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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열공] 소모임 활동은 모모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08.04.07 16:11

진보교육 조회 수:1606

소모임 활동은 모모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삼성고등학교 분회 독서모임 활동 소개

                                                                    신기숙 ‖ 삼성고


1. 우리 모임
  바쁜 일상이지만 책 한 권의 여유를...

1. 왜 만나지?  
➜ 일상의 복원, 공동 작업의 경험을 통한 분회 활성화 계기 마련
➜ 공동체성 회복을 통하여 새로운 학교 변화 모색

한 마디로 ‘입 닥치고 고고씽’인 학교가 하도 지루해서. 만나서 책도 같이 읽고 수다떨다 보면 시름도 나눠지고 뭐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 때문에.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꾸 만나다보면 같이 할 얘기꺼리가 많아질 것이고 서로 이해하게 될 것이고 ‘맹랑’이 아니라 ‘명랑’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재미나게 사고칠 계획도 도모하게 될 것이고, 꿩 먹고 알 먹고 분회 활성화의 계기도 되겠더라는 말씀.

2. 준비 과정
  
9. 20(목)
1차 준비 모임
- 모임의 필요성, 내용 먼저 고민
9. 20~10월 첫째주
적극적으로 알리기
- 개별 접촉, 메신저 홍보, 안내지
- 9. 28(금) 분회 나들이
10월 둘째주
2차 준비 모임
전체 모임으로 첫모임
- 모임의 방향성 확인, 읽을거리 확정
- 모임 홍보


3. 준비 모임에서 논의된 것들
➜ 한 달 단위로 주제를 정해서 관련 책을 두 권 정도 연속해 읽도록 한다.      
➜ 모임은 격주마다 수요일 오후 3시 20분 도서실에서 갖는다. 대략 6시 정도까지 진행됨
➜ 모임은 발제자를 정해 책 내용을 먼저 요약한 후, 돌아가면서 책을 읽은 소감과 내용들을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것은 발제하는 사람은 확실한 자기 정리가 되서 좋고, 나머지 사람에게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라는 데에 모두 동의. 사회는 처음에는 발제자가 사회자를 겸했으나 참여자가 많아지고 주제가 전문화되면서부터는 사회자를 따로 둠. 2학기 휴직자 빼고 조합원 24명(남 7명, 여 14명) 가운데 20대 여 2명(비조합원 신규 1명 포함), 30대 여 5명, 40대 남 5명, 여 6명이 참가했다. 보통 13명 정도가 모임.  
➜ 뒤풀이를 한다.  
➜ 논의 결과는 언제나 간단한 후기를 모아 <소식지>를 내서 자료를 공유하도록 한다.
* 2007. 전교조 공립관악동작지회 참실발표대회 발표글을 중심으로 덧붙였습니다.  



2. 말하다, 듣다
  

1. 모이니까 좋다!
➜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얻고 동료선생님들과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홍샘)
➜ 편식을 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소설, 수필)만 읽는 습관이 있는데, 인문이나 경제 등 여러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의사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나> 대화법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실전과는 다르지만ㅠ.ㅠ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계속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의지 불끈!(최샘)
➜ 함께 읽는 즐거움, 혼자 읽어도 혼자 읽는 게 아니다. 어떤 구절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꼭 궁금해지는데 모임에서 그것을 해소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의견을 듣게 된다는 말씀. 책을 핑계로 펼쳐지는, 그렇다고 관련 없지도 않은 수다(?)가 참 좋다.(견샘, 양샘)
➜ 하나, 읽고 싶고 마음이 드는 책이 있지만 천성이 게을러 미루기 십상인데 약간은 강제력이 생겼다는 것. 둘,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 즉 다른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지. 셋, 미처 몰랐던 좋은 책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황샘)
➜ 이래저래 학교 다닐 맛이 안 나는데, 허기질 때 얻어먹는 쵸콜렛과 같은 우리 독서모임이 있어 참 좋다.(임샘)

2. 앞으로 읽고 싶은 책 또는 관심 분야
➜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았으면……. 민족, 종교 문제 등. 너무 두껍지만 올해 인문학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만들어진 신』(홍샘)
➜ 인문서, 종교서, 철학서 등등 모든 책이 다 좋지만 한번쯤은 세속적이고, 대충 쓴 듯한 일본소설 같은 것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컨대 『go』같은.(견샘)
➜ 철학. 앞으로 살면서 꼭 지켜야 할 원칙이나 또는 여러 현상들을 보는 기준을 갖추고 싶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불혹의 나이이기에…….(황샘)
➜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생태, 교육과정, 교육철학 분야(박샘)
➜ 한국, 동양, 서양미술사, 미술관 순례책(양샘)

