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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 :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다.

이 현 ‖ 진보교육연구소 소장

우리는 지난 대선과 불과 두 달 전에 있었던 총선에서 보수 세력의 승리, 자유주의 세력의 후퇴, 진보세력의 패배를 경험하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안 되어 집권 세력에 대한 대중적인 저항이 시작되었으며, 저항이 시작된 후 한 달 만에 정권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음을 알려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정권이 출범한지 100일밖에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10% 중반대로 하락하였으며, 6월 4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은 참담한 패배를 당하였다. 위기의 더욱 중요한 측면은 이런 수치적인 지표가 아니라 대중의 직접적인 저항의 행동이 사회 전 계층으로 확대되고 저항의 수위도 계속 상승하고 있음에도 집권세력은 여기에 대처할 적절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저항의 물결이 형성되리라고는 예상하였지만 지금처럼 빨리 그리고 거대하게 그 흐름이 형성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도대체 우리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이 거대한 흐름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명박 정권의 탄생 과정 - 반사 이익에 의한 허약한 기반-
우선 이명박의 집권 과정부터 복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자유주의 정권은 정치적 민주화의 성과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확대로 연결시키지 못하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계급적 한계에 기인하는 측면도 존재하지만 신자유주의적 발전 전략을 사회·경제 정책의 기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의 증가, 조기 퇴직과 청년 실업의 일상화, 자영업자의 과잉과 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잦은 몰락, 농민 삶의 피폐, 부동산 가격의 폭등, 교육경쟁의 격화와 사교육비의 팽창 등 생존의 위기와 삶의 불안정성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자유주의 세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에 있어서 동맹 관계에 있던 보수-수구 세력은 이런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 정권의 무능과 이에 편승하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나갔으며 그들 스스로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능한 집단으로 이미지화하는데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정치적 차원에서의 민주 대 반민주로 표상되던 대중적인 이데올로기 전선은 급격히 약화되었으며-이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필요 없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자유주의 정권의 연속적인 집권과 보수세력의 정치적 공세인 대통령 탄핵을 대중적 저항을 통해 돌파하는 과정을 통해 자유주의 세력이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동시에 장악하고 이로써 정치적 민주화의 과제가 일정하게는 완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에서- 대중의 관심은 경제적인 문제나 일상적인 삶의 문제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을 지배 구조의 총체적인 문제 즉 자본의 중심적인 지배 전략이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이럴 경우 문제해결의 방법은 사회·경제적 민주의의의 확대 즉 자유와 평등의 실제화로 귀결된다) 좁은 의미의 집권 세력의 문제로 제한하여 바라보는 경향성이 강하게 존재하였다. 이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발전한 정치체제가 사회·경제적 문제를 좁은 의미의 정치의 문제-즉 정부나 정당의 성향, 의지, 능력, 정치적 선택 등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탁월한 능력-따라서 대부분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정치세력의 교체의 문제로 제한시키는 능력.-과 한국 사회의 특수한 정치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 정권에 대한 대중적 열망의 집중과 실망의 반복(최장집)이라는 독특한 정치적 지형이 맞물리면서 형성된 경향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자유주의세력의 지향을 부정하는 새로운 보수적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창출하면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삶의 위기에 직면한 대중들의 기존의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과 분노 등의 반사이익과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대중의 막연한 기대- 사실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강요된 기대이다.-의 산물이었다.
따라서 대선과 총선의 결과를 보면서 환호작약하던 상층 보수세력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중적 지지 기반을 구축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과잉해석이었다. ‘잃어버린 10년 타령’ 속에 이미 그들의 위기는 내장되어 있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에서 정권 반대 투쟁으로
새 정권에 대한 강요된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전환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형식적 민주화 이후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정권이 다수 국민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내부적으로는 특정 계급과 계층의 이해에 편향되지 않은 계급적 중립성을 지닌 중성적인 국가(권력), 대외적으로 국민의 이해를 보호할 수 있는 자주적인 국가라는 상징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는 비록 무능 정권으로 낙인은 찍혔지만 의사복지주의와 의사민족주의로 이런 상징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부르주아 혁명을 경과한 근대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인민주권)을 핵심으로 하는 보편성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지배 이데올로기의 보편성은 사회 구성원들을 기존의 체제에 묶어 놓는 강력한 구속력으로 작용하는 반면에 문자 그대로의 이데올로기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반역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게 된다.(발리바르) 즉 근대적 정치체제에서 지배의 위기의 국면에서 나타나는 이데올로기 투쟁이나 정치 투쟁은 지배 계급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와 피지배 계급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의 형식화 실제화 간의 투쟁으로 나타나는 경향성 매우 강하다.
