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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특집2_ 7.5차 교육과정, 무엇이 문제인가?

2007.04.11 16:41

진보교육 조회 수:1564

7.5차 교육과정, 무엇이 문제인가?

진영효 l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

  2007년 2월 28일, 교육부는 7차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하였다. 2004년부터 시작된 연구·개발부터 현장적합성 검토, 공청회, 심의회 등을 거쳐 마침내 일단락되었다. 개정안은 2년간의 교과서개발을 거쳐 2009년부터 학교 현장에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개정의 기본 방향으로 ‘현행 교육과정의 기본 과정과 체제를 유지하되 적용상의 문제점을 개선,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을 확대, 국가·사회적 요구사항의 반영, 교과별 교육내용의 적정화 등’을 제시하였다. 이에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1.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의 부분 개정
2000년 도입과정에서부터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7차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에서 철저히 실패하였다.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좁히기보다 더욱 넓힌 수준별 교육과정, 교육의 다양성보다 획일성과 대학입시의 종속을 더욱 강화시킨 선택형 교육과정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단계형, 심화보충형 수준별 교육과정’을 삭제함으로서 수준별 교육과정의 실패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교과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권장한다’(2006년 8월 고시) 라고 하여 세칭 주요과목을 중심으로 우열반 수업을 학교 현장에 강제하고 있다. 또한 고교 2·3학년에서 수능· 내신 주요과목 중심의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보다 ‘선택교과군 확대 논란’이라는 지엽적 문제만 부각되었다. 그렇다고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재량·특별활동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제시되지 못했다. 국민공통기본교과 10개 과목 또한 초등에서의 과다 교과목 수와 중등에서의 사회과와 기술·가정의 기계적 통페합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이렇듯 이번 개정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 적용되어온 7차 교육과정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아닌 주관적 관료적 평가의 필연적 귀결이다.

2. 주 5일 수업제 전면 도입 유보
개발과정에서 제시된 시안의 제목은 ‘주 5일 수업제 대비 초·중등 교육과정 시안’이었지만 ‘도입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서 주 5일 수업제 전면 도입에 따른 편제와 시간 배당 조정은 제외하게 되었다’고 교육부는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2006년 10월 주 5일 수업제 대책반 회의에서 주 5일 수업제 전면 도입 시기를 2008년, 2009년, 2011년 세 가지 안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그 중 제 1안으로 2009년을 제시함으로써 2009년 도입이라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이는 정확히 ‘주 5일 수업제 대비 교육과정’의 학교 적용시점과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결정을 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가 이를 이유로 교육과정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도입 시기를 최소 4~5년 늦추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개정 교육과정이 고 3학년에 최종 적용되는 시점이 2013년임을 감안하면 적용되기도 전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다시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면적인 주 5일 수업제가 도입되면 수업시수의 감축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교육부 개정 시안에는 실질적인 교과수업시수를 전혀 감축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평일 수업시수의 연장, 방학일수의 감소, 학교행사일의 축소를 통하여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리고 수업효과를 감소시키는 개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개정과정에서는 논의를 미루고 있지만 이러한 관점은 수업시수 감축이 학력저하를 가져온다는 단순 등식의 결과이다.
현재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주 5일 수업제(월 2회 토요휴무)에서도 주당 2시간의 감축이 정상이나 주당 1시간 범위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나마 재량·특별활동에서가 아니라 교과에서 감축하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것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

3. 부분 개정조차 입시교육을 더욱 강화시키는 개악
교육부는 개정안의 주요 특징으로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을 확대, 국가·사회적 요구사항의 반영, 교과별 교육내용의 적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결과는 전혀 반대이다. 학업성취도평가 전면화, 입시교육을 강화시키는 일부 교과의 확대와 학습부담 증가, 음·미·체 내신 제외, 기계적으로 통합된 일부 교과의 유지 등이 그러하다.

가.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화
개정안에서는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국가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시·도 교육청에서도 학생 평가, 학교 평가를 실시한다는 지침을 추가하였다. 나아가 관련 내용이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으로 입법 예고되어 학업성취도 평가의 대상 교과, 주기, 평가 결과의 공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업성취도평가에 관련된 학교, 지역, 학생, 교원 관련 정보 수집을 허용함으로써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면화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간, 학교 간, 교원 간, 학생 간 비교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 실시는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조차 완전히 제약하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진도에 따른 시험이다. 따라서 획일적 일제고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에서 교육내용과 진도를 획일적으로 맞출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하나의 교육 자료에 불과한 교과서 내용을 교사가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7차 교육과정 지침의 의미도 상실 되었다. 왜냐하면 개별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은 결국 시험 진도와 충돌하여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을 얘기하면서 교육과정 질 관리를 위한 국가 고사의 실시를 함께 얘기하는 것은 앞의 내용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 초등진단평가, 학업성취도평가, 학력평가, 수능모의고사, 수능체제에서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과 교육의 다양성은 절대 보장될 수 없다.

