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결정론적 세계관의 기초 : F=ma 이해하기

 

코난(진보교육연구소 회원)

 

 

#온라인 강의 영상

원격 수업이 시작된 이후 파워포인트와 보급형 와콤 액정 타블렛(학교 예산으로 신청해서 구입)을 이용하여 온라인 강의 영상을 계속 제작하고 있습니다. 액정 타블렛은 일반 타블렛과 달리 추가된 컴퓨터 모니터 위에 펜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칠판 판서 대용으로 사용하기 편합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타블렛.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40pixel, 세로 268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액정타블렛.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826pixel, 세로 537pixel

 

가능하면 실제 수업에서 칠판에 판서를 하며 설명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제가 만든 파워포인트는 일반적 파워포인트와는 조금 다릅니다. 모든 내용을 파워포인트에 다 적어 놓고 엔터를 누르면서 진행하기 보다는, 핵심적인 내용 전개에 따라 상단에 주로 제목만 적어 놓은 상태에서 아래의 빈 공간에 필기를 하며 설명을 하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실제 칠판 수업과 다른 점은 손과 펜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필기만 보이고 화면 크기에 제한이 있어서, 학생들이 설명과 필기를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필기 순서나 배치를 미리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좋은 점은 설명에 필요한 그림을 배치하고 그 위에 필기를 할 수 있다는 것과, 필요한 동영상도 수업 전개에 따라 알맞은 위치에 틀어줄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판서.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40pixel, 세로 362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공룡발자국.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852pixel, 세로 525pixel

 

# 핵심 교육과정

중학교에서만 교직 경력도 꽤 되어서인지 주 전공인 물리 내용은 한 두 시간만 집중하면 한 시간 수업 계획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머리에 든 것을 체계적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또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교육 내용을 체계적으로 요약하는 것이 수업 준비의 시작이기 때문에 내가 가르치고 있는 내용 중 무엇이 핵심인지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7차 교육과정으로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교육과정 개정 방식이 수시로 바뀌면서 2009 교육과정, 2015 교육과정 등으로 개정되며 교과서도 여러 번 바뀌고 내용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교육과정의 난이도와 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내용이 줄어든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을 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이 없어져서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힘과 운동 단원이 분리되면서, ‘합력힘과 운동의 관계에 관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보이며, 전기와 자기에서는 전자기 유도내용이 빠진 상태에서 발전기를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발전기의 원리가 전자기 유도입니다). 생물의 경우 교과서에서 진화론이라는 용어가 아예 없어지고 내용만 간략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힘과 운동의 관계와 관련된 등가속도 운동과 전기와 자기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제가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면서 아하!’ 경험을 했던 중요한 대목이었기에 더욱 안타깝기도 합니다. 물론 학생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두 가지 내용을 이해했다는 것은 중학교에서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겠으나, 교육과정의 배치라는 것이 나선형으로 진행되는 이유가 이해의 과정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학교에도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이란 이미 아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하는 과정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팬데믹 교육과정을 이야기하며 핵심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하면서, 꼭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능동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해지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수식의 경시

공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학교 교육의 진도만을 형식적으로 문제 삼는 부작용이 나타났듯이, 난이도 조정을 이유로 필수적인 지식을 누락하는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념적 사고의 발달이 가능하고 중요해지는 청소년기에 들어서는 중학교부터는 추상적 개념과 관계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의 경우 중학교부터 배우는 이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특정한 이차 방정식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차 방정식의 근을 구할 수 있는 공식이기 때문에, 이차 방정식의 계수 3개가 특정 숫자가 아닌 일반적 기호(a, b, c)로 표시됩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캡처.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11pixel, 세로 155pixel

 

이는 구체적 숫자를 사용하여 계산하는 법을 배우는 산술을 넘어, 향후 일반적 기호를 사용하여 추상적 사고를 해야 하는 대수로 넘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두 양의 관계를 나타내는 비례와 반비례 등의 개념은 과학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함수와 그래프로 연결하여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학의 핵심 특징 중 하나는 수량화입니다. 과학에서는 정도를 나타낼 때 키가 크다 작다또는 춥다 덥다등의 일상적 개념만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키는 길이로 일반화하고 춥다 덥다는 온도라는 개념으로 일반화하며 그 정도를 숫자로 정확히 나타냅니다. 또한 이러한 개념 간의 관계도 비례, 반비례 등의 수학적 개념으로 나타내며, 때로는 그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편리합니다. 예컨대 뉴턴의 3가지 운동법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법칙(관성의 법칙) 외부로부터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항상 정지해 있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2법칙(가속도의 법칙) 물체의 가속도는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한다.

