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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권 투쟁의 성격과 의미, 과제와 방향

 

손지희전교조 서울지부 중등중서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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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사 위기와 교육권 투쟁의 성격

 

1) 교사 위기

2023년에 일어난 일련의 교사 사망 사건은 우연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여러 요인들이 누적되고 구조화되어 발생한 필연적 결과이다. 교사 대중, 특히 초등 교사들은 깊은 공감과 연대, 변화에 대한 열망을 행동으로 표출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터질 것이 터졌다’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 구조화된 교사 위기’ ‘교직 위기상황의 사건화라고 표현할 만하다.

이처럼 교사 위기는 이미 구조화된 상태로써 비극적 사건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교사는 위험한 직업군의 하나로 편입되었다. 관료주의의 횡포에 더하여 고객의 갑질로 자칫하면 생계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공격에 시달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교보육기관 종사자들과 초등, 그리고 모든 담임 교사들은 항상적인 위험을 의식하며 일을 하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누구라도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교사 위기의 성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사 위기 상황은 구조로부터 비롯된 문제이다. 일시적이고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가 원인이 되어 나타난 필연적 결과이며 교사 위기는 다시 교육의 위기, 발달의 위기로 연결된다.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할 경우 겪으리라 예상되는 불편한 민원, 나아가 존재적 위험을 피하려고 할 경우 학생들의 문제 행동은 방치될 수 밖에 없게 되므로 교사 위기는 다른 위기를 낳게 된다.

둘째, 교육 관계의 변화로부터 초래된 위기이다. 가정-공교육-사교육 간 분업 체계의 변동(양육/교육)과 역할 혼재가 반영된 결과이다. 교사를 중심으로 했을 때 교사와 사교육은 대립적이고 경쟁적이며, 교사와 가정 간 관계의 양상은 협력보다 적대의 양상이 문제화되는 경우가 증대하고 있다. 교사-학부모의 관계 양상의 적대화가 표면적으로 많이 사건화된 것이 교사 위기이다. 관계의 성격 변화에 발달 위기가 더해지면서 교사 위기는 더욱 심화되어 왔다. 지도 곤란과 교육활동에서의 위축, 발달 위기 심화는 기후 위기 연구자들이 말하는 양의 되먹임같은 상황인 것이다.

세째, 위기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그 폭이 넓어서 교육구조를 조형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교사 개인의 생존 차원으로 진전되었으며 일부 교사가 아닌 모든 교사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더군다나 교육 노동의 목적과 의미가 위기 방지, 위기 탈출에 맞추어지는 판국이 되어 가고 있는데, 교육적 판단과 그에 따른 행위 선택보다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어적 행태들이 점철되는 이른바 가짜 노동은 증대해 왔다.

교사 위기는 교육을 불가능하게 한다.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입바른 소리를 해서 위험을 자초하느니 차라리 안전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과정에서 붕괴되는 것은 공교육의 공동재로서의 성격과 질이지 입시경쟁이 아니며 변혁적 주체로서 나아갈 교사 집단의 가능성마저 와해된다.

 

2) 교육권 투쟁

우선, 최근의 교육권 투쟁은 위와 같은 교사 위기 심화에 대한 교사들의 응전이다. 교육권 침해에 대한 반작용이고 그 기본 성격은 수세적/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의 탈출, 당장의 보호책 마련이 주된 욕구이다.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학교 밖의 세력에 의지하는 전략이 주를 이루었는데, 제도개선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둘째, 수세적/소극적이지만 교사 집단의 공감과 연대가 확인되었다. 유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매우 폭넓게 직접적, 간접적 연대 움직임이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집회 비용 모금에 동참하거나, 댓글 작업에 뛰어들거나,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학교에서 비용을 모아 추모 현수막을 거는 등의 행동이 일어났다. 이는 공감에서 비롯된 연대이며 해결에 대한 염원을 보여주는 자발적 실천들이다. 폭넓은 공감과 자발적 실천의 바탕에 있는 것은 나도 언젠가는이라는 위기 의식이 확산된 결과이며 그만큼 구조적 위기가 심화, 확대되었다는 의미이다. 교사의 개별적 특성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 아니라 누구든 위험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불안이 행동을 표출하게 된 근저에 깔려 있는 심리적 상태이다.

