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6호 [진보칼럼] 2012년 대선과 노동자민중운동의 과제

2012.10.15 15:29

진보교육 조회 수:707

[진보칼럼]

2012년 대선과 노동자민중운동의 과제

이현대 /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지속되는 세계경제위기와 한국사회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있는 가운데, 유럽의 위기가 지속, 확대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커다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는 국가별, 지역별로 불균등한 양상으로 시차를 두면서 진행되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장기간에 걸쳐 세계의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나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해 보인다.

트로이카(유럽연합 EU,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의 구제금융과 긴축재정이 남유럽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권의 전염을 막음으로써 유럽 중심국과 (금융)자본의 이해에 봉사하지만, 해고, 임금삭감, 사회보장 축소 등으로 주변국의 민중에게 큰 고통을 전가한다. 더욱이 화폐동맹 하에 평가절하를 할 수 없는 그리스와 같은 위기국가들은 구조조정·노동유연화 등 긴축정책을 단행하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최근 트로이카와 유럽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맞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유럽 민중의 긴축 반대 시위가 증폭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긴축에 반대하고, 공정분배를 요구하는 대중시위가 재개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지배계급과 자본은 한국 경제의 활로를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위기관리를 위한 미국의 군사전략과 연계된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에서 찾으며 자유무역협정 전략과 노동유연화(비정규직,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양산) 법제화, 군비증강을 계속해서 추진해왔다. 표면적으로 한국사회는 2007-09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일정한 경제성장세를 회복하였으나, 97~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초국적 자본의 한국경제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장치를 대폭 완화시킴으로써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다. 또한 배당금, 주식투기 차익, 기업내부 거래, 로얄티 등의 방식으로 국부유출의 경제구조를 형성했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저임금/고강도/장시간 노동을 확대시켜왔다.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하여 재벌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며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시민들은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와 계약해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불신, 정당정치의 중도지향성의 강화와 안철수 현상, 진보정당의 선거-의회주의  

한국사회는 1997년과 2007년 두 번의 경제위기라는 충격과 장기불황을 경험하는 가운데 누가 대통령인지, 누가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는지와 무관하게, 금융세계화에 편입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관철되어왔다. 금융시장 개방과 이에 동반하는 국내 제도 규제완화, 수출재벌 중심의 FTA 추진, 노동유연화, 한미동맹의 현대화 등 사실상의 보수-자유주의 간에 정책이 수렴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거수기화 되지만 오히려 정당 간, 정치인 간 이전투구는 더욱 극심해진다. 그 결과 국회는 민생문제에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곳으로 상징되고, 정당정치에 대한 대중적 불신과 냉소가 더욱 심화된다. 지배계급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지속하면서도 빈곤과 불평등이라는 부작용, 대중들의 불만을 완화하는 것이 공동의 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좌클릭’으로 표현되듯 각 정당 복지정책도 일정하게 수렴한다. 여전히 각 정당의 지역적 지지기반은 중요하지만, 점차 중도지향성을 내세운 포괄적 호소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또한 유동적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적인 전략으로 부상함에 따라 각 정당은 정당정치에 대한 대중적 불신과 냉소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거전문가를 영입하고, 새로운 선거기법을 도입하며, 정치권 바깥으로부터의 참신한 인물을 후보로 영입하려는 경향을 강화한다.

최근 안철수 현상은 이러한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매개로,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의 의도된 여론화 기획 속에서 노무현과 이명박 사이에서 대중들이 찾아낸 화해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서민의 친구이면서도 노무현과 달리 경제적으로 무능하지 않은 인물로 보인다. 또 그는 반칙 없이 성공한 경제인으로, 특권층과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며 공정성을 잃어버린 이명박과도 대비된다. 즉,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유능한 노무현이자 착한 이명박이다. 안철수 지지층의 상당수는 문재인보다 박근혜를 더 지지하는 중도보수층으로 분류되는데, 안철수 원장이 과거 노무현, 이명박에 투표했던 유동적 중도층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득표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의 중도지향성 강화는 여전히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 없고 이념적, 계급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휘발성 높은 유동적 중도층의 지지를 아주 잠시 동안 묶어두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대중의 열망과 실망의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선거기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당의 이념적 지향성과 당원의 요구보다는 당 바깥의 여론조사 결과가 가지는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당 바깥의 인물 영입이 당의 생존에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됨에 따라 정당의 존립기반 자체도 매우 취약해진다.

