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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특집3] 코로나19 사태와 교육

2020.05.13 01:21

진보교육 조회 수:135

코로나19 사태와 교육

 

붉은 돼지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2020 팬데믹 쇼크

 

12월 중국 우한 폐렴 확산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접한 후 1월 중순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졸업시즌이 다가오고 있었고 학교들은 남아있는 학사일정을 소화함에 있어서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감안해서 반영할지 기준점이 없었다. 모든 것은 학교의 판단에 맡겨져 있었다. 학사일정을 1월에 마무리한 학교들은 걱정이 없었지만 개학을 한 학교들은 밀집 행사를 가급적 피하고자 했다. 단축수업으로 급식 없이 하교시키는가 하면 졸업식을 교실에서 방송으로 진행하거나 외부인 참석을 불허하는 방침을 택하는 학교가 다수였다. 학부모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이해하고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이때만 해도 개학이 연기되고 휴업이 장기화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졸업식 축소, 외부체험활동을 교내프로그램으로 대체, 각종 모임 연기 등으로 타격을 입을 이들(특히 대목을 잃은 화훼농가, 꽃 장사)과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해 조심하고 걱정하는 정도였다.

2월 하순으로 넘어갈 무렵, 상황은 급격히 치달아갔다.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연일 집단 감염이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지자체의 재난 문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들었으며 가까운 동네이기라도 하면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어디를 언제 방문했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전교조도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월 22일 개최 예정이던 정기대의원대회는 잠정 연기되었고 4월말 현재까지도 대의원대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2월, 학생들은 학교에 오지 않지만 교사들은 나름 분주한 시기다. 게다가 해가 거듭할수록 2월도 바빠지고 있다. 인사이동, 업무 분장, 시수 배정, 기간제교사와 강사 채용, 반편성 작업, 학사일정 편성, 교육과정과 평가계획 수립 등 신학년 준비가 한창인 시기인데 아무도 이후를 예측할 수 없는지라 하던 대로 모든 것은 이루어졌다. 물론 늘 만나던 사람과의 식사자리조차 피하고 어디서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새로운 룰이 되었다.

급기야, 신학기 시작을 코앞에 둔 시점에 1차 개학연기가 발표된다, 사태 초기에는 돌봄 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았고 확진자 숫자가 크게 줄지 않고 있던 지라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이참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첫 확진자 발생 후 석 달 쯤의 시간이 흐른 4월 25일 현재,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아 방문 기피국가이었던 한국은 어느새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했고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으며 사람들은 봄기운을 느끼러 집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고 멈추어지고 구석구석 하나하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코로나-19의 확산 기세는 국내에서는 일단 꺾인 듯 보인다. 다른 나라들도 한 달 넘게 이어진 사회적 봉쇄조치로 크게 위축된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슬슬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세계로 고스란히 되돌아가리라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에 대한 논의들이 여러 곳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장 하반기에 2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확신에 찬 전문가들의 예측에 무엇이라도 대비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이 글은 향후 비슷한 사태(팬데믹)가 재발 혹은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이 글의 전제이다. 당장 올 하반기에 다시 감염사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전문가들은 4월인 지금 내놓고 있는 형편이고 코로나19에 대해 인류는 아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종식의 조건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기약이 없다. 코로나19의 재유행이 아니더라도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출몰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등 새로운 종류의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있었고 주기도 짧아지고 있고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먼 곳의 일이라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어졌으므로 상시적 대비시스템을 갖추어 놓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측 중이고 사람들의 관념과 실제 제도에서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지조차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코로나 사태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의 구조와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파력이 매우 높으면서도 치사율 또한 무시할 정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에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확실히 넓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제의 경우, 코로나가 계기가 되어 현실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실행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선별’이 아닌 ‘보편’ 지급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근무환경에도 일정 부분 변화 바람이 일어날 것이다.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로 격차는 분명 있겠지만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이 많다. 앞으로 ‘회식’ 따위의 불편한 자리가 차라리 없어지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한다.

사회적 접촉이 줄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가정폭력사건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집콕을 하게 되니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어나고 택배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졌으며 배달음식주문량도 상승했다.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는 원치 않는 사회적 관계나 접촉을 축소하는 효과도 물론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코로나로 인해 어떤 변화가 어떤 규모로 일어나게 될지 정확한 분석과 예측은 아직 이른 형편이지만, 수업 등 교육활동에 대한 관점, 공교육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구, 교육비 부담 형태에 따른 반응의 차이, 교육주체 간 관계의 양상 등 교육에 대한 관념들이 어떠한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사회 전 분야에서 집단 활동이 중단 및 취소(스포츠, 문화예술, 공연 등은 특히나)되고 예배 등의 필수적이거나 공통적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집단 활동을 강행하는 것이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여행, 인적 교류 등의 개인적 활동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제하는 와중에 교육은 멈춤이 불가능한 인간의 필수적인 활동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공교육의 중단과 축소, 대체의 임계점이 어느 정도인지, 만일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등도 생각 거리다. 만약 어떤 상황일지라도 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필요불가결한 활동이 교육이라면 비상시의 교육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이런 상황을 맞이해야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비상교육체제

 

2020년 3월 11일, WHO는 결국 팬데믹을 선언한다.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 아직도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사태로 인해 많은 국가의 공교육기관은 문을 닫았다.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여 코로나19 이전 상태를 유지하려던 국가들도 강도 높은 봉쇄조치를 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방역을 위해 필사적으로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고 전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적, 사적 활동이 크게 제한되는 상황에서 학교교육을 중단하는 조치는 당연해보였다.