셋째, 참여의 강도와 범위에서 차이가 있었다. 초등과 2030, 그 가운데에서도 인터넷을 주 활동공간으로 하는 커뮤니티에서 가장 적극적 행동 양상을 보였고 중등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이들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는 초등의 위계적, 관료적 조직 문화의 방증이기도 하다. 정도에 있어서 더 심각한 초등의 비민주적 구조가 교사 위기와 대단히 밀접히 관련된 요인이며 이것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중등 교사들이라고 해서 전반적인 교사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으며 안정적이고 안전인 조건에서 맘편히 평화롭게 노동하고 있지 않다. 갈등 발생의 주요 지점과 양상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넷째, 목적의식적이라기보다는 자연발생적 성격이 강했으며 조직화된 집단보다는 익명적 대중이 주도했다. 전교조의 조직적 대응보다는 미조직 대중들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상황과 투쟁을 주도하는 세력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데, 교사 위기가 키워온 교사 대중들의 에너지를 전교조가 수렴하고 투쟁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섯째,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만큼 구조적 접근보다는 현상에 대한 당장의 해결책 마련이 주된 의제로 부상하였으되, 초등의 학교장 중심 권력 구조의 문제는 교사 위기 심화에 있어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원인임에도 투쟁 과정에서 주로 부각된 것은 악성 민원으로 대별되는 올바르지 못한 학부모의 행태 문제였다. 투쟁 과정에서 학교의 비민주적, 관료주의적 운영과 권력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약했고 요구 사항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여섯째, 어떤 교육권인지, 교육권 보장과 신장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등 투쟁이 지향하는 바를 설정하고 출발하지는 못한, 어디로 가게 될 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투쟁이었다. 지향하는 바는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않았으며 비구체적이고 불명확하다.

일곱째, 교사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현재의 교사 위기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은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교권4개정이라는 어정쩡한 결과물로 마무리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실패한 원인은 우선 현실의 벽이겠지만 주체의 문제도 있었다. ‘안 될 거야뿐 아니라 교사도 가해자일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필요할 수도 있다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전교조 상층부에서도 아동학대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만 면책이 주어지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는데 정당한을 누가 어떤 잣대로 판단할 것이란 말인가. 아동학대 개념이 개념답지 못하고 학부모의 주관적 판단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한 아동학대가해자로 교사들은 앞으로도 언제든 몰릴 수 있고 또는 그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교사 위기의 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아동학대 개념조차 분명히 정리하지 않은 채 투쟁이 전개되었고 여전히, 어디에서도, 누구도 이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있다. 서이초 사건으로 대별되는 교사위기의 핵심 원인이 그대로인 만큼 향후 과제로서 교육권 재정립(개념적 정립, 법제도적 장치 마련, 구조적 원인의 제거를 위한 활동과 투쟁)과 고통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목표로 하는 교육권 투쟁은 여전히 불가피하다.

여덟째,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적 권리, 인권관이 갖는 문제점이 널리 드러나기도 했다. 교사의 교권(권한, 권리, 권위)과 학생 인권, 학부모의 권리가 상호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것으로 왜곡되어 있고 이를 쟁점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에 휘말린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이에 대해 전교조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며, 전교조가 지향하는 교사의 교육권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기는커녕 지향하는 교사 교육권의 실체조차 불분명한 상태임을 방증한다.

 

여러 가지 상황적, 주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2023년 교육권 투쟁에서 즉각적 보호책을 넘어 기저에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인식, 근본적 해결에 대한 지향성이 잠재적으로 교사 대중들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교육권 투쟁을 이어나가면서 이를 교사위기, 발달 위기, 공교육 위기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고양시키고 입시경쟁교육,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의 저변을 확대하는 실천을 해 나간다면 2023년의 교육권 투쟁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혁명의 변곡점을 만들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날이 올 것이다. 교사 위기에 대한 교사 대중의 위기 의식을 교육혁명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이 교육운동, 전교조의 과제이다.

 

 

2. 현재적 상황과 전망

 

세 달 여에 걸친 집회 등의 투쟁 끝에 823일 교육부는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고 9월 학생 생활 규정에 관한 교육부 고시 발표 및 국회에서의 교권 4법 개정안 통과 등 부분적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정부와 국회는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대단히 분주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사실 생활지도권 관련해서는 이미 진행되어 온 것이 결과화된 것일 뿐이며 나머지도 마찬가지이다.

