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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현장에서] 교원평가, 어찌 할 것인가

2012.06.20 14:52

진보교육 조회 수:802

[현장에서]

교원평가, 어찌 할 것인가

최덕현 / 계남중


1.
오늘 교원평가를 위한 학부모 공개수업을 6월 13일 5, 6교시에 실시할 예정이니 단원명과 수업 학급을 보내 달라는 메시지가 연구부에서 전체 선생님에게 전달되었다. 교원평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보내긴 해야 하겠는데 연구부 메시지를 받은 선생님들은 지금 당장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이미 학교에서는 동료평가를 위한 수업 공개가 ‘동료장학’이라는 구실로 진행되고 있고, 공개하는 수업을 참관하지 못한 교사와 학부모의 교원평가를 위해 동영상 촬영은 물론 편집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대부분 선생님은 우선 달력에서 요일을 확인하고, 해당 요일 5, 6교시 수업이 있는가를 살펴보았을 성싶다. 그런 후 두 시간 모두 공개해야 되는 선생님은 ‘불운’을 한탄할테고,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선생님은 ‘안도’했을 것도 같다. 그리고 평균치인 한 시간을 공개하는 선생님은 해마다 해 오던 ‘행사’ 쯤으로 생각하면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보이기 위한 ‘좋은 수업’을 구상했을 것 같다.  또 그 중에 몇 명쯤은 ‘이번에는’ 또는 ‘이번에도’ 교원평가를 위한 수업 공개를 거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일을 벼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2.
지난 5월 전교조경기지부 집행위원회는 경기지부장의 경기도교육청 천막 단식 농성 9일차 끝에 교원평가와 관련된 경기도교육청교육감과의 합의안을 심의·의결하였다. 합의안 심의·의결 이후 일부 지방신문에는 ‘교원능력평가 방식 논란에 종지부’라는 제목 아래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 내 ‘다행’이라는 전교조경기지부 정책실장의 인터뷰 기사와 ‘앞으로 경기교육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전교조경기지부의 인터뷰 기사까지 함께 실렸다.

합의안의 내용은 동료평가의 경우 ‘체크리스트+자유서술’ 형식과 ‘자유서술’ 형식 중 학교가  그 형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만족도 평가는 교과부 현행 방식대로 ‘체크리스트+자유서술’ 형식을 따르도록 했다. 또한 교원평가 결과 장·단기 연수 대상자는 ‘학교특별위원회’에서 교원평가 문항에 대한 응답 비율을 적용 또는 고려하여 선정하고 이를 경기도교육청에 보고하면, 경기도교육청에서는 TF팀을 구성하여 재실사한 후 결과를 개인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3.
하지만, 지난 4월 전교조경기지부 집행위원회는 경기도교육청교육감의 교원평가 방식에 대한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고, 그동안 전교조 본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현장 무력화(?)’의 한 형태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체크리스트+자유서술’ 방식과 ‘자유서술’ 방식 중 선택하여 교원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교육감을 상대로 투쟁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교육감과 교원평가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학교에서 ‘자유 서술’ 방식을 선택할 경우 평가 결과가 점수로 되지 못할 것이므로 장단기 연수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공유하기도 했다.

따라서 전교조경기지부의 ‘원만한’ 합의는 이번 투쟁을 결의한 4월 집행위원회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 양보 합의로 몇 가지 점에서 앞으로 전교조의 교원평가 투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우선, 교원평가 투쟁 목표 혼선이 우려된다.
교원평가 투쟁의 본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원평가를 폐지하는데 있으므로 현행 교원평가를 수용한 상태에서 ‘올바른’ 평가 방식만을 요구하는 투쟁이거나 교원평가 결과 발생하는 장·단기 연수 교사의 수를 줄여 ‘피해’를 줄이는 요구 투쟁에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 형 ‘자유서술식’ 방식을 요구하는 투쟁 역시 평가 결과가 점수로 환산될 수 없어 학교현장에서 교원평가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고, 그리하여 장·단기 연수자도 발생할 수 없게 되어 현행 교원평가 자체를 폐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전교조경기지부의 교원평가 투쟁은 평가 방식에 대한 경기도교육청교육감의 의지가 주로 관철되어 평가 방식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장·단기 연수교사 수만 줄이거나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그치고 있어 앞으로 전교조의 교원평가 투쟁 목표에 혼선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전교조경기지부의 이번 합의가 앞으로 전교조의 교원평가 폐지 투쟁 전선을 교란시키는 심각한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다.
교원평가 투쟁은 전국적 투쟁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광역시도 단위 전교조 지부의 투쟁은 교과부를 상대로 한 교원평가 폐지 투쟁과 결합하지 않고는 투쟁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광역시도 단위 전교조 지부의 독자적 요구 투쟁은 전국적 투쟁으로 상승·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광역시도 단위 투쟁이라 할지라도 각각이 공동의 전술적 목표를 가지고 투쟁할 때 전선은 전국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결국에는 교과부를 상대로 한 전국적 투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요구 수준과 합의 수준의 양보는 순식간에 전국 투쟁 전선을 전교조가 제 스스로 무력화시킬 것이므로 반드시 전국적 목표인 교원평가 폐지를 염두에 두고 광역시도 전교조 지부 단위 공동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전교조경기지부의 이번 합의는 지금도 현장에서 ‘교원평가 거부, 관련 업무 거부, 교원평가를 거부하기 위한 선전 활동’ 등으로 교원평가 폐지를 위해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교사들의 자발적 투쟁을 가로막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미 합의된 마당에 교원평가 방식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조합원과 비조합원 동료 교사에게 수업공개를 거부하고, 교원평가 결과를 네이스에 입력하는 것을 거부하라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또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원평가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면서 교원평가에 참여하지 말 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소위 ‘진보 교육감’으로 일컬어지는 사용자인 교육감과 교육노동자인 전교조 광역 시도지부와의 ‘의사’ 노사 관계에 대한 우려다.
전교조경기지부장을 중심으로 전개했던 이번 교원평가 투쟁 과정에서 ‘진보 교육감’인 경기도교육청교육감을 상대로 이러한 과도한 투쟁을 해서는 되겠냐는 식의 압력(?)이 합의와 투쟁 정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면서 전교조운동의 자주성과 노동자성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에서 세운 교육감이라 하더라도 교육감을 전교조 또는 지역의 노동자·민중, 학생이 민주적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 교육감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며, 교육감과 전교조의 관계가 협력과 소통의 관계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여전히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이며 모순, 갈등 관계일 뿐이다. 투쟁으로 극복해야 할 관계일 뿐이다.


