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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진보교육연구소 번역팀)

 

 

<번역팀 주석>

 

비고츠키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레온티예프는 유명한 금지색실험을 포함한 기억 발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비고츠키는 1927심리학 위기의 역사적 의미에서 당대 심리학의 이원론적 위기를 지적하고, 그 위기를 일원론적인 새로운 관점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비고츠키는 여기서 그러한 심리학 위기에서 본 기억 연구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간 고유의 고등한 기억 기능을 저차적 기억 기능으로 환원하는 기계론적 유물론은 인간 고유의 기억 기능을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반대적 극단인 형이상학적 유물론을 낳게 된다. 이는 진정한 발달개념에 기반한 인간의 기억에 대한 연구로서만 극복될 수 있다.

 

<본문 주요 내용 요약 및 발췌>

 

현대의 과학적 심리학은 방법론적 토대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는 구체적 문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 방법론적 본성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 위기의 특성이 가장 뚜렷하고 명백하게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인 기억도 예외는 아니다.

 

심리학 위기의 기본 내용은 양립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경향 간의 투쟁에 의해 형성된다. 그것은 자율적이고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두 이론으로서 인과적 심리학(자연 과학적, 설명적)과 목적론적 심리학(이해적, 기술記述적)으로 나타난다. 목적론적 심리학이 순수하고 일관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인과적 심리학의 요소와 융합된 형태로 발견된다. 예컨대 기억 과정은 인과적으로 묘사되고, 느낌과 의지의 과정은 의도적으로 묘사된다. 이는 일상생활의 소박한 관념의 영향 하에서 쉽게 생겨날 수 있는 편향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 기억 과정은 대개 자연 과학적, 인과적 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되었다. 기억이 유기적 물질의 일반 속성이라는 생각 하에서 발달한 일련의 연구들은 기억 학설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유물론적인 흐름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으로는 인간 고유의 기억의 특수한 심리적 규칙성을 설명할 수 없었기에, 완전히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기억 관념이 축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관점은 고등한 기억 형태를 저차적 기억 형태로 환원하고, 전체 문제를 보편적인 물질의 속성으로써 니마(мнема, mneme)라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따라서 일관된 형이상학적 유물론은 불가피하게 관념론적 형이상학이라는 다른 극단으로 변형되었다.

 

이는 베르그송의 잘 알려진 저작 물질과 기억에서 잘 드러난다. 베르그송은 전체로서 인간 기억의 활동을 기계론적 관점에 종속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하여, 기억에 관한 학설을 뇌의 기억과 영혼의 기억으로 나눈다. 한 이론에서 기억은 뇌의 기능일 뿐이며 지각과 회상(기억) 사이에는 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다른 이론에서 기억은 뇌의 기능과는 다른 어떤 것이며 지각과 회상(기억)은 정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르다. 베르그송은 두 번째 이론의 편에 선다. 그에게 기억은 뇌의 기능과 다른 것이며, ‘물질과는 절대적으로 독립적인어떤 것이다. 그는 기억과 함께 우리는 진정으로 영혼의 영역에 들어선다며 자신의 기본적 관념을 공식화한다.

 

이렇게 모든 심리학을 지배하는 이원론적 접근은 두 기억 학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나아가 우리는 이 이원론이 불가피하게, 위로부터든 아래로부터든 똑같이, 기억에 대한 관념론적 개념, 즉 물질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적인 영혼의 기억에 대한 베르그송의 이론 또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물질의 기억 이론인 세몬의 니마 이론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는지 보게 된다.

 

오래 전에 자연 과학은 자연의 모든 형태는 역사적 발달의 측면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였다. 심리학자들만이 심리학은 영원히 불변하는 현상을 다룬다고 가정한다. 심리학의 전 분야가 발달 문제에 대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발달이라는 관념은 아직 심리학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모순은 심리학자들이 발달의 문제 자체를 형이상학으로 제기한다는 사실로 드러난다. 예컨대 기억 발달은 언제나 그 자체로 불변하는 기능의 순수한 양적 성장을 의미할 뿐이었다.