나. 과학·역사· 논술 교육의 강화
이공계 기피현상과 일본·중국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교과의 수업시수를 증대하겠다고 한다. 과학교육의 부실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과학교육의 부실을 만들고 있다. 진정한 해결법은 과학 시수의 증대가 아니라 입시제도의 개선과 이공계 직업전망을 제대로 세우는데서 찾아야 한다. 역사왜곡 문제 또한 외교적 및 역사학계의 논리적 대응의 문제이다. 굳이 교육 내에서 대응책을 찾고자 하면 대학 교육에서 죽어가는 인문·사회 과학의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순수 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진정한 위기는  의과대와 법과 대학 중심의 대학 풍토, 취업을 위한 실용학문 위주의 대학교육에서 오고 있다. 이의 해결 방법을 중등 교육의 대학에 대한 종속성 탈피와, 해당 교과의 교육목적에 맞는 수업의 질 개선에서 찾지 못하고 수업시수와 수업량의 문제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입시위주의 학습풍토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논술 교육의 강화 방안 또한 대학 입시에 교육과정을 맞추는 꼴이다. 논술교육이 가질 수 있는 일면적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학의 선발을 위한 본고사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그 성격은 변질되고 있다. 창의성과 비판적이고 논리적 사고력의 개발은 교육이 정상화될 때 자연스럽게 획득되는 결과이지 입시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 만들어진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국가·사회적 요구에 의해 강조되고 있는 과목의 시수 증대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이는 주 5일 수업제에 걸맞는 수업 시수 감축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다. 학습량과 난이도 조정 없는 교과서 개발
각 교과별로 교육과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교과서가 바뀐다. ‘급변하는 지식과 정보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10년 동안 사용되는 현행 교과서는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학습량과 난이도 조절, 교과간 학년간 내용 중복의 해소를 목표하고 있다.
그동안 5년 주기로 교육과정이 변화함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어 온 것을 감안하면 10년간 지속되는 교과서는 변화되어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교과서의 학습량과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다. 7차 교육과정 도입할 때 교과서의 양을 30% 감축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현상유지 되거나 더 많아졌다. 이번에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각 교과 교육과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구체적 노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 도덕/사회, 과학/실과/체육, 사회/수학 등 각 교과간 내용중복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방안 또한 교과 교육과정에서 전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라. 음악·미술·체육 내신 제외
2006년 하반기 교육과정 개정안의 공청회를 앞두고 ‘교과별 성격과 학습목표에 알맞은 평가방법의 다양화 모색’이라는 논의가 교육부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평가 방법의 다양화 모색 논의는 사실상 해당 교과의 평가결과를 점수제 대신 3등급 평가를 염두에 둔 교육과정 상의 표현일 뿐이다. 고시된 음악·미술·체육 교과 교육과정에는 평가와 관련하여 ‘다양하게 평가 요소를 제시하되, 가급적 선택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지침이 똑같이 신설되었다.
  이는 사실 평가 영역이나 요소간의 공정한 평가 기준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따라서 점수제 평가 대신 서술형 평가 및 3등급 평가로 전환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관련 내용은 초·중등 교육법령도 아니고 부령이나 훈령 수준의 공문 한 장으로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현재 이를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의 후속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교과가 함께 평가방식이 변화한다면 바람직한 것이지만, 대학입시와 연관되지 않는 교과의 사실상 퇴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위 논의는 사실상 해당 교과의 내신 제외를 의미하며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외면과 교과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해당 교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에서 결과적으로 특정 주지교과의 상대적 편중을 더욱 심화시켜 학교 교육을 더욱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다.

마. 특성화고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권(특권) 보장
일반계고에서는 삭제되었지만 특성화고(과학고, 외고 포함)에서는 여전히 2~3학년 총 이수단위(136단위)의 10% 범위 내(주당 3시간)에서 증배 운영과 선택과목의 일부 개설이 허용되고 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 진행하고 있는 보충수업을 정규교과시간으로 끌어들여 합법화시키는 장치에 불과하다. 또한 국가수준 교육과정 편제표 이외의 선택과목 일부 개설 허용은 영어논술 등 결국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과목 개설을 합리화 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이 특성화고의 자율권 확대 방안은 입시 교육 강화에 따라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무력화되는 학교현실에서 이를 더욱 조장하는 쪽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국가 주도의 교육과정에서 단위 학교의 자율성의 신장은 일면 발전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자율성이 개별 집단의 특정한 이해와 결합될 때 이는 교육의 공공성과 대립하게 된다. 특히 단위학교의 교육과정위원회는 자문기구에 불과하고 교장이 모든 결정을 하는 학교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평준화 해체에는 항상 학교 자율성이 첫 번째 명분이었다. 자율성의 부여는 교육의 공공성 범위 내에서 또는 이와 결합될 때 온전히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4.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 상실
교육부는 이번 개정과정에서 장기간의 연구 개발과 공청회, 현장적합성 검토 등의 공론화 과정을 들먹이며 민주적 절차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와 상관없는 개정 내용, 의견 수렴 없는 현장적합성 검토, 요식적 절차로 진행된 각 교과별 토론회와 총론 공청회, 교육과정 심의회의 비민주적 운영은 파행을 치달았다. 마지막 절차였던 심의회 과정을 보면 자료의 당일 배포, 안건의 일방적 지정, 촉박한 시간 배정, 상호 토론과 결론 없는 회의 운영, 교육부 연구사 주도의 새로운 시안 제출과 일방적 통과 시도 등이 난무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심의위원들의 반발과 사퇴가 속출하였다. 이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상실한 처사로서 교육과정 고시를 원인무효화 시키고 있다.

5. 7차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을 위하여
교육과정은 학교교육의 전체 설계도로서 개정의 방향과 내용은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 현실은 문서상의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입시 정책에 휘둘려 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과정의 개편이 대학서열화와 입시제도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정의 출발점은 초·중등 교육이 대학 입시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완결적일 수 있는가에 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내용과 절차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개악이다. 오히려 수요자 중심의 신자유주의 철학이 교육과정상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를 철저히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또한 학교 교육의 정상화, 교육 공공성 회복은 7차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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