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0호 평준화에 돌을 던지자?

2001.07.12 14:40

송경원 조회 수:1415 추천:4

평준화에 돌을 던지자 ?

평준화에 돌을 던지자 ?
- 한국교육개발원(KEDI) 2001-2차 교육정책포럼 자료집을 보고

송 경 원 (한국교원대 교육과학계열 조교)

아, 평준화가 마녀였군요 !

동아, 중앙, 조선일보 관계자분들께.

저의 무지함을 일깨워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론주도층은 확실히 다르군요. 그동안 저희가 아무 것도 모르고, 교육의 평등성을 강조하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로 대표되는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는" 사람들(일명 '평등주의자', 조1), 3월 4일)이 유포한 '산술적 평등주의', 즉 학습능력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을 한 '제조공정'에 몰아넣고 똑같은 교과와 진도를 강요하는 기계적 평등교육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이데올로기(조, 4월 5일)에 놀아나 능력과 무관하게 모두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평등 강박 장애'(조, 4월 5일)에 걸려있었다고 지적해주니 말입니다.

아, 저희가 환자였군요. 그것도 '강박 장애'라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군요. 그래서 평준화가 좋다고 생각했었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감히 평준화가 해체되어가는 추세에 역행하려고 했군요.

세상에, 평준화가 절대악인데도 말입니다. 평준화로 인해 모든 학교가 똑같이 되어 개성없는 '판박이 수업'이 이루어지고(동, 2001년 5월 7일; 중, 3월 30일, 4월 11일), 영재들도 제대로 된 교육을 못받아 평범한 아이가 되며(중, 3월 26일, 28일), 등허리 휘어지게 만드는 과외비만 늘려(동, 4월 2일; 조, 4월 1일) 교육의 빈부차가 커질(중, 4월 4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학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력과 대학진학 성과가 결정되는 파행적인 결과를 초래"(조, 4월 1일)했잖아요. 어디 그뿐입니까. 학업수준이 제각각인 학생들을 한 학급에 모아 낙오자는 버려둔 채 수업이 이루어지게 하고(중, 4월 6일), 심각한 학력저하 이른바 '하향평준화'(조, 3월 4일, 4월 10일; 중, 4월 9일, 5월 15일)와 학교붕괴(중, 4월 13일, 5월 15일), 교육이민(일명 '교육엑소더스',조, 3월 5일)를 불러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평준화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의연히 일어나 진실을 이야기한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역시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없으면 한국은 안되나 봅니다. 하마터면 세계화와 지식기반사회에 걸맞는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지 못해 남미와 필리핀처럼 잘 나가다가 순식간에 굴러떨어질 뻔 했으니 말입니다(조, 4월 5일).

이제 제 병을 알았으니, 확실하게 치료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지게 평준화를 부르짖는 평등주의자들을 '계몽'·'교화'하고, 평준화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수요자의 학교선택권 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여기에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적절한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근데 말이죠 ?

알아야 면장도 해먹는다고 병을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저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미력하나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여러분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되지 않지만요. 그래서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기관(영어로 KEDI라고 하더군요. 전 영어에 약해서 영어라면 꿈뻑 죽죠. 있어 보이잖아요)에서 "지식기반사회에 비추어본 평준화 정책 검토"라는 교육정책포럼을 마침 했다기에, 자료집을 어렵게 구해 읽어봤지요. 그래도 국가가 돈을 대 만든 기관이니까 제대로 이야기할까 싶어서요.

먼저 홍익대 서정화 교수님의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평준화 정책의 방향'이라는 글은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과 거의 같은 이야기더군요. 그래서 조금 공부가 됐습니다. 더불어 평준화가 어떻게 생겨났고 진행되었으며, 그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평준화를 형평성의 화신처럼 말했는데, 서정화 교수님은 평등의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거든요.

