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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장’에서 시작하는 투쟁!!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투쟁을 조직하며

 

조종현(청주농업고등학교)

 

 

오른쪽으로만 가는 우리 운동

 

교육혁명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개 지역의 교육감이 소위 진보의 타이틀을 가졌고, 촛불투쟁의 힘으로 권좌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왜인지 약속을 지킬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정치 사회적 조건 속에서 많은 운동세력들이 교육청/교육부/청와대를 향해 기대와 응원의 눈길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노조/단체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내어 놓고, 이의 즉각적 실행을 요구했다. 물론 노조/단체의 성향에 따라 상호 충돌하는 요구들도 있었다.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촛불정신을 정부의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단시간 안에 적폐동맹의 한 축이 되면서, 모든 기대와 바람을 배신했다.

문제는 여전히 전교조/노동운동의 많은 세력들이 기존의 정치세력들에게 기대어 성과를 내려는 조바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말의 기대로 가득한 지도/집행부의 판단들은 결국 우리 운동을 체제의 하위 파트너, 청원을 일삼는 이익 집단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일부 실천적 단위들의 선도투쟁이 있었지만, 관성적이거나 대안 없는 자기만족적 실천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대중들의 저항 주체화에는 번번이 실패하였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의 확산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강압적 기제를 통해 사회연대와 실천투쟁의 봉쇄로 현상했다. 방역 위생과 감염병의 확산 방지는 운동세력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재난적 상황에서 안전할 권리를 더욱 쉽게 박탈당하는 노동자 민중을 위한 대안 제출 임무를 압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정권의 우경화, 감염병 정국의 장기화, 장기 저성장 체제의 지속, 운동진영의 투항적/대증적 전술 채택이 우리 운동과 사회를 오른쪽으로 급속히 이동시켰다.

 

 

담론과 실천의 실종

 

위기적 상황은 갈팡질팡, 지리멸렬한 우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이어서!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전교조를 비롯한 운동 세력들은 한국 사회 근본 변혁을 위한 담론 모색과 실천 투쟁에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서는 사회 체제는 무엇인지, 노동자 민중의 보편적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평등교육 체제는 어떻게 가능하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차분하게 토론하고, 냉철하게 정리하는 일을 우리는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태도에 따라 교육/노동운동 세력들끼리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일부는 정권에 지나치게 기대하면서 스스로의 요구와 주장을 순치시키는 길을 선택했고, 또 일부는 변화된 조건따위는 살피지 않고 고래의 투쟁만능론의 길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어떤 것도 대중적 성과로 귀납되지 못하고, 대중들은 현실에서의 안주를 선택하고 대안사회를 향한 열정을 내팽개쳤다.

격화되는 불평등과 자본의 위기 속에서, 한국사회를 근본적이고 대안적 형태로 바꾸어내기 위한 모색은 철없는 행위로 간주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드러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지점을 분석하고, 공세적 대안과 요구를 조직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실천 투쟁 역시 만들어지지 못했다.

우리 교육과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담론과 실천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미미했고, 이와 같은 고립된 패배주의가 학교 현장 안에도 서서히 퍼져나갔다.

 

 

노동조합 전교조, 현장을 움켜쥐다!

 

전교조는 2015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차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탄압에 맞서는 노동조합으로서 절체절명의 싸움을 진행 중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의 집권 이후 전교조 원상회복등의 약속을 지키라는 투쟁이 지루하게 계속되었고,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실천 기조 역시 변화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대통령과 진보교육감들을 바라보는 현장 교사 및 조합원들의 시선과 전교조 활동가들의 시선은 불일치했다. 그럼에도 지도/집행부의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현장 조합원과 교사 대중을 향해 이야기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고교학점제를 위한 원포인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여러 차례 토론회 등에서 드러난 바, 고교학점제는 보통교육으로서 중등 후기 교육과정을 완전히 포기하고, ‘진로교육이라는 가면을 씌워 경쟁과 편식교육,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 자명하다.

 

일부 활동가들은 고교학점제적 요소의 핵심교과선택제는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포함되었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오히려 총론 및 각론 과정에 노동/생태/평화/인권등의 우리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태도때문에 타당하지 않다. 물론 우리 안에서 교육과정 투쟁을 끈질기게 진행하지 못한 문제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교학점제의 전면실시로 예상되는 절망의 교육체제에 대하여 침묵할 이유는 없다.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수많은 문제제기에 교육부와 고교학점제 찬양론자들은 모르쇠 하는 행투가 쌍둥이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라는 정세 속에서 전교조의 대의원들은 일방적 추진 중단, 근본적 검토와 대안 마련, 입시제도 개혁등의 내용을 담은 실천 방안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했으나 이는 채택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연구/선도학교에서 학점제를 미리경험한 교사들, 학점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문제점을 확인한 교사들은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직업계 특성화고를 총알받이 식으로 앞세워 밀어 붙이는 정부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거부감은 대단히 컸다.

 

현장교사 선언을 준비하기로 한 우리들은 온라인 서명과 더불어 오프라인 서명을 동시에 받기로 했다. 특히 충북지역은 지역 포스트 활동가들을 통해 오프라인 서명에 집중했다. 그리고 확인했다. 우리는 여전히 만나야 했고, 만나서 직접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의 투지를 확인했고, 고교학점제가 가지는/혹은 가지고 올 절망적 체제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을 약속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노동조합 활동의 기본이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고,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성 정치권이던, 운동진영이던 위기적 국면에서는 포퓰리즘들이 횡행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개 현장은 대상화되기 쉽고, 현장으로부터 담론과 실천을 조직하기 위한 수고와 노력은 쉽게 버리는 카드가 된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대장정으로!!

 

다시 시작이다.

가장 최일선에서 교육 모순과 맞서는 현장 교사들이, 현장 노동자들이 우리 교육과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세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때때로 보수적이고,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급진적이며 변혁적이라는 것을 신뢰해야 한다.

기후 위기, 산업사회 전환, 인구 구조의 변화, 일상적 팬데믹 등 지구적 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사회적 위기는 교육의 위기로 즉각 반영되는 바, 공공선에 기초한 위기 돌파 보다 개인적 능력을 통한 각개 약진을 가르치는 교육은 다시 위기를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쟁과 서열, 그리고 불평등의 구조화가 아니라 협력과 배려, 공존과 연대를 통한 평등교육이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꿈이 아니던가?

어떤 선생님은 교육계의 4대강이라 부를 정도로 고교학점제는 재앙 그 자체이다. 당장에 도달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우리의 투쟁 과제,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대장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지방 선거 국면에서 현장 교사들과 교육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국가 책무성을 요구하는 실천 투쟁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재앙적 고교학점제를 현장의 힘으로 멈춰 세우는 것으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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