3. 앞으로의 우리 모임이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
➜ 내년에 학교 동호회로 등록하여 제도권내로 진출(홍샘)
➜ 앗, 독서모임은 처음해보는 것이라.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 상식을 넓히고 더 나아가 삶이 윤택해졌으면 좋겠다.(최샘)
➜ 생태 분야를 공부하고 떠나는 생태 기행(갯벌, 습지 등등) 같은 독서 주제별 답사여행, 잔디밭 같은 어느 탁 트인 광활한 곳에서 모임을 갖고 싶다. MT가요!(견샘, 박샘)
➜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수유 너머’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으로도 자유로움 속에서 넘쳐나는 지성의 향연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모임이 자유로운 사고와 넘치는 지성 그리고 마음 깊이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면 욕심이 지나친 걸까?(황샘)  

3. 겨드랑이가 가렵지만
거북이는 날지 않는 것이 미덕
  

사실은 얼마나 잘될지 확신이 없었다. 다만 2학기 복직해서 맞는 하루하루가 심심하고 지루했고 다른 선생님들은 대관절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시작하였다. 그저 만나고 싶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진심으로 옆 사람과 말 좀 하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두려웠다. 지난 2년간 근무하면서 맛보았던 몇 차례의 실패 경험들- 영화 모임 참패, 성과급을 둘러싼 분회 내 논란들, 지지부진했던 분회 나들이 경험 등-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쁜 기억은 왜 그렇게 오래가는지. 하지만 옆을 돌아볼 여유는커녕 무엇을, 왜, 어떻게 가르치고 되돌아보아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공들일 시간을 빼앗긴 채, 단지 컴퓨터에 코 박고 철저하게 경쟁 위주로 돌아가는‘그분’의 교육 계획을 집행하면서 누구도 행복해지질 않았고 소외당하는 딱 그만큼씩 ‘여기까지 몰렸구나’라는 위기의식, 답답함을 풀고 싶다는 생각, 즐거운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 뒷담화를 앞담화로 폭발시켜버리고 싶다는 끈끈한 집합의 욕구도 더불어 자체 생성돼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모임이 성사된 결정적 이유라고 본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하나도 없는 건가? 아무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 한 권 읽을 여유를 갖자고 모여드는 것은 강요된 관성에서 벗어나 교사로서의 존재의 의미를 복원해보자는 욕구의 중요한 출발점이라 나름 의미를 부여해 본다.  
책을 같이 읽으면서 경계해야 할 것을 발견했다. 대화와 소통이 일차적인 문제인 만큼, 모임에서 서로를 대상화하는 행위는 일절 삼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관계가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 절박해서 시작했으니 겸손해야지 목적의식이 모임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모임이 좌절의 장이 되거나 압박의 장이 되서는 곤란하다. ‘相愛相利’(상애상리)를 경험하는 즐거운 장이면 좋겠다. 먼저 준비했으니 오라 이런 식도 안 될 듯, 초대란 말도 삼갈 것, 모임을 먼저 고민했다고 숙제하듯이 모임을 주도하려 하면 즐겁지 않다. 내가 즐거운 이런 일을 시간나면 같이 하자는 것은 어떨까? 모임이 내용성을 갖춰 가면 그 다음 어떻게 가면 좋을까 하는 방향은 저절로 같이 궁리가 되는 것 같다. 속엣말을 자꾸 내뱉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결국은 자기기만하지 않기 위하여 자신도 모르게 실천을 고민하게 되는 걸 본다. <비폭력대화>나 <교사역할훈련>을 읽고 나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학생과의 관계에 직접 적용해보고 토론해보기도 했고, <88만원세대>를 읽고 나서는 비정규직철폐기금을 11만원이나 자발적으로 내주었다. 세계화를 공부하면서는 일국적 관점을 넘어서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논해보기도 하였다. 이 흐름은 고스란히 인사위 구성에, 다음번 분회장 선출에, 우리 학교 최초의 분회참실의 날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꾸 놀러가자는 말이 나온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사실은 이 말이 제일루 좋다.
걱정이 있다. 잘 놀았으면 하는데 아직은 잘 놀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 하나고, 앞으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가 또한 걱정이다. 미리 놀아보고 엠티를 가야할 것인가? 하하, 농담이다. 지회 내 분회소모임이 5-6개가 존재한다. 바람이 있다면 이제 곳곳에서 뿌리내리려 하고 있는 소모임의 내용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책도 소개하고 모임평도 하고 소식지도 올려서 참고하는 공간말이다. 훈고학은 아니로되 실용학쯤은 충분히 되어 줄 것이다. 누군가 힘들 때는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라 했다. 그 소박한 출발을 위해 이런 모임이 출발한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새내기 모임이고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 넘어져도 괜찮아, 조금씩 앞으로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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