 

과학적 심리학의 도움으로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첫 번째 출발점은 발달 관념이다. 기억의 속성으로부터 기억의 발달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발달로부터 기억의 속성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은 레온티예프의 작업과도 연결되는 새로운 연구의 기본 과업이다.

 

기억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작업의 토대에 놓으려는 바람은 저자를 지금껏 심리학에서 형이상학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연구 방법들의 결합으로 이끈다. 그는 발달과 붕괴에, 발생적이고 병리적인 분석에 흥미가 있으며, 그는 반백치의 기억은 물론 탁월한 기억에 흥미가 있다. 이 결합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 연구의 기본적 출발점, 즉 기억을 역사적 발달의 측면에서 연구하려는 바람으로부터 논리적 필연성을 가지고 따라 나온다. 이른바 논리적 기억과 소위 자발적 주의의 형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그것들의 정신발생을 드러내고, 그것들의 장래 운명을 추적하고, 기억과 주의라는 기본 현상을 발달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 이것이 이 연구의 과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레온티예프의 작업은 방법론적으로 우리의 중추적 관념인, 인간 행동의 역사적 발달이라는 관념, 고등심리기능의 역사적 이론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의 고등심리기능, 특히 고등 기억 기능의 역사적 기원과 발달은, 이 이론의 관점에서 그 본성, 구성, 구조, 활동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이 심리학의 진정으로 인간적인 내용을 적절히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 심리학의 전체 문제의 열쇠이다.

 

이 연구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 고유의 규칙성, 연결, 관계, 의존이 존재하며, 그것들은 그 자체로, 즉 심리학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현대의 관념론적 심리학의 저명한 대표자 중 하나에 의해 제안된 테제 심리적 심리학(psychologica psychologice) ― 에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테제의 내용은 옳지 않지만, 형식적 관점에서 볼 때 심리적 관점에서 심리적 규칙성을 연구할 것을 요구하는 이 원리는 지극히 옳다. 레온티예프의 책에서는 이 요구의 근본 내용을 바꾸고, 연구 주제에 대해 심리적 관점을 일관되게 세우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 모든 관점에서 레온티예프의 작업은 새로운 관점에서 기억의 연구로 나아가는 최초의 일보이며, 아직 불완전하지만 그 방향은 완전히 새롭고 중요하다. 그 최종 목표는 바로 인간의 기억이다.

 

현대의 과학적 심리학은 방법론적 토대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것은 이 과학의 역사적 발달의 전 과정에서 준비되었으며, 반박의 여지없이 심리학의 새 시대의 도래와 낡은 경로를 따른 후속 발달의 불가능성을 나타내며, 충분하고 강하게 심리학 연구의 전 영역을 에워싸고 있다. 미래의 심리학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분명 낡은 심리학의 직접적 연장일 수는 없다.

그것이 이 위기가 심리학 발달의 역사에서 전환점을 의미하는 이유이다. 이 위기의 거대한 복잡성은 이전과 미래의 심리학의 특성이 터무니없이 복잡한 양상으로 엮여져 왔기 때문에, 그것을 풀려는 과업은 때때로 엄청난 난관을 부여하고 이 질문에 바쳐진 특수한 역사적, 방법론적, 결정적인 조사를 요구한다.