3법칙(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물체 A가 다른 물체 B에 힘을 가하면, 물체 B는 물체 A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힘을 동시에 작용한다.

 

이 중에 1법칙과 3법칙은 굳이 수식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거나 어렵지만, 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은 수식으로 훨씬 간단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 유명한 뉴턴의 운동 방정식인 ‘F=ma’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이 수식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익숙한 사람에게는 수식이 더 간단하고 이해하기도 쉽고 활용하기에도 좋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과학에 필수적인 수학이 과학을 어렵게 만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중 과학 서적에서 수식이 사라지거나 최소화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이런 인식이 과도하게 퍼져 수식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기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수식이 없어도 개념만 정확히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과학자에게도 수식은 불필요할 것입니다. 간단한 개념은 수식이 필요 없을 수 있으나, 복잡한 개념일수록 수식을 쓰는 것이 오히려 그 개념과 관계를 더 간단히 표현할 수 있고 이해를 도와주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관계가 일상생활의 경험과 전혀 다른 상대성이론(시공간 4차원)이나 양자역학(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과 같은 현대 물리학 이론은 수식 없이 개념만으로 상상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수식을 통한 접근이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수식을 전혀 쓰지 않고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 오히려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뉴턴의 운동 방정식

그래서 여기에서는 결정론적 세계관의 기초가 된 뉴턴의 운동 방정식의 의미를 자세히 생각해 보고 등가속도 운동을 수식으로 풀어봄으로써 결정론적 세계관이 대두된 이유를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3314bd4a.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48pixel, 세로 122pixel

 

이 방정식에서 F는 힘(force), m은 질량(mass), a는 가속도(acceleration)를 나타냅니다. 여기서 질량은 크기만 있는 일반적인 숫자량(스칼라)이지만, 힘과 가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나타내는 벡터입니다. 또한 가속도는 속도의 변화율이고 속도는 위치의 변화율이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가속도는 위치를 두 번 미분한 양이 됩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세 양의 관계를 단순히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벡터 미분방정식이 됩니다. 이것을 풀려면 고도의 수학적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매우 단순한 경우라면 벡터와 미분(변화율)을 무시하고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이 방정식을 풀 수 있습니다.

 

#힘이 0인 경우(등속직선운동)

이 방정식을 가속도(a)에 대해 다시 쓰면 a=F/m이라고 쓸 수 있습니다. 이 때 이 방정식이 의미하는 것은 물체에 가해진 힘과 물체의 질량이 주어지면 물체의 운동 가속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가장 단순한 경우로 힘(F)0인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그런 상황은 실제로 물체에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일수도 있고, 물체에 여러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그 합이 0이 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한 물체에 크기가 같은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어쨌든 힘이 0일 경우 이 방정식은 간단히 풀립니다. 질량값에 상관없이 가속도(a)0이 됩니다. 하지만 가속도를 구했다고 문제 풀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 방정식을 운동 방정식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방정식을 풀면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운동이란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 변화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구해야 하는 것은 가속도가 아니라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입니다. 가속도로부터 위치를 구하려면 두 가지 양(속력, 출발점)을 추가로 알아야 합니다. 가속도란 시간에 따라 속력이 변하는 비율인데, 가속도가 0이라는 것은 그 물체의 속력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힘이 0인 경우 물체는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는 운동을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실제 속력은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상황에서 문제를 풀려면 (처음) 속력이 주어져야 합니다. 예컨대 속력이 10m/s로 주어졌다고 합시다. 속력이란 시간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속력을 알면 시간에 따른 위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속력이 변하지 않으므로 이 물체는 현재 위치에서 1초에 10m씩 위치가 계속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속력이 같아도 출발점이 다르면 1초 후 위치는 달라질 것입니다. 즉 속력이 주어지더라도 시간에 따른 위치 변화는 알 수 있지만 실제 위치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위치를 정확히 알려면 출발점이 주어져야 합니다. 자 이제 다 끝났습니다. 출발점은 시간이 0인 경우의 위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처음 위치라고 말하며 기호로는 s0로 표시합니다. 또한 이 경우는 속력이 일정하기 때문에 그냥 속력이라고 해도 좋으나, 대부분의 운동에서 속력이 변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속력은 시간이 0인 경우의 속력을 가리켜 처음 속력이라 부르고 기호로는 v0로 표시합니다. 힘이 0인 경우 어떤 물체가 처음에 내가 있는 위치(처음 위치)에서 10m/s(처음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1초 후에는 나로부터 10m 떨어진 위치에 2초 후에는 20m 떨어진 위치에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힘이 0인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운동을 물리학에서는 등속직선운동이라고 부르며, 이 운동은 뉴턴의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을 정확히 나타냅니다.

