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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시선] 진단평가, 학습지 그리고 광고

2008.04.07 16:34

진보교육 조회 수:2224

진단평가, 학습지 그리고 광고
                                              
                                                                                                              최정민/서라벌중

놀이터야 안녕, 에버랜드 이용권 준다?


학력평가/진단평가 시즌에 맞춰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에서 특별! 마케팅중이다.
‘놀이터야 안녕' 이라며 초등 입학을 저주한 그들이 이제는 자사 상품에 가입하면 에버랜드 이용권을 준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뭐래도 해야할 거같은데 주머니사정은 여의치 않다. 현금 동원 능력에 따른 학부모 순위 매기기는 이미 작동중이다. 가장 큰 고통을 받는 대상은 아이들이다. 억울한 것은 오지선다 OMR카드가 그 아이의 상상력과 가능성 그리고 잠재력을 결코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중1 진단평가 5교시 감독중 혈압상승
나는 서울 변두리 서민들이 많이 사는 중학교 교사다. 진단평가 문제는 예상대로 아주 쉬웠다.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에서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이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 복도를 뒹굴며 레슬링하던 아이들이 3교시 사회, 4교시 과학에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5교시 영어가 되자 일부 아이들은 문제지는 안보고 답안지에만 답을 적는다. 이른바 영포아다. 어떤 아이가 손을 들며 답을 수정하겠다고 한다. 3번에서 5번으로, 슬쩍 보니 정답은 1번이다. 아이 눈을 또 한번 슬쩍 쳐다보고 아무말없이 수정테이프로 3번을 지워주었다. 다른 아이들의 답을 곁눈질로 보았다. 오답이 수두룩하다. 아~~ 역시 안되는구나. 혈압이 오르며 아이들 표현으로 안습이다. 부모의 재산과 학력이 결정적 변수를 제공하는 영어점수다. 이제 아이들은 서울에서 1등부터 11만 몇 천등까지 등수가 나올 것이다. 난 역시 안되 실망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특히 영어는 생산수단이고 그것을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뉘는 계급사회의 또 다른 자본이다.
종례를 하며
혹시 등수가 좀 그렇더라도 실망하지 말라며 종례를 한다. 이건 너희들의 잠재력과 창의력 그리고 가능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지만 어떤 아이는 벌서 걱정이다. 아빠한테 맞는다고.....


시험점수 = 성과급, 연봉, 구조조정, 꼴찌제거
아이들 평균점수는 교사연봉에 객관적 기준을 제공할 것이고 학교 평균점수는 학교 평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평균이하 점수 학교는 보충, 야자로 학생들을 옥죄거나, 기피학교로 학급이 축소되거나 구조조정은 임박할 것이고, 무능한 교사가 학교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학부모들은 분노할 것이고, 나이든 교사는 일상의 출근이 점점 두려워 질 것이고, 꼴찌 점수를 받은 학급 아이는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전학이나 가버려'  '시험때는 피시방이나 가든가' 선생 입에서 맴맴도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면 소름이 돋는다.


광고를 보며 또다시 혈압이 오른다.


‘놀이터야 안녕’ 이 저질 광고를 그레마스 행위자 모형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광고의 수신자는 아이의 동년배들이 아니라 실은 불안한 학부모다. 결심은 아이가 하지 않는다. 캐쉬를 꼴아박아야 할 학부모다. 정글같은 세상에서 눈높이 학습지는 불안한 학부모에게 말라리아약과 큰 칼이다. 놀고 있는 아이(노는 것)들은 공부해야 할 우리아이를 위협하는 정글의 독사와 독거미다.  

무한도전, 실망이다!
시리즈로 제작된 ‘구몬학습’ CF에서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등장한다. 유재석이 국어교사로 ‘거성’ 박명수는 수학교사로 노홍철은 영어교사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과학적으로’를 남발한다. 학습지도 무한도전처럼 재미있을 것은 오해가 번진다. 무한도전은 30% 시청률을 넘나드는 독보적 예능 프로그램이다. 1박2일과 황금어장과 함께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의 지존임에 틀림없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정상보다 모자르며 서로 협력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때론 무한이기주의로 가학적 개그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동료를 완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구몬 광고는 무한도전 정신에 생뚱맞고 어색하다. 역시 최종심급에서 캐쉬가 결정한다. 실망이다.


4대 학습지 광고비만 100억
실로 엄청난 돈이다. 광고비만 100억이 넘는다고 한다. 이문이 얼마나 남기에 광고비만 100억이란 말인가? 자본의 입장에서 노다지 시장이란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사교육 자본가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노무현정부가 판돈을 서서히 키웠고 이젠 광땡을 잡은 것이다. 문제는 불행한 아이들과 허리휘는 학부모다. 이제 시작인데 휘청거린다. 사실 이건 약과다. 본격적 입시에 가까워지면 장난이 아니다. 신경질부리는 고3이 지나 대학에 입학해도 등록금이 연간 천만원에 육박한다. 그리고 백수로 백조로 완성된다.

비극은 일제고사에서  
결국 대한민국 입시 개인사는 일제고사에서 시작해서 백수로 끝난다. 과정에서 학부모는 행복을 담보로 살았지만 더 큰 행복은 오지 않았다. 교사로 산다는 것이 이것보다 힘든 이유가 더 있을까?

일부지만 서울에 몇몇 학교 선생님들이 일제고사 자체 처리를 위해 과목 답안지를 교육청으로 넘기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진단평가를 하셨다고 한다. 소방수가 주인공이었던 미국 영화의 멘트가 기억난다. Yoo go, W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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