 

 

산업화가 진전되고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은 공교육체제를 통해 국가차원에서 교육을 관리하고 있고 학교교육은 대개의 경우 일정한 공간 속에서 대면적 관계를 기초로 한 집단 활동 형태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말을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등 집단적 상호작용과 접촉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밀폐된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어야 하니 등교는 집단 감염의 위험도를 엄청나게 증가시키는 일이다. 코로나19 전파에 놀란 국가들은 방역을 우선시해야 했기에 교육기관의 셧다운을 선포했고 장기화 조짐이 보이자 3월 중순경부터 가정돌봄+원격학습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아래 제시할 각국의 사례에서 눈에 띠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원격 학습으로의 전환이 불러일으킬 학습 격차와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우려, 둘째,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시에 대한 대처, 셋째, 교육과정 운영의 책임은 학교와 교사에게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미국 :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대적인 원격 학습(remote learning)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 이러한 전환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교육 기술의 이점을 보여주고 있으나, 동시에 학습 격차 문제를 대두시키기도 함.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격 학습을 위한 기술·자원 면에서 빈부 격차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음. 부유층 학생과 달리 저소득층 학생은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확보나 인터넷 접속 자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음. 많은 학생이 생중계되는 수업을 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습 결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임.

 

핀란드 : 학부모와 자녀가 집에서 배우고 일하도록 함. 4월 2일 교육부 장관은 핀란드의 학교가 5월 학기말까지 휴교할 것이라고 말함. 한 학부모는 페이스북에서 “하루 종일 일하거나 아동을 돌보는 부모가 아동의 과제를 감독할 수 있다고 과대평가하기가 쉽다”라고 말하며, "일부 교사는 과제를 내주는 것에 대해 약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내 아이가 한 수업에서 해낼 수 있는 양의 3배를 과제로 내준다”라고 비판함. 또한, 많은 학부모는 교육과정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교사에게 있기 때문에 홈스쿨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함. ‘투르쿠 대학’의 헤이디 뚜오미넨 강사는 “하루에 10∼12시간 일하면서 학습 동영상을 촬영하고, 음성 또는 화상 채팅을 통해 학생을 돕고, 학습 자료를 작성·업로드하고, 모든 학생에게 주별 목표를 제시한다”라고 함. 그리고 “학생의 일상적인 학업과 가족과의 협력에 관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자녀 교육의 책임을 학부모에게 넘겼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함. 한편 교육 관계자들은 모든 학생이 집에서 모든 학업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장비나 지원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 이처럼 핀란드 교육에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교육 불평등을 조명하고 있음. ‘교원노동조합’의 개발 관리자인 야아꼬 살로는 코로나-19가 각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함.

 

프랑스 : 4월 3일 바칼로레아 시험을 내신평가로만 진행할 것을 발표함. 내신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1968년도 시험에서조차 없었던 일임. 바칼로레아 지필고사와 내신 성적을 함께 평가할 계획이었으며, 3학기 동안 치르는 내신 시험의 평균 점수를 반영할 예정이었음. 지필고사가 무산되면서 내신 평가 점수와 6월 말 혹은 7월 초 계획된 구술시험만으로 바칼로레아 평가가 이루어지게 됨.

 

독일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월부터 독일 전역의 학교가 휴교를 실시함. 학교별로 학생들의 가정 학습 지원 형태가 서로 상이함. ‘독일경제연구소’는 학업성취도에 따라 등교 동기, 가정 학습 환경, 부모의 학업 지원 가능성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함. 해당 연구는 현재의 휴교 상황으로 교육의 불평등과 학업성취도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함.

 

영국 : 정부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하여 영국 전역의 학교들을 무기한 휴교하고 ‘대입시험’과 ‘중등교육자격검정시험’ 시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함. 영국의 현대사에서 최초의 전국적인 휴교임. 휴교 조치와는 별개로 취약계층, 국민건강보험 종사자와 같은 핵심 직종 종사자 자녀들의 돌봄은 지속됨. 또한, 존슨 총리는 무상 급식 대상 학생이 매일 한 끼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국 바우처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올 여름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학력고사는 교사가 실시하는 평가로 대체할 계획을 밝힘. 대학들은 원격 강의로 전환하고 있으며, 다수의 대학은 캠퍼스도 폐쇄함. 영국 전역의 대학생은 올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고 있음.

 

덴마크 : 아동교육부 장관은 휴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이므로 휴교 기간 동안 어떤 방법으로든 교육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함. 이에 온라인 등으로 원격 수업을 수행하는 등 최대한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학생이 집에 머물지만 교육을 시키는 의무는 여전히 학교와 교사에게 있고 학부모에게는 의무가 있지 않다고 말함. 장관은 휴교로 인한 수업 보충과 보상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함. 단, 이번 여름에 졸업 시험을 치러야 하는 9학년 학생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첨언함.

