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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와 세계 경제 >

 

정세분석팀

 

코로나19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의 몇 가지 경로를 통해서이다. 첫째,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직접적 영향이다. 생산 및 소비가 멈추고 대량의 해고 사태가 속출하고 기업들의 파산 위험이 급증한다. 둘째, 이러한 경제적 비상사태에 대한 정부, 자본의 총력 대응이다.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해 대규모 양적 완화 및 재정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비상적 위기와 대응은 결합하면서 기존의 문제와 모순들을 드러내고 심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질서 재편을 앞당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 변화되고 있다.

 

1. 코로나19와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

먼저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는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가 왜 불가피한지, 앞으로 얼마나 어떤 형태로 더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잠시 살펴본다.

 

1) 셧다운은 왜 불가피했는가?

 

* 셧다운 회피 시도 실패

많은 나라들에서 셧다운이 실시되고 있다. 셧다운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셧다운은 ‘정말 불가피한가’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보다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트럼프 등 일부 우파 정치인들이 그랬다. 그러나 셧다운을 회피하려던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했다. 셧다운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으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고 정치적 후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 집단면역 대응?

일부 나라에서는 ‘집단면역’ 정책이라는 것을 시도하기도 했다. 집단면역은 ‘코로나가 치사율이 그다지 높지 않으니 셧다운 대신에 정상 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집단적 면역력을 형성해서 넘어서자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60~70% 정도가 면역력을 보유하게 되면 더 이상 큰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감염 및 사망자 수가 다소 많더라도 이를 감수하는 것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합리적 대응이라 생각한 것이다. 영국, 네덜란드 등은 정책적으로 검토하다가 대응 시기를 놓쳤고, 스웨덴 등은 실제로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 결과는 잔인했다. 4/25일 현재 약 1천만명 인구의 스웨덴은 확진자 17,567명에 사망자 2,152명으로 한국보다 인구 당 확진자는 8배, 사망자는 50배가 많고 치명률은 12%가 넘는다. 이웃 지역의 비슷한 사회시스템을 지닌 노르웨이, 핀란드에 비교해서도 인구당 사망자수가 3배가 넘는다. 의료시스템 붕괴에 직면한 스웨덴은 결국 집단면역 정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더 비참하다. 스웨덴에 비해서는 집단면역 대응방식을 다소 일찍 포기하고 셧다운 정책으로 돌아섰으나 너무 늦었고 인구밀집 지역이 많아 피해가 더 크다. 4/25일 현재 영국은 확진자 143,464명에 사망자 19,506명이다. 치명률이 13%를 넘는다.

 

 

집단면역 실패 사례는 셧다운 정책이 왜 불가피한지를 잘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전파력이 높으면 치명률이 낮고, 치명률이 높으면 전파력이 낮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는 꽤 높은 전파력을 지니면서도 제법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공격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내면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실시한 우리나라의 경우 2%를 약간 상회한다. 치명률 2%는 메르스 30%, 사스 10%에 비해서는 낮지만 독감의 0.05%에 비해서는 매우 높다. 치명률 2%는 의료 체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선의 수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집단면역을 시도할 경우엔 몇 배로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드러났지만 높은 전파력을 감안할 때 결코 집단면역정책을 구사할 수 없는 수준의 치명률이다. 전파력을 낮추기 위한 셧다운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감염자와 중증환자, 사망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여러 사례에서 목도하듯이 정상적인 생산 활동과 소비 활동은 이미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실제로 방임할 경우가 셧다운을 실시할 경우보다 경제적 손실도 더 클 것이라고 분석되기도 한다. 경제적 가치로만 따져도 사태 확산을 방임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확진자 비율이 높은 네덜란드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표본조사를 실시했는데 인구의 2~3% 정도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감염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많았음에도 집단면역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세계에서 감염이 가장 심한 뉴욕주의 경우 비교적 높은 수치인 13.9%에 달했는데 그러나 이도 집단면역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코로나19는 밀접접촉을 통한 전파력은 높지만 공기, 물 등을 통한 전파는 거의 없기 때문에 집단면역이 형성될 만큼 확산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방임을 하더라도 의료체계 붕괴를 가져올 뿐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면역 정책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두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하나는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셧다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파력을 줄이기 위한 대응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2차 대유행이 닥칠 경우 1차 유행 때 확진자가 많았던 지역도 재유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진자가 감소하지 않는 한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기 쉽지 않으며 백신이 개발되어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 언제까지?

 

(1) 조기 종식은 가능하지 않았다.

처음 생각보다 셧다운 및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초기에 많은 사람들은 1~2개월 정도 휩쓸고 지나가는 일시적 사태로 여겼으며 빠른 사태 종식 및 이전으로의 회복을 기대했었다. 셧다운도 몇 주만 실시하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와 셧다운의 조기 종식은 불가능함이 확인되고 있다.

 

위 그림은 thebaselap.com에서 제공하는 4/21일 현재 한국과 이탈리아의 확진자 발생 그래프이다.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발생 초기에서 정점에 이르는 기간에 비해 정점 이후 감소하는 기간이 훨씬 길다는 것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셧다운 및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례에서 보듯이 확진자 발생이 상당히 낮아지더라도 재확산 우려 때문에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상황 이전에는 쉽게 해제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길어진다. 둘째, 대응이 늦은 경우 정점에 이르는 기간 및 감소 기간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3/20일경 정점에 이르렀지만 4/21일 현재 여전히 2~3천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3/23일부터 실시된 4주간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4/20일부터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중인데 이탈리아와 같이 대응이 늦었던 대다수 선진자본주의국가의 국가들은 수개월에 걸쳐 셧다운 –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2) 점진적/단계적 완화 불가피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려면 확산이 종식되거나 백신이 개발되어야 하지만 경제적 손실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나라들에서는 상황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해 나가려 하고 있다.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는 어느 날 한 순간에 이루어지기 보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 해제 과정은 한 국가 차원에서도 단계적, 점진적이지만 세계 전체 차원에서는 더욱 긴 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다. 유럽, 미국의 경우 4월말, 5월초부터 일부 나라와 지역에서 점진적 완화가 시작되어 전체적으로는 6~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 완전 해제의 어려움

점진적 해제 와중에서도 여러 상황이 뒤섞이게 될 것이다. 일본처럼 뒤늦게 강화하는 나라도 있고, 또 어떤 나라, 지역은 싱가포르처럼 일단 해제했다가 재확산으로 인해 다시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국가 및 지역에서의 조기 해제 추진에 대해서는 재확산 가능성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높다.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해제와 재강화를 반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세계 전체 차원에서는 크게 확산되는 지역이 이동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급속한 확산 가능성이 경고되고 있다. 생활방역 형태로 전환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낮은 수준에서 더 지속될 것이다. 또한 어떤 국가, 지역에서는 거의 종식되었다 하더라도 외부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가 간 거리두기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세계 전체 차원에서 셧다운/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는 상황은 백신 개발 이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역시 2020 상반기만이 아니라 이후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식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더라도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에 있어서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감염병의 일상화’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에 따라 어떤 부분은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영원히 바뀌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공연, 스포츠 등 관람 및 밀접접촉 문화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와 세계 경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다.

