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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처 회복하기

 

박진보(진교조서울초등강서지회 조합원)

 

코로나19가 학교를 학교답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학교에서 지식도 배워야 하지만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학교 일상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2020년에 어떻게 해서라도 안전을 전제로 해서 학교에 나와야 했다. 그래서 원격교육은 교육이 아니다라 외쳤다. 역시나 원격교육이 새로운 시대에 학교교육을 대체할 것이라는 허상을 가지고 2021년도를 학교를 원격교육으로 몰아넣었다.

20201년 동안 원격교육을 경험한 어린이 청소년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으로 어린이 청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역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봐오던 그 나이 5학년이 아니다. 발달이 느려지고 정서적인 면에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제가 맡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써 보겠다.

 

 

줌에서라도 말하고 싶은 아이들

 

3월 줌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처음 만나서 학급에서 어떻게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맺을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줌에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5학년 국어 첫 단원이 말하기 단원이었다. 일단 자신을 소개하는 말부터 시작했다. 줌에서 순서는 남자 여자 번갈아 가면서 “00님을 초대합니다.”라고 하면 00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하였다. 줌에서 손들이 기능을 활용해서 말한 사람은 손을 내리면 된다. 이야기 주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000(물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입니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는데 학생들이 의외로 좋아하고 진지하게 참여했다. 처음이기도 했지만 줌에서라도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잠깐 5분 쉬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으면 서로 떠들고 있었다. 얼마나 말하고 싶었고 관계에 대한 갈증이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줌에서 말하는 것을 충분히 만들어 주기 위해서 과감히 국어 1단원 교과서에서 글 쓰는 것을 포기했다. 말하는 단원에서 말하기에 대해서 글로 쓰게 되어 있지 말하는 것을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교과서를 포기하고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HTP(, 나무, 사람) 검사에 나타난 이상한 장면들

 

항상 학기초에 무의식적인 생각이 그림으로 반영되는 HTP검사를 한다. 아동 그림으로 심리를 파악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림 검사하는 방법과 그림 해석 방법을 책을 통해 배우고 다시 유사한 유형의 그림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몇 년째 그리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특이한 그림들이 몇 명씩 나오고 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사람그림.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7pixel, 세로 791pixel

자기 모습을 그리는데 마스크하고 있는 그림이 2명 있었다. 마스크가 일상생활이 된 것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말을 하는데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의 눈을 크게 그렸다. 눈은 집 그림에서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외부와 소통하려는 욕구를 나타낸다. 말을 못하면서 눈으로 친구들과 외부와 소통을 원하는 무의식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눈썹이 올라간 것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 불만이 있는 듯한 인상도 있다. 마스크가 유난히 강조된 사람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 내면에 있는 마스크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집그림2.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09pixel, 세로 824pixel

집을 그릴 때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창문을 통해 나타낸다. 이 그림에서 창문이 여섯 개나 있다. 그 만큼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생활이 마음속까지 침투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집그림.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115pixel, 세로 839pixel

같은 집 그림이지만 이 그림에는 외벽이 없다. 투명하게 집을 그렸는데 현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그림으로 해석된다. 코로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집이 투명하게 보이면서 어찌할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명한 그림이 예년에 비해 2~3명 정도 늘었다. 이 친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요?”라는 질문에 벽돌(하얀색 벽돌)”이라고 답했다. 투명하다는 것을 자신도 느끼고 있다. “나중에 집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라는 질문에 저는 부서질 것 같아요.ㅠㅠ라고 대답하였다. 무의식적인 불안이 집 그림에 그대로 나왔다.

지면 관계상 나무 그림을 넣지 못했지만 가장 인상적이고 처음 보는 그림은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그림을 그린 친구다. “나무가 어떻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사람이 필요해서 베어 갔다.”라고 대답하였다. 자신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혼자 독특한 내면일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마음에 상처가 더 있는 그림이 많아 보인다. 불안감과 현실을 어찌할 수 없음, 인간관계의 결핍, 생활 습관의 부재, 체력 저하 등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상처는 눈에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폭 넓게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숙제이다. 그러나 한 달 반 지난 지금, 일주일에 이틀 나오는 것만으로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학교가 역할을 하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희망도 생각해 본다. 기초학력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생채기와 불안해하는 마음을 더 빨리 회복하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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