 

캐나다 :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가 늘어남에 따라,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이 어려운 학생 지원이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 이에 토론토 지역 교육청(TDSB)은 무선 인터넷 기기와 아이패드, 크롬북 등을 갖추어 모든 학생이 가정에서도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시작함. 온라인 학습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교사는 학생에게 숙제를 내주고 화상 채팅을 하는 등 변함없이 교육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임. 하지만 교육 관계자들은 실제로 온라인 교육 환경은 전통적인 학교 참여 수업에 비해 엄청난 사회적 불균형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함. TDSB 교육청장은 학부모가 필수 분야 근로자인 경우, 학생이 특수교육 전문 교사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어가 부족한 경우 등 학생의 가정 학습 환경이 매우 다양하다고 언급함. 물론 온라인 수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들은 존재해왔지만, 교육 환경의 변화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음. 토론토 지역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베이한 파라디 박사는 온라인 학습은 학부모의 지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정의 책임이 점차 증가되고, 결국 교육 불평등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함.

 

중국 : 방역 기간 재택 학습을 하고 있는 초중고 학생들이 주의 산만, 학습 효과 저조 등으로 학부모와 마찰을 빚고 있음. 차오 교수는 홈스쿨링과 학교교육을 비교해 볼 때, 집단 학습의 분위기가 부족해 일부 아동의 주의가 산만해지고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함.

 

한국은 어떠했는가. 교육부는 2월 중순만 해도 대학에만 개강 연기를 권고하면서 초·중·고 개학 연기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월 20일 이후부터 국내 지역 감염이 확인되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결국 학생들의 등교가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원래 3월 2일인 학교 개학은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로 잇따라 연기됐다.

이후 3월 말이 되도록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교육부는 개학을 네 번째 미루면서 '순차적 온라인 개학' 카드를 선택했다. 4월 9일 중3·고3이 먼저 원격수업을 시작했고, 4월 16일 중·고 1∼2학년과 초 4∼6학년이 온라인 개학했다. 4월 20일에 초 1∼3학년이 마지막으로 원격수업에 합류했다.

 

한국형 비상교육체제 : 온라인 입시진도체제의 강행

 

개학 연기 국면 당시에는 9월 학기제까지 대안의 하나로 등장했었지만 4월 온라인개학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지금 코로나와 관련 교육 최고 이슈는 ‘온라인수업’이다.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분위기 형성되어 있다. ‘일 안 하면서 월급 받는 집단’이라는 말에 발끈하는 마음은 들어도 교사들로서 상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과 장비, 프로그램 문제 등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형태는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듯하며 콘텐츠 제공과 과제부여가 원격수업의 주된 형태이다. 콘텐츠 제공 수업의 경우 기성품을 링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가도 차츰 동영상 강의를 자체 제작하는 시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나보다 잘하는 것 같아 보여도 내 맘에 딱 맞는 수업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들고 싶은 예시, 강조하고 싶은 부분 등등 교사들은 기성품이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리고 답답함을 많이 토로한다. 대면수업에 비해 품은 준비에 엄청나게 많이 들지만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습은커녕 인쇄물 형태의 학습지조차 맘 놓고 활용할 수 없다. 수업에 동원할 매개와 활용할 방식이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악전고투 중이다. 네트워크 방식과 기기는 최첨단을 요구하지만 최첨단의 장비와 네트워크망이 대면수업에서 흔히 쉽게 했던 방식을 전혀 구현할 수 없음이 순식간에 확인된 셈이다. 이런 까닭에 원격수업이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진리로 확인되고 있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교육재편 초기에 교사무용론, 학교무용론이 한창 유행했고 웹기반 학습이 새로운 교육형태인 양 유세를 떨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 순간에 정리되는 느낌이다.

교사들은 해보지 않았던 방식과 수단으로 수업자료를 제작하느라 고생이 막심한데 제약도 많다. 여러 부담 때문에 대부분은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주로 ppt화면에 육성으로 설명을 입혀 영상을 만든다. 교실수업이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동영상 편집을 익히는가 하면 과제 수합과 평가를 위해 구글 설문지 등의 프로그램을 서로 알려주고 배운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는 분들도 있다. 스트레스와 부담이 99라면 재미와 보람은 1정도?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을 체크해보면 힘들게 만든 수업자료를 ‘열심히 보지 않는다’는 걸 금방 확인하게 될 뿐이다. 관찰과 대화를 할 수 없기에 학습 진행 상황과 결과를 확인할 길이 없다. 수업마다 과제가 부여된다. 학생들은 강의는 대충 보고 얼른 과제만 확인해서 해치워버리려 든다. 달랑 출결만 체크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과제 제출은커녕 반응조차 없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을 수업에 끌어들일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수업이 외부에 노출된다는 사실도 무척 부담스럽다. 말도 편하게 할 수 없다. 철저한 비즈니스적 관계란 이런 것인가? 다른 교사는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들여다보게 된다. 비교와 평가의 압박감도 적지 않다. 기기와 프로그램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이 높은 교사들로서는 더 부담스럽다. 그래도 어쨌든 출결은 꼬박꼬박 확인하고 수업은 시간표대로 진행되며 과제를 수합하는 등 학사일정은 진행 중이다.