 

 

2.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긴급 대응

 

1) 셧다운의 경제적 충격

 

 

코로나 직격탄, 중국 1분기 성장률 –6.8%..'사상 최저‘(SBS 2020.04.17.)

미 실업수당 청구 443만건..5주간 2천650만명 실직사태(연합뉴스. 2020.04.23.)

코로나에 세계 자동차 공장 10개 중 7개 '셧다운'(서울경제TV. 2020.4.23.)

IMF, 올해 세계 성장률 ‘-3%’ 전망…“90년 만의 최악”(이코노미조선. 2020.4.20.)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우선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소비가 급감한다. 매출이 중단되거나 감소한 기업과 자영업은 파산 위기에 몰리고,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한다. 국가 간 교역도 크게 감소한다. 전세계적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현재 대략 9조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전세계 GDP의 10%에 이르는 막대한 손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2008년 위기를 능가하는 대공황 이후 최대라 평가받는 중이다.

 

이번 코로나 경제 위기 가운데 나타난 특징적 현상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셧다운으로 인한 충격은 생산 및 소비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경제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오는데 가장 대표적 현상이 ‘닥치고 현금’ 현상과 신용경색이었다. ‘닥치고 현금’ 현상은 위기가 닥쳤을 때 너도나도 현금을 마련해 두려는 것이고 신용경색은 그 때문에 돈이 돌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위기 속에서 닥치고 현금 현상과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과 가계에서 현금을 필요로 한다.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돈이 필요한 것이다. 장사를 안 하더라도 고정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이 있으며, 부채 만기가 도래했을 때 갚을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하다. 갚지 못하면 평소에 멀쩡하던 곳도 파산한다. 금융기관은 더 큰 현금을 필요로 하게 된다.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좀 더 비싼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항상 빌려주는 동시에 빌려오며, 빌려준 돈을 받는 동시에 갚아나간다. 그런데 기업 및 가계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금융기관도 파산할 우려가 생긴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위기가 오면 금융기관 역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추가적 현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모든 경제 단위들이 현금을 찾다보면 경제분야 전반에서 현금이 말라버리는 신용경색이 나타나게 된다. 일단 신용경색이 나타나면 원래의 규모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줄도산과 파산이 발생하게 된다.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현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멀쩡하던 기업과 금융기관도 파산하기 십상이다. 나아가 다수의 금융기관들이 파산한다면 뱅크런이 일어나고 경제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는 대공황을 능가하는 빠른 속도로 ‘닥치고 현금 현상’과 신용경색이 나타났다. 셧다운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과 위기를 모두가 한꺼번에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나라들마다 매우 빠르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무제한적 양적 완화를 실시한 배경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신용경색으로 인한 위험이 한 차원 더해진다. 닥치고 현금 현상이 국제 거래에서는 ‘닥치고 달러’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급속도로 달러가 귀해지면서 신흥국에서는 외환 경색이 발생하고 국가부도의 위험이 커졌었다. 이에 대해서는 달러 스왑으로 다소 진정시켰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정하게 달러 강세 현상은 지속되고 있으며 신흥국 위기가 상존한다.

 

한편 이번 위기 속에서 등장한 주요한 사건 중의 하나가 ‘유가 전쟁/유가 하락’이다. 사우디-러시아-미국 사이에 유가 전쟁이 벌어졌고 엄청난 유가 폭락 사태가 있었다. 배럴당 60달러 정도하던 유가가 2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유가 폭락은 석유기업들의 줄도산 우려를 낳으면서 역사상 가장 급격한 주식 폭락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유가 전쟁/유가 폭락’ 사태는 코로나 위기 만이 아니라 국가 간 이해 충돌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알고 있던 것과 달리 현재 세계 석유생산 1위 국가는 사우디가 아니라 미국이다. 2위는 러시아고 사우디는 현재 3위이다. 미국이 1위로 올라선 것은 셰일석유의 개발에 의한 것이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추세로 접어들면서 석유 수요는 정체되어 왔는데 미국 등에 의해 생산 규모는 확대되어 왔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러시아-사우디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감산을 추진했고 그를 통해 50~60달러의 유가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미국은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어느새 세계1위 생산국이 되어버렸다. 이번 코로나 위기로 석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사우디는 다시 감산 합의가 필요했지만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감산 논의를 중단해 버렸고 유가 폭락 사태가 빚어지게 되었다. 유가 폭락은 석유생산국 모두에게 큰 손실을 입힌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국가재정에 치명적이고 배럴당 40달러가 안되면 채굴비용이 큰 미국 셰일 기업들은 상당수가 파산한다. 치킨게임을 벌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도 사실상 감산에 참여하면서 하루 1천만배럴 감산 합의로 사태는 일단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감산 합의 이후에도 유가는 20달러 밑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분이 하루 3천만배럴인데 1천만배럴밖에 감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석유 수요는 대략 1일 1억배럴 정도였는데 무려 30%의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유가 전쟁/폭락 사태는 석유 수요가 30%나 줄 정도로 코로나 경제 위기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또한 코로나만이 아니라 여타의 변수들이 결합하면서 위기가 더 격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코로나 경제 위기의 성격

 

(1) 복합 위기

이번 위기는 복합적 성격을 지닌다. 첫째, 실물과 금융위기의 복합이다. 2008 위기가 금융분야에서 위기가 폭발하고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로 전이된 것이었다면 2020 위기는 실물위기가 근본요인이면서 금융위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위기이다. 둘째, 선진국과 신흥국의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2008 위기 때는 미국에서 문제가 터지고 이후 신흥국으로 파급되었다면 이번에는 동시적이다. 당시에는 타격이 별로 없었던 중국에서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펴서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구원투수가 없다.