이명박 정권은 대선과 총선 결과에 대한 과잉 해석과 이를 근거로 한 과잉 자신감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시켜 나갔으며 급격하게 위기의 상황으로 빠져들어 갔다. 준비되지 않은 어설픈 과잉 신자유주의 공세(영어 몰입교육, 학교자율화조치, 의료 민영화와 물사유화 계획 등), 한반도 대운하로 대표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 의사 표출, 강부자·고소영 내각과 종부세 완화로 대표되는 노골적인 계급 편향성의 노출 등은 정권의 정당성의 위기를 축적시켜 나갔다. 결국 방미 중에 광우병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국민 생명의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무시하는 반국민적(반민주적) 권력으로 본질을 모든 국민의 눈앞에 가시화시키기 되었다.
표면적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문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의한 생명의 불안감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민주주의의 위기-즉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지배이데올로기의 허구화 의 가시화-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의 요구는 정권에 대한 반대로 곧바로 상승하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촛불 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는 물론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1조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구호와 노래도 널리 공유되었다. 즉 쇠고기 협상 문제를 단순히 정부의 정책적 실수가 아니라 정권의 정당성의 문제로 즉 현 집권 세력에 의한 민주주의의 위기의 문제로 파악한 것이다.
현재의 다수 대중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절차적인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 사실 이명박 정권은 예를 들어 부정선거, 정당 탄압, 언론 탄압, 의회부정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결정적 행위를 했다기보다는 국민의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반민주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을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선출된 자와 선출한 자(국민대중)의 괴리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항상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 이런 괴리가 발생한 원인 또는 괴리의 내용에 대해 대중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또는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우선 집권 세력(이는 지배세력 전체 중에서 현재 국가 권력을 직접 장악하고 있는 세력을 의미)의 정치적 성향, 정치적 능력(보편적 대변자로 상징화의 능력), 세부적인 정책 시행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괴리가 존재하며 이런 괴리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확산은 집권세력의 정치적 위기를 생산한다. 다음으로는 지배세력 전체(즉 정치적 집권 세력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배 세력 전체 즉 자본가들과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그들 그리고 그 장치들 등을 포함한)의 총체적 지배방식으로부터 발생하는 괴리가 존재하며 이때 선출된 권력은 단순히 독립적인 권력체가 아니라 지배 세력 전체의 중심적인 고리로 현상하며 따라서 이로부터 생산되는 위기는 체제의 위기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 두 가지는 실제적인 차원에서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전자는 후자가 표출되는 하나의 현상이며 동시에 전자는 후자의 문제를 증폭시키는  반작용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적 인식의 발전 경향은 후자에서 전자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자에서 후자로 전개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근대 정치체제는 정치권력을 국민들이 선출하는 형식적 과정을 거침으로써 전자(공적인 정치공간)와 후자(사적인 사회·경제적 공간)을 끊임없이 분리하는 효과를 생산하면서 전자에서 후자로의 대중적 인식의 발전을 방해한다.
분명 현재의 촛불 시위는 아직은 전자의 지평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촛불집회에서 확인되는 대중적 목표는 집권세력의 성격의 변화(최소한에서 인적 쇄신에서 최대한에서 정권퇴진까지)와 특정한 정책의 변화(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신자유주의 정책 일반이 아니라 과잉 신자유주의 정책의 철회 등)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전자에서 후자로 흘러넘치려는 흐름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 정세에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가는 핵심적인 고리는 민중의 삶에 심대한 타격을 줄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 일반과 민중의 생존의 위기(비정규직과 실업 문제로 대표되는 노동의 위기와 물가상승·경기침체 등에 의한 자영업자와 농민의 몰락)의 문제이다. 즉 초국적 자본과 한국 독점 자본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전략 일반과 이로부터 야기되는 민중 생존의 위기의 심화에 대한 대중적인 저항의 확산 여부가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의 핵심적인 관건이다. 노무현 정권이 민주적인 정권·서민적인 정권이라는 외양을 띰으로써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완화하고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명박 정권은 소수 상류층을 위한 정권, 국민 대다수의 이해에 역행하고 국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반민주적 정권으로서의 성격이 폭로됨으로써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니고 있는 모순의 본질을 가시화시키고 모순을 둘러싼 대립을 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시위하는 농민을 살해한 노무현 정권은 이로 인해 커다란 정치적 위기에 몰리지 않은 반면 물대포를 발사한 이명박 정권은 폭력 정권으로 강력히 규탄받고 있는 것과 상동적이다.) 특히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 심화는 민중 생존의 위기를 격화시키면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 대중적 결집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조건을 강화시키고 있다.

