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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해외동행] 쿠바기행

2008.10.06 19:10

진보교육 조회 수:1085

쿠바기행

                                                                                               맑은눈 ∥ 인권교육센터 들

쿠바에 다녀와서 글을써야한다는 숙제를 계속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금방 쓰기에 난 너무 들떠있었고, 이것을 마치 과거의 기억처럼 써야한다는 것이 슬펐다. 그만큼 쿠바가 나를 들뜨게 했던 것이다. 나는 오자마자 살사 동호회에 나가기 시작했으며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여행을 다녀온지 2주가 넘은 지금 이제는 쿠바에 대해 뭔가를 얘기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제는 좀 차분해졌으며 한국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소한 여행 중 일상의 즐거움은 다 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것 까지 마음속에서 꺼내어 나만의 추억을 잃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쿠바에서 내가 생각한 것을 ,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첫 번째 쿵- 잘 살아야 나눌 수 있다?
나름 좌파적인 학자들조차도 민주주의의 조건으로 경제 성장을 든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나름 우리 나라의 추구 방향처럼 여겨지고 있다. 파이키우기는 1970년대부터 우리의 화두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쿠바는 충분히 못살지만 나누고 있었다. 얼마 안되는 GNP의 11%를 교육에 쏟아 붇고 라틴 아메리카 의과 대학에서 무료로 의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교육과 의료는 무상이다. 물론 교실은 작고, 학용품은 부족하고, 요즘들어 교사수도 많이 부족해지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20명 정도의 학생이 한반에서 공부하고 집의 빈부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나눠받는 학용품과 교복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장애인 학교에 갔었는데 일반 학교보다 크고 시설도 좋았다. 내가 1정연수 때 갔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는 단순 노동을 시키는 반면 이곳의  수업을 하고 있는 많은 교실에서는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그림을 그리고 무엇을 만드는 문화예술 교육이 교육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북유럽 모델을 꿈꾸면서 복지는 부를 바탕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가 사회복지를 희생한 대가였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파이를 더 키우기를 기다려야하는가?

#2.두번째 쿵 - 도대체 자유란 무엇인가? 어떤 자유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역시 사회주의에 대한 논란은 정치, 경제적 자유와 평등을 바꿀 수 있는가로 귀결되곤 한다. 쿠바는 언뜻 서방의 자본주의 세계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정치, 경제적 자유가 없는 답답한 나라로 보인다. 자동차도 자유롭게 살 수 없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며 내국인은 호텔에 들어갈 수 없다. 신문도 3개 밖에 없으며 그나마 실리는 내용도 제한된다.(특히, 살인, 강간 등 우울한 사회 소식은 인민들을 우울하게 한다며 제한한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역시 사회주의란하며 끌끌 혀를 차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난 평등대신 자유를 택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역시 이렇게 생각하는 데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다양한 물건을 살 자유를 쫓아 대부분의 삶을 돈을 벌어야하는 데 써야하는 나의 처지를 생각해 볼 때, 너무나 인터넷으로 빠르게 전달되는 엽기적인 소식 때문에 미담에 미소를 지을 새가 없고 컴터의 노예가 되버린 내 머릿 속을 생각해볼 때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집을 1000 채나 가지고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직도 70년대만 못한 쪽방에 살면서 내일을 걱정해야하는 사람이 있는 이 곳을 생각할 때, 그저 선거 때 덜 싫은 정당을 찾거나 휴일이라고 좋아하며 떠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대부분을 노예의 삶을 사는 그 정치적 자유를 생각해 볼때, 우리의 시장경제를 기반한 민주주의가 얼마나 우월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세번째 쿵 - 놀아라! 춤춰라! 사랑하라!
내가 쿠바에서 전 사회적 기운으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을 정리한다면 위 세가지이다. 공부와 노는 것이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월급은 적지만 대부분이 직장을 가질 수 있고, 직종간 월급 격차가 크지 않다)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춤을 추고 사랑과 섹스가 가장 많은 사람들의 화두인 바로 쿠바에서 말이다.
어쩌면 정치, 경제적 자유대신 문화적 자유를 200% 누리게 하는 것은 노회한 정치인 피델의 지배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는 음악인을 길러낼 수 있는 곳, 살사가 늘씬, 쭉쭉 , 빵빵한 아가씨가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전국민의 생활 스포츠인 곳, 어느 곳에서든 가슴을 울리는 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난 기꺼이 독재를 선택하겠다.


#네번째 쿵- 지속가능한 개발이 있는가?
서강대 논술고사에서 2000명이 같은 답안을 썼다는 논술 문제가 바로 ‘환경문제’에 관한 대책이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썼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답의 책임은 학생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독재적으로 개발 이데올로기를 밀어붙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쿠바에서 본 도시내 유기농 농장, 이동식발전기를 통한 국지적 발전, 대형 생태공원을 통한 하수 정화등 생태친화적인 전략은 사실 불편을 감수하는 만큼 유지되는 것이었다. 도시 하수를 풀을 통해 정화하려면 그만큼 하수의 양이 작아야하고, 그 생태 하천에는 냄새가 나야한다. 도시내 유기농 농장이 있으면 유기농 비료 냄새가 아파트 근처에서 진동하고, 흙이 아스팔트가 지저분하게 해도 참아야한다. 이동식 발전기를 쓰면 상황에 따른 정전의 가능성도 받아들여야한다.  지속가능한 것은 불편을 동반한다. 이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생태친화적인 것이 한강의 물을 억지로 끌어올려 시멘트위를 흐르는 것이되고 맨땅을 깨끗이하기 위해 시멘트로 도배하는 것이된다. 생태적인 것은 결코 우리가 보고 느끼기에 깨끗하지 않다.  

#나오며
사실 관광객으로  12일갔다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웃기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떤 이념의 사회든 교육, 의료, 주거는 무상이 되어야한다. 나는 극우파라도 이 세가지만 꽁짜로 해준다면 그 당에 투표하겠다. 이 세 가지를 꽁짜로 해주는 당에서 혁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에 동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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