이미 말했듯이, 이 위기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그 속에 포괄되지 않는 유의미한 심리학의 문제는 하나도 없다. 물론 과학적 심리학의 각 장은 그 자신의 방식으로 위기를 겪는다. 각 문제 속에서 위기는 문제 자체의 성격과 발달의 역사적 경로에 따라 자신의 독특한 표현과 굴절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 위기의 방법론적 본성은 표현의 온갖 다양성과 다양한 구체적 문제의 프리즘을 통한 굴절의 온갖 부유함 속에서도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남아있다. 그것이 심리학 지식의 토대와 체계의 윤곽을 그리려는 시도뿐 아니라 어떤 특수한 심리학 문제에 바쳐진 각각의 구체적인 조사도, 그 출발점, 방법, 문제의 진술에 대한 방법론적 이해가 전체로서의 문제가 포함된 위기에 비추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 글이 서론이 되어야 하는 레온티예프가 몰두한 연구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기억은 위기의 기본 특성이 가장 뚜렷하고 명백하게 나타나는 심리학 문제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심리학 위기의 기본 내용은 양립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경향 간의 투쟁에 의해 형성된다. 두 경향은 다양하게 혼합되어 심리적 과학 발달의 전 과정에 걸쳐 그 토대에 깔려있다. 현재 이 경향들은 가장 선견지명이 있는 심리학의 대표자들에 의해 충분히 이해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이 두 경향들 간의 어떤 화해도 불가능하다는 생각 또한 이해했으며, 몇몇 용감한 사상가들은 심리학의 발달이 바야흐로, 지금까지 그 발달을 이끌고 그 내용을 결정해 온 두 경향에 대한 근본적 거부에 의해 야기된 근본적 전환을 겪게 될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위기는 두 심리학의 그릇된 관념으로 표현되었으며, 그것은 자율적이고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두 이론 학문 분야로서 자연 과학적, 인과적 또는 설명적 심리학과 목적론적, 기술적 또는 이해적 심리학이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경향의 이러한 투쟁은 심리학에 있어 기억 연구의 운명 또한 결정했다. 뮌스터베르크의 적절한 말에 따르면, 목적론적 심리학이 정말로 순수하고 일관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인과적 심리학의 요소와 그 어떤 형태로든 외적으로 융합된 형태로 발견된다. 그런 경우 기억 과정은, 예컨대, 인과적으로 묘사되고, 느낌과 의지의 과정은 의도적으로 묘사되며, 이는 일상생활의 소박한 관념의 영향 하에서 쉽게 생겨날 수 있는 편향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 기억 과정은 대개 자연 과학적, 인과적 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되었다. 기억이 유기적 물질의 일반 속성이라는 위대한 생각은 헤링의 입을 통해 표현되었으며, 이 생각의 징후 밑에서 발달한 일련의 연구들은, 경험 심리학의 일반적인 이중적으로 혼합된 방향의 내부에 있는, 기억 학설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유물론적인 흐름을 형성했다. 따라서 연합주의적 방향에서 가장 잘 표현되고 행동 심리학과 반사학의 출현을 초래한, 심리학 내부의 극단적인 생리적 관점이 기억 문제를 최고의 중심 주제로 삼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식의 역사에서 종종 그랬듯이, 이 관점의 존재 자체가 불가피하게 완전히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기억에 관한 관념이 다른 극단에서 축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억의 특수한 심리적 규칙성, 인간에게 고유한 그 기능 형태와 방식은 당연히 그 문제에 대한 철저히 분석적인 이러한 설정으로는 조금도 만족스럽게 설명될 수 없었다. 이 관점에서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고등한 기억 형태를 일반적인 유기적 토대인 저차적, 원시적, 초보적 기억 형태로 환원하고, 전체 문제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물질의 속성으로써 니마(мнема, mneme)라는 일반적이고 애매하고 모호하며 거의 형이상학적인 개념으로 해소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일관되게 자신의 길을 쫓은 형이상학적 유물론은 불가피하게 관념론적 형이상학이라는 다른 극단으로 변형되었다.