최근 통진당 사태로 드러난 진보정당운동의 붕괴 또한 이념적, 계급적 기반의 약화와 정당정치의 중도지향성 강화와 밀접이 관련된다. 민주노동당의 성공을 상징했던 2004년 총선 사례는 진보정당이 직면한 잠재적 갈등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당시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비례)정당투표자들의 특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이 얻은 10석은 이념적 동질성이 강한 당원이나 적극적 지지자들의 표에 의해서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노조 조합원과 그 가족들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민주노동당 지지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 득표에서 조합원과 그 가족의 표가 차지한 비중은 매우 낮았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계층적으로는 고학력, 화이트칼라 등 중산층이었고, 이념적으로도 열린우리당 지지층과 구분되지 않는 유동적 중도층이었다. 이들은 탄핵정국 전후로 정당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었고, 그 실망감을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당투표로 반사적으로 표현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념적 동질성이 강한 당원 및 적극적 지지자와 유동적 중도층의 이원적 지지구조에서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4년 이후 민주노동당이 의회주의, 선거주의를 점차 강화하게 된 것은, 결국 유동적 중도층을 중심으로 당의 노선과 운영이 변모해갔다는 점을 의미한다. 의회주의와 집권전략을 노선으로 채택한 당내 정치세력이 이 변모를 주도해나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노동자민중운동의 과제 – 이념, 노선의 강화와 대중운동의 활성화

2012년 대선은 세계경제 위기가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사회 경제구조와 노동자민중의 노동권-생존권 보장 등 한국사회의 전망을 둘러싸고 계급, 계층 간의 치열한 투쟁과 논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하고 대중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이러저러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이명박-노무현-김대중의 뒤를 이어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FTA 전략, 노동유연화의 지속적 법제화,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와 같은 핵심적인 신자유주의전략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운동의 상황은 통진당 사태로 상징되는 진보정당운동의 붕괴, 민주노조운동의 무원칙한 야권연대를 둘러싼 갈등과 무기력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다. 그 간의 노동자민중운동이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제대로 된 현실인식과 이념적 지향, 운동전략과 실천기획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냉엄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새정치 특위에서 제안한 노동자민중 독자후보안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논의과정에서 폐기되었고, 민주노총 차원의 후보방침은 결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 내 의견그룹인 ‘민주노동자 전국회의’는 통진당 이정희 후보 출마를 입장으로 하고 있어 독자후보안에 반대의견을 제출했고, 민주노총 내 좌파그룹들은 새정치 특위의 독자후보안이 야권연대를 열어놓고 있다고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한편 교수 3단체(전국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제안으로 ‘노동자 민중후보 추대 연석회의’가 결성되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신당, 노동전선,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노혁추),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좌파노동자회 등 좌파 세력들이 합의한 ‘대선투쟁 공동기구 구성을 위한 기획단’(좌파 대선 기획단)이 결성되었다. ‘좌파 대선 기획단’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단체는 ‘노동자 민중후보 추대 연석회의’가 야권연대 혹은 후보사퇴를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공동 활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진보신당이 ‘노동자 민중후보 추대 연석회의’와 함께 제3지대에서 ‘노동자 민중의 독자후보 경선 조직위원회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했지만 ‘좌파 대선 기획단’ 회의에서 다른 단체들이 거부한 상태이다. ‘좌파 대선 기획단’에 참여하지 않는 일부 좌파단체들의 경우,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개입 없이 민주노총 외부에서 독자 후보 운동을 벌일 경우,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와 지원을 얻기 어렵고, 독자후보운동의 결과가 너무 미약할 경우 민중운동의 패배주의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통진당의 이정희 후보, 심상정-노회찬-유시민의 새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의 후보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자 민중후보 추대와 독자 완주가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세력결집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좌파 대선 기획단’ 내부적으로도 대선 정책과 관련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며, 후보 등록형식(정당 후보 vs  무소속 후보), 적합한 후보(정책을 제대로 논쟁할 수 있는 후보 vs 투쟁하는 노동자 후보), 선거방식 등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운동주체들의 인식과 상황을 볼 때, 독자후보운동의 실현 가능성 또한 불투명하다.