촛불 시위, 직접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적 형태가 탄생하고 있는가?
   한국사회는 대중의 직접적 정치 행동이 자주 발생하는 독특한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확립되기 이전에는 4·19혁명, 반유신투쟁, 광주항쟁, 6월 항쟁 등 전민 항쟁의 양상을 지닌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적 저항이 자주 일어났으며, 대의제 민주주의가 확립된 이후에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효선·미선 추모 촛불 시위 등 직접 행동이 계속되었다.(부르주아 학자들은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행동이 빈발하는 원인을 제도정치의 미숙으로 돌리고 있지만 단순히 제도정치의 미숙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대중의 정치적 역동성이 더욱 커다란 원인이다.) 여기에 2002년 월드컵 응원 등 다양한 문화 행동의 경험도 대중이 직접 행동에 정서적인 친화감을 갖게 하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행동과 문화행동이 쉽게 융합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행동은 직접 민주주의의 일상적 출현이기보다는 대의제 민주주의 위기의 국면에서 단속적으로 출현하는, 대의제 정치의 대체물이 아니라 보완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대중의 직접 행동의 에너지는 대부분 대의적 정치세력에 흡수되어 대의제 민주주의를 쇄신하는 동력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의제 민주주의 구조적 위기의 국면(지난 10년간의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에 대한 학습 효과로 인하여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대의제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이 대중화되었으며-현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율의 답보로 현상화됨-, 진보 정치세력은 대중의 신뢰를 받을만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즉 현국면에서 대중 행동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은 부재하며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며, 대중의 직접 행동의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됨으로써 대의적 정치 세력의 지지로 귀결되는 이전의 대중 행동의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대의적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대중의 자기 조직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대중의 직접 행동의 패턴은 온라인 상의 공론장의 형성, 직접 행동으로 표출, 다시 온라인상의 더 큰 공론장의 형성, 다시 이것이 더 큰 규모의 대중행동으로 전화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긴밀한 상호 작용 및 결합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직접 민주주의의 일상화와 제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상의 공론장의 형성과 오프라인상의 대중행동의 결합이라는 패턴이 사안에 따라 지속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런 경험의 반복 과정에서 대중의 자기 조직화 즉 직접 민주주의의 다양한 형태의 등장과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해 질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교육 부문에서 교육단체-시민단체 중심의 대의적 운동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사 대중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오프라인 상의 형태에 대한 구체적 모색의 과정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보수세력이나 자유주의 세력을 가리지 않고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은 대중행동의 에너지를 제도정치로 포섭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에 대항하여 진보적 정치 세력은 대중의 직접 행동의 역동성을 강화시켜나가고 대중행동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의 창출을 고민하는 동시에 대의 정치 체제 내에서도 헤게모니를 강화시켜나가야 하는(즉 부르주아 중심의 대의체제를 파열시켜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촛불시위, 주체의 구성은 어떠한가?
촛불 시위의 길을 연 세력은 청소년(중고딩)들이었다. 그들은 영어 몰입교육과 학교자율화조치로 자극을 받았으며,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비상한 감수성을 발동하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중적 저항의 흐름을 만들어 나갔다. 현재 청소년들은 교육모순(교육에서의 경쟁의 격화에 의한 비인간화이 심화)과 사회모순(불안한 미래, 교육을 통해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핵심적 담지자이다. 여기에다가 그들은 이전 세대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자유를 누려왔다. 어른들의 권위에 일방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가치 판단과 자기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문화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매체를 가장 잘 활용할 줄 아는 집단적 특성이 청소년 상호간의 긴밀한 정보와 정서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이 맞물려 청소년들이 사회적 주체로 그것도 매우 선도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현재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세대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는 것인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확답을 내리는 것은 아직 성급한 일일 것이다. 참고로 김호기는 현재 청소년들을 새로운 세대(2.0세대)로 규정하고 있으며‘2.0 세대’의 특징으로 다음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이들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한다. 둘째, 이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은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이다. 셋째, 이들은 기성세대의 ‘욕망의 정치’에 반해 자아실현을 소중히 하는 ‘탈물질주의 가치’의 세대이기도 하다. 넷째, 이들은 부모인 ‘386 세대’로부터 사회비판 의식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격세유전’적 특징도 갖고 있다.”