놀라운 것은, 사태가 엄중하지만 학습결손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상체제로 운영되는 것임에도 많은 과목과 영역, 학사일정에서 미룰지언정 포기되는 것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중학교의 경우 창의적 체험활동, 스포츠클럽, 협력종합예술, 자유학년제 선택프로그램까지 온라인으로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심지어 애들 수준도 모르는데 수준별 수업까지 운영한다.

거의 평상시와 다름없이 행정적 처리와 교육과정 운영이 겉으로는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형 온라인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1도 없는데 마치 한 것처럼, 되고 있는 것처럼 처리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지라도 반드시 온라인 수업을 정규교육과정의 대체물로 인정한 지금의 조치로 인한 발달 공백이 언젠가는 가시화될 테지만 지금 교육당국은 전혀 문제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 상황 자체가 문제이다.

이렇게 억지 춘향 격으로 출석과 수업을 ‘했다 치고’ 넘어가는 이유는 온라인 개학을 등교 개학을 강행할 수 없는 방역 중심의 국정 운영 국면에서 총선을 앞두고 원격수업을 대면수업의 ‘대체물’로 인정해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가정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학생들의 생활 관리와 가정 학습을 지원하는 정도였다면 이렇게 부담스럽고 찝찝하지는 않을 텐데 올해 안에 죽어도 2020학년도를 정상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것 때문에 억지춘향 놀음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편한 사람도 아무도 없다. 전 사회가 느려지고 멈추고 하는 마당에 학기 시작을 아예 뒤로 미루고 이 참에 9월 학기제 도입을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논의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방역에 성공을 어느 정도 거두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긴 했어도 사업장 등 일터에 나가는 부모들이 점점 많다 보니 뭔가 할 수 밖에 없기는 했을 테지만 온라인교육 = 정규교육은 내용적으로 성립할 수는 없다.

온라인 개학 덕에 논란이 불가피하고 또 논란이 벌어질 뻔 했던 모든 교육 이슈는 묻혔다. 특히 입시와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교육비 부담주체, 학교규모와 학급당 인원수, 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 수업일수와 시수, 평가,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 유아교육과 고등교육의 무상화 등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한국교육시스템은 안 그래도 모순 덩어리이지만 이런 비상적 사태에 얼마나 취약한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온라인 수업이 그 모든 관심을 차지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시일정 조정이 가장 큰 난제였을 테지만 2,3월 감염사태가 엄중했을 때 오히려 다양한 논의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할 만한 사람들은 밖에 나올 수 없었고 서로 의견을 모아 제출하기도 어려웠다. 노조활동과 사회운동 역시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보조할 뿐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의 수단이라도 있었으니 연락이 이루어지고 소식을 빠르게 접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중세 페스트 창궐 시기나 매서운 추위 속의 러시아 혁명 당시엔 이런 것도 없이 뭔가를 했을 테니 말이다.

사태 초반, 교육부는 우왕좌왕은 기본이었고 무책임했다. 졸업식을 해라 마라도 없이 알아서 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셈이다. 만일 2월이 아니었다면? 모든 학교의 학사 일정이 종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천지를 진원지로 감염 사태가 엄중해지고 개학이 닥쳐오자 이런 저런 공문을 교육당국은 쏟아내기 시작했다. 총선을 앞둔 시기인데다가 인터넷 시대가 아닌가! 가정 내 돌봄 부담이 크고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깨알 같은 온갖 요구에 뭐든 다 들어주겠다는 태세로 돌변했고, 입시라는 뇌관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은 지 입시와 관련된 생기부에 기록될 모든 활동을 전부 다 시늉만이라도 하는 척을 해야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상시 시간표대로 교육과정은 굴러가지만 이것을 진짜 교육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교무실엔 정적이 흐르고 출결체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채팅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느라 손가락 지문이 닳아질 지경이며 ‘말’이라는 상호작용의 수단을 뺐긴 상태에서 숙제를 내줄 수밖에 없는데 한 번 수업하면 사진으로 제출한 과제물을 화면을 쳐다보며 눈이 빠지게 검사하고 피드백하느라 대여섯 시간을 보낸다.

이런 문제들은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의 조건이 마련된다면 개선이 가능할까? 좀 더 나으리라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수업준비부담도 콘텐츠 제작에 비하면 덜하고 어느 정도 상호작용도 이루어질 테니 답답함은 덜할 테지만 이것도 아주 조금 나은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얼굴을 볼 수 있고 말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노트에 어떻게 적고 있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피드백이 교실수업처럼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학생들의 주거환경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도 문제이고 하루 종일 화면을 쳐다봐야 하는 상태에 처하게 되면 학생들의 피로는 더 가중될 것이므로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어쩌다 하는 어른들의 화상회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상황이 가장 괴로운 사람들은 학부모들이다. 출결도 수업도 실제로 여겨진다고 하니 아이들이 제대로 할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맘같이 따라주지 않는 아이를 보며 복장이 터지기 일쑤다. 우연히 보게 된 온라인 수업에서 열불이 나서 학교로 항의전화를 하기도 한다. 왜 이리 분량이 적으냐는 것이 주된 항의 내용이다.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수업 다 마쳤다고 게임 삼매경인 아이를 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와 충돌이 생기고 공부문제 생활문제로 안 그래도 좋지 않던 관계였다면 더 나빠질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다. 출석체크 안 했는데 아이가 연락이 안 된다며 걱정하는 담임선생님 전화라도 받으면 출근해서도 안절부절일 것이다. 중고등학생은 그래도 알아서 하는 편이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극한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여럿이고 집마저 좁으면 아비규환이 펼쳐진다.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 직후 당장 터져 나온 반응은 ‘부모개학’이라는 원성이었다.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 참을 뿐이다. 자발적 주의집중과 자기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교실에서 하던 외적 통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부모들의 피로감은 대단할 것이다.