민주노총의 무기력과 진보정당운동의 붕괴라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정세적으로 대안적 정당운동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노동자민중운동의 주체적 상황은 너무도 열악하다. 운동의 이념노선, 정치적/조직적 전략, 실천기풍에 걸쳐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세력이 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의 성격과 정강정책, 건설 경로 등에서 이견이 커 합력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정권과 자본의 공세 앞에서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장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민중운동에게 절실한 것은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이다. 이미 우경화되고 원칙을 저버린 주류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찾기에는 현실이 너무도 엄혹하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하에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민중들의 계급적, 자주적 단결, 특히 민주노조운동이 제대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산업과 업종 간 임금․고용․노동조건의 격차가 확대된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자를 분할, 위계화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제대로 된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을 현장으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지역과 현장, 산별 차원에서 기존의 활동의 관성을 깨고 조합원을 주체화시키고 투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가들의 결집과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보정당운동을 책임져 왔던 세력들은 자신의 계급적, 이념적 기반인 대중운동, 사회운동의 강화 없이 선거주의로 경도된 자기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며, 사회주의정당, 노동자 계급정당운동을 주장해온 세력들도 강령논쟁을 넘어 대중적 기반을 확대하지 못한 자기 활동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념적, 노선적 지향 없는 대중운동은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다. 기존 사회주의적 이념을 계승하면서도 사회주의의 역사적 한계를 평가하고, 생태주의, 평화주의, 페미니즘, 국제주의적 이념과 결합된 대안적 이념에 대한 학습과 토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편 대중운동 없는 정책대안은 공허하다. 이러한 이념과 노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중운동의 재건과 강화가 필수적이다. 급진적 이념을 갖는다는 것이 대중운동에서의 실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이념의 급진화와 함께 대중운동, 민주노조운동을 복원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전략과 기획을 마련하기 위한 각급 단위 활동가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국면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 진보교육46호 차례 진보교육 2012.10.15 917
23 [권두언] 우리에겐 ‘발칙한 상상’과 직접행동이 필요하다 file 진보교육 2012.10.15 743
22 [특집] 1. 2012 대선과 정치세력의 교육공약 file 진보교육 2012.10.15 1345
21 [특집] 2. 교육봉기로 교육혁명 실현하자 file 진보교육 2012.10.15 710
20 [초점] 1. 교원평가, 이제 그만 끝내자 file 진보교육 2012.10.15 1783
19 [초점] 2. 응답하라 2013, 학교성과급 전액 누적 반납 투쟁의 의미와 전망 file 진보교육 2012.10.15 1210
18 [초점] 3. 인권 대 폭력-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록 file 진보교육 2012.10.15 948
17 [초점] 4. 역사 교과서를 자유롭게 하라 file 진보교육 2012.10.15 674
» [진보칼럼] 2012년 대선과 노동자민중운동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2.10.15 707
15 [기획] 1. 비고츠키 교육혁명 file 진보교육 2012.10.15 922
14 [기획] 2. 비고츠키 교육학의 실천적 적용 file 진보교육 2012.10.15 3581
13 [담론과 문화] 1. 세 개의 에피소드 file 진보교육 2012.10.15 989
12 [담론과 문화] 2. 피에타와 구원자 file 진보교육 2012.10.15 832
11 [담론과 문화] 3. 창조론, 과학에 도전하다 file 진보교육 2012.10.15 14667
10 [맞짱칼럼] 다시 전환기, 그리고 오래된 약속 file 진보교육 2012.10.15 824
9 [현장에서] 그냥 놀고있다 file 진보교육 2012.10.15 1032
8 [인터뷰] 70여개, 150000명, 42%...... file 진보교육 2012.10.15 770
7 [보고] 1. 2012 교육혁명 전국대장정 평가 file 진보교육 2012.10.15 693
6 [보고] 2. 전국대장정 참가기 file 진보교육 2012.10.15 664
5 [기고] ‘경기동부’ 파동과 전교조 file 진보교육 2012.10.15 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