 

<관련법 개정 주요 내용>

-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부터 면책. (초중등교육법)

- 신고 시 수사 전 교육감 의견제출 의무화 (교원지위법)

-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 금지 (교원지위법)

- 피해교원 및 침해학생 조치 업무 교육청 이관, 교육청에 지역교권보호위원회설치 (교원지위법)

- 교육활동과 관련된 학교의 민원처리를 학교장이 책임짐 (초중등교육법)

- 교육행위 침해유형 확대 (형법상 공무방해죄, 무고죄, 업무방해 추가 등)

 

사회적 분위기 및 부분적 조치들로 잠시의 환기 효과는 있겠으나 그 효과는 글쎄이다. 근본적 한계가 있다. 잠정적 환기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금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거리 투쟁이 거의 마무리된 현재의 현장 분위기는 다소 무기력(특히 가장 대규모로 참여하고 앞장섰던 초등의 경우가 그러함)하며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커다란 구조적 요인들은 그대로이며, 4법의 실효성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직위 해제 외에 교사 괴롭힘, 고소 고발 가능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출결, 성적 등과 관련한 민원, 항의는 여전하며, 다른 점이라면 학교 관리자가 민원을 응대하는 적극성과 책임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 정도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학교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외면하고 회피하고 교사에게 오롯이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태는 여전하다. 가정에서 이루어지거나 보호자가 학생과의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할 돌봄성격의 요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교사들은 여러 민원과 요구에 그런 것은 가정에서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을 할 수 없다. 시달릴까봐. 애가 다치기라도 하면 펄펄 뛰면서 학교를 탓하고 교사를 과하게 질책하고 협박성 멘트까지 날리는 일도 여전하다.

이 모든 상황은 교사가 교육적 권한을 발휘하기 어려운 법제도적 허점과 한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교가 무엇을 중심으로 하고 무엇을 목표로 조직되고 움직여야 하는 사회적 기구인지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가 공적, 사회적 기구로서 발휘해야 할 가치와 역할,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것이 갖가지 민원, 고소, 고발 등의 사건으로 비화되는 배경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의 개인적 성취입시에 방해되는 그 어떠한 요소도 용인하지 않고 행동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고 가정에서 담당해야 할 돌봄의 영역을 공적 기구인 학교에서 서비스로 제공 받고 나아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요구한다.

결국, 더욱 실효적인 법제도 정비와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근본적 처방과 대응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거리 투쟁의 국면에서 학교 현장의 국면으로 힘있게 전환되지 못하고 에너지가 흩어지고 있는 지금, 서둘러 교육권 투쟁의 과정에서 제기된 의제들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1) 교권 4법 개정의 효과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과 그에 따른 입장이 물론 있어야 하지만 냉소적일 필요도 없다.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로 끝나서는 곤란한 것도 사실인 것이, 수많은 교사들이 100일 정도의 기간 동안 거리 투쟁을 했음에도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는 것은 무기력과 패배 의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인력, 재정 확보를 위한 활동과 투쟁을 통해 효과를 발휘하도록 현장에서 투쟁하고 지부 단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권4법의 한계를 분명히 확인하고 향후 진전을 위한 명확한 법개정 내용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2) 아동복지법, 학폭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립이 필요하다. 사태 발생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법과 제도들을 이번 교육권 투쟁을 통해서는 바꾸지 못했다. 길이 명확함에도 굳이 우회하다 보니 법개정 내용만 복잡해졌고 효과도 미미한 것이다. 교사 괴롭힘과 교육 주체 간 갈등의 원인이자 수단으로 이용되는 아동복지법과 학폭법의 개정을 이후 전교조의 교육권 투쟁의 핵심 목표로 규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아동학대처벌법)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가정 내 아동학대대응을 위하여 마련되었음에도 이것이 학교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오늘날 목도하는 바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가정, 가족은 그 특성상 폐쇄적인 공간이자 평생 동안 이어지는 지속적 관계라는 특징이 있다. 그 안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고 미성년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자, 보호자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지속적 학대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반면 학교라는 공간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공개적인 상태에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제한적 시간 동안 관계가 지속된다. 오히려 교사는 학대로 고통받는 아동, 청소년들을 보호해주고 보호할 의무를 부여받는 위치의 사람들이고 본 법에서도 신고 의무자로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으로 인해 오히려 교사들이 혹시 모를 어떤 일에 벌벌 떨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순간조차도 눈치를 살피는 등 위축이 된다. 정황이나 상황이 인지되었을 때가 아니라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여 행정 소송 낭비이다(2018~2022년 신고된 교사 수 6787명 중 1.6%만 기소). 그런데, “오해였어도 신고가 가능하여 학부모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날 지라도 교사만 고통받을 뿐이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의 법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게 교육기관 종사자에 대해서까지 무분별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바로잡을 부분이다.