 

(2) 구조적 요인과 코로나 사태의 결합 : 회색 코뿔소와 블랙스완

 

 

이번 경제 위기는 오직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세계 경제는 2008년 이후 쌓여 온 구조적 모순과 문제들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소비정체/저성장 추세 속에 막대한 부채로 주택과 주식 거품이 끼어 있었다. 실물 경기와 괴리된 거품은 꺼지기 마련인데 전세계적으로 주택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급격하고 전방위적인 경제 위기로 치닫게 된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원래 있던 큰 문제를 ‘회색 코뿔소’라 하고 예상치 못한 돌발적 사태를 ‘블랙 스완’이라 부르곤 하는데, 잠자던 회색코뿔소가 블랙 스완을 만나 날뛰게 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단지 회색 코뿔소를 깨운 것을 넘어선다. 그 자체로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경제 위기는 매우 깊고 큰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위기 및 1929년 대공황에 비교된다. 대부분 2008년 위기보다는 더 크고, 1929년 대공황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공황보다 위기의 규모가 작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이번 위기가 꼭 덜 심각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당시에 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번 위기가 대공황과 같은 줄도산과 금융 패닉으로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전반적 영향은 그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3) 코로나 경제위기에 대한 전세계적 긴급 처방

 

(1) 세계 각국의 대규모 통화, 재정정책 전개

코로나19 및 셧다운으로 인해 생산 및 소비가 급감하고 급격한 신용경색이 발생하자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팬데믹 선언 이후 빠르게 금리를 낮추어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고,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3월에는 2.2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GDP의 10%, 1년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액수이다. 4/10일에는 연준에서 2.3조 달러 추가 양적 완화, 4/23일에는 중소기업 지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4840억달러 추가 지원책이 발표되었다. 유럽은 이미 제로금리 상태였기 때문에 양적완화로 바로 돌입하였다.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포함한 유럽 전체의 재정 정책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1조 유로의 유럽연합 공동 부양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재정정책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이번에는 대규모 재정정책 시행으로 전환했는데 3/27일 발표한 1조1천억유로(1480조원) 지원책은 독일 GDP의 무려 30%에 달하는 규모이다. 중국은 금리에 해당하는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고 50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일본 역시 108조엔(약 1200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일본 GDP의 20%에 달하는 규모이다. 한국도 0.75%로 금리를 낮추면서 0%대 금리에 진입했으며 양적 완화 선언, 11조원 추경을 시행 중이고 재난 지원금 및 2차 추경을 추진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속도와 규모로 전개되었다. 2008 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이고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이다. 그만큼 이번 위기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또한 2008년 때는 주로 금리인하, 양적 완화 등 통화정책 중심으로 펼쳤는데, 이번에는 대규모 재정정책이 함께 결합되고 있다. 금융경색만이 아니라 실물위기까지 그만큼 위기가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재난 지원금 형태로 영세자영업자와 개인에게 현금이 직접 지급되고 있다. 이는 전례없는 일로 위기가 워낙 다급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코로나 대응 경기부양책 내용 분석

빠른 속도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전개되면서 급격한 금융경색과 줄도산 우려에서는 일단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기부양책의 의미와 효과, 향후 전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부양책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미국의 경기부양책 전개과정은 크게 3개 또는 4개의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단계는 금리인하 및 양적 완화 선언이다. 3/3일 갑작스레 0.5 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3/15일 제로 금리화, 7000억달러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3/23일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한다. 2단계는 대규모 재정정책 시행이다. 3/27일 2.2조 달러 재정정책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3단계는 양적 완화 확대, 심화 단계이다. 4/9일 미 연준이 2.3조 달러짜리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4단계는 이후의 추가 부양책이다. 4/23일 4천억달러가 넘는 추가 부양책이 발표되었고 상황에 따라 이후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살펴보면 이번 코로나 위기 속에서 자본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위기의 정도가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고, 향후 전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첫째,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였는데, 이는 신용경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위기를 우선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용경색이 격심하게 진행될 경우 금융기관들마저 현금이 부족해지게 되는데 그럴 경우 금융기관 파산 및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곧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1단계 조치는 이를 막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두 조치는 모두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중앙은행으로부터 시중 은행이 값싸게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다. 양적 완화는 시중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사주는 것인데 그를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 방안을 통해 금융기관들에 현금이 많아지면 파산의 위험이 해소되며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확대할 수 있음으로써 기업 및 가계의 파산 위험도 일부나마 완화된다.

 

둘째, 2단계로 시행한 것이 대규모 재정정책인데 이는 2008 위기 때 대응했던 것과의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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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0. 3.26)

 

재정의 대부분이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 소상공인 등 개인 지원에 할당되고 있다. 미국의 총자본은 1단계에서 금융기관을 우선 살린 다음 기업보다 먼저 개인 및 자영업 구제에 집중한 것이다. 개인에 대한 직접적 현금 지원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인데 이는 실물경제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이번 위기의 성격을 반영한다. 그런데 생존 위기에 처한 개인들과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본주의가 갑자기 착해진 것은 아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영업자와 개인들이 한꺼번에 파산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자영업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파산 우려가 더 크다. 만약 지원을 하지 않아 자영업자와 개인 파산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그것은 곧 금융기관 파산과 시스템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통해 소비를 최대한 유지해야 자본 전체의 손실이 적어진다.

 

셋째, 3단계 2,3조달러짜리 부양책은 주로 기업 파산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있다. 일반 기업의 회사채를 사주고 대출을 해주어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8년 위기 때는 일반 회사채는 사주지 않았다. 당시에는 금융기관 부실이 주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일반 기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채 매입까지 하게 되었다. 정부가 직접 회사채 매입과 기업 대출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직접 일반 기업에 돈을 대는 것은 그동안 금기시 되어 온 일이다. 왜냐하면 어디는 돈을 대주고, 어디는 안 해주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벗어나고 국가개입이 커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깨진 것이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더 중요한 지점은 회사채 매입이든, 대출이든 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향후 전망과 관련해 2008년 대응과 이번 코로나 대응의 결정적 차이 중 하나이다. 2008 위기 때는 문제의 원인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줌으로써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대신, 금융기관 부실 문제가 해소되었는데, 이번에는 단지 급하게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부실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파산 위험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일 뿐이다. 오히려 부채가 더 늘었기 때문에 길게 보면 위험이 증가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회사채, 대출이어서 시간을 오래 버는 것도 아니다. 또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구제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 파산은 이미 현실이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들의 느닷없는 파산과 부실기업에서 출발해 우량 기업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파급되는 줄도산을 막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4/23일 재정 지원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에 대한 추가 부양책이다. 2단계에 실시된 부양책의 재원이 고갈되어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함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추가 부양책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역사상 최대의 돈을 풀고 있는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더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섯째, 달러 스왑을 통한 신흥국 위기 완화이다. 미국은 자국 내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과 자영업자에 유동성을 공급했을 뿐 아니라 발 빠르게 일부 국가들에 달러 스왑을 체결했다. 한국도 해당된다. 달러 스왑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해 외환 위기를 차단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경제와 연관이 깊은 나라들 중심이고 목적은 주변국 위기로 인해 자국 경제의 혼란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3) 경기부양책의 성격과 향후 전망

