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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인건비예산제도와 공무원퇴출방안의 문제점

서형택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실장


요즈음 공무원 퇴출방안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 보도에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라서 탱자탱자한다.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렇게 언론이 엄호하는 가운데 진행돼온 정부의 직업공무원제 폐기 추진과정을 간단히 살펴본다.  

이 과정은 2001년 중앙인사위원회가 시동을 걸었다. IMF당시 공직사회의 구조조정 명분이 민간부문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라면, 2001년부터 중앙인사위원회가 시행한 목표관리제, 성과상여금제, 다면평가제, 개방형임용제, 읍면동 기능전환, 행정서비스 헌장제, 고객중심주의, 성과주의예산제 등은 생산성과 효율성의 개념으로 공직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겠다는 본격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 패러다임 전환의 주축인 “목표 관리제”의 전제조건은 직무분석을 통한 직무평가가 가능해야 하고, 서로 다른 업무에 대해 비교우위를 정하는 “업무 비중도” 부여도 타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론으로는 직위 분류제나 직무 등급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도입될 수 있지만, 계급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1998년도에 실시한 직무분석 연구용역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밝혀졌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다.
물론 그 이면에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국가시스템을 건설하겠다는 핵심 동기가 숨어 있다. 국제경쟁력평가기관이라는 자본의 도구를 이용하여 견강부회의 논리를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두 번째로 2004년부터 지방분권혁신위원회가 나섰다. 그 핵심 정책이 다름 아닌 “총액인건비 예산제도”이다. 이는 인건비 총액을 재정화 지수 등 28개 지수(행정자치부 자체 모형 개발)를 이용해 정하고, 그 총액범위 내에서 총정원을 정하며, 총정원에서 직급과 직렬 등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재정화 지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여 지방재정자립도에 따라 인건비를 산정토록 하는 재정통제 정책 추진책이다. 즉 재정자립도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거나 유지하는 정책을 통해 인력증원이나 인건비 상승을 억제한다는 노동총비용 감소정책인 바, 이를 통해 국가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총액인건비예산제도가 실시될 경우 250개 지방자치단체 중 159개 기관이 지방세를 걷어 자체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서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는 제도의 순응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정원 증원이 필요한 지자체를 시범실시 지역으로 정하여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고 진급 등 혜택이 주어지는 것처럼 제도의 본질을 은폐하고 있어 조합원 대중들이 현혹당하고 있다.
또한 총액인건비예산제도의 경우 신규인력은 계약직(흔히 말하는 비정규직) 충원을 전제하고 있다. 정원대체 계약직 비율을 20%이상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안정된 고용구조에서 일해 온 조합원 대중들에게는 비현실적인 문제이거나 자신은 제외될 것이라는 주관적 믿음이 있어 심각성을 덜 느끼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임금노동자의 실태는 심각한 수준에 있다. 2005년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25.9%가 저임금 노동자로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18.1%임을 감안하면 임금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공공부문의 고용 인력도 OECD(2003년 기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1.6%로 노르웨이(34.2%), 덴마크(31.3%), 스페인(18.2%), 일본(16%)에 비하면 현저히 부족한 인력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열악한 근무여건을 외면한 채 연공급 체계를 폐지하고 성과급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성과급제도는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인 계급제를 폐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즉 단일호봉에 의한 기준보수를 정하고 연공급의 비율을 70%, 직무성과급의 비율을 30%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경우 연공급을 90%, 직무성과급을 10%로 하고 있는 현실에 비교해도 엄청난 비율로 직무성과를 반영하는 것이다. 영국은, 초기에 우리나라와 동일한 비율로 실시하다가 현재는 연공급이 10-30%, 직무성과급이 90-70%의 비율로 사실상 계급제가 폐지되고 직업공무원제가 해체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또한 예산의 편성과 지출을 통제하는 방편으로 총액인건비예산제도가 시행되려고 하고 있다. 정부재정 적자의 규모가 2004년 말 현재 200조원 정도이다. 공무원의 인건비를 줄여 재정적자를 해소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정권은 노골화하고 있다. 정부 총 예산의 3.8%가 인건비에 해당된다. 여기에서 10%를 절감한다고 해도 0.38%에 지나지 않는다.
정권은 이를 위해 정치적 모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즉 총액인건비예산제도가 정착되고 나면 이미 준비중인 총괄경상사업비예산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사업비까지를 재정자립도에 의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정부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정권의 의도가 분명해 진다.  정부 총 예산의 43%정도가 경상사업비이며, 이 예산의 10%만 절감해도 4.3%로 인건비 총액보다 많은 금액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 정권의 판단이다. 이런 실제적인 압박이 지방선거의 중앙지원을 축소하고 지방의원보좌관의 유급제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겠다는 발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 번째로, 정권의 의도와 구상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인데 그들의 추진방향은 다음과 같다.
① 재정 통제를 통한 신중앙집권의 강화. 그 중심 정책이 행정구역개편이다. 1개 특별시와 인구 100만 규모의 64개 광역시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정을 균등화한다는 것이 겉으로 나타난 정권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통합을 추진한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 7월 27일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그 결과 통합이 결정되었으며, 그 여세를 몰아 충북 청주와 청원이 통합신청을 하는 등 진행과정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재정 균등을 위해 기업도시, 경제특구, 혁신도시 등을 64개 클러스터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특구와 기업도시 모두 민중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경제특구는 외국자본의 이윤보장을, 기업도시는 국내자본의 이윤 보장을 위해 도입된다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자본은 초기 사업비를  투자하지 않고 국가가 나서서 민중의 재산권을 몰수하여 헐값에 보상하고, 거기서 생겨나는 잉여 이윤을 자본과 정권이 나눠먹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이 도시가 지정되면 교육도 개방되고 민영화되어야 하고, 종합병원인 의료시설도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허가할 수 있고, 그 결과 돈 없는 사람들은 병원을 앞에 두고도 비싼 병원을 이용할 수 없어 병들어 죽어가는 현실이 도래할 것이다. 노동자는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도 박탈당하는 그야말로 자본의 천국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혁신도시라는 미명아래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을 공직사회에 도입하려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 지방자치단체 재정평가 9등급제를 실시하여 7,8,9등급의 하위 지방자치단체는 교부세를 교부하지 않고, 중앙의 시책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 경우 60-70개 지방자치단체가 교부세 없이 자체의 세원으로 다음 연도의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나, 외국들처럼 우리도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이 현실화된다. 공무원연금의 국민연금과의 통합도 이 관점에서 진행 중이다. 공무원에게 주어진 각종 혜택(퇴직금이 없어 당연히 연금액수가 많아야 함)을 철회하여 재정적자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정권의 궁극적 목표이다.