정당한이라는 단서를 명시하여 아동학대로 인한 처벌에 대한 제한적 면책이 가능한 정도인데, 학대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신고를 가능하게 한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상 신고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며 다툼의 소지가 다분하다. 정서적 학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러한 정도로는 무차별 신고로 입는 교사들의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본 법에 교사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당장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장기 과제로 하되 중간 단계의 제도개선 투쟁은 필요하다. 조정 절차 없이 의심에 의한 신고만으로 곧바로 경찰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이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 대상에서 당장 교원들을 제외하지 않을 지라도 최소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 교사가 피해를 입게 될 경우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간주하여 무고에 대한 책임을 해당 학부모에게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폭법도 교육권 보호와 신장을 위해 그리고 학교 내 교육 주체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정이 불가피하다. 학교폭력 예방이 목적임에도 예방 효과는커녕 학교폭력 신고가 남발되어 해당 업무를 모두가 꺼리는 지경이 된 지가 한참이다. 교사에 대한 괴롭힘과 고소 고발의 주요 계기가 되는 것은 학폭 사안일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업무량을 발생시킨다. 2019년 학폭 사안 교육청 이관을 위한 개정이 있었고 2023년 상반기에 피해학생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겪어온 고통은 매우 크며 학부모와의 갈등과 신고 악성 민원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 교사의 지도 의지를 꺾고 있다. 현재 처리 구조는 학부모의 판단과 요구에 상당 부분이 맡겨져 있다. 교육적 판단, 교사의 재량이 들어설 틈이 없다. 신고하고 요구하면 학폭 사안으로 매뉴얼대로 다소 기계적인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절차가 종결된다 해도 교사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이런저런 요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교육적 판단이 설 자리는 없다. 담당 교사는 사안 처리에 매달려야 하고 담임교사는 양쪽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다양한 루트로 온갖 요구와 불만에 시달린다. 교육 관계가 잠재적 가해자, 피해자로 왜곡된 것에는 학교폭력 대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학폭 대책 전면 수정은 불가피하며 시급하다.

 

(3) 학생생활규정 등 교육권 강화 관련 내용들을 실제화할 방도의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 분리 등 문제 행동에 대한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교육적인 기제로서 작동하려면 학생생활규정에 문장을 넣는 것으로 불충분하다. 돈과 인력이 필요한 문제이며 문제 행동에 대한 접근 방법과 관점을 전환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의 학교 인력과 전문성으로 감당할 수 없으며 학습권 보장을 일시적인 분리 조치까지 어렵게 하는 논리로 제시하면 곤란하다. 분리 조치를 위해 쓸데없이 많은 절차와 근거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무용지물이 된다.

중등의 경우 학생생활규정이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비교적 많은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러 고시로 인한 결정적인 변화는 많지 않을 테지만 초등의 경우 새롭게 만들고 앞으로 계속 다듬어 가면서 학교의 민주적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전교조는 지원하고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4) 교육관계 변화와 이를 위한 교사 전문성 신장의 문제이다. 이를테면, 학부모와의 관계를 마냥 피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므로 발달적 관점의 학부모회 연수자료제작과 공유, 활용 등을 벌이는 것은 매우 유효하다.

위기 학생들은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발달의 개념으로 정리하여 지도메뉴얼을 함께 만들고 효과성을 확인하면서 퍼뜨리는 일도 중요하다. 교사를 전문가로 전-혀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 전문가로 나아가기 위해 양성에서 임용제도, 그리고 교사 교육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함께 공부하면서 발달 위기의 한국 사회를 바꿀 발달의 전문가로 교사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교조에서부터 구축해야 한다.