미국에서 행해진 경기부양책의 순서와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의미들이 있다. 우선 자본주의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금융기관들의 파산과 이로 인해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현행의 경제시스템 나아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금융기관에 대한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을 시행했다. 이 과정은 가장 먼저 시행되었을 뿐 아니라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면서 실제로 상당 수준의 위험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두려운 지점은 기업과 가계의 ‘줄도산 사태’라는 점이다. ‘줄도산’은 단지 파산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 파급을 일으켜 확산되는 사태를 말한다. 줄도산은 대량의 파산과 해고 사태에 그치지 않고 차단되지 않을 경우 종국적으로는 금융기관 파산으로까지 연결된다. 원래는 기업의 줄도산 차단이 먼저였을 것이나 이번에는 개인과 자영업 지원이 먼저 이루어졌다. 이는 기업보다 영세한 개인과 자영업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더 짧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약 금융기관이 위험할 정도로 대량의 개인, 자영업 파산이 염려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지원순서 만이 아니라 지원 자체의 시행 여부도 몰랐을 일이다. 개인과 자영업에 대한 현금 지원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부양책은 금융시스템 붕괴 방지를 핵심으로 보호하고 차단해야 할 지점들에 대해 순서적으로 펼쳐졌다. 금융기관 안정화 – 개인 및 자영업의 광범한 파산 차단 – 우량 기업 파산 차단의 순서이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공격적이지 않다. 긴급한 방어의 성격이다. 이 과정에서 총자본은 금융시스템 붕괴만은 막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이상에 대해서는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하며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스럽다. 개인 및 자영업자들에게 셧다운으로 인한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 외에 실질적인 ‘경기부양’ 내용은 아직 없다. 예컨대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같은 것들이다. 기업 지원도 멀쩡하던 우량기업이 코로나19로 갑자기 파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정크 등급도 지원한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코로나 이전에 우량했던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정크로 신용이 강등된 경우에 대상이 된다는 것이지 원래부터 정크 등급이었던 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크 등급 기업들이 일정하게 파산하더라도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정도가 아니라고 보면서 감수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이미 셰일 분야 등에서 정크 등급 기업들의 파산이 시작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금까지는 엄청난 규모라는 외형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경기부양책들은 전체 경제의 일정한 축소를 감수하면서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는데 초점을 둔 방어적 대응책이었다. 추가 부양책을 쓰더라도 우선은 방어적 재정정책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는데, 이후 정말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게 전개될지는 남아있는 문제이다. 일단 미국 대선 전에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1~2조달러짜리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개인 및 자영업자 보호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규모 재정정책은 국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 가능하지 않다. 대선 이후로는 공격적 경기부양책이 일정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의 대선 공약에도 들어갈 것이고, 셧다운 해제 이후 필요한 상황이기도 할 것이다. 그 규모를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1~2조달러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단 3조달러 정도라고 가정해 보자. 3조달러면 실제로 가능할지 모르는 엄청난 규모이다. ‘몇조 달러’가 수시로 나오는 기사 제목들에 요즘 익숙해져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19년 우리나라 전체 GDP 1.7조달러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리고 대응책의 상당정도를 차지하는 양적 완화는 채권을 사거나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나중에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정말로 현금을 쓰는’ 재정정책은 그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양적 완화는 무제한을 선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재정정책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위기 와중임에도 재난지원금 추가분에 대해 국채를 발행할지 이미 책정된 예산에서 쥐어짤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경제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현 단계에서 재정정책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미국에서 3조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효과는 한계적이다. 실제의 집행과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며 중심이 될 사회간접자본건설의 고용효과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예컨대 4대강사업의 고용효과는 얼마 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손실분과 감소된 일자리의 일부를 메울 수 있을 뿐이지 빠른 시간에 위기를 극복하고 침체를 넘어서 상승의 힘으로 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조차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전망이 한계적일 때 다른 나라들은 상황이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정부 부채가 이미 너무 많으며, 셧다운에 대한 긴급 대응만으로도 위기에 처할 나라들이 많다. 유럽에서 가장 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이전부터 과도한 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던 터다. 이탈리아의 경우 긴급 대응에 필요한 재원조차 유럽연합공동채권 발행에 기대는 상황이다. 이후 실제적 의미를 지닌 경기부양은 거의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유럽의 적지 않은 나라와 신흥국들의 경우 코로나 이후 재정정책을 확대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정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세계 자본주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대규모의 통화, 재정정책을 빠르게 시행하면서 대규모 도산 사태 및 금융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지만 이후 실질적인 경기부양과 그를 통해 침체를 빠르게 벗어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위기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인 것이다. 따라서 이후 장기 침체는 불가피해 보이며 미루어진 위기들이 현실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4) 경계에 다다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

한편, 이번 코로나 위기 및 대응 과정에서 현 단계 자본주의 체제는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일본, 유럽에 이어 미국도 제로 금리가 됨으로써 주요 선진자본주의국가 전반이 제로 금리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원래 금리는 경기를 조절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경기가 내려가면 금리를 내리고,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린다. 그런데 제로 금리가 되었다는 것은 경기를 조절하는 가장 유력했던 수단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금리를 다시 올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일본과 유럽 사례에서 보이듯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금리를 다시 올리려면 경기가 과열되고 인플레가 발생해야 하는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소비정체 조건에서 그런 상황은 거의 오기 어렵다. 이미 2008년 이후 저금리는 경기 활성화 기능을 상실했다.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는 이자가 아무리 낮아도 실물 경제에 투자되지 않는다. 주택과 주식 거품만 만들고 싼 이자로 생산성이 낮은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킬 뿐이다. 유럽과 일본 사례에서 보듯 저금리 정책으로 부실기업이 광범하게 살아남을 경우 경기 활성화는커녕 성장둔화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저금리 및 돈 풀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자본 내에서도 강하게 제기되어 온 터였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위기로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제로 금리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막상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와도 금리 재인상은 쉽지 않다. 금리를 올릴 경우 그 동안 뿌려 놓은 막대한 부채로 인해 많은 기업과 가계가 이자를 감당할 수 없고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만약 인플레로 인해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더 큰 위기를 의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앞으로 세계자본주의는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상수로 하는 조건에서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로 금리 시대가 됨으로써 이제 자본주의가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사실상 재정 정책만이 남게 되었다.