평준화 정책은 선발제도의 측면에서 볼 때, 동일 지역 내 고교들의 연합시험에 의한 선발과 추첨에 의한 학교배정을 통하여 고교입시 경쟁을 완화시키는 데 주력하였고, 평준화의 주요한 전제조건이었던 시설과 교사의 질을 평준화하는 데는 소홀하였다. 어떤 의미에서 평준화 정책이 고교 교육의 평등화 정책 전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고교 교육기회의 분배에 있어 계층간,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한 것은 인정되지만, 오히려 교육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측면도 없지 않았다. 평준화정책은 고교 진학기회의 부분적 평등을 이룩하였을 뿐 교육기회의 균등은 제대로 구현하지는 못했다(13쪽).2)

이러한 내용은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책이나 윤정일 교수의 책에도 똑같이 나와있더라구요(앞으론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에 부응하고자 제가 책 좀 봤지요). 이게 교육평등이라는 면에서 볼 때, 평준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말 아닌가요? 그럼, 평준화의 문제라고 지적하였던 부분들이 평준화가 제대로 안되서 발생한 것은 아닌가요? 서정화 교수님은 여러분처럼 화끈하게 말하지 않고, 여러분의 이야기에 가까우면서도 약간 두루뭉실하게 "평준화를 없애기도 그렇지만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래서 평등의 기조를 유지한 채 창의성과 수월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16∼17쪽)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중앙대 강태중 교수와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의 '평준화 정책과 지적 수월성 교육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검토'라는 숫자와 표가 어지럽게 나오는 글은 저를 더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선행연구를 소개한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두 차례의 연구(1978·79년과 1995년) 결과 평준화가 학력를 저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단, 두 연구 모두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어(그럼, 그렇지!) 다시 '평준화 실시로 학생들의 학력이 하향평준화되었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겠다고 합디다. 그래서 꼼꼼히 읽어봤죠.

우와, 이 연구, 522개 학교 102,26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자그만치 전체 학교의 44.2%와 학생의 47.48%에 달합니다. 대단하군요. 이렇게 큰 연구가 또 있었나요?) 1학년때(1997년)와 3학년때(1999년) 성적을 비교했네요. 그 결과를 보니 평준화 지역의 학생이 비평준화 지역의 학생보다 평균 성적이 높을 뿐 아니라 1학년대비 성적 향상 정도도 높다고 합니다. 또한 평준화지역보다 비평준화지역이 학생들 사이의 성적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근데 그러면서도 상위권과 중·하위권 학생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평준화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1, 3학년 공히 비평준화 고등학교보다 높은 편이다. …

둘째, 고등학교 1학년때의 학업성취도변인의 영향력을 통제했을 경우, 3학년때의 학업성취도 수준의 경우, 여전히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들이 높은 편이었다. 평준화지역의 고등학교에 다닐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비평준화 고등학교에 다닐 경우보다 3학년 성적이 평균적으로 15.75점 높아진다. …

셋째, … 평준화 고등학교의 경우 비평준화 고등학교와 비교할 때, 최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다소 떨어졌으며,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하였다. 즉, 평준화 고등학교는 … 상위권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는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매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36쪽).

그러니까 평준화가 비평준화보다 성적이 더 높은데, 상위권 학생들은 불리하다는 이야기인 것이죠. 역시 수월성에 문제가 있군요. 근데 말이죠, 결론에서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세요? "평준화 정책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평준화되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 것은 평준화만의 탓은 아니며, 보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36쪽)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향평준화가 사실과 다르다? 또한 경기도 시지역의 21개교에 대상으로 '학생구성특성의 영향력 분석' 연구 결과(알고봤더니 두 개의 연구를 합친 글이더군요)를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네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학교일수록 성적 향상 정도가 높으며, 평준화지역의 고등학교가 비평준화지역의 고등학교보다 약 15.75점 높은 학업성취도 향상률을 보이고 있다. …

반면에 1학년 당시의 학교별 학생들의 성취도 변인의 표준편차 변인은 학생들의 성적 변화에 의미있는 영향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또는 동질적인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치면 더욱 효과적이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드러내주고 있다(34∼35쪽).

야, 여러분의 이야기와는 완전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그것도 나름대로의 증거에 근거해서 하향평준화도 아니고, 비슷한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근데 말이죠, 이것과 흡사한 이야기를 부산대 한대동 교수팀도 하고 있거든요. 전국 30개교 91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과외와 학교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 평준화가 학생들의 성적에 별 다른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과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도 편달이 필요하겠는데요. 여론주도층 여러분 ! 이 시점에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꼭 답변해주십시오. 이 연구결과들을 믿어야 하나요? 그럼, 여러분이 잘못 알고 이야기(유언비어 유포)한 건가요? 아님 제가 아직 무지해서 이들의 거짓됨을 가려내지 못한 건가요?