집에서 돌보기만 하는 것보다 일터에 나가는 경우는 더 고심이 크다. 어린 자녀를 둔 직장 여성들은 정말 힘들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었지만 양육과 돌봄의 부담은 여전히 여성이 담당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육아와 교육을 이유로 출근을 포기할 수도 그것을 허락해주지도 않는 노동환경은 코로나19에서도 여전했다. 재택근무를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끼니 챙기랴 회사일하랴 온라인 수업 잘 듣는지 감시하랴...

학생들이라고 힘들지 않으랴. 학교에 가지 않아 좋은 점도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잠도 더 자고 유튜브도 더 많이 보고 게임도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개학 이후 학생들도 하루하루가 힘들다. 수업마다 숙제를 내주고 집중은 유지하기 힘든데 종일 시간표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면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 그리고 옆에서 부모가 지켜본다면 그것도 싫고 부담스럽다. 아이들은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바이러스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교육시스템과 관료적 결정은 충분히 탓해야만 한다. 그리고 바꾸어나가야 한다.

온라인 교육으로 정규교육과정을 대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원격교육은 학습자의 자발성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출발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구성의 면면을 보면 학습자에 대한 불신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원격연수를 받아본 교사들이라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제공된 컨텐츠를 본 척 하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이 동원된다. 클릭을 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거나 중간 중간 질문과 평가문제를 삽입하여 딴 짓을 못하도록 묶어두는 장치를 마련한다. 물론 유튜브 대유행 시대에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공부를 자발적으로 찾아서 열심히 하는 어른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어린이 청소년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수업에서 마냥 자발적이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넣으려 하거나 통제 장치가 동원되는 것이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절대적인 능동성과 절대적인 수동성으로 딱 갈라지지 않는다. 이끌어주는 교사와 학습자의 능동성이 만날 때 발달적 변화는 가능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인간에 대한 전제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흡사 ‘사기’ 수준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미래교육의 방향인양 착각하는 이들이 있으리란 사실이다. 교육부는 일단 온라인 개학으로 한숨 돌렸다. 수많은 문제들을 학교에서 온몸으로 대처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까. 총선도 압승으로 끝났겠다 이제 등교개학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대학입시 일정을 순탄하게 진행할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교사마다 수업의 질과 성의의 정도가 다르다는 불만을 빌미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강화할 생각을 품고 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법외노조로 가뜩이나 움츠러들어온 전교조의 활동이 지금 코로나 사태로 더욱 둔화된 것을 생각하면 걱정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드러난 모습

 

#1.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4월 21일 내놓은 '개학연기에 따른 초·중·고 학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개학이 연기되는 기간 동안 학기 중보다 많은 휴식과 수면을 취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놓고 언론들은 “사실상 '추가 방학'이었다”, “공부 덜 하고 잠 더 잤다” “학습시간 반 토막” “방학 생활 연장”이라는 말 등으로 큰 문제라도 있었던 듯 다뤘다.

우리 사회 어린이 청소년의 삶을 구성하는 영역들과 그 영역들 간의 비중과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이 사회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이 정도의 여유도 허락하지를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돌볼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주지 않으니 그 공백을 학교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하지도 않고 한 척하고 어물쩡 넘어가는 것보다는 좀 더 늦게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 텐데 그러지를 못했다. 물론 과거 사례에 비추어보면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어 개학을 연기하게 된 것 자체가 진전된 모습이긴 하다.

 

한 교육학자는 "2009년 신종플루 때만 해도 재량 휴업을 했는데, 그 배경에는 '학교는 보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있었다"면서 "이후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덕에 이번 개학 연기가 가능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의 발언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숨어 있다. 첫째, 학교 보내는 것을 구시대적 사고로 취급했는데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문제 삼고 깨뜨리고 싶어 하는 것은 교육의 “학교독점체제”이다. 학교에 대한 불신과 교육에 대한 다른 관점이 있는 것이다. 둘째, 학교는 위험해서 가지 못해도 좋지만 학원에는 가라고 등 떠미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든 어린이든 그 누구든 집에서 자신만의 혹은 가족과의 시간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아마도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먹고 살기 바쁘고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핸드폰만 쳐다보고 게임하고 그게 꼴 보기 싫은 쪽에서 한소리 했다가 다투고...

그동안 한국사회 어린이청소년은 가정과 학교 사이의 빈 공간과 시간을 학원과 사교육으로 채워왔던 것이다. 그리고 피씨방과 스마트폰으로. 어른들은 장시간 일터에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내몰았던 것은 아닐까.

코로나사태가 호전되어 온라인 개학이 가급적 빨리 종결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하필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관계의 기초가 형성되고 여러 가지 상호작용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학기 초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불행 중 더 불행이다.