고등 기억에 대한 이 관념론적 개념은 헨리 베르그송의 잘 알려진 물질과 기억이라는 저작에서 가장 잘 표현되었다. 그 속에서 기계론적 관점과 관념론적 관점의 이 상호 제약성은 가장 명백히 드러난다. 베르그송은 습관 형성의 토대에 놓여 있는 운동 기억을 분석하면서, 전체로서 인간 기억의 활동을 이 기억의 규칙성에 종속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는 습관의 법칙으로부터 회상(воспоминание, remembering)의 작용을 이끌어내고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전체 이론의 숨겨진 그러나 중추 신경이자 기본 전제이며, 그것이 고수하고 함께 추락하게 될 유일한 실제 토대이다. 따라서 기억에 관한 그의 두 학설은 뇌의 기억과 영혼의 기억이 된다.

유기체적 기억에 대한 일관된 기계적 관점이 주요 주장 중 하나인 이 이론에서, 전체로서 모든 심리학과 특히 기억 심리학의 이원론적 성격은 형이상학적 토대를 획득한다. 베르그송에게 뇌는, 일관된 행동주의자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단지 외적 충동과 신체 운동을 연결하는 장치일 뿐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 의견 따르면, 뇌는 일종의 전화 교환소에 지나지 않으며, 그 역할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신경계의 모든 발달은 그것이 운동 기제와 연결하는 공간의 점들이 점점 많아지고, 멀어지고, 복잡해진다는 사실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신경계의 근본 역할은 그 발달의 전 과정에 걸쳐 동일하게 남는다. 그것은 질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획득하지 않으며, 베르그송에 따르면 인간 사고의 기본 기관인 이 뇌는 원리적으로 척수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는 말한다. “소위 뇌의 지각 능력과 척수의 반사 기능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베르그송은 자연스럽게 기억의 두 이론을 구분한다. 한 이론에서 기억은 뇌의 기능일 뿐이며 지각과 회상 사이에는 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다른 이론에서 기억은 뇌의 기능과는 다른 어떤 것이며 지각과 회상은 정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르다. 베르그송 자신은 두 번째 이론의 편에 선다. 그에게 기억은 뇌의 기능과 다른 어떤 것이다. 그것은 물질과는 절대적으로 독립적인어떤 것이다. 그는 기억과 함께 우리는 진정으로 영혼의 영역에 들어선다며 자신의 기본적 관념을 공식화한다. 뇌는 단지 이 순수한 영적 활동을 드러나게 해 주는 기구일 뿐이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사실과 모든 유추는 뇌를 감각과 운동 간의 매개자로만 보는 이론에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심리학을 지배하는 이원론적 접근이 두 기억 학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남을 보게 된다. 나아가 우리는 이 이원론이 불가피하게, 위로부터든 아래로부터든 똑같이, 기억에 대한 관념론적 개념, 즉 물질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적인 영혼의 기억에 대한 베르그송의 이론 또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물질의 기억 이론인 세몬의 니마 이론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는지 보게 된다.

이 방향을 향하는 기억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조사할 때, 이러한 작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과학적 연구 시절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 시절에는 역사적 방법이 모든 과학에 이질적이었고, 콩트는 이 방법의 적용 속에서 사회학의 특권을 보았다. 생각과 연구의 역사적 방법은 다른 모든 과학들보다 뒤늦게 심리학에 침투한다.

상황은 콩트의 시대 이래로 급진적으로 변했다. 생물학뿐 아니라, 천문학, 지질학 등 일반적인 모든 자연 과학이, 심리학만 예외로 하고, 역사적 생각 방법을 숙달했다. 헤겔은 그의 시대에 역사를 정신의 특권으로 간주하고, 자연에 이 특권을 부여하길 거부했다. 그는 정신만이 역사를 가지며, 자연에서는 모든 형태가 동시적이다라고 말한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오래 전에 자연 과학은 자연의 모든 형태는 동시적이지 않으며 역사적 발달의 측면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였다. 오직 심리학자들만이 자신의 과학을 예외로 삼고, 영원히 불변하는 속성이 물질에서 비롯되든 정신에서 비롯되든 상관없이, 심리학은 이 영원히 불변하는 현상을 다룬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든 저 경우든, 심리적 현상에 대한 형이상학적 접근은 동등한 힘으로 남아있다.