질문에 대한 답은 천천히 듣는 것으로 하고, 계속하겠습니다. 두 개의 주제발표문을 지나면, 5명의 패널이 토의한 글이 나옵니다. 먼저 이병호 교육부 교육연구담당장학관의3) 글은 교육부 정책을 밝힌 글이라서, 그리고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님의 글은 익히 소개해주신 분(조, 4월 1일, 5일; 중, 4월 11일)이라서 넘어갑니다.

그 다음 글부터 또 혼동이 시작됩니다. 군포고등학교 교사인 이성은 '고교입시 평준화의 정당성'이라는 토의문에서 먼저 "평준화로 인한 학력저하의 실증적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또한 비평준화는 특정학교에 우수학생을 집중시키지만 평준화는 우수학생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우수학생수 증가율은 평준화 지역이 높다"(55쪽, 그 실증적인 증거는 56쪽 각주 4)고 말하고 있네요.

사실인가요? 학력저하의 증거가 없나요? 의구심이 들어 여러분의 신문기사를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추측, 짧은 관찰,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주장만이 있지, 실증적인 증거라고 할만한 것은 없더군요. 어찌된 일입니까? 이성씨는 이에 대해 접근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네요.

동일한 시점에서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 학생의 학력변화를 비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학생과 현재의 학생을 비교하여 평준화가 성적을 하향 평준화시켰다는 논리전개를 하는 모순이 있다. 아울러 과거의 학생과 비교하여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이야기하는 논리에도 모순이 있다. 현재 척도가 되고 있는 학력의 기준(국, 영, 수 점수)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학습능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컴퓨터 활용능력은 현재의 학생이 월등히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학력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56쪽).

그러면서 "상위 0.5% 이내의 영재를 잘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것을 위해 평준화를 없애고 비평준화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57쪽)이라고 덧붙입니다. 거기다 그 주장을 '일부언론'(여러분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이 했다고 하네요.

동아, 중앙, 조선일보 관계자 여러분,

이거 여러분 덕분에 병을 알게 되어 치료하려고 했는데, '어지러움증'이라는 병만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약간 어지럽고 아픈데요. 이 증세는 조흥순 한국교총 정책연구부장의 "교육의 질 향상은 학교교육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본질적 과제라 할 수 있다. …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내로 되면, 학생의 개인차가 크다 해도 교사의 개별지도가 가능해질 것이므로 평준화로 인한 부작용은 해소되어진다"(63쪽)라는 표현에서 조금 심해지는 것 같더니, 이어지는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의 글에서는 눈앞이 하얘질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선 '평준화가 교육의 다양성을 없애고 획일화시키는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거든요.

평준화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다양성이 존재했는가. 그리고 현재 비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다양성을 실현하고 있는가. 나아가 평준화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특수목적고등학교와 특성화고등학교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있어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근거있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없다] 그리고 일부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교육내용과 방법의 다양성이 일부 발견될 뿐 소위 평준화제도의 예외인 특수목적고 역시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대학입시학원으로 전락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내용과 방법의 획일화가 고교평준화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속임수에 불과하다(67∼68쪽).

속임수랍니다. 여러분 들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요. 어떠세요? 화나시죠? 아님 얼굴 판매하고 계신가요(속된 말로 '∼ 팔리나요) ? 당연히 화나실 거라 믿고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박경양씨는 평준화가 사교육비를 늘렸다는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좀 깁니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를 드러내주는 조사가 있다. 지난 4월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2000년 과외비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강남 지역의 과외 학생 1인당 평균 과외비는 연간 286만 6천원이고, 일산과 분당 지역의 학생 1인강 평균과외비는 연간 232만 7천원이라고 한다. 또 가구당 과외비 지출을 비교해보면 강남지역이 438만원인 반면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서울의 강남지역보다 많은 441만원으로 조사되어 수도권 신도시가 가장 많은 과외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주목하는 몇 가지는 서울의 부유층이 사는 강남지역은 고교평준화시행지역이고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비평준화지역인 점, 지역주민의 평균연령이 강남지역이 신도시지역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 나아가 자녀의 구성에 있어서도 강남지역의 주민의 자녀가 비교적 신도시지역 주민의 자녀보다 상급학교에 재학하는 자녀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과외비 부담 비율을 분석해보면 비평준화지역인 수도권 신도시지역이 평준화지역인 강남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월등히 많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고교평준화가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늘렸다는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68∼69쪽).