신입생들이라면 더더욱 문제다.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시기는 비고츠키교육학에서 말하는 발달에서의 전환기로 위기의 국면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온라인으로라도 했으니 다 한 셈치고 다음 학기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게 한다? 발달의 공백이 다른 연령대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졸업과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도 한 학기조차도 여유를 주지 못하는 ‘일정 강행’이 과연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2. 학교는 못가도 학원은 간다?

제도교육학과 교육정책 관계자들의 최근의 화두는 학습자의 “주체성”이다. 새로울 것은 없다. 아동중심, 배움중심, 자기주도적 학습 등의 용어가 좀 더 멋지고 헷갈리는 말로 탈바꿈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교육이 입으로 강조해온 자발성, 주도성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형성되기나 할까? 사실 연령에 맞지도 않게 자발적으로 하기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교육체제를 탓할 일이다. 온라인 상황에서라면 이런 정신기능이 길러지기나 하겠는가?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지식습득은 일부 있을지 몰라도 고등정신기능의 형성이라는 발달적 변화란 없다.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온라인 개학인데 학원에서 모여서 관리 받으면서 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니 못하고 않으니 부모의 부담도 덜어줄 겸 강제로라도 관리해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이런 사실을 감지하고는 ‘학원법 위반’이라며 단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온라인 개학 취지 무색, “학원가서 오전에 원격수업 듣자”」(4.20, 아시아경제),「학원서 ‘학교 온라인 수업’들으라? 방역 노력 비웃는 학원들」(4.20, 한겨레)

(위반 사항) 교습과정을 정하여 학원을 설립·운영하도록 하고 있는 학원법 제6조 위반(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집중 점검) 신학기 학원 점검 시, 학교 온라인 수업 관리 의혹이 있는 학원 집중 모니터링 및 현장점검 실시

(적발시 조치) 등록 말소, 교습과정 전부 또는 일부 정지(학원법 제17조)

⇒ 신학기 현장점검 뿐만 아니라, 상시 온라인 모니터링 및 불법사교육신고센터 등을 통해 제보된 경우, 불시 현장점검 실시

 

[출처] 신학기 개학,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작성자 교육부

 

학교는 행정관료적으로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지만 입시경쟁과 돌봄의 여백에서 기생하며 커져온 사교육시장은 도대체 통제가 안 된다. 사립학교도 통제가 안 되는데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과 무리한 학습을 무슨 수로 통제를 하겠는가. 그동안 사적, 시장적 영역에 기대온 댓가를 치르는 셈이다.

 

#3. 발달교육을 위한 협력을 위협하는 한국교육시스템

코로나19로 인한 개원, 개학 연기 과정에서 정부에 무리하다싶은 요구까지 하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가 많이 확산되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과연 돌봄과 교육의 문제에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가 어디인지, 어디까지가 가정의 책임이고 어디서부터 학교에서 할 일인지 그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대단히 모호하다는 것도 함께 실감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각종 민원과 요구에 교육기관이 시달린 것의 연장선일 터이다. 민주적인 의사 표출의 이면에는 신자유주의 재편을 겪으면서 강화된 학부모의 소비자로서의 마인드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초중등학교의 경우는 덜하지만 자비 부담인 유아교육이나 고등교육은 이런 사태를 딱히 감내만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 사립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보니 등록금 수입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라도 개강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 것인데 학생들과 부모들은 당연히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학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특히 지방의 사립대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교육기관과 그곳의 종사자들이 금전적 문제로 존폐와 생존이 좌우된다면 교육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인 안정성이 구조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아니더라도 교육기관은 수익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토대가 필요하다. 시장 영역은 이런 안정성이 없다. 유아교육과 고등교육의 공교육화는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일이다.

자본주의적 분업체제와 노동환경의 문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서둘러 온라인 개학이라도 하게 된 이유는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도 크다. 유럽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는 직종일 경우 긴급 돌봄을 했다.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는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아이들을 돌볼 기능을 전담할 기관이 필수적이다. 코로나 전파 초기에 휴교 결정을 빠르게 하지 못한 배경에는 대학입시도 물론 있지만 돌봄의 문제가 컸다. 그러다 감염 확산세가 빠르게 증가하자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휴교를 결정한 것이다.

교육과 돌봄을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은 발전된 사회의 모습이고 부정적이라 볼 수는 없지만 문제는 우리의 노동환경이다. 장시간 노동이 기본이며 노동자의 권리도 낮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교육기관에서 필요 이상으로 긴 시간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돌봄을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또 생기게 되고 부모들은 또 일을 하게 되고 어느새 양육과 교육에서 취약한 부모들이 많아지게 되며 가족 관계도 약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태에서 가정에서 갑작스레 많은 시간 아이들을 돌보고 학습도 시켜야 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가정의 교육기능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고 그나마 부모 중 누군가가 전적으로 양육과 교육을 책임진다 해도 입시를 위한 관리가 중심을 이루게 되기 쉽다. 그런데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부담을 학부모가 함께 지고 있는 꼴이니 뿔이 안날 수는 없고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답답하다.

