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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기고] 이명박시대에서 살아날 길

2008.04.07 16:23

진보교육 조회 수:1993

이명박시대에서 살아날 길
                                                                                        하재근 ‖ 학벌없는사회

이명박 시대는 고소영, 강부자, 에스라인과 함께 개막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게까지 ‘돌진’적이고 ‘오만’한 행태를 보여준 적이 없다. 공직자 부동산 축재에 대해 ‘불법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니냐’고 되받아치는 것도 극히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덕분에 취임 초 지지율이 김영삼 정부 이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곧 총선을 앞두고 있다. 새 정권은 안정된 권력을 요구한다. 야권은 견제할 힘을 국민에게 요청하고 있다. 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2월 3일엔 안정론과 견제론의 지지율이 각각 57.3%와 37.2%였다. 3월 9일엔 55.6%와 36.5%다. 거의 변동이 없다. 그러나 서울시로 좁혀보면 2월 3일엔 안정론과 견제론이 각각 62.8%, 33.6%였던 것이, 3월 9일엔 52.7%, 42.6%로 좁혀들었다. 한 달 만에 30% 차가 10% 차로 줄어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의 지지를 발판으로 집권했다는 걸 상기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성에 어차피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국민들의 여망은 ‘당신이 한번 경제만이라도 살려봐라’였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국민들이 현재 느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과연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그것도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세계경기가 불황국면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특성상 세계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시장의 공황위험은 우리 경제에도 적신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경제살리기’에마저도 실패한다면 민심은 급격히 허물어질 것이다.
새 정부는 이미 지난 10년간 경제위기론를 주장해왔으니 지금의 위기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10년째 있어왔던 위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위기의 해결책으로 자유화, 분권화를 주장해왔다. 위기가 더 심화되는 지금 그들은 그 해결책으로 더욱 강한 자유화, 분권화를 요청할 수 있다.
도덕적 흠결은 국민의 경제에 대한 열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드러났다. 그러므로 새 정부는 고소영, 강부자, 에스라인에 대한 무슨 비난이 있더라도,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처할수록, 더욱 더 자신들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려 할 것이다.
물론 비등하는 여론을 잠재우려 인적쇄신을 감행할 순 있으나 정책기조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조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높다. 강력한 자유화 개혁과 경기부양 드라이브라는 두 엔진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지배력의 안전성을 위해선 지속적으로 호남배제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 호남배제 전략의 결과 압승을 거둔다면 호남배제 전략을 지속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약간의 수정이 가해질 것이다. 호남배제 전략이 계속될 경우 영호남 지역구도의 위력으로 정책적, 이념적 전선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자유화 개혁은 한국 국민의 삶의 질을 공격하고, 영호남 지역구도는 한국 정치의 선진성을 무너뜨린다. 자유화 개혁으로 공교육 체제가 해체되고, 공공부문이 민영화 될 때, 지역구도는 보수양당 체제를 고착화할 것이다.
새 정부가 부산경남을 끌어안지 못한다면 경남으로 낙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영남 비주류 세력이 결집해 새로운 구심을 형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경남 세력과 호남 세력의 밀고 당기기가 새 정부에 대항하는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
수도권 젊은 층이 인수위 파행을 보고 반 이명박 정서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있다. 수도권 호남 출신들도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반자유화 세력이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새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진보진영에 이렇다 할 이익을 주진 못할 것이다.
새 정부는 자유화 개혁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한 것으로 보인다. 행보가 대체로 전격적이고 고압적이다. 국민의 시선을 과히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최근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케 한 영상을 방송사가 알아서 삭제하는 등 강력한 권위가 느껴진다.
대통령의 영문 약자가 5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지지율이 높았을 때도 그냥 ‘노무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이름 부르길 어려워했다. ‘MB'라고, 영문자로 권력자를 지칭하는 권위주의 시대의 문화가 부활했다.
정리하면 현재 민심은 흔들리고 국가경제는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이명박 정부는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거란 얘기다. 또, 흔들리는 민심은 영호남 지역구도라는 소용돌이에 포획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것은 진보진영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신뢰 받는 행보를 보이느냐라는 변수를 제외했을 때의 예측이다.
국민들이 김대중-노무현 라인에서 전격적으로 이명박으로 말을 갈아 탄 상황을 보면 현재 얼마나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명박 후보가 ‘인간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말을 갈아탄 것이다. 현실이 너무나 답답해서 말이다. 거의 ‘묻지마’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진보진영이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묻지마’ 갈아타기의 열망이 어디로 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난다긴다 하는 전문가들이 그것을 예측하지 못했었다. 노무현 집권은 열성적 지지자들의 헌신이 역사를 새로 써버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세력이 그런 열성적 지지자들의 헌신을 이끌어낼 비전을 제시한다면 그 다음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국정치는 그만큼 역동적이다.
새 정부 정책으로 한국인이 고통 받게 될 거란 점만은 분명히 예측할 수 있다. 자사고가 전면화 되면 모든 국민이 고입경쟁 사교육비 지옥에 빠질 것이다. 영어교육 강화도 마찬가지다. 영어사교육 신천지가 열린다. 대입자유화도 대입경쟁지옥을 더욱 강화한다. 민영화는 고용안전성을 더욱 위협한다. 그에 따라 비정규직 저소득층으로 떨려난 사람들은 민영화로 인한 공공서비스 요금 상승분을 감당해야 한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부자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그로 인한 재정부족으로 서민복지는 위축된다. 손쉬운 경기부양정책으로 유력시되는 개발열풍은 부동산 폭등을 부른다. 한국인 고통의 원인인 고용불안정, 교육비, 부동산부담이 모두 악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서민들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물가인상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고난의 행군이 예상되고 있다.
그때 대응이 중요하다. 단지 고소영, 강부자, 영어사교육비, 자사고 등 현상으로 드러난 폐해를 비판하는 수준으로는 예측불허의 궤도이탈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정도의 비판은 보수야당도 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나타날 민심이반은 영호남 지역구도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신·구 집권세력이 모두 자유화개혁세력이다. 새 정부 민생파탄은 구 정권 파탄의 연장일 뿐이다. 자유화 자체를 타격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파탄은 이어지고, 엉뚱하게 영호남지역구도만 더욱 강화될 것이다.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고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장인 입시시장을 폐쇄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자유화 타격 방안이다. 왜냐하면 입시시장 폐쇄는 국민 대다수에게 사교육부담 해소라는 이익만을 줄 뿐 손해를 끼치진 않기 때문이다.
입시시장폐쇄, 즉 대학평준화로 국민이 잃는 것이란 자기 자식을 일류학교에 보내 출세시키겠다는 이기심과 일류대학이 국가경쟁력이라는 미몽뿐이다. 반 자유화세력이 수요자의 이기심을 설득하고, 일류대 경쟁력 논리를 해소할 수 있다면 평준화의 동력이 생긴다. 자유로운 입시시장이 폐쇄되면 한국사회 자유화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새 정부 자유화개혁의 핵심에 입시자유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상기하면 이것이 얼마나 예민한 부위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자유화세력은 평준화운동을 중심으로 반자유반시장반이명박 전선을 펴야 한다. 그것만이 자유화를 매개로 한 영호남 정권 주고받기 게임으로부터 한국인들을 해방시킬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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