 

둘째, 실제로 이번 코로나 위기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각국은 대규모 재정 정책을 구사했는데 재정 정책이 주요 수단이 된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제로 금리가 되어 중앙은행의 역할은 감소했는데 정부 역할이 커짐으로써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직접 회사채 매입과 대출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는 금융까지 포함하는 경제 전반에 대해 정부의 역할과 직접적 개입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역사상 정부 역할이 가장 강화되었다.

 

셋째, 자본의 모럴헤져드 심화이다. 자본주의가 반인간적 본질과 무정부성의 모순을 지니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경쟁에 대한 책임’이라는 나름의 자본주의적 원리 때문이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고, 경영을 잘못하면 파산하는 것이다. 2008 위기 때 미국은 양적 완화를 통해 부실 채권을 사주면서 경영에 실패한 금융기관을 살려주고 손실을 정부가 떠안는 방식으로 위기를 봉합했었다. 이에 대해 ‘모럴헤져드’라 하여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 위기 때는 회사채까지 사들이고 있다. 모럴헤져드의 범위가 금융기관을 넘어 일반 기업까지 확대된 것이다. 심지어 정부가 주식까지 사줘야한다는 요구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자본 내에서조차 격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모럴헤져드 확대는 자본주의의 내적 생명력이 그만큼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막대한 재정 정책을 동원하면서 정부 부채를 대폭 늘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정부 및 중앙은행의 무제한적 발권력을 허용하는 이른바 MMT(현대통화이론)을 사실상 시행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평가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파악해야 한다. 정말 MMT 이론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용인되었던 정부 부채 수준을 넘게 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미지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정부 부채가 과도해지면 국가 신용이 하락하고 초인플레가 유발될 수 있다는 관점에 서 있었고 기본적으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다급하게 일단 재정 정책을 확대하게 되었는데 엄밀하게 말한다면 정부 부채에 대한 기존의 엄격한 기준이 이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정부 부채가 일정하게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재정정책을 확대해 나가려 하겠지만 정말 MMT에 입각해 무제한적 확대로 나갈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MMT 자체는 기존의 자본주의 관점과 충돌할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으로 정립되기도 어렵다고 생각된다. 기축통화국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자본주의 일반이론이 될 수 없으며, 지나친 부채로 국가신용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발권으로 인플레가 발생하는 순간 더이상 지속될 수 없는 한시적 이론이기 때문이다. 정말 MMT가 적용되려면 현재의 시스템 자체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MMT 적용 여부 논란은 자본주의가 이론적으로도 점점 더 위기와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개인들, 심지어 일부 나라에서는 자영업자들에게도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이 부분은 비록 ‘재난 지원금’이라는 형태지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자본으로서는 워낙 다급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회구성원들의 생계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의 정당성을 제고시키는 일이었다. 이는 이후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대를 위한 노동자, 민중 투쟁의 정당성 강화에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 위기와 그 대응과정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변화들은 2008년 이후 시작된 변화가 연속적으로 강화, 심화되는 측면도 있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들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의 방향이다. 자본주의의 내적 힘과 원리, 수단의 약화이며 대안사회 형성의 정당성과 조건의 강화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점점 더 경계선에 다가서고 있다고 생각된다. 과연 이후 세계 경제 및 자본주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3. 코로나 경제위기와 세계 경제 전망

 

1) 향후 세계경제 추이 전망

 

(1) 셧다운 해제 시작, 그러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4월말, 5월초에 이르러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부터 셧다운 해제가 부분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위기는 오히려 지금부터이다. 봉쇄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에는 아직 버틸 시간이 있었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비상적 지원이라는 응급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가 드러나고 위기가 심화되는 것은 지금부터이다.

 

* 더딘 회복 : 셧다운이 해제되더라도 생산과 소비가 모두 금방 회복되기는 어렵다. 해제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셧다운 해제 후에도 일정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이다. 또한 소비심리 역시 일거에 회복되지는 않는다. 일부 분야는 이연된 부분의 소위 ‘보복 소비’로 빠르게 회복되겠지만 많은 부분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회복이 더딜수록 영세 기업과 자영업에는 어려움이 그만큼 가중된다.

 

* 회복되지 않는 손실 : 영영 회복되지 않는 손실도 적지 않다. 몇 개월 동안 하지 못했던 외식을 한꺼번에 하지는 않는다. 서비스업의 상당 부분이 회복되지 않는 손실이다. 특히, (해외) 관광과 관람 산업 등 당분간 소비 회복이 거의 어렵거나 아예 소비 패턴이 바뀌게 될 분야들도 적지 않다. 항공, 호텔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파산위험에 처하거나 파산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 더 늘어난 부채와 신용 하락/파산 위험 증가 : 코로나 경제위기에 대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막대한 돈풀기로 대응하고 있다. 막대한 돈풀기의 후유증이 없을 수 없다. 아무리 경제위기라 하더라도 공짜로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을 제외한 대부분은 빌려주는 것이다. 즉, 풀린 돈 만큼 부채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진짜 문제는 위기後....빚 상환 부담에 투자·소비 위축....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진정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까지 빚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늘어난 빚 부담이 향후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기업과 가계의 지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이데일리.2020.4.10.)

 

부채는 이자 및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할 부담이다. 제로금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의 일이지 일반 기업과 개인에게는 이자가 붙으며 부채가 느는 만큼 부담도 는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 위기에 기업에 제공한 유동성 공급의 대부분은 3개월이나 6개월짜리 단기 대출이어서 셧다운 해제 이후 상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면 만기가 연장될 수는 있겠지만 이자 부담은 지속되며 만기 연장도 무한정 가능하지는 않다. 부채 확대는 2가지 측면에서 위기를 가중시킨다. 첫째, 이자가 낮아도 부채가 과도해지면 늘어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는 일들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비 위축, 성장 감소의 조건에서 부채를 갚을 여력이 생기기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파산 위험은 더욱 높아지기 쉽다. 둘째, 기업과 가계 전반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소비정체/저성장의 조건으로 작용하며 이는 다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영업 손실이 누적되는 많은 영세기업과 자영업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셧다운 시기에 지급되던 구제금융은 중단됨으로써 파산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들이 확대된다. 또 늘어난 대출만큼 영업 이익이 회복, 증가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결된다. 신용등급 하락은 회사채 발행과 대출을 어렵게 만들어 파산 위험을 새롭게 높인다. 적지 않은 경우 셧다운이 해제되면서 오히려 파산위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 대응 수단의 한계 : 이번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나마 남아있던 대응 수단을 거의 소진 중이다. 제로가 되어버린 금리는 더 이상 대응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말이 무제한이지 양적 완화를 정말로 무한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정 확대는 한계가 더 분명하다. 급하다보니 막대한 재정 정책도 동원하고 있지만 과도한 정부부채는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를 스스로도 지니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나름 재정정책 확대를 추구하겠지만 피해의 일부를 메우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대응 여력이 협소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거나, 제2차 대유행이 도래할 경우에는 더 어려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2) 역성장과 장기침체 불가피

