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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원 호봉정정 및 임금 환수 조치는

학교 교육 노동자에 대한 또 다른 차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슈와 관련하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장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비정규직와 정규직이 나눠지면서 이러한 주장은 아직도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육공무원의 호봉획정이 정정되는 사건은 이해할 수 없는 정부당국의 폭력이다.

지난 6월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된 임금 삭감과 환수조치는 관련 교원들이 지난 8년 동안 그들이 한 노동을 평가절하 한 사건이다. 교육부는 지난 8년 동안 적용했던 경력 인정률이 잘못되었다며 호봉 정정을 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제일 먼저 이를 받아들여 호봉을 낮춰 임금을 삭감하고 환수를 시작했다. 교육부는 교사자격증 취득 전 교육공무직 경력(영양사, 사서, 상담사, 유치원교육보조, 전임코치, 특수교육보조원, 과학실험보조)80%로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며 50%로 낮췄다. 호봉을 낮춰 정정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를 소급적용하여 5년간 더 받은 급여를 토해내라고 한다. 현재 대상자는 총 526명이며, 이 중에 기간제교원이 43%(228)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경기도교육청기자회견(호봉정정).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60pixel, 세로 540pixel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종래 교육공무원 호봉획정시 경력환산율표의 적용 등에 관한 예규(이하 개정 전 예규’)[별표1]에서는 교육공무원 등의 경력환산율표 적용 기준은 학교회계직원 관리규칙등의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정기적인 보수를 지급받으며 상근으로 근무한 경력 중 자격증 표시과목 업무와 동일한 근무경력은 호봉 획정시 8할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영양사에서 영양교사, 전산보조에서 초·중등 전산교사, 사서에서 사서교사 등으로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종전 교육공무직 경력의 8할을 인정하였다.


현장 표.png


2012년 교육부 예규 [별표1]. 경력환산율 적용 기준에 교원자격 취득 시기와 관계없이 '자격증 표시과목 업무와 동일한 근무경력은 8할을 인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제처

 

 

그런데 2020515일 개정된 예규(이하 개정 후 예규’)업무분야와 동일한 교원자격증 취득 후의 근무경력에 대하여만 8할을 인정한다. 개정 후 예규에 의하면 교원자격증 취득 전의 교육공무직 경력은 5할만 인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 교육청을 시작으로 17개 시도 교육청은 개정 전 예규는 상위법인 공무원보수규정에 어긋나 무효이고, 교원자격증 취득 전 교육공무직 경력을 8할로 인정한 것도 잘못되었다면서 이를 5할로 재산정하여 과다지급된 5년치 보수를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과연 개정 전 예규가 상위법인 공무원 보수규정에 어긋날까? 공무원보수규정 [별표22]업무분야와 동일한 교원자격증 취득 후의 경력 외의 경력은 50퍼센트의 환산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비고란에서 과거 경력이 채용될 직종과 상통하는 분야의 경력인 경우에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행정안전부장과 협의하여 100퍼센트까지의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교육부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협의하면 영양사, 사서 등과 같이 교원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의 상통분야의 경력을 10할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교육부 장관이 자신의 의무를 해태하여 교육공무직 경력을 8할만 인정받았던 것인데, 이 마저도 교원자격증 취득 전 경력이라고 5할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보수규정 (2012.7.1.개정된 것)

[별표22] 교육공무원 등의 경력환산율표-3. 유사경력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의 근무경력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에서 임시직, 촉탁, 잡급 등으로 근무한 경력 중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하는 력은 80퍼센트 인정. 다만 업무분야와 동일한 교원자격증 취득 후의 경력 외의 경력은 50퍼센트 환산율을 적용한다.

 

비고

위 표 중 제1, 2, 3호 가목·나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과거경력이 채용될 직종과 상통하는 분야의 경력인 경우에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 100퍼센트까지의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121월 행정안전부는 공무원보수규정을 개정하는데, 이때 개정의 핵심이 공무원 임용 전 유사 경력 상향 인정이다. 즉 공무원 임용 전 동일 분야의 민간 경력에 대해 최대 10할의 호봉경력을 인정하기 위해 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교육공무원 전 교육공무직 경력에 대해 10할은커녕 기존 8할에서 5할로 삭감한다는 것은 유독 교육노동자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교사집단을 만만하게 여긴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렇듯 행안부의 공무원보수규정 개정 방향은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위해 비정규직 상근 경력을 유사 경력으로 인정하였지만, 교육부 오히려 이러한 방향과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교육부의 7월 현황조사에 따르면 환수와 삭감 대상자의 57%가 영양교사로 이들이 투쟁 중심에 있다. 영양교사들은 영양사 자격증으로 학교에서 근무하다 영양교사가 되었다. 영양사로 근무할 때와 영양교사로 근무할 때의 업무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영양사의 경력을 8할이 아닌 5할로 인정하겠다고 예규를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개정 전 예규의 호봉획정 및 경력비율 인정은 비고란의 내용에 의해 위법하지 않다. 설사 개정 전 예규가 위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즉 개인은 행정청의 행위에 대해 신뢰하고 있었고,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행정청의 견해를 신뢰한 개인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애초부터 학교 내 상통경력직을 100%가 아닌 50%로 인정한 것도 문제다. 일반 직종이 대부분 상통경력직을 100% 인정하는 것에 비해 학교에서의 경력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경력환산율이 낮다. 또한 교육부가 그동안 상통경력직을 교사자격증 유무와 관계없이 80%로 인정한 것도 다른 직종에 비해 차별이 있는데, 이를 다시 50%로 적용해야 한다는 개정 후 예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도 보호하지 못하는 위법한 예규이다.

 

 

현재 전교조는 전국기간제교사노조, 민주노총법률원과 함께 교육부·교육청의 위법한 임금환수조치 시정을 위해 집단소송을 시작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호봉정정집단소송기자회견.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60pixel, 세로 719pixel 2012년 이후 기간제교원은 교육부 예규에 따라 호봉을 획정하고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에 위반하는 호봉정정을 지시하고 이미 지급한 임금환수를 명령하고 있다. 어느 직종이 근로계약 이후의 임금 환수가 가능할까? 현재 기간제교원은 학교장과 계약하게 되어 있다. 물론 기간제교원들은 교육청과 계약하고 싶지만, 현재 법령이 그렇다. 그리고 이미 계약기간도 끝났다. 그럼에도 어떠한 근거로 임금환수를 진행할 수 있을까? 이처럼 기간제교원의 경우 관련 법령이 미비하여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기 맘대로 기간제교원 관련 법령을 해석하고 있다. 정부에 유리하다면 기간제교원은 근로자 지위였다가 임금 환수조치를 할 때에는 교육공무원 지위가 된다.

 

 

 

민주노총법률원을 포함한 여러 법률 전문가들의 검토에 따르면 개정 전 예규는 교육부의 주장과 달리 적법하고 유효하며, 오히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교육부와 교육청은 임금 환수 조치부터 철회해야 한다. 이후 학교에서 근무한 상통직종에 대해서는 경력을 100%까지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서 근무한 교육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시정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간제교원의 역할과 직종을 인정하여 학교장 채용이 아닌 교육청 채용으로 바꿔야 한다. 사실 이번 사안의 경우 학교장과의 계약이 끝났으니, 임금을 환수할 법적 근거도 없지만, 기간제교원의 지위에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간제교원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고 기간제교원의 노동권을 존중하여 교육청에서 직고용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만이 기간제교원에 대한 차별은 시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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