 

1법칙(관성의 법칙) 외부로부터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항상 정지해 있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외부로부터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은 힘이 0임을 의미하며,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항상 정지해 있고는 처음 속력(v0)0인 경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정확히 등속직선운동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실 뉴턴의 제2법칙은 제1법칙을 포함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수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는 가속도, v는 속력, s는 위치, t는 시간이며 괄호 안에 있는 t는 이 양들이 시간에 따른 함수임을 의미합니다.

 

F=0

a(t) = 0

v(t) = v0

s(t) = s0 + v0t

 

여기서 이 간단하고 기본적인 운동을 지루할 만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뉴턴의 운동 법칙은 힘과 가속도의 관계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물체의 실제 운동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서는 초기조건(처음 속력, 처음 위치)을 추가로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힘이 일정한 경우(등가속도운동)

위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 단계만 더 나아가 보고자 합니다. 뉴턴의 운동 방정식을 푸는 두 번째 예로 힘이 일정한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예컨대 힘(F)10N이고 물체의 질량(m)2kg이라고 합시다. 힘이 0인 경우에는 질량에 관계없이 가속도가 0이 되기 때문에 질량값이 주어지지 않아도 되지만, 힘이 0이 아닌 경우에는 가속도를 계산하려면 반드시 질량을 알아야 합니다. 이 경우 뉴턴의 운동 방정식을 풀면 a = F/m = 10N/2kg = 5m/sec2이 됩니다. 즉 가속도가 5m/s2이라는 것은 물체의 속력이 1s()5m/s씩 변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속력이 0이었다면 1초 후 속력은 5m/s, 2초 후 속력은 10m/s 등으로 변하며, 처음 속력이 10m/s였다면 1초 후 속력은 10m/s, 2초 후 속력은 15m/s 등으로 변합니다. 즉 앞의 경우와 같이 속력의 변화가 아닌 정확한 속력을 알려면 처음 속력(v0)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v(t) = v0 + at라 쓸 수 있습니다.

 

속력까지 구했으니 이제 최종적으로 위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속력이 변하기 때문에 속력에 따른 이동 거리를 간단히 처음 속력과 시간의 곱(v0×t)으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미적분을 쓰지 않고 위치를 구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트릭이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때 이러한 방식으로 등가속도운동의 위치를 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힘이 일정한 경우는 가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속력은 변하되 일정한 비율로 변합니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했을 때 평균 속력을 처음 속력(v0)과 나중 속력(v)의 합을 2로 나누어간단히 구할 수 있으며, 이 평균 속력에 시간을 곱하면 속력이 변하는 경우에도 이동 거리를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풀이 과정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근데 좀 복잡하긴 하네요. 마지막에 구한 이동거리에 처음 위치(s0)를 더하면 시간에 따른 위치를 수식으로 정확히 나타낼 수 있게 됩니다.

 

F0

m0

a = F/m

v(t) = v0 + at

 

여기서 a=0이면, F=0이면 모든 수식은 정확히 등속직선운동과 같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수식이 나타내는 운동을 물리학에서는 등가속도운동(가속도가 일정한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지표면 근처에서 중력에 의해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이 이와 같습니다.

 

#결정론적 세계관

지금까지 뉴턴의 운동 방정식을 푼 과정을 요약해 봅시다. 먼저 힘과 질량을 알면 방정식을 이용해 가속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 가속도에 처음 속력을 추가하면 시간에 따른 물체의 속력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속력에 처음 위치를 추가하면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방정식이 결정론인 이유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물체의 질량을 알면 방정식을 통해 가속도를 구할 수 있고, 여기에 초기 조건(처음 속력, 처음 위치)이 주어지면 시간에 따른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미래의 물체의 위치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우주 전체로 확장하면,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의 질량과 그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정해져 있으므로, 특정 시간에 모든 물체의 위치와 속력이 주어진다면,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의 시간에 따른 위치가 뉴턴의 운동 방정식으로부터 따라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모든 계산을 다 할 수는 없더라도 원리적으로는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의 미래 위치가 초기 조건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뉴턴의 운동 방정식(F=ma)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낳게 되었으며, 그것이 인간 세계로 확장되어 목적론이나 운명론으로 변형되어 발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결정론의 붕괴(양자역학)

