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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고교학점제는 사이비

2021.05.08 07:45

진보교육 조회 수:142

 

[인터뷰]

“1990년대 말 교육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려는 큰 물결이 몰려 온다는 느낌을 받고 신자유주의와 한국교육의 진로(한울)’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OECD 교육 2030’ 분석 작업을 하면서 그때와는 반대로 교육 공공성을 내용적, 제도적으로 강화하려는 세계적 흐름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OECD 교육 2030’ 심포지엄을 마치고 고교학점제를 중심 주제로 진보교육연구소장과 교육플러스라는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한국형 고교학점제는 사이비이다. 학점제를 빙자한 이상한 제도다.”

 

지난 24일 열린 '고교학점제를 넘어 교육과정 개정 방향을 묻다-OECD 교육 2030' 심포지엄에서 한국형 고교학점제는 사이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나라를 보면 필수 과목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세계적 선진교육 모델로 평가받는 핀란드의 경우만 하더라도 2/3 정도가 필수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 전면적 교과 선택여부가 고교학점제의 기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필수 과목 비중이 높음에도 학점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이수-미이수제도를 통해 졸업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고교학점제는 학점제의 기본 요소인 이수-미이수제도는 실제 적용을 유보하면서, 학점제 자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전면적 교과 선택을 도입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를 택했습니다. 한 마디로 학점제를 빙자한, 학점제 아닌 이상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53fc93a8.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pixel, 세로 377pixel

실질적으로 미이수 제도가 없다는 평가인데, 학점제 취지에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이수-미이수제도는 최소한의 학업 성취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학점제의 기본 요소가 됩니다. 교육부 계획안에 따르면 학년제를 유지하면서 보충이수 및 대체 이수를 통해 다음 학기 또는 다음 학년에 미이수 과목을 재수강하는 것은 장기적 과제로 미루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수-미이수제도는 사실상 유보한 것이며 이는 학점제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다른 제도로 성립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이수-미이수제도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수-미이수 제도는 최소한의 학업 성취 도모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학년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고 학급제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아주 예전에 학년제를 유지하면서 전체 교과 점수에 의해 낙제를 받은 학생이 유급되었던 것과는 다르지만, 학년제와 그에 기초한 학급 제도가 사회적 정서와 기능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온 한국적 교육 현실에 많은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장단점을 함께 고려하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전면적 교과 선택이 중심이 되고 있는 현재의 고교학점제 논란과는 별도로 이수-미이수제도를 핵심으로 하는 본래적 의미의 학점제 도입 여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1때 진로선택을 하고 고2부터 교과 선택을 진행하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하셨습니다.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고2부터는 고교교육이 더 이상 내용적으로 보편교육의 성격을 갖지 않고 대입에 몰입하는 개별적 교육이 된다는 것입니다. ‘OECD 교육 2030’은 인지자동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학생들의 주체적, 변혁적 역량 형성을 위해 광범한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배워야 한다면서 보편교육 강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로 보편교

육을 종료하는 것은 모든 학생들의 주체적, 변혁적 역량 강화를 요청하는 시대적 과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고1 시기에 책임 있게,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문제이고, 발달과정에서 볼 때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고1 시기는 물론이고, 고교 시절 내내가 진로 결정이 아니라 탐색의 시기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고1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도록 강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핀란드 등 일부 나라와 같이 고교 교육과정을 마친 다음 자신의 진로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 다과목 지도는 전문성 약화 가져올 것..."다과목 교사 양성 아닌 고교학점제 중단 필요"

 

고교학점제는 교사들의 다과목 지도가 필수라고도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가르칠 교사 수가 부족하다는 반증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교사 수로 가능할 것이라 보시나요. 대안이 있을까요?

 

고교학점제의 문제점 중 하나가 불가피하게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게 되면서 발생하는 전문성 약화 문제입니다. 그것은 깊은 학습을 어렵게 하는 교육의 질 문제로 연결됩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또 다른 문제들이 함께 파생

 

 

하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고교학점제 때문에 다과목 교사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인 고교학점제를 중단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한편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및 다양한 분야에서 인근 교과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위해 교사양성 교육과정이 재구성될 필요는 있습니다. 그것은 고교학점제로 인한 다과목 교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통합주제 학습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편교육 '', 선택교육 '' 이분법 벗어나야..."고교학점제, 실현될 수도 오래 갈 수도 없어"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와 교육부에 남기실 말씀이 있다면요.

 

시대 흐름을 잘못 이해하는 낡은 관점과 고립된 태도, 보편교육을 ’, 선택교육을 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교육 주체들과 국민적 합의 없이 맹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교학점제 추진을 중단하고, 미래교육 방향을 올바로 정립하기 위한 광범한 사회적 대토론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할 것을 촉구합니다. 고교학점제를 억지로 강행하더라도 시대의 흐름 및 요청과 어긋나기 때문에 실제로 실현되기도, 오래 갈 수도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교육은 고교에서 필수교과냐, 선택교과냐 라는 차원을 뛰어넘는 훨씬 광범하고도 중요한 주제들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하고 올바른 미래교육 정립을 위해, 일부 관료들이 아닌 광범한 주체들의 사회적 논의가 새롭게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 교육플러스(eduplus)(http://www.edp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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