전반적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는 GDP 성장률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이고,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예측들이 제출되고 있다. 3월초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면서 심한 타격을 입더라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견해들이 있었지만 코로나 충격이 단기간으로 끝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된 4월 이후로는 대부분 2020년 심각한 역성장을 보이고 이후 더디게 회복되는 장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이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배포된 연설자료에서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IMF는 (189개) 회원국 중 160개국의 1인당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제 170개국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IMF의 수정된 세계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두고 2020년 마이너스 성장 예측을 기정 사실화한 셈이다. 코로나19 경제 쇼크에 대한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묘사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던 그는 지난 3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했다가 이번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문화일보, 4/10)

 

가장 많은 정보 및 자료에 기초해 성장률 예측을 제출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IMF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경제는 –3%의 역성장을 보인 후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이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수 금융기관들도 유사하다. 앞서 웰스파고 -2.6%, 도이체방크 -1.7%, UBS -0.6%, 노무라홀딩스는 -4%의 전망치를 내놨다.

 

 

IMF는 2020년 선진국은 –6.1%, 신흥국은 –1%를 예상하고 있다.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 –5.9%, 독일 -7%, 프랑스 –7.2%이고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성장률은 각각 -9.1%와 -8%로 예상됐다. 일본은 -5.2%, 한국은 –1.2%였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1.2%, 1.9%로 플러스 성장을 하지만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의 신흥국도 –5% 정도의 역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미국의 경우 2020년 10.4%의 실업률로 치솟고 내년에도 9.4%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무역은 올해 11% 감소하고, 평균 유가는 42% 떨어진 배럴당 35.61달러로 예상됐다.

 

 

세계경제 역성장은 2008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금융위기는 2008년에 터졌지만 그 여파로 2009년에 –0.4%의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코로나 위기로 인한 역성장은 -3%로 훨씬 심각한 것이다. IMF는 코로나 사태가 ‘2020년 상반기에 잠잠해지고 각국의 봉쇄가 풀리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2021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5.8%로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2020년 역성장에 대한 기저 효과(앞의 사건, 상황으로 인한 상대적 효과)이지 경기의 상승 추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2008 위기 때도 2009년 –0.4%로 역성장한 뒤 2010년 5.2%로 반등했는데 바로 이듬해부터 꺾였으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3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쳐 2014년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 안정화될 수 있었다.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2020년 심한 역성장, 2021년 상대적 반등 후 수년간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2008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4~5%에서 3%대로 한 단계 낮아진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는데,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성장률이 한 단계 더 낮아진 1~2%대의 ‘초저성장’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조차 IMF가 밝히고 있듯 “감염병이 조기에 종식되고 각국 정책 수단이 효과를 발휘할 것을 가정한 수치”이다. 코로나 위기 여파가 하반기까지 미치거나 내년에 2차 대유행이 일어날 경우 역성장 및 장기침체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IMF는 코로나 위기가 하반기 이후까지 길어지거나 2차 대유행이 닥칠 경우 세계경제는 향후 수년 간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2024년까지도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IMF가 설정하는 여러 시나리오 중 어떤 사태가 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상반기 중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산업재편과 구조조정

코로나 경제위기와 뒤이어 닥칠 장기침체, 저성장 상황은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을 강제로 앞당기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소위 4차산업으로 불리는 인지자동화 기술 도입이 빠르게 촉진되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이 광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비접촉 산업이 위기 속에서도 각광받고 있으며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온라인 기반 산업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보건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바이오 관련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제조업도 재구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인지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노동력 수요를 줄이거나 제조공정에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 하려 한다. 코로나 위기는 인지자동화 도입 속도를 수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위기와 침체는 산업과 자본의 양극화도 심화시킨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일부 분야와 기업은 잘나가는 반면 상당수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관광, 항공, 호텔숙박업, 레저, 스포츠, 관람 산업 등 서비스업 상당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분야라 해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채가 많은 기업은 훨씬 더 어렵다. 이러한 조건들은 산업 재편 및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또한 용이하게 한다. 저금리, 양적 완화는 잘나가는 기업들이 값싼 이자로 현금을 확보하기 쉽게 한다.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인수, 합병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기술도입이 촉진된다. 산업재편 및 기업재편, 인지자동화 기술 도입 촉진 모두는 광범한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실업의 확대로 연결된다.

 

(4) 실업 확대

미국에서는 비상사태 선언 4주 만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인원이 2200만 명을 넘겼다. 앞으로도 실업급여 신청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중 일시 해고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셧다운이 해제되면서 일정하게 일자리를 회복할 것이다. 그러나 상당 정도는 많은 산업과 분야에서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실업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셧다운 시기에 없어진 일자리가 셧다운이 해제된다고 해서 모두 회복되지는 않는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조사에 참가한 전망가 45명의 추정치 중간값에 따르면 경제 위기로 인해 사라질 일자리 수는 450만 개에 이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021년 말까지 회복되는 일자리 수가 200만 개를 밑돌며, 향후 21개월 동안 실업률을 6%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로이터. 4월10일)

 

인용 기사는 4월초 코로나 여파를 지금보다 적게 볼 때의 추정치이고 IMF는 실업 확대폭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올 연말 미국 실업률을 10.4%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약 1,600만명에 이르는 인원이다. 2021년은 9.4%로 예상한다. 셧다운으로 실직한 인원의 상당 정도가 오랜 기간 실업 상태가 놓이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ILO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대규모 실업을 우려하고 있다.

