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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기고] 2010년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

2009.10.06 16:17

진보교육 조회 수:1215

2010년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

최덕현 / 부천 계남중

  2010년에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역 단위 교육자치 수장격인 교육감 선거가 주민직선으로 동시에 치러진다. 늘 그랬던 것처럼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권력 나눠먹기’ 또는 대중의 직접 참여보다는 ‘선거, 의회를 통한 대리 행위’가 민주주의 완성인 것으로 왜곡된 현실에서 정당을 비롯한 노동, 사회, 시민 단체들은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자본과 지배계급, 극소수 부자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이후 주구장창 한국사회를 좌지우지,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쏟아 내는 이른바 ‘MB정책’을 정당화시키고, 중앙과 지방에서 집행의 실질적인 힘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이에 대해 개혁 또는 진보 세력으로 불리어지길 희망하는 민주당을 비롯한 제도권 야당, 일부 시민 사회단체 등은 이른바 ‘반MB 연대’를 주장하며 지배 계급 내 ‘권력 나눠먹기’를 향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며 한나라당과 각축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 민중 운동 진영 역시 권력을 향한 ‘선택의 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는 이명박 정권이 독재정권이니 독재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민주 반MB'를 기치로 일치단결해서 무조건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겨야 된다는 설레발이 요란스러울 것이고, 또 누구는 노동자 민중의 직접투쟁에 근거한 정치세력화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권력을 향한 길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하고, 대중을 설득하려 할 것이다.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 역시 어떤 기조와 내용, 전술로 개입할 것인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그동안 밀어붙여 왔던 학교시장화정책이 차질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교육감 선거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에 학교교육을 통해 자본주의 지배이데올로기와 지배구조를 고착시키거나 확대 재생산하려는 자본과 지배계급, 보수언론이 합심하여 길길이 날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진보적인 교육운동 진영 또한 2010년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쟁, 불평등, 차별을 심화시킬 뿐인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일정한 파열구를 내려면 ‘반 MB교육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광범위한 연대에 기초하여 실질적으로 주요 거점지역에서 교육감을 당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교육희망네트워크’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 시기 교육운동의 주요 과제는 고립 분산된 투쟁방식과 협소한 자신의 이익에만 매몰되는 조합주의적 경향을 극복함은 물론 교육운동 진영의 단결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어야 하고, 작년과 올해 상반기 일제고사, 그리고 자사고 투쟁에서 확인된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단결을 새로운 연대운동의 기풍으로 상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2010년 선거를 계기로 교사, 학생, 학부모 대중의 교육적 요구와 목표를 확대하고, 연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거에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앞서 선거가 현 시기 노동자 민중 투쟁의 주요 과제인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어쩌면 후보까지 내세우면서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 전술’조차도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선거 자체가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거나, 노동자 민중 운동 진영을 분열시키고, 신자유주의 반대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거부되거나 ‘투표를 통한 선택 행위’가 아닌 직접 투쟁으로 상승․발전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상황이 녹록치 않으니 활용할 문제’로 될 일은 아니란 말이다.
  현 시기 선거는 일반적으로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는 군사독재 정권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직접 확인되어 온 바다. 따라서 선거가 노동자 민중에게 의미 있으려면 그것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신자유주의 착취와 그에 맞선 투쟁 조직, 투쟁에 대한 전망을 그려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선거를 통해 우리는 신자유주의 대한 저항을 형성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투쟁에서 끌어내야 할 사회 운동의 성격과 방향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가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나 의회주의 대리주의 조합주의 운동세력이 주도하는 선거에 의해 신자유주의 투쟁 전선이 ‘반MB, 반독재’에 묻혀 오른쪽으로 이동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통해서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 유일한 대안이 선거’라는 논리 아닌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이 그것을 더 그렇게 한다. 더군다나 이미 경험한 것처럼 신자유주의 개혁세력 몰락의 후과는 민주노동당을 거점으로 하는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지지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배계급, 조/중/동의 보수적 선동과 경쟁 지상주의, 성장주의, 국가주의가 대중의 욕망에 부응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잇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 97년 이래 경제 위기의 고통으로 형성된 체제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전환하는 데에 활용했을 뿐이었던 ‘보수-개혁’, ‘독재-민주’ 대립구도가 더 이상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공황과 그에 따른 고통이 대다수 노동자 민중에게 다가오는 경제 위기 시기에 ‘반독재, 반MB’만으로 투쟁 전선을 만들고 대중을 투쟁에 나서게 하거나 선거에서 표로 결집시키기에는 무언가 좀 빠진 것이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조합주의, 관료주의 경향은 선거 투쟁의 우경화 경향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되어 답답함이 더하게 된다. 민주노조운동의 조합주의적 경향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기되었던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오히려 민주노조운동의 조합주의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는 하나의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민주노총이 정규직, 남성중심, 대규모 사업장의 조합주의 경향에 근거한 탓에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세력화는 처음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고,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에 이어 등장한 ‘진보정당(세력) 통합 추진’ 압력(?)은 조합주의 경향에 패권에 근거한 의회주의, 대리주의를 부추기고 있어 더 그렇다는 말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볼 때 의회주의, 대리주의와 조합주의는 진정한 의미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2010년 선거를 앞둔 노동자 민중 운동 진영은 선거를 통한 권력 분점 떡고물보다는 대중 스스로 자신의 삶을 구성하도록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위기를 집단적인 저항으로, 투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선거를 넘어서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전망을 구축하는데 앞장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계급이 만들어 놓은 권력 구조에 대한 분점을 위해 선거에 자신을 스스로 고정시키기에는 노동자․민중의 고통 받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쌍용자동차 투쟁이 교훈을 주었고, 아직 진행 중인 용산투쟁이 그렇고, 일제고사, 교원평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 저지 투쟁이 그렇지 않은가.

  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의 핵심’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 통치’ 하고, ‘스스로 통제 가능’할 수 있는 ‘자치’이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는 자치는 ‘지방 자치’라기보다는 ‘지방 분권’이라 표현하는 것이 제 격인 듯하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중앙 정부가 가진 권력을 지배 체제 내에서 부분적으로 분산하여 통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이상으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지방 자치는 ‘아래로부터의 요구’라기 보다는 ‘위로부터의 필요’에 의해 도입되고 확산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지방자치는 지방 주민의 다수인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권력을 갖는 ‘지방 자치’라기 보다는 중앙정부의 효율적인 통치를 위한 ‘권력의 분산’이란 의미를 가지게 되고 현실 또한 그렇다. 적어도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에 대해서 상대적인 자율성을 갖는다면 2009년 진보세력의 지지(?)로 당선되었다는 경기도교육감의 ‘교육적 의지(?)’가 교과부와 교육관료,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에서 저렇듯 무참하게 무력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의 지방 정부는 철저히 중앙 정부에 종속되어 있을 뿐이며, 중앙 정부의 업무를 지방으로 분권화하는 것은 전체적인 지배 구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과 맞물릴 뿐이다. 즉 지방정부는 중앙 정부와 함께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민중 운동 진영은 지방 자치 선거를 통한 체제 내 권력 분점을 위해 각축하기보다는 2010년 선거투쟁이 지속적인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되도록 하고, 선거가 노동자 민중운동, 사회변혁운동의 전망 속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투쟁을 제시하는 선거투쟁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중앙 권력이든, 지방 권력이든 이 땅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민중의 실질적 지배와 통제가 가능한 권력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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