김호기의 분석에 대략적인 동의를 한다할 때, 촛불시위에 선도적 주체로 등장한 청소년들이 새로운 세대적 정체성을 구축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사회가 주체들의 생존의 위기를 격화시키는 한편, 주체들 내부의 분열과 경쟁을 강화시키면서 공통적인 주체 형성을 분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청소년들의 직접적인 문제인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과정에서 그리고 대학을 거쳐 사회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어떤 집단적 경험과 의식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갖느냐가 강력한 세대적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가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촛불 시위의 초기 주도세력은 학생과 더불어서 네티즌들이었다. 이들은 이명박 집권에 대한
반감이 심하며, 온라인을 통해 정치적 행동을 조직한 경험이 풍부한 네티즌들(대표적으로 노사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심이었다. 청소년들과 자발적 네티즌들에 의해 대중적 저항의 길이 열리자 386, 가정주부, 넥타이 부대, 자영업자, 대학생 등이 가세하면서 사회 전계층으로 참여 주체가 확대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자유주의적 저항에서부터 생존의 위기에 대한 분노까지 참여의 동력은 다양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공통분모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조직 노동자층(보장 노동자층)의 움직임이 가장 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조직화의 수준이나 저항의 경험 등을 보았을 때 조직 노동자층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그들의 참여는 저조하고 느리다. 현재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보장 노동자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상대적인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자본주의 모순이 잠재적 실업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젊은 세대, 과잉경쟁·경기침체·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 자유무역 체제에서 최대피해자인 농민, 비정규직 노동자, 불안정 여성 노동자 등으로 집중되고 있다. 또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이 오히려 자발적 대중 행동의 참여를 제약하고 있다.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표교섭과 단체행동 중심의 투쟁 경험이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와 거리가 있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나 민주주의 위기의 문제에 대하여 노동자 대중의 적극적 참여를 제한하고 있으며 수직적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방식 즉 대의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익숙해진 관행이 오히려 노동자 대중의 자발적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직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들이 디지털 매체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정보와 정서를 접촉할 수 있는 빈도가 낮고 흐름을 수용하는 속도가 느려 촛불 시위의 흐름을 따라잡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는 디지털 매체에 접속이 활발한 사무직 노동자나 지식 노동자 그리고 젊은 세대의 노동자들의 활발한 참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노동계급의 이와 같은 모습은 중대한 문제이다. 정치적 현안 투쟁에 대한 노동계급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노동계급의 헤게모니가 강화될 수 없으며, 거꾸로 노동계급의 참여 없는 시민운동만으로는 부르주아적 정치 체제 내부의 변화 이상을 이끌어 낼 수 없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 주체의 재구성, 노동운동의 정치운동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융합 등의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촛불시위, 새로운 형태의 대중운동이 탄생하고 있다.
  김호기의 촛불 정치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개념화하고 있다.
- 현대적 정치와 탈현대적 정치 -


       현대적 정치
      탈현대적 정치
   성격
         대의정치
         참여정치
   영역
         제도정치
         생활정치
   형태
         권위정치
         인정정치
   이슈
         계급정치
         위험정치
   수단
        아날로그 정치
        디지털 정치
   동력
        욕망의 정치
        가치의 정치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매우 위험하며, 각 개념의 함의도 매우 모호하다. 하지만 새로운 요소들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디지털 정치의 확산은 대중운동의 새로운 흐름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은 쌍방향성, 수평성-자율성, 접근성의 무한 확대, 공감각적-정서적(문자중심주의에서 탈피) 소통성 그리고 소통과 정보유통의 엄청난 속도와 양적 팽창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소통과 접속의 속도 상승과 양적 팽창 등 기술적 수준의 향상을 넘어 대중운동 형태의 질적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디지털 정치는 우선 중심 없는 대중의 집단성(다중)을 탄생시켰으며, 중심이 없이도 공동의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였다. 