 

“올 연말 전 세계 실업 수치는 ILO가 올해 초 예측했던 2천500만 명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숙박업과 제조업이 큰 타격이다. 고용에 가장 취약한 숙박업·요식업, 제조업,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12억5천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 노동력의 38%에 달하는 규모. ILO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자 근로시간의 6.7%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정규직 노동자 1억9천50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과 맞먹는 수치이다. .. IL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정책적 대응은 노동자 생계와 경제적 생존이 가능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 즉각적인 구제책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 상당수는 이미 저임금 노동자로,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문제는) 기존의 불평등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연합. 4/8)

 

그런데 이러한 추산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 경기 침체를 고려한 것이지 코로나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광범한 구조조정 및 인지자동화 기술 도입에 따른 실업 확대는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예측되는 수치만으로도 전세계 노동자들의 생존이 위협받지만 실제 이후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각 국 정부는 일자리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많은 나라들이 재정 여력이 협소하며 상대적으로 좀 낫다 하더라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IMF에서 미국의 경우 경기부양책을 감안하더라도 2021년말 실업률이 9%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현재 시스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일자리 감소는 소비정체/저성장 문제를 구조적으로 더 심화한다. 생산=소비이고, 현단계 경제는 생산 규모가 소비 규모에 의해 규정되는데, 일자리 감소는 곧 소비 규모의 정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 때 많은 나라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최소한의 소비를 유지하려 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용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과 인지자동화 추세에서 일자리 확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기존의 시장원리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경제위기 때 그나마 재정 정책에 의한 일자리 창출은 주로 일시고용이었고 그 수도 제한적이었다. 정책기조의 근본적 변화 및 전체 경제시스템의 재구조화 속에서만 일자리 문제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는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의 최대 난제로서 시스템 재구성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5) 신흥국 위기

IMF는 코로나 위기로 인해 85개 국가가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1조달러 규모의 재정 역량 전체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흥국 위기가 가히 유례없는 수준이다. 신흥국 대부분은 국제 통화 및 재정 여력이 적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더 크고 회복에 어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확대할 경우 위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1조달러 정도로 신흥국의 위기를 해소할 수는 없다. 또 구제금융을 받아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이후 지속적 위기에 처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의 사례에서 보듯 경제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현대의 세계 경제에서 신흥국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여파는 결코 당사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세계 경제를 커다란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3) 한국은?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초기 대응으로 확산 방지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손실이 적은 편이다. 셧다운을 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에서 대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발 일시휴직 160만명 사상 최대, ㆍ3월 취업자 수 19만여명 감소 ㆍ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ㆍ경기 악화로 고용 한파 현실화”(경향신문, 2020.4.17.)

 

그럼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도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큰 조건에서 셧다운을 시행하는 다른 나라의 피해가 전이되기 때문이다. 급격한 피해는 적었지만 세계 경제 전반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향후 본격적 침체가 예상된다. 국제교역 감소 추세 속에서 수출 비중이 큰 한국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한국 역시 세계 경제의 전반적 흐름과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어 다소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나을 뿐이지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재정 정책 확대 폭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IMF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2%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에 비해 상당히 나은 편이지만 2008 위기 때도 +성장을 했던 것에 비추어볼 때 큰 충격이다. 일정하게 부실기업과 영세자영업 파산 확대가 불가피하다. 한편으로 이전부터 추진 중에 있었던 인지자동화 기술 도입의 확대와 구조조정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나른 나라들에 비해 더 빠르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따라 실업도 더욱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일자리와 소득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쟁이 요청된다.

 

 

4. 코로나 사태 이후의 자본주의

많은 관측가들이 코로나 이후 세상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 한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이다. 2008 금융위기가 자본주의를 변화시킨 것 이상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자본주의는 새로운 역사적 조건에서 새로운 차원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자본주의는 단절적이기 보다는 연속적 변화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된다. 즉, 어느 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변모된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오래 지속되고 심지어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가 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생겨난 변화들, 새로운 인식과 행동양식들, 국가와 자본의 대응 형태가 연속적으로 전개되리라는 것이다.

 

1) 중증환자 자본주의 : ‘일본화’ 또는 ‘지뢰밭’

코로나 이전부터 성장 동력 침체로 정체되어 있던 자본주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각하고 구조적인 정체와 위기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전부터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가난한 청년세대, 소득양극화로 소비가 정체되어 왔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장기침체, 실업 확대 속에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그나마 소비를 떠받혀오던 서비스 분야의 주요 부분인 관광, 항공, 숙박업 등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 비해 소비 감소가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아예 축소된 형태로 재구성될 것이다. 이러한 소비 정체 및 감소는 이전부터 추세적으로 나타났던 ‘저성장’을 한 단계 더 낮추어 ‘초저성장’ 시대의 도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막대하게 풀린 돈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돈이 풀리면, 경기가 활성화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이러한 공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이 풀려도 소비정체 하에서는 매출 확대의 전망이 없기 때문에 투자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정체/저성장 상황에서는 재정이 튼튼한 기업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대출할 필요가 없는 반면, 부실한 기업에는 대출을 꺼리게 되어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풀어도 경기 활성화는커녕 인플레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풀린 많은 돈도 유동성 함정으로 경기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유럽은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일본을 따라가게 되었다. 일본은 양적 완화를 넘어 막대한 재정 적자에 회사채까지 사주면서 자본과 투자자들을 살려주는 정책을 펴왔다. 그렇지만 정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고, 오히려 성장 동력을 상실시켜 왔다. 제로금리에 정부가 회사채까지 사주니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명 좀비 기업들이 광범하게 살아남아 일본자본주의 전체의 성장 에너지가 감소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미국, 유럽 등 기축통화국들이 시행하는 정책들은 앞서 일본에서 시행했던 일들이다. 제로금리, 무제한적 양적 완화, 회사채 매입, 막대한 재정 확대가 그러하다. 일본은 그나마 그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 많은 돈이 풀렸지만 인플레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저성장 속에서도 인구감소로 완전 고용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선진자본주의국 모두가 일본처럼 하게 된 상황에서, 과연 지금까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안정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각국이 처한 상황 그리고 코로나 이후 상황은 지금까지 일본이 처해 왔던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체 속에서나마 안정화될 수 있었던 것은 일자리가 완전 고용에 이르고 일본이 지닌 특이한 정부 부채 구조 때문이었다. 일본 국채의 대분은 일본 국민들이 소유하고 있어서 일본 국민들이 정부를 믿는 한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부채 비율이 높더라도 불안해서 국채를 내다 팔거나 빨리 갚으라고 요구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국채의 상당 부분을 외국이 소유한다. 그래서 정부부채가 과도해질 경우 일본처럼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한 기업 및 개인들이 지닌 막대한 부채의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는 위험도 상존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가장 중요한 전제인 완전고용이 앞으로 깨진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와 앞으로 진행될 산업재편 및 구조조정으로 실업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국제 경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수년 동안 신흥국 위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 세계 경제는 교역 감소 속에 신흥국 위기 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 되고 있다. 국채 이외의 문제들은 앞으로 일본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

