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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읽을거리_2003년 교육계 연말정산

2004.01.09 14:21

jinboedu 조회 수:1710 추천:41

2003년 교육계 연말정산

2003년 교육계 연말정산

편집실

 

2003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 한해 교육계는 유난히 말이 많았다. 자유주의적 개혁의 외피를 쓰고 화려하게 등장한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의 자장(磁場) 속에서 모순과 혼란을 몸소 보여주며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반동적·반민중적 정권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교육정책 또한 모순과 혼란 그 자체였다. 상식과 원칙이면 무난히 해결되리라 믿었던 NEIS 문제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힘겹게 정리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수준의 교육관료들의 '뚝심'과는 달리 원칙도 없이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준 정부는 결국 보수반동세력과 닮은꼴이 되어버렸다.

한 해를 돌아보며 교육계의 주요 사건들을 되돌아보니 우리 민중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그다지 없었다. 더군다나 숱한 노동자들이 죽어갔던 슬픈 기억을 곱씹어보노라면 반가웠던 소식이나마 기뻐하기가 새삼 머쓱해진다. 하지만 2004년 교육대투쟁의 힘찬 출발을 위해선 아쉬웠던 일들도 곱씹어보고, 승리적 관점에서 엄밀히 평가할 것은 평가를 해야할 것이기에 2003년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할 것이다. 굳고 정한 갈매나무의 기운으로 2004년을 시작하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백석,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중에서

 

1. 전교조 합법 3기 지도부 출범

"교육시장화 정책과 교육개방에 단호히 대처"

전교조 10대 위원장-수석부위원장에 원명만-장혜옥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합법 3기 지도부가 출범하였다. 신임 지도부는 교육개방 및 교육시장화를 저지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자립형 사립고 및 고교평준화 해제 등 교육시장화 정책 저지 ▲ 경제자유구역법, 외국인 학교 등 교육개방 저지 ▲ 초등수업시수 19시간 법제화 등 수업시수 경감 ▲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 교장선출보직제 실현 ▲ 임금인상 투쟁을 통한 교원처우개선 ▲ 대안적 교육과정의 제시와 학제 전환 ▲ 대중 교사와 함께 하는 참교육 실현 등의 정책공약을 실현해갈 것을 다짐했다.

2. 쉽지 않았던 새정부 첫 교육부총리 인선과 짧았던 임기

노무현 정부의 첫 조각에서 교육부총리는 진통을 거듭한 끝에 다른 부처보다 1주일이나 뒤늦게 임명되었다. 교육부총리 인선 과정에서 교육개혁을 올바르게 추진해나갈 인사를 선임하라는 전교조와 교육운동단체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일부 학부모단체는 '전교조 등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번번이 반대한다며'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전임 이상주 장관은 퇴임식 직후 '전교조가 교육개혁에 발목을 잡았다'며 한바탕 욕설을 퍼붓더니 급기야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라는 골수보수단체를 만들고야 말았다. 정부는 이때부터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며 우여곡절 끝에 윤덕홍 장관을 임명했지만, 교육부총리의 임기를 참여정부와 함께 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또다시 9개월짜리 교육부장관을 낳고야 말았다.
 

3. NEIS에 정보인권을 허하라!

두 말이 필요없는 사안. 정보인권의 수호라는 원칙아래 전교조의 인증거부투쟁과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학부모 입력거부운동, 조합원 연가투쟁, 촛불집회, 정보화위원회에서의 교섭투쟁 등 NEIS의 폐기를 위한 끈질긴 투쟁을 벌여왔다. 천신만고 끝에 정보화위원회에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NEIS 투쟁의 과정에서 교육부 관료들의 추악한 행태에 치이고 보수세력의 총공세에 발목이 잡히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 정보인권의 중요성을 널리 확산시키는 등 커다란 성과도 얻어냈다.
 

4. 굴욕적인 WTO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올해 초 정부의 이라크 파병방침으로 혼란스럽던 상황에서 정부는 전격적으로 교육개방 양허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교육개방이 대세라고 선전했지만 양허안을 제출한 국가는 10개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굴욕적인 개방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후 교육부는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교육기관설립을 위한 특별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5. 충남 보성초 교장 자살은 전교조 책임?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시중을 들라고 요구했던 교장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비정규직 여성 교사가 겪고 있는 우리 교단의 현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보수세력과 언론은 일제히 이 사건을 두고 전교조 죽이기에 힘을 모으고 나섰다. 덕분에 상식적으로 무난히 해결되리라 믿었던 NEIS문제가 보수세력의 준동으로 인해 교단갈등, 보-혁 갈등으로 왜곡되어 문제해결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여성부가 성차별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겪고 있는 고통과 차별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6. 평준화 죽이기 총공세

올해도 어김없이 보수세력의 평준화 죽이기는 계속되었다. 느닷없이 강남집값 문제를 핑계삼아 고교평준화에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니 언론, 재계, 정계, 학계, 서울시 등이 평준화 죽이기 총공세에 나섰다. 이들은 근거없는 믿음과 온갖 낭설로 평준화의 폐해를 지적하는 동시에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를 확대하여 다양성과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의 허약한 근거와 논리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굽힐 줄 모르는 계급지배의 탐욕은 평준화를 벼랑끝으로 몰고갔다.

7. 범국민교육연대 출범. 공교육개편운동의 닻을 올려라!

WTO교육개방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가 10월 11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박거용 상임대표는 출범사에서 "이제 더 이상 정부의 변화를 기다리지 말고, 교사 교수 학부모 학생 노동자 농민이 직접 나서서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창의력과 생산력이 살아있는 교육을 직접 이루자"고 선언하였다. 범국민교육연대의 출범으로 범국민적 공교육개편운동의 힘찬 출발과 함께 우리 사회 교육운동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8. 수능시험,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올해는 유난히도 수능시험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들이 많이 노출되었다. 수능시험을 전후로 해서 많은 학생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기도 했으며 오답시비와 출제위원 선정 문제로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NEIS 문제에 대해선 그토록 뻔뻔하던 교육부장관이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국민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9. 교육청과 사학재단의 더러운 비리와 흉악한 횡포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이 많은 교육청과 사학재단의 비리가 이어졌다. 제주도 교육청의 인사청탁 비리와 관련하여 고위 간부가 자살하고, 충남 교육감이 뇌물수수로 실형 선고를 받는가 하면, 울산 교육청의 CS사업 비리, 목포교육청의 떡값 수수 등 교육청은 그야말로 비리의 온상. 한편 끊이지 않는 사학재단의 비리는 올해도 숱한 교사와 학생, 교수들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앗아갔다. 하지만 교육부와 비리의 당사자인 교육청은 사학재단의 비리와 전횡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감사조차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동안 사학재단의 막가파식 횡포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10. 학교급식 안전하게 먹이자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지역의 학부모, 교사, 농민, 노동자, 정당이 한데 뭉쳤다. 이들 시민사회단체 연대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취지아래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급식위탁업체가 한 사립학교측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급식을 둘러싼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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