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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권두언]

코로나-대선 국면과 미래교육 대전

 

 

팬데믹과 사회 변동

흑사병은 인구의 대규모 감소라는 가시적 결과만 남기고 끝난 게 아니었다. 흑사병은 유럽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예술의 후퇴, 사회 계층의 급격한 변동, 미신과 이단의 출현 등이 팬데믹 이후 일어났다.

코로나 팬데믹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백신 접종을 곧 시작한다고 하니 종식이 멀지 만은 않았다고 느낀다. 심리적으로도 다소간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팬데믹의 종식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떤 변동을 겪게 될까?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까?

 

미래교육 대전(大戰)

팬데믹 와중인 202010, 교육부는 미래교육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아연실색할 내용들이다. 대규모 원격교육 경험을 살려이후 교육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부터 시작하여 고교학점제, 그리고 이를 위한 교원 고용 유연화 체제 구축, ‘성장안전망을 빙자한 부진아 지도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로 더 나은 교육에 대한 교훈을 얻기는커녕 말만 미래교육이지 19955.31교육개혁안 시기로 타임슬립이라도 할 기세다.

이럴 때인가. 코로나19 사태 내내 교사들은 진작에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학급당 인원수 감축, 교원 확충, 교육과정의 개편, 대학평준화, 사회적 돌봄체제 구축 등을 진작에 이루었더라면!

발달교육과 평등,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한 교육혁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학습 격차와 발달 위기, 불평등 재생산 문제는 코로나 사태 발발 이전부터 한국교육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줄곧 지목되던 것들이었다. 다만 코로나를 계기로 너무나 극적으로 진행이 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코로나라는 비상적 사태의 경험과 교훈, 피해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미래교육이다.

 

대안사회 건설과 교육혁명

교육혁명은 교육 자체의 변화로 완결되지 않으며 더 나은 교육의 실현이라는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교육은 공공부문의 가장 큰 부분으로 자체로 주요한 경제 영역이며, 일자리 창출의 공간이고, 앞으로 생애교육의 확장 속에서 모든 세대와 관계 맺는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력 양성이라는 부분적, 종속적 연결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발전과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전면적, 인과적 연결로 나아가야 한다. 인류 사회가 발전할수록 교육은 한 사회의 유지, 발전에 필수적이고 직접적 연결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기 누적되어 온 변화들은 그러한 조건을 성숙시켜 왔고, 코로나 사태는 격발의 계기가 되고 있다. 생태위기, 경제시스템 위기, 사람들의 삶의 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교육변화와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할 때 미래교육의 미래가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교육혁명의 명분과 전망도 강화될 것이다.  

  

해가 바뀌는 시기에 준비한 이번 호

[특집]에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뒤덮인 2020년을 돌아보면서 대선국면이 본격화될 2021년 정세 전망을 담았다. 특히, 두 번째 글인 “2021 정세와 미래교육 대전의 말미에서는 서술한 교육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눈여겨 살펴보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지금까지의 교육혁명이 전면적 인간발달/교육평등에 초점을 맞추어져 추진되어 왔다면 이제 교육혁명은 대안사회 건설의 방도와 경로로서의 의미까지 갖는다.

팬데믹 시기 가장 우려할 교육적 문제는 발달 위기 심화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초등학교 현장에서의 발달위기 상황과 그로 인한 문제들이 심상치 않다는 데에 공감한 초등교사들이 모여 아동 발달위기 연구팀을 구성하였었는데, 발달위기의 현상과 원인 분석, 대응방안 마련 등에 대한 연구 집단이다. 이번 호 [기획]은 연구팀의 연구 결과물로 구성하였다. 필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라는 재난 상황은 애초의 아동 발달 위기에다 또 하나의 집단적 발달 위기를 가중한 상태이다. 4개의 글들이 기초학력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발달기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데, 그리고 아동 발달 위기 상황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과 체계적인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데 제대로 쓰이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번역]에는 역자의 말을 빌면 변증법적 심리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논문을 실었다. 너무 당연하지만 변증법적 사유는 매우 의식적으로 (공부만으로는 되지 않지만) 공부를 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기는데, 비고츠키의 저작들은 변증법적 사유로 안내하는 좋은 교재이다. 때로는 글을 쓰는 것보다 번역하는 것이 더 어렵고 고통스럽다. 끊김 없이 번역 작업을 해주시는 번역팀께 박수를 보낸다.

   

[현장에서]에는 세 개의 글을 실었다. 2021년 상반기까지는 원격수업은 불가피해보이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 “배움 중심 수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실시간 화상 수업의 한계는 이를 2020년에 시도하고 경험한 필자의 글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등교수업 재개를 위해 교원을 확충하여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 거꾸로 가고 있는 한국의 교육정책은 교원을 가급적 줄이고 늘어나는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왔고 이런 교원정책 기조는 현 정권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마침, 기간제 교사 활동가인 박영진 님이 한국 교원은 계속 비정규직화되는 중입니다.”라는 글로 이 문제를 다루어주었다. “비고츠키 공부로 코로나 19 헤쳐가기는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은 비고츠키의 저작 생각과 말열공담이다. 필자는 비고츠키를 만나고 내 삶이 달라졌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싶다. 인간의 발달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결국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고 굉장한 기쁨을 준다.”고 고백한다. 역설적이다. 어렵고 힘들었음에도 기쁨을 얻고 공부의 욕구가 강해졌다니. 이것이 비고츠키 저작 공부의 매력이다. 혼자서는 안 되고 그 과정은 힘들지만 지속적 학습의 세계로 유혹한다.

[특집], [기획], [번역]을 읽으시다 머리가 뜨거워졌다 싶을 때 간간이 [담론과 문화], [책 이야기], [만평] 란으로 휘리릭 가보시길. 항상 생각거리 가득한 글을 맛깔나고 재미나게 써서 보내주시는 산은 님, 김한민 님, 코난 님, 눈동자 님, 이성우 님 그리고 김진규 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2021~22, 화상과 집콕이 아니라 어느 따사로운 봄날,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어느 주말,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날 어느 광장에서... 함께 교육혁명을 외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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