 

3. 과제와 방향

 

1) 전교조 주변화

교사 위기 문제와 교사 교육권을 전교조의 주요 의제로 설정하는 시도가 좌절, 실패하는 과정이 교사 위기가 심화되는 와중에 진행되었다. 이는 전교조 지도부가 교사 및 조합원 대중과 괴리된 채 사업을 운영해왔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하여 법외노조 탄압,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원인으로 투쟁성 및 역동성이 크게 저하된 조직 상황이 교육권 투쟁에서 전교조가 주변화되고 끌려다니는 결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교육권 투쟁상황에서 학교민주화 의제를 제기했어야 하지만 악성 학부모 민원과 고소 고발이 대응의 지점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상황에 끌려다녔을 뿐 교사 교육권의 신장, 학교 민주화의 의제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교사회 법제화 제기가 필요했다. 또한 아동복지법 개정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예단해버렸으며 중간 단계의 제도개선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아니더라도 현행 법규로도 교사의 문제 행동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률 검토와 아동학대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 시의 제도적 대안 제시에도 소극적이었다.

전교조가 교사 대중 사이에서 구심력을 가졌던 시기에는 전교조가 지향하는 이념대안에 대한 지지와 이를 위한 현장 조합원들의 선도적 실천(이른바 참교육 그리고 징계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 투쟁을 조직적으로 하는 전교조라는 조직과 내 옆의 조합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어느 정도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었다. 내용과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는 과연? 전교조가 지향하는 공유된 교육의 상, 매우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심지어 없다. 그런 까닭에 전교조의 위상은 낮아지고 주변화되어왔으며 조합원 대중조차 추동하지 못하고 함께 할 사업의 내용이 없다. 조합원 바짓가랑이 잡는 식의 사업들이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대의 변화, 주체의 변화 등에도 참교육 이념은 이에 걸맞는 진전 대신 실질적 의미 상실로 교권 침해로 대별되는 교사 위기에 대해 교사의 교육권 신장을 대안과 실천을 제시하지 못한 채 권리 침해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 이루어진 정도였다고 보인다.

 

2) 인터넷 공간에서의 활동 방식에 대한 이해와 대응

교사노조의 특유의 활동 방식, 익명성과 자유로움을 중시하는(그러나 전교조는 혐오하고 배제하는 배타적 자유)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은 이번 투쟁에서 주목의 대상이었다. 교사노조는 교육권 투쟁 과정에서 마케팅식 조직 확대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학교 단위 조직적 활동 전무했으며 활동의 지속성, 방향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인지 의문이 든다. 조직화된 대중의 저력을 믿지 않는 노조와 더불어 자생성이 갖는 한계는 교육권 투쟁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점들의 접합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규모 확대가 갖는 효과에 눈이 멀어 마케팅에 주력하고 방향성을 가진 체계적 조직 활동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하고도 어리석다.

이번 교육권 투쟁 과정에서 전교조그리고 전교조를 이루는 점들인 많은 현장 조합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징계 협박에 대응하고 관리자에 맞서고 무너지려는 교사들을 추스르면서 조직화했다. 조직은 점처럼 흩어져 있고 개별화되어 있는 듯 보이는 대중들을 접합할 역할을 해야 할 단위이다. 여기에는 물론 의제에 대한 정확하고도 올바른 입장과 선도성이 필요하다. 자생성의 한계는 좋은 자생성으로 보충되지 않는다.

전교조가 아무리 원죄가 있다한들 교육권 투쟁 과정에서 흔하디흔했던 온라인 공간에서의 전교조에 대한 혐오와 배제는 정당했는가? 완전히 부당한 것이며 근거도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이라는 소리랑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임을 조합 내에서부터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생성의 한계를 분명히 경험했음에도 전교조 내에서 전교조를 혐오하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나아가 그들을 닮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교육권 정립을 위한 전교조의 과제와 내용, 실천

교사의 교육권은 교사의 교육적 권한을 의미한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교사가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권한을 의미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생의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발달이며 다른 하나는 더 나은 사회로의 진전이다. 이 두 가지는 변증법적 쌍이다.