하지만 이렇게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가진 듯이 보였던 결정론은 20세기 양자역학의 등장과 함께 철퇴를 맞게 됩니다.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 중에 불확정성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어떤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는 측정방법과 상관없이 항상 존재하는 우주의 근본적인 특성입니다. 따라서 초기 조건(처음 속력과 위치)에 의존하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 의미하는 결정론은 근거를 잃게 됩니다. 초기 조건인 처음 속력과 위치가 동시에 정확히 정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더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라는 예측 문제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뉴턴의 고전역학에 따르면 초기 조건만 주어지면 동전을 운동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즉 동전의 미래는 동전을 던지는 순간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 따르면 모든 조건이 주어져도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즉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결정론은 붕괴됩니다. 물론 이것이 만사 자기하기 나름이라거나 하면 된다는 식의 해병대식 생각이 옳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 법칙은 추상적 관계

뉴턴의 운동 법칙과 같이 과학의 법칙은 대부분 관계를 나타냅니다. 그 관계는 추상적이지만 그 법칙이 현실에서 작용할 때는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나타납니다. 이는 식물은 없고 장미, 개나리, 고사리만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식물은 어떤 생물의 무리를 나타내는 추상적 개념입니다. 현실에 식물이라는 실체는 없습니다. 식물은 구체적인 장미, 개나리, 고사리로만 존재합니다. 과학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 법칙은 일반적 관계를 나타내며 실제 상황에서는 특정한 구체적 모습을 띠고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하면 힘이 주어졌을 때 가속도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속도가 같다고 모든 운동이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물체의 초기 상태에 따라 그 운동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구체적인 등속직선운동은 없습니다. 여기서 출발한 속력이 5m/s인 운동, 저기서 출발한 속력이 10m/s인 운동 등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추상적인 등속직선운동은 존재하며, 우리는 구체적인 온갖 등속직선운동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추상은 구체를 상실하지만 그것은 빈곤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추상의 힘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8 담론과 문화> 눈동자의 몽상록 - 무너지는 가족, 무너지는 세상 file 진보교육 2021.01.23 44
1327 담론과 문화> 김진규의 시이야기 - 시(詩)로 부르는 3월의 역사 file 진보교육 2021.01.23 896
1326 [만평] 난중일기 10화 - 새해 맞이 file 진보교육 2021.01.23 32
1325 현장에서> 배움 중심 수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실시간 화상 수업의 한계 file 진보교육 2021.01.23 133
1324 현장에서> 비고츠키 공부로 코로나 19 헤쳐가기 file 진보교육 2021.01.23 82
1323 현장에서> 한국 교원은 계속 비정규직화되는 중입니다. file 진보교육 2021.01.23 91
1322 [책이야기]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file 진보교육 2021.01.23 10086
1321 <78호 권두언> 미래교육의 향방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가 도래했다. file 진보교육 2020.11.15 77
1320 78-특집] 팬데믹-대선 국면과 교육 변화 file 진보교육 2020.11.15 67
1319 78-특집] 교육혁명의 의의와 현 시기(2020~2022) 과제. file 진보교육 2020.11.15 71
1318 78-특집] 미래교육 大戰이 시작되다 file 진보교육 2020.11.15 64
1317 <기고> 저출생/고령화 시대와 교육의 변화 file 진보교육 2020.11.15 90
1316 <번역> 심리학에서 도구적 방법 file 진보교육 2020.11.15 196
» 78-담론과 문화> 결정론적 세계관의 기초 : F=ma 이해하기 file 진보교육 2020.11.15 88
1314 78-담론과 문화> 탈감정사회 감정 없는 인물들 file 진보교육 2020.11.15 166
1313 78-담론과 문화> 안녕, 클리토리스!^^ file 진보교육 2020.11.15 99568
1312 78-담론과 문화> 뽕짝 권하는 사회 file 진보교육 2020.11.15 91
1311 78-담론과 문화> ‘싹 없는 진보’가 타산지석 file 진보교육 2020.11.15 63
1310 78- 담론과 문화> ‘올해 읽을 시 여섯 편과 11월 읽는 시 한 편’ file 진보교육 2020.11.15 64
1309 [만평] 9화-코로나19 일기 '97년생 김교사' file 진보교육 2020.11.15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