4.
전교조는 올 초 정세를 지나치게 낙관하면서 반MB 야권연대의 총선 승리를 통한 교육개혁입법투쟁을 최우선 과제로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야권연대를 통해 국회의원 과반수를 차지하면 국회 입법을 통해 만사 해결될 것이므로 투쟁을 배치하기 보다는 지역 단위로 국회의원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거나 설문조사를 통한 교육개혁입법과제 선정과 서명에 집중해 왔다. 교원평가 역시 국회 의석 구성만 잘되면 어찌어찌할 수 있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과반 의석 확보는 물 건너갔고, 정치권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그들만의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그들이 자초한 내홍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정세를 죽 쑤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로선 민주노총이든 전교조든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 의회에 기댈 언덕이 사라진 듯하다. 스스로 대중을 조직해서 투쟁으로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
답답해진다.
앞에서 예상해 본 것처럼 학교현장에서는 비조합원 교사든 조합원 교사든 이제는 현재의 불편함을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그냥 수용하거나 기술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뿐 정치든 교육이든 본질적 문제해결을 위해 달려들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전교조 내 다수를 차지하는 집행부는 그런 현장의 상태를 이유로, 또는 활동가들조차 지레 지쳐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언론, 여론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투쟁보다는 진보 교육감끼리 연대에 기대거나 투쟁을 양보 합의로 정리하기도 한다. 대중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간부 중심의 상층 교섭이나 정책 협의를 선호하고, 활동가조차 투쟁 이후 징계를 우려하면서 투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그득하다. 한꺼번에 덤벼드는 투쟁 없이는 성과급이든, 일제고사든, 교원평가든 이대로 정착되겠다는 생각에 답답하다.


6.
노동자·민중, 전교조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한 어느 시기부터인가 정권과 자본은 서명, 설문, 농성, 기자회견, 성명서 등 다수가 직접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투쟁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교장이 전교조 분회장, 조합원을 우습게 보는 것도 이젠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교장실 앞에서 피켓을 들거나 요구가 담긴 투쟁 조끼를 입고 수업하거나 교장실 점거 농성 쯤 되어야 반응을 보일까. 그것도 교육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상부의 지시를 따라야 하므로 마냥 밀어붙이거나 배 째라고 나오기 일쑤다. 게다가 툭하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이 나서고, 보수우익단체, 보수적인 학부모 단체가 전교조를 겨냥하고 나선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성과급, 교원평가, 일제고사 폐지를 비롯해 자본주의 경쟁교육체제 전복을 위서는 교육주체의 ‘직접 행동’ 밖에는 별도리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많은 투쟁을 회피하거나 겉치레로 해오던 전교조 본부가 일제고사 투쟁을 잘 해보겠다고 등 떠밀리듯 나서긴 했으나 벌써부터 본부의 계획은 기자회견, 농성, 학교 내 활동, 퇴근 후 일회성 수도권 집회 등 무늬만 투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전교조 본부야 그렇다손 치고 우선 올해 일제고사 투쟁을 계기로 가능한 지부와 활동가, 그리고 교육주체들만이라도 중앙 집중 ‘직접 행동’ 판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을 어떨까. 그리고 일제고사 투쟁 이후에는 단순히 징계 대응이라는 수세적 투쟁이 아닌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결되는 ‘교육희망 광장’을 서울과 모든 광역시도교육청 앞에 설치하여 투쟁 거점을 확보하고, 방학 중 교육혁명 대장정을 통해 각 지역을 네트워크한 후 성과급, 일제고사, 교원평가, 교육개혁 입법 등 교육 현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교육혁명을 향한 하반기 총력 투쟁을 공세적으로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선 판을 흔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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