교사가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의 신장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인간 발달이라는 교육 노동의 본질적 목적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교사의 교육적 권한을 위해 전교조 운동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하고자 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교사 위기, 교육 위기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것은 곧 교육이 사회의 지속가능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동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사의 교육권을 정립하고 이를 위해 실천하는 것은 지속가능 위기의 시대에 전교조 운동이 짊어져야 하고 주체적으로 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1) 교육환경, 노동조건 개선

교육환경은 학생 발달의 토양인 동시에 교사의 노동조건이다. 과밀학급, 교원 감축, 교육의 본질과 무관한 가짜 노동 증대, 비정규직 증가, 비민주적이고 비효율적인 학교장 중심 구조 등은 모두 교육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써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며 발달 위기를 방치 또는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교사들이 안전 지향적으로 소극적인 처리를 하게 만든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위축되고 불안에 시달리는 교사, 업무에 바빠 시간이 없는 교사는 발달을 위해 좋지 않은 교육 환경인 것이다. 학생의 상태와 교사의 상태는 서로를 규정하는 환경인 셈이다.

학급당 인원수 감축, 정규직 교원 확충, 이 외에 상담과 발달심리 전문인력 확충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교육환경 개선의 정당성을 발달을 무기로 논리적으로 재무장해서 제기해야 한다.

 

(2) 교육 노동의 전문성 강화 및 확립

학부모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가 빈발하고 정도가 심각한 요인 중 하나는 교육 노동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서비스공급자의 관점과 구도에서 교사를 바라보고 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학부모만의 문제일까?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교육활동 침해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할 교육 관료들이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가장 심각한 문제 그룹이다. 이는 교육 대상의 연령이 낮을수록 그 경향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가르치는 내용이 누가 해도 상관없다고 여길 정도로 하찮아 보이고 교사들의 학력, 학벌로 전문성의 잣대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력은 전문성도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 교사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돌봄점수 잘 주는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 학력은 사교육으로 채우고 공교육기관에서는 더 풍부하고 보다 개별적인 돌봄을 요구한다. 심지어 우리 애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당신은 공부 가르치지 말라고 까지 한다. 교육부, 교육청 역시 관점은 그리 다르지 않으므로 교사들에게 발달을 위한 체계적 학습보다는 학생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학생들을 학교에서 돌보게끔 하는 사업을 자꾸 학교에 들이민다. 그중 그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교원평가성과급을 도입한 것이다.

이렇듯 교사의 교육적 권한 발휘의 바탕이 되는 전문성에 대한 폄훼와 전문성을 기를 틈을 주지 않는 과도한 업무 환경은 다시 전문성을 위해 교사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지금 학교에서는 불필요한 문서 작업,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물건 담기, 알리바이 만들기를 위한 메뉴얼 작업, 민원 대비 등의 가짜노동을 위해 제 시간에 퇴근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교조의 참교육 실천의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할 때이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주체적 인간 발달의 전문가로서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교육 노동의 전문성을 점검하고 함께 담금질할 수 있도록 전교조의 참교육 실천 사업이 내용과 실천의 구심이 되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 강화는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사 양성과 임용부터 현직 교사 연수까지 총체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 내용은 전교조에서 2004년 공교육 새판 짜기에서 정리하여 제출한 바 있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것이 교사 개인에게는 교사가 된 결정적 사건이고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길 만도 하지만 그것이 곧 전문성의 보증수표가 되어 주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시험 통과만으로 교사가 될 수 있는 제도는 많은 문제를 낳아 왔다.

교과 교육과 평가는 물론이고 학생 발달에 대한 관찰과 진단과 처방 제시 등에 있어서 전문적인 소양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다채로운 발달 위기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에는 발달 전문가 포스 뿜뿜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이다. 혼자서가 아니라 집단적 학습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교조는 체계적인 학습 커리큘럼을 만들고 활동가들은 학교와 지역에서 학습 시스템 가동의 구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편으로 전문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있다. 하도 하찮게 취급당해서인지 어떤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학벌을 내세우거나 입시, 진로 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듯이 자신의 능력을 포장하거나, 시험문제를 불필요하게 어렵게 내는 경우 등이 있다. 이것은 자신의 위태로운 존재적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반작용으로 보아야 한다. 전교조는 이제 교사의 교육권 정립에 있어서 전문성 신장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새롭게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3) 교육과정 구성, 평가권 확보

대학입시와 가까워질수록 평가 업무는 교사를 상당히 곤란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평가권은 없으면서 평가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평가는 수업의 일부이고 교육의 일부이지만 고부담 평가’(그 결과가 상급학교 진학, 심지어 인생의 진로를 좌우하는 평가)는 교육의 일부라고 할 수 없다. 선발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평가권의 확보는 전문성 신장만으로는 어렵다. 평가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교사의 평가권 보장과 발휘는 한계적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전문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을 하고 사실과 전문적 판단에 근거하여 학교생활기록부에 평가 내용을 기록했다 해도 이 아이의 인생과 걸린 일이 된다는 것을 떠올리면 위축되고 타협하게 된다. 생활기록부 업무는 교사들의 대표적인 가짜 노동이다.

