목적을 가진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할 때 실사와 구별이 되지 않는 게임의 탄생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마크의 경우 인디게임이라서 그런지 그래픽 자체가 매우 단순하고 조잡한 편입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구별이 되지도 않았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또한 컴퓨터 성능에 따라 그래픽을 향상시킬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어서 앞으로 그래픽이 향상될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둘째, 내용이 점점 실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대항해 시대’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놀랐던 것이, 게임 속에서 무역을 하려고 유럽에서 인도로 항해할 때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실제로 이동 시간이 8시간이나 걸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짧은 호흡으로 잠깐 즐길 게임이 아닙니다. 그냥 시간 때우기라 말하기에는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나 책을 보면서 스릴을 느끼고 공감을 하는 일이 게임에서도 일어납니다.
  마크의 경우 플레이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데미지를 입게 돼 있고,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경우 플레이어가 죽습니다. 부활이 가능하긴 해도 고생해서 얻은 아이템을 잃어버리는 까닭에 웬만하면 죽지 않으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경우 [마크에서] 높은 절벽에서 실수로 몇 번 떨어져 죽은 경험을 하게 된 뒤로, 실제로 게임상의 절벽에서 공포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저만의 특수한 경험은 아니겠지요. 또한 게임 인터페이스 기술 향상은 실제와 더 가까운 게임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마크와 같은 컴퓨터 게임의 경우, 모든 조작은 거의 대부분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가려면 W키를 계속 눌러야 하고, 달리기 위해서는 Ctrl키를 함께 계속 눌러 줘야 합니다. 방향을 바꾸려면 마우스를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이런 키보드나 마우스 조작은 걷거나 달리기 위한 다리나 몸의 움직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하지만 러닝 머신을 컴퓨터와 연결해서 다리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전달하는 게임을 만든다면 좀 더 실제와 같은 게임이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아직 러닝 머신을 이용한 게임은 없지만 요즘 전자오락실에 가보면 총 쏘는 게임을 위해 가짜 총을 이용한다든가, 오토바이 레이싱 게임을 가짜 오토바이 위에서 실제 몸을 기울이면서 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비용이나 성능 문제만 해결된다면 실제 현실과 매우 비슷한 가상 현실 게임이 등장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군대에서 실제 비행기 훈련을 대신하여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데 사용된다는 전투기 시뮬레이션의 경우, 오락성만 조금 가미된다면 금세 게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3D를 넘어 오감[五感]을 자극하여 실제와 점점 가까운 감각을 느끼게 한다는 4D가 나오는 시절이니 이쯤 되면 게임이 현실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넘어 현실을 아예 대체하는 것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현실을 완벽히 재현하는 3D 가상 현실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시뮬레이션(흉내, 복사물)은 시뮬레이션일 뿐 현실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꾸만 현실을 떠나 게임이나 영화 같은 가상 현실에서 만족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현실 속에 진실이나 원본이 아니라 복사물이나 가짜만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러 시간 동안 평원을 달리고, 산을 오르내리고, 바다를 항해했는데도 다리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팔과 어깨만 좀 아팠지요. 하지만 미래에는 실제 다리가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에 괴로운 실제 삶과 즐거운 게임 속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세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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