설득력이 없답니다. 설득력이 ! 이젠 할 말도 없고, 머리는 텅 비어가네요.

믿었는데 말입니다 !

예전에 박홍 총장님이 사회 곳곳에 주사파가 있다고 폭로한 것처럼 평등주의자들도 사회 곳곳에 침투해있나 봅니다. 국가가 돈을 댄 기관에서 하는 포럼에 7명이 발표하였는데, 그 중 4명이 여러분의 주장이 틀렸다고 하니 말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제 여러분의 주장에 조금 의심이 가긴 하네요. 그래도 제 병을 진단해주었으니, 그걸 믿고 제 나름대로 끝까지 해보았습니다. 근데 영 아니더군요.

평준화 때문에 학교붕괴와 교육이민이 발생했다고 하셨죠. 근데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한 1차 포럼과 3차 포럼이 각각 교육이민과 학교붕괴를 다루었는데, 평준화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한 마디도 없는데요. 특히 교육이민의 경우에는 직업이민이지 교육이민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동, 3월 30일에 실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요? 한국교육개발원도 평등주의자 천지인가요?

그리고 1차∼3차까지의 포럼에 대한 기사(요즈음은 인터넷이라는 좋은 게 있어서요. 타다닥 타다닥 하면 나옵니다)도 동아일보만 제대로 실었더군요. 물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도 실렸습디다. 근데요, 1차의 경우, 조선일보는 핵심인 교육이민의 현황 및 원인 등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와 발표자들의 견해는 소개하지도 않고, "획일적 교육 수술…적절한 경쟁 유도해야"(3월 30일)라는 제목 하에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연구부장이 발표문의 뒷편에 부록으로 게재한 '개인적인 생각' -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10가지 제안만 이야기하고 있군요. 중앙일보는 관련기사가 보이지 않구요.

2차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중앙일보는 성기선·강태중 교수님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고교 상위권학생 비평준화지역서 학업성취도 높다"(5월 24일)라고 제목을 붙였더라구요. 조선일보는 "고교평준화, 학업성취도 향상시켜"(5월 23일)라는 제목하에 연구결과를 제대로 싣는 것처럼 하더니, 곧바로 뒤이어 포럼을 소개하는 기사 "교육정책포럼 - 고교평준화 공립에만 적용해야"(5월 24일)에서 서정화 교수, 우천식 연구원의 주장만 소개하고 있더군요. 이걸 좋게 표현하면 '편집의 묘'고, 나쁘게 말하면 '왜곡/편파 보도'라고 하지요, 아마?4)

기사들을 더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것이 두 개 발견되더군요. 하나는 작년에 한국교육개발원이 경기도교육청의 의뢰로 경기도내 평준화고등학교 11개교와 비평준화고등학교 17개교의 성적 향상정도를 비교한 결과를 소개한 기사(동, 2000년 10월 3일, '평준화 고교생 성적 향상…非평준화지역 앞섰다')입니다. 이에 따르면, 1학년때 성적 대비 3학년때 성적 향상 정도가 비평준화지역 고등학생보다 평준화지역 학생들이 높다고 하네요. 또 특이한 것은 성기선·강태중 교수님의 연구결과와는 달리 상위권이든 중상위권이든 1학년때는 비평준화지역 학생의 성적이 앞섰으나 3학년에 올라가서는 모두 평준화지역 학생의 성적이 앞섰다고 합니다. 아니 스스로 기사를 통해 "고교평준화 정책이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말해놓고, 1년도 지나지 않아 다른 이야기를 한 이유가 뭡니까? 이 기사를 쓴 기자만 평등주의자입니까? 또 중앙, 조선일보는 라이벌 신문이라고 기사를 보지도 않거나 아니면 애써 무시한 겁니까?

두 번째는 한국교육개발원의 2차 포럼이 있은 후 평준화에 대한 기사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입니다. 저 같으면 2차 포럼에서 자신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오냐, 너 잘 만났다. 함 당해봐라. 이 기회에서 확실히 혼을 내주지"라면서 바로 대대적인 반론보도를 하겠습니다. 근데 왜 안하셨죠? 반론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나요? 아님 이미 효과를 봤으니(저처럼 평준화가 나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으니), 괜히 흠집내기 싫으셨나요?