이 반역사적 생각은 인간 정신의 법칙은 언제나 어디서나 같다고 말하는 연합주의적 민속(ethnic) 심리학의 잘 알려진 입장으로 가장 잘 표현된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발달이라는 관념은 심리학의 전 분야가 발달 문제에 대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심리학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내적 모순은 이러한 심리학자들이 발달의 문제 자체를 형이상학으로 제기한다는 사실로 드러난다.

유년기 기억 발달의 문제가 기억 심리학에 엄청난 난관을 부과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기반하여 어떤 심리학자들은 유년기에 기억이 다른 모든 기능들처럼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똑같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기반한 다른 심리학자들은 어린이가 발달함에 따라 기억이 약화되고 축소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심리학자들은 기억이 유년기의 전반기에는 발달하고 후반기에는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두 입장을 화해시키려 했다.

그런 상황은 아동 심리학만의 특징이 아니다. 그것은 붕괴 중에 있는 기억 운동의 규칙성을 파악할 수 없었던 병리적 심리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물 심리학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과학에 있어, 기억 발달은 언제나 그 자체로 불변하는 기능의 순수한 양적 성장을 의미할 뿐이었다.

기억 심리학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기억을 운동 속에서 연구하고 이 운동의 다양한 형태를 포착하는 과업이라고 말함으로써, 우리는 이 모든 난관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런 상황에서 심리학적 연구는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현재 심리학의 불완전하고 열악한 상태에 관해 불평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으로서 심리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다소 먼 미래에야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 연구의 서문들은 우울한 어조로 쓰여 있다. 현대 심리학에 대한 더 좋은 비유를 찾을 수 없었던 랑게는 가벼운 필치로, 심리학 책들의 모든 페이지마다 트로이의 폐허 위에 있는 프리아모스가 걸어 다니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학술원 회원 파블로프와 같은 매우 진지한 사상가들은, 대학 심리학 과정 프로그램을 구성하던 이런 저런 독일 교수가 마주친 어려움을 그 과학 자체의 숙명적 난관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1913년의 전쟁 전에, 독일에서 철학으로부터 심리학을 분리하는 문제, 즉 이전에 하나였던 학과 대신 두 학과를 설립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말한다. 분트는 이 분리의 반대자임을 드러났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교수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심리학을 가지고 있어서 시험에 필요한 필수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술원 회원 파블로프는 심리학이 아직 정밀 과학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음이 분명하지 않은가라는 결론을 내린다.

두 줄의 프로그램으로부터 손쉬운 조작에 의한 그런 주장의 도움으로 과학의 문제, 이전과 미래 세기의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애도하는 사람들의 상심에도, 심리학은 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연구 계획을 실현하고 자신의 방법론을 창조하려고 한다. 예들 들어 뫼비우스와 같은 이들은 모든 심리학의 가망 없음을 형이상학에 유리한 근본 주장이라고 선언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과학적 심리학의 도움으로 형이상학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런 조사의 첫 번째 출발점은 발달 관념이다. 기억의 속성으로부터 기억의 발달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발달로부터 기억의 속성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은 레온티예프의 작업과도 연결되는 새로운 연구의 기본 과업이다.

기억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작업의 토대에 놓으려는 바람은 저자를 지금껏 심리학에서 형이상학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연구 방법들의 결합으로 이끈다. 그는 발달과 붕괴에, 발생적이고 병리적인 분석에 흥미가 있으며, 그는 반백치의 기억은 물론 탁월한 기억에 흥미가 있다. 이 결합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 연구의 기본적 출발점, 즉 기억을 역사적 발달의 측면에서 연구하려는 바람으로부터 논리적 필연성을 가지고 따라 나온다.