비록 초저성장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의 장기침체, 저성장(일본화)으로 나아갈지, 언제 어디서 위험이 터지고 확대되어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지 모르는 상황이 될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진행 중인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 예상과 달리 대공황을 넘어섰던 것처럼 대규모의 손실을 폭발적으로 처리하고 자본주의가 리셋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 자본주의 자체의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2) 대전환기 : 시스템 재구성을 둘러싼 자본/노동의 대회전

자본주의는 점점 더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화’가 되든, ‘지뢰밭’이 되든, 그것들의 결합이든 그런 상태로 영속될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자본주의의 문제와 구조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고, 자본주의의 ‘지속 불가능성’은 더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스스로의 내적 에너지와 원리들도 훼손되고 있다. 현대자본주의의 지속불가능성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갈수록 커져 가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부채와 저성장, 양극화 문제이다. 부채와 저성장은 대립한다. 부채를 갚으려면 더 많은 소득, 이윤이 필요한데 이는 성장에 토대한다. 그런데 그동안 저성장 속에 부채만 늘어나는 비정상적 상태가 심화되어 왔고 코로나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동안은 금리 인하로 부채부담을 줄여왔는데, 제로 금리로 이제 그마저도 끝이 났다. 또한 성장 없는 부채 확대는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 실물경제로 가지 못하는 막대한 돈들이 주택, 주식, 파생상품 등 투기판에 몰려가는데, 부자들은 싼 이자로 돈을 빌려 큰 이득을 챙기는 반면 저성장 속에 노동자, 민중의 소득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채’, ‘저성장’, ‘양극화’ 하나하나도 큰 문제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은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인지자동화 산업재편 가속화와 일자리 문제이다. 인지자동화가 수많은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예견하면서 자본 일부에서조차 ‘기본소득’ 안이 대안으로 제출되어 온 실정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위기는 인지자동화 산업재편을 앞당기고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광범한 실업이 발생하고 있는데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산업재편 가속화가 그에 대한 대응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양립불가능한 중요한 차원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셋째, 이 모든 문제를 자본도 알고 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이 행한다는 것이다. 자본 스스로도 이런 상태가 모순적이고, 해결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도 당장의 다급함 때문에 대안도 없이 상황에 내맡기고 있는 중이다. 그들도 부채증가와 제로금리를 원치 않으며, MMT를 믿지 않는다. 인지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사실을 알지만 개별 자본은 자기가 살기 위해, 총자본은 실업에 대책도 없이 그냥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스스로도 현재와 같은 상태로 계속 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조만간에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파국이란 결국 ‘금융기관들이 무너져 뱅크런이 발생하고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초인플레로 신용화폐 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파산이 증가하고 실업이 늘고, 심지어 줄도산이 나타난다고 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직접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민중에게는 죽을 일이지만 자본주의에게 그것은 단지 좋지 않은 상황일 뿐이다. 적어도 이번 코로나 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총자본은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상황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낼 태세가 되어있음을 나름 분명히 보여주었다. 아마도 한참 동안, 적어도 당분간은 자본주의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치적 형태의 파국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들이 심화되어 반자본주의의 전망을 갖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고 사회시스템을 재편하는 과정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치세력과 힘이 현재로서는 의미 있는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그 전제인 새로운 사회의 내용 자체가 미비하며 사회적으로 공유되어 있지 않다. 어느 시점 순식간에 그런 정치세력과 힘이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앞서 말한 자본주의 스스로 파국을 맞이하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단계 자본주의의 ‘지속 불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시스템 재구성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당분간은 자본과 노동 양측에서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둘러싸고 다투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재구성 방향을 둘러싼 양측의 논의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한 논의들이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 측의 경우 2008년 위기 이후 일부에서부터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심화시키는 기존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보면서 광범한 실업을 양산시킬 수밖에 없는 소위 4차산업시대를 맞이하여 자본주의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논의를 일부에서 제기해 오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본소득제 수용’, ‘그린 뉴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일부에서는 MMT를 결합하기도 한다. 이들 논의들은 대체로 재정 정책 및 정부의 역할 강화, 주주자본주의 해체 내지 축소, 생계 또는 일자리의 사회적 포섭이라는 방향을 지닌다. 대체로 다소 온건화된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한편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사회에 대한 모색과 논의 역시 2008년 위기 이후 조금씩 재활성화고 되어 오고 있다. 대안사회 논의는 ‘민주주의’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핵심으로 한다. 이번 코로나 위기 및 대응 과정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와 요소들을 확대시키고 있다. 국가의 역할과 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 가능성 확대(금융 및 기업에 대한 개입력 확대), 국가주도의 고용 창출 시도, 중요 산업의 국가 소유 비율 증대 및 국유화 조건 강화, 재난지원소득을 통한 ‘생존권의 사회적 보장 개념의 확장’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들은 물론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사회화에 입각한 생산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물적, 제도적, 심리적 조건들을 새롭게 확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사회재편 방향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 양측의 대립, 각축이 본격화할 것이며 향후 정세의 가장 큰 축을 이룰 것이라 전망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아직 논의는 일천하고 내용도 불충분하다. 이제 시작이다. 사회재편을 둘러싼 대립과 각축은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전개될 중장기적 과정이 될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진다. 한편으로는 대안사회의 상과 경로에 대한 가열찬 논의를 전개하면서 한편으로는 당면 현안들에 대한 대응과 투쟁을 힘있게 전개하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올바로 결합해 나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일정 기간 현안들에 대한 대응은 다소 혼란스럽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사회재구성에 대한 논의가 미비한 상태에서 기존의 관점과 관성들이 뒤엉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자본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마도 여전히 우리는 신자유주의와도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 과정이야말로 실천적으로 중요한 관건적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진영이 현안 자체에 대해 얼마나 힘있게 대응하느냐, 그리고 당면 문제에 대한 투쟁 속에서 새로운 사회로의 방향과 전망을 어떻게 도출해 내고 공유해 나가느냐가 향후 대안사회 건설의 토대와 경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예정되어 있는 것은 없다. 심지어 자본주의는 위기를 빌미로 더 포악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자본의 포악한 공세는 물론이고 사태를 단지 무마하려는 재구성 시도도 넘어서야 한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노동자, 민중의 고통 또한 지속되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 투쟁을 강화하면서 자본주의를 넘는 대안사회의 상과 전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힘있게 싸워나간다면 자본주의의 한계와 위기를 노동자, 민중의 진출, 대안사회 건설 전망을 열어가는 계기와 조건으로 삼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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