 

#4. 교육과 테크놀로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의 공교육 진입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다양한 수업 개설과 교사수급 문제라는 고교학점제의 큰 난제가 해결가능해진 셈이기 때문에 고교학점제 추진세력은 가속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충 영역에서의 온라인 활용이라든지 개별화 교육자료 개발, 스마트교실 구축 등의 사업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진도교육체제 속에서 사교육업체들의 인강과 EBS강좌에 익숙할수록 교수-학습을 ‘소비’적 행위로 여기는 경향이 생긴다. 게다가 고퀄의 영상매체와 컨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학교교사의 온라인 수업을 질 떨어진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입시에서의 성공을 위해 인강을 구매하고 돈벌이를 위해 제작된 입시과목 인터넷 강좌를 학교의 교실 수업에 익숙한 교사 자체 제작 영상 수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입시에 필요한 지식과 문제풀이 스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전문적인 촬영장비와 스튜디오, 메이크업, 코디까지 동원하여 만들어진 것과 그리 좋지 않은 여건에서 갑자기 결정된 온라인 개학에 어떤 플렛폼을 기반으로 할지 행정적 업무처리도 산더미 같은 상황에서 급하게 준비한 컨텐츠를 동일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학교교사의 수업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대면수업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중심으로 여기기에 성격도 전혀 다르고 수업이 이루어지는 형태도 당연히 다르다.

수업이 갖는 의미는 어디까지나 ‘발달적 변화를 통한 신형성’을 위해 함께 하는 것에 있지 교사가 얼마나 세련되게 말을 하는지 재미있게 하는지 학생들을 자신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평가하는 타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 교사들은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칠판 수업도 물론 하지만 수행평가 비중이 늘고 지필고사 비중이 줄면서 수업 내에서 학생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모둠수업, 토론수업, 합동 산출물 제작, 발표 등 다양한 수업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영상, 이미지, 실물 등 다양한 자료와 교구를 활용해서 수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질을 놓고 왈가왈부가 벌어지는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지만 떠드는 이들은 교사들을 공격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오히려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습을 옆에서 교사가 지켜봐주지 못하는 상황이 못마땅하고 그 역할을 자신이 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겨운 것이며 아이들도 선생님께 바로 질문도 하고 도움도 요청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한 것이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대면수업의 교육적 가치를 깨닫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먼 과거부터 교육에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려는 흐름은 있었다. ICT활용교육, 이러닝, 스마트교육에 이어 최근에는 AI활용교육이 등장했다. 지금의 교실만 봐도 20년 전과는 다르다. 교실마다 컴퓨터가 있고 TV모니터나 빔 프로젝터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교육정보화의 일환으로 진행된 테크놀로지 도입을 통한 수업혁신은 번번이 사그라들곤 했다. 그런데, 효과도 없는 테크놀로지 도입을 왜 그리 하고 싶어 안달인 것일까? 근래에 들수록 테크놀로지 도입 명분을 수업혁신보다는 ‘교육격차 해소’로 정당화하고 있는 경향이 눈에 띤다. ‘맞춤형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집단적 교수-학습이 갖는 큰 문제를 학습자마다의 수준차를 고려할 수 없다는 것에서 찾고 새로운 기술로 이런 맹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이버가정학습은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선택적이고 맞춤화된 교육방식을 제공하여 언제 어디서나 학습 가능한 이러닝 지원체제를 구축하고자 2004년 처음 계획이 수립되어 2005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적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내실있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사이버가정학습은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의 지역격차 해소에 일조해 왔으며, 앞으로는 스마트교육 추진사업과 연계되어 더욱 그 역할이 중요하게 될 전망입니다.

 

사교육비 절감, 지역 간 및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 학생들의 학력 수준에 맞는 수준별 학습을 통해 정규교육의 문제점으로 보완하고 공교육의 내실화를 공고히 하고자 2004년부터 추진되어온 사이버가정학습은 도입기, 확산기, 도약기를 넘어 공교육체제에 완전한 정착화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사이버가정학습이 교육격차 해소라는 목적을 일정 정도 달성하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는 2019년 8월 21일 조승래 의원과 KERIS가 공동주최한 제137회 미래교육포럼 “인공지능(AI) 및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라는 토론회의 “학교에서의 인공지능(AI) 및 에듀테크 활용 방안”이라는 발표 자료 일부이다. 그동안 공교육에서 문제점과 부족한 부분의 원인을 찾는 대신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엿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온라인 수업 진행을 통해 장비니 뭐니 기술적 문제를 다 해결한다 해도 발달을 이끄는 교수-학습을 온라인 학습체제에서는 구현할 수 없음을 확인했으며 원격교육체제로 인해 교육불평등과 학습격차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각국의 교육자들과 연구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면수업을 대체할 방식과 수단은 현재로서는 없음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과 인간발달의 토대가 사회적 관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개별화교육에 대한 자유주의적 로망으로 산적한 교육의 많은 문제들에 맞서는 대신 교육을 산업화하려는 세력과 결탁한 자유주의 교육론자들이 코로나19 이후 피곤한 논쟁을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에 화가 날 뿐이다.

 

루소적 세계관 속 어린이 – 개별화 교육에 대한 환상

 

듀이는 전통적 교육을 비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실험학교를 통해 과거와 다른 새로운 교육을 시도했다. 여기에서 일일이 듀이의 교육론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다만 듀이의 세례를 받은 자유주의 교육론자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는 듀이의 신조는 이것인 듯하다. ‘과거의 교육은 버리고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뒤는 돌아보지 않는 직진형 진보 모토. 듀이를 원조로 하고 개인중심의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신봉하는 자유주의 교육론자들은 지금 사태를 통해 어떤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을까? 아래 기사 내용으로부터 단편적이나마 짐작이 가능하다.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로 올해가 '원격수업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린 원년이 됐다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상황을 두고 "물에 빠지면서 수영을 배운 셈"이라고 촌평했다.