고등 기억 기능에 대한 경험적 구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실험 심리학에 빚지고 있다. 실험 심리학은 자발적 주의와 논리적 기억과 같은 기능을 경험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그것에 형이상학적 설명을 제공했다. 현재의 연구에서는 고등한 주의와 기억 기능에 대한 연구의 토대 안에서 기초적 기능들과 비교한 그 모든 독창성 속에서, 후자와의 통일과 연결 속에서 그것들이 기원을 두고 있는 발달 과정의 독창성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른바 논리적 기억과 소위 자발적 주의의 형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그것들의 정신발생을 드러내고, 그것들의 장래 운명을 추적하고, 기억과 주의라는 기본 현상을 발달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 이것이 이 연구의 과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레온티예프의 작업은 방법론적으로 우리의 중추적 관념인, 인간 행동의 역사적 발달이라는 관념, 고등심리기능의 역사적 이론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의 고등심리기능, 특히 고등 기억 기능의 역사적 기원과 발달은, 이 이론의 관점에서 그 본성, 구성, 구조, 활동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이 심리학의 진정으로 인간적인 내용을 적절히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 심리학의 전체 문제의 열쇠이다.

심리학에 역사적 관점이 도입되면서, 연구 중인 현상에 대한 심리학 고유의 해석과 그것을 지배하는 규칙성도 전면에 나오게 된다. 이 연구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 고유의 규칙성, 연결, 관계, 의존이 존재하며, 그것들은 그 자체로, 즉 심리학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현대의 관념론적 심리학의 저명한 대표자 중 하나에 의해 제안된 테제 심리적 심리학(psychologica psychologice) ― 에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 관념론적 심리학에 있어 심리적인 것을 심리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요구는 무엇보다 마음을 고립적으로, 즉 인간 존재의 물질적 토대와의 어떤 관계도 없이 영혼의 독립적 왕국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요구를 의미한다. 본질적으로 저자에게 이 테제가 의미하는 것은 정신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 관점에서 볼 때 심리적 관점에서 심리적 규칙성을 연구할 것을 요구하는 이 원리는 지극히 옳다. 레온티예프의 책에서는 이 요구의 근본 내용을 바꾸고, 연구 주제에 대해 심리적 관점을 일관되게 세우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작업은 직접적인 실천적 의미를 갖는 일련의 명제도 제시한다. 기억의 교육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언제나 기억 발달에 대한 문제의 다른 측면이었다는 것은 일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 심리학과 관련된 문제의 형이상학적 제기가 기억의 교육이 심리학적 근거 없이 남아 있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고 직접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기억의 심리적 본성을 그 발달의 관점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새로운 관점만이, 처음으로 우리를 진정 과학적으로 구축된 기억의 교육학으로, 그 교육의 심리적 근거로 인도할 수 있다.

의 기억이다. 인간이 모든 관점에서 레온티예프의 작업은 새로운 관점에서 기억의 연구로 나아가는 최초의 일보를 나타나며, 모든 첫 시도들처럼 그것은 당연히 모든 문제를 전체적으로 포괄하지 않으며 다소나마 완전한 해결에 이바지 한다고 자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초의 일보는 완전히 새롭고 극도로 중요한 방향으로 내딛어졌다. 그것의 최종 목표는 유감스럽게도 이 영역의 심리적 연구 대부분에 지금까지도 이질적인 몇 개의 간단한 낱말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낱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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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 [80호 특집2] 2030 교육과정론 분석 및 향후 교육과정의 논의 방향 file 진보교육 2021.05.08 351
1352 [80호 특집3] ‘OECD 교육 2030’과 한국형 ‘고교학점제’ file 진보교육 2021.05.08 386
1351 인터뷰 : 고교학점제는 사이비 file 진보교육 2021.05.08 142
1350 <번역> 심리적 체계에 대하여 file 진보교육 2021.05.08 135
1349 기고> 고교학점제, 내 생각 file 진보교육 2021.05.08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