교육과정은 학생 발달의 지침서나 다름없고 교사가 이에 대해 총체적 시각을 갖고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들의 발달을 이끌 수 있도록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구성 권한이 없다 보니 연구도 고민도 할 이유가 없다. 그저 부과된 양을 진도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이런 저런 수업 방법을 도입하고 자신의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모든 교사가 하고 있지만 그것이 발달을 이끄는 주체로서의 권한의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보편적 발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경로를 꿰뚫고 있으면서 아이들의 지적, 도덕적, 사회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이끄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적용하는 권한은 바로 직접 가르치는 일을 맡는 교사의 권한이어야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교사 전문성과 교육과정 편성과 평가 권한은 서로 맞물려 있다. 전자를 인정하지 않으니 후자가 없는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지고 후자가 없다 보니 전자가 길러질 기회는 없고 발휘의 영역은 협소해진다.

이 문제 역시 전교조는 기본 방향을 이미 오래전에 마련해놓았다. 다만 지금은 교사 교육권의 관점에서 이를 재해석하고 그 필요성과 실현 방안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4) 아동복지법 개정(적용대상에서 교사 제외), 학폭법 개정을 전교조의 입장으로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첫째, 교사 대중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전교조가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이다. 전교조는 교사들의, 교사들에 의한, 교사들을 위한 조직이다. 둘째,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해야 한다. 아동복지법 개정을 목표로 하는 순간 우리는 많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불신의 근거가 없지 않으며 일부 전교조 조합원들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누구의 편에 서는가를 고민하는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의 과제, 전교조가 피해선 안 될 숙제로 설정한다면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효과, 아동 복지법 개정을 우려하는 집단에 대한 설득의 논리와 근거 마련, 교사 집단의 발달을 위한 전문성 프로젝트 가동은 아동복지법 개정을 목표로 할 때 비로소 실질적 실천의 궤도에 오르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전교조는 아동복지법 개정 투쟁을 천명해야 한다.

 

 

4. 교육권 투쟁 에너지를 교육혁명운동 강화로

 

1) 교육권 정립과 교육혁명 운동의 올바른 관계 설정

교육권 정립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교사가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매우 당연하고 교사 교육권 정립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교사의 교육활동이 인간 발달을 지향하는 문화 역사적 과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교육권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교사 대중들의 폭발적 에너지를 확인한 것과 동시에 자생적 대중투쟁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도 경험하였다.

이제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모두의 발달을 위한 투쟁과 실천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시작할 때이다. 전교조 지도부는 교육권 문제를 방치했고 전교조 주변화의 길을 스스로 터버리는 역할을 했다. 법외 노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있었다 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교육 운동이 지향해야 할 바를 손 놓고 있었던 무능과 무책임을 외부 요인의 탓으로 온전히 전가할 수 없고 그러한 변명이 현재의 전교조가 놓인 상황을 타개해주지도 못한다.

자생적 대중의 에너지를 수렴하고 교육혁명운동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몫은 이제 전교조 지도부와 활동가의 몫임을 인식해야 한다.

2024년 하반기에 있을 교육혁명행진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이를 위해 교선의 내용과 전략을 수립하고 계획표를 짜야 한다. 2030세대들은 특히나 공교육개편, 교육혁명에 대한 내용적 수혜를 받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들에게 교육혁명의 내용과 의의를 어떻게 알리고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 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 에너지의 연결 문제

전교조는 아주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심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관심사도 다양하다. 기후위기, 교육과정, 디지털과 교육 문제, 교권, 학생인권, 혁신학교 등 에너지들은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지만 그것들이 잘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의제들을 총체적으로 아우를 개념은 대전환의 문제의식일 것이다. 개별적 실천들이 갖는 의의를 대전환의 시각에서 재위치시키고 체계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지역과 학교의 활동들을 지원하고 때로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역할을 해야 방전되지 않으면서 교육운동 활동가로서의 의미를 스스로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전교조의 이념을 다시 천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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