이런 탈중심적인 대중운동은 운동 내부의 소외(지도와 피지도의 이분화)를 제거하고, 대중이 자발성을 강화함으로써 참여 주체들의 능동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 수직적 관계에서 정서적 공감이 매우 약한 반면, 수평적 관계에서는 정서적 공감의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됨으로써 어떤 개별적인 저항이 급격하게 대중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또한 대중지성이라 불릴 수 있는 새로운 지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식인과 대중의 전통적인 이분법이 무너지고 모든 이가 정보-지식의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가 되면서 지배 언론이나 지배 이데올로그들의 담론 공세를 거뜬히 이겨내고 오히려 그들의 주장의 약점과 기만성을 폭로하고, 새로운 정보와 대안 담론을 끊임없이 생산·유통시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정보-지식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 이런 탈중심적 운동은 지배세력들의 공격 지점 자체를 없앰으로써 기존의 수직적 체계의 운동의 경우처럼 지도부를 타격하여 운동의 흐름을 약화 또는 소멸시키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반면, 디지털 게릴라들에 의해 시위의 현장이 생생하게 생중계됨으로써 권력의 폭력행사를 극도로 어렵게 만들게 하고 있으며 시위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도 시위 현장의 생생한 경험과 감동을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다. 중심 없는 대중 운동으로 저항은 가능하겠지만 새로운 구성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촛불시위와 가장 유사한 정치적 사건으로 비유되는 6·8혁명이 혁명 주체에 의한 사회의 재구성으로 나가지 못하고 미완의 혁명으로 남아 있고, 6월 항쟁과 탄핵반대 운동이 지배 세력 내에 특정한 분파에 의해 재전유되고 대중에게는 정치적 경험의 축적이라는 잠재적 가능성으로만 전유되는 것을 벗어나 대중운동의 거대한 흐름이 단번에 새로운 사회의 재구성으로 나아가지는 못할지라도 그 전망을 세워나가는 흐름으로 전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던져진 중대한 질문이다.  

향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향후 추이를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건은 언제나 기존의 인식을 흘러넘친다. 현재의 촛불시위 국면의 향후 흐름은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쇠고기 문제에 의해 일차적으로 규정받을 것이다. 일단 이명박 정권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대중의 저항을 쉽게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재협상 국면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몇 가지 조건을 추가하여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봉합하려 들 것이다. 이를 대중들이 제한적 승리로 받아들이면서 수용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룰 것인지, 아니면 정권 퇴진 운동으로 더욱 확장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후자의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후자의 경우 올 하반기에는 더 상승된 대중 운동이 지속되면서 이명박 정권 자체의 존립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한국 경제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민중 생존권의 위기가 고조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반이명박 정권의 전선은 양적으로 더욱 확대·다양화되고 수위 또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대중 운동의 흐름이 일시적인 하강기를 거칠 것이며, 개념 없는 이명박 정권은 다시 신자유주의 공세의 고삐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에 대항하여 사안별 대응 투쟁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다. 민중 생존권 투쟁,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FTA 저지투쟁을 포함하여), 교육 시장화 저지 투쟁, 대운하 반대 투쟁 등이 사안별로 전개되다가 일정한 계기를 통하여 다시 사안별 투쟁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되면서 반이명박-반신자유주의-민중생존권 보장 투쟁으로 상승·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집권 세력의 정치적 타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주도권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력은 매우 약화될 것이다. 반면에 정권 초기의 대중적인 저항의 경험과 승리(비록 제한적이라 할지라도)의 경험은 직접 행동을 통해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직접 행동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고양시킬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이 존속하는 기간 내내 사안별이든 전체적이든 정권과 대중이 직접 부딪히는 대중 전선이 지속될 것이다. 이는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지배세력 전체의 정치적 능력이 한계에 봉착하고(이는 자유주의 정권 10년이 선사한 귀중한 대중적인 학습효과이다) 현재의 한국 경제의 위기가 대중을 포섭해낼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매우 취약하게 만드는 반면, 민중생존권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대중의 불만과 분노가 축적되는 동시에 대중의 정치적 자신감은 매우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대중의 감성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생명 불안의 문제이며, 일반 대중 전체의 공통의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라면 이후 중심적인 사안으로 부각될 민중의 생존권 보장,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교육시장화 저지 문제 등은 대중적인 인식이나 이해가 쉽게 통일될 수 없는 문제이다. 지배세력들은 집요하게 이데올로기 공세를 전개하여 대중의 분열을 꾀할 것이며 동요하는 자유주의 세력들도 이에 동조할 것이다. 결국 지배세력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깨뜨릴 수 있는 더욱 정교한 담론과 반대 논리의 개발과 유통, 대안 정책의 개발과 대중화, 사안별 투쟁을 공통의 투쟁으로 결합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적·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떤 권위에 기대어 행사하는 지도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 속에서 논의와 토론과 공동행동을 촉발시키고, 증식시키는 활동이며 고립화된 개인과 개별적인 사안들을 네트워크화하고 교류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이런 활동과 행동이 반복되고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자기조직화가 진전됨과 동시에 진정한 지도력도 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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