동아, 중앙, 조선일보 관계자 여러분,

처음에는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근데요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래 병에 걸려 있었는지, 아님 여러분 때문에 없던 병에 걸린 건지. 뭐라고 말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지금에 와서는 배신감마저 듭니다. 여론 주도층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책임을 지셔야죠. 한동안 여러분을 '유언비어/허위사실 날조 및 유포죄로 고발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만 알아두십시오.

두서없는 글 여기서 접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건강'하시구요.

2001년 7월 4일 어지러워 입원한 애독자 올림

참고자료

김신일(1993), [교육사회학], 서울: 교육과학사.

손지희(2001), 교육불평등의 주범이 '평준화'라고? - "교육의 형평성과 과외에 관한 실증 연구"(KDI) 보고서 비판, http://jinboedu.jinbo.net

윤정일 외(1995), [한국교육정책의 탐구], 서울: 교육과학사.

한대동·성병창·길임주(2001), 고등학교 학업성취에 대한 학교효과와 과외효과의 비교연구, 교육사회학연구 11(1), pp.33∼54.

한국교육개발원(2001가), <한국교육의 현실과 조기유학(교육이민)의 명암>, 2001-1차 KEDI 교육정책포럼 자료집, 2001년 3월 30일.

______________(2001나), <지식기반사회에 비추어 본 평준화 정책 검토> 2001-2차 KEDI 교육정책포럼 자료집, 2001년 5월 24일.

______________(2001다), <공교육 위기의 해부 - 실체와 원인 진단>, 2001-3차 KEDI 교육정책포럼 자료집, 2001년 6월 25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신문기사들.
주--------------------------
1)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각각 '조', '중', '동'이라 약칭한다. 연도가 표기되지 않은 것은 모두 2001년도 기사이다.
2) '2001-2차 KEDI 교육정책포럼 자료집'은 생략한다.
3) 관료입니다. "교육부 관료들은 5년,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마치 타이타닉호를 탄 기분이다. 이 배가 가라않는 줄 알면서도 교육관료에 맡길 수밖에 없으니 국민이 불쌍하다"(조, 4월 5일)는 가르침 잊지 않고 있습니다.
4) 3차 포럼에 대한 동아일보의 기사도 문제가 있습니다. 김동춘 교수 발표의 핵심은 공교육위기가 정권유지나 경제우선 등에 의해 교육의 공공성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것과 사적인 이익 추구가 맞물린 것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 "서울대 개편 - 사범대폐지 공교육위기 해결책 마련을"(6월 25일)이라는 제목을 달다니요. 대안은 끝에 가서 "짧은 개인적인 생각을 모아봤습니다"면서 '간단히' 발표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 교육정보화와 관료주의 조옥준 2001.11.08 1438
113 신자유주의 대학재편 비판과 진보적 재편의 방향 홍은광 2001.11.08 1230
112 진보적 교육이념과 학교문화 재구성의 방향 홍은광 2001.11.08 1413
111 진보적 학교 재구조화 논의의 활성화를 위한 시론 교육이론분과 2001.11.08 1498
110 어느 관념적인 평등주의자의 넋두리 정은교 2001.11.08 1749
109 '자본'에 저당잡혀 있는 우리의 몸과 욕구 강유미 2001.07.12 1502
108 시간의 화살은 어디로 향하는가?_서평 송권봉 2001.07.12 1109
» 평준화에 돌을 던지자? 송경원 2001.07.12 1415
106 한국학력주의체제와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 홍은광 2001.07.12 1575
105 교육과 과학기술_강신현역 file 마이클애플 2001.07.12 1284
104 6/16토론회 현장스케치 사무국 2001.07.12 1405
103 오늘날의 보수정치와 민중의 과제 홍석만 2001.07.12 1071
102 국립대 발전계획 분석과 비판 서울대총학생회정책실 2001.07.12 1357
101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공공성의 큰길로 이순철 2001.07.12 1443
100 교육총파업으로 신자유주의에 파열구를 정세분석팀 2001.07.12 1097
99 한국형 교육시장창출전략 해부 file 손지희/홍은광 2001.07.12 1374
98 신자유주의의 보이는 손 file 강신현 2001.07.12 1438
97 겨울나기 월동채비를 갖추려면? 정은교 2001.07.12 1532
96 전국민중연대 소개 사무국 2001.10.20 1419
95 대우자동차투쟁!!더이상물러설 곳이 없다 사회화와노동 2001.05.10 1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