② 인력통제 방안. 팀제 도입이 바로 그것인데 팀제를 도입할 경우 관련된 제도들이 연관성을 갖고 현장에 도입된다(일하는 방식 혁신, 집중근무제 등).  업무난이도를 고려하지 않고 이제는 자신이 제출한 일의 결과, 즉 일을 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자신의 일일평가가 진행되고 그것이 누적되어 성과평가체계가 자리잡는다. 이에 따라 공무원의 성과6등급제가 실시될 배경을 만들어 퇴출을 기정사실화한다. 여기에 기초해 성과가 높은 공무원에게 직무등급이 높은 업무를 배정하여 보수의 차등을 유도한다(연봉제).  직무성과협약제(4급 이상은 직무성과계약제-공무원 신분이 아님에 유의, 즉 계약직 비정규직임을 의미)를 실시하여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인 계급제를 폐지하는 그래서 직무성과에 의한 단일호봉제로 보수체계를 전환하는 흐름을 예정하고 있다. 이 흐름에 노출될 경우 정년제 등의 현안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못 된다.

③ 행정통제 정책. 기존의 목표관리제(MBO)가 실효성도 없고 현장에서 거부당하는 점을 개선하여 직무성과계약제 및 협약제를 그 동안의 다면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도입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제안 마일리지제도, BSC, 직무성과등급제를 통한 인사시스템의 개선 등을 위해 인사전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무원성과등급제나 PPSS 인사시스템은 교사의 경우 교원평가제나 네이스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미 그 폐해는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총액인건비제의 본질에 관해 공무원노조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가의 중요한 기능은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가가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생산성 운운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거나 방기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 민중들이 감내해야 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총액인건비제의 터를 닦는 선행 제도들에 대해 투쟁할 것이다. 팀제, 집중근무제, 제안마일리지제, 성과평가제, 성과등급제, 직무등급제, 단일연봉제 등등에 대한 행정도입의 부당성을 알리고, 이것의 폐해에 대해 저항한다. 이 피해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알려낼 것이다. 국민들은 행정, 즉 능력보다는 도덕성(79%), 효율성보다는 공정성(77%), 성장보다는 분배(68%)를 먼저 요구한다. 이 국민적 요구에 충실히 복무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전 민중과 함께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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