박 교수는 "이번을 계기로 '스말로그(스마트와 아날로그의 합성어)' 교육이 많아질 것"이라며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해도 교사가 온라인 자료도 계속 제공하고,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메신저로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스마트 교육 예산도 확보하고, 에듀테크 벤처기업 육성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번 원격수업으로 확인된 교사들의 역량을 보면 K-팝에 이은 'K-에듀케이션'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코로나19는 학교 교육의 기능과 역할, 미래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에 물음을 던졌다"면서 "온라인 교육으로 지식 전달은 가능하지만, 인성 교육과 아이들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전 소장은 "과거 교사의 역할이 교과 지식·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었다면,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성장·진로를 돕는 '가이던스(guidance·지도)'의 역할과 학생을 심리적으로 돕는 '카운슬러(counselor·상담사)'의 역할로 재편될 것"이라며 "교대·사범대의 교원 양성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듀이와 비슷한 시기에 피아제가 있었고 더더더 거슬러 올라가면 루소가 있다. 개별화 교육의 로망은 루소적 세계관에 그 뿌리가 있다. 루소의 유명한 저서이자 교육소설이라 알려져 있는 ‘에밀’에서 에밀은 1:1의 교육을 받는다. 자연은 선이고 인간사회를 악으로 규정한 루소로서는 자연적 환경 속에서의 일대일 교육을 이상적인 교육의 상으로 상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의 루소들은 테크놀로지, 온라인 교육을 통해 21세기 에밀을 꿈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기치 않게 대규모로 실행하게 된 온라인 수업을 통해 그들은 고무되었을 것이고 다시 루소처럼 아이들 스스로 성장하되 학교폭력과 격차 등 통제할 수 없는 악이 난무하고 개인의 다양성을 고려하기에 턱없이 비효율적인 학교라는 사회적 관계는 이제 크게 축소할 수 있으리라 헛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 모여 있지 않고 접촉이 없으니 문제가 생길 것도 없다. 그러나 관계에서의 문제를 피해 집에서 제각기 스마트기기를 통해 수업을 골라서 듣고 진도를 나가는 것은 비고츠키의 표현을 빌면 매듭을 푸는 것이 아니라 매듭을 잘라버리는 짓이다. 관계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 맞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은 인간발달의 토대를 없애버리자는 소리다.

 

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 교육개혁의 계기로

 

학교는 버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금과 달라져야 함에는 분명하다. 코로나19를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들을 논의하고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방향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그동안 제기했던 교육혁명의 의제들이 실현되었더라면 이 정도로 큰 혼란과 고통은 겪지 않았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런 일은 어느 때고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감염병 사태가 아니더라도 발달교육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일들이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을 유지해서는 이런 사태가 다시 닥칠 경우 대처 과정에서 너무 많은 피해와 희생이 뒤따르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안전은 물론 발달까지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째, 학교규모와 학급당 인원수의 문제이다. 학교에 오지 않는 동안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혹시라도 감염사태가 확산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학교에 비해 규모가 작고 머무는 시간이 적은데다가 집단급식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학교는 예전에 비하면 크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학급당 인원수도 많고 규모 자체가 큰데다가 지역별로 학급당 인원수와 학교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도시 지역에서도 뉴타운지역이나 아파트 밀집지역은 교육환경이 좋다고 소문났을지 몰라도 그건 빛 좋은 개살구다. 40명에 육박하는 학급당 인원수와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동생활을 한다. 감염병에 취약한 것은 물론 평소의 긴밀한 관계 형성에도 난관이 따른다. 누누이 주장해온 대로 학교규모의 축소와 학급당 인원수 감축은 이제 안전의 문제가 되었다. 만일 서로 공간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지역별 상황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면 이렇게 전국적으로 난리가 나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한 학교에서만 감염자가 발생해도 전국의 학교가 왜 마비가 되어야 할까?

둘째,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감축과 함께 교육과정의 핵심을 추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학생들은 너무 오랜 시간, 오랜 기간 동안 학교에 머물러야 한다. 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를 적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이 해왔다. 그리고 실지로 중학교 교육과정까지는 많은 감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영역과 과목들이 또 생겨났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곧바로 교육과정으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학교교육과정은 난장판이다. 이런 비상시국에도 모든 것을 다 하는 척 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그 모든 것을 하도록 한 결정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려면 형식적으로라도 해야 하니 그랬을 것이다. 실제보다 문서가 중요한 것이다. 정규수업 외에도 추가로 학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유아들은 부모의 퇴근을 기다려 어린이집에서 머물기도 한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정규수업이 끝나도 방과후수업과 돌봄교실을 전전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원을 가야 한다고? 부모들을 가정으로 일찍 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 이러한 상황에서 꼭 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 핵심교육과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굳이 이런 사태가 아니더라도 교육과정은 간소해지고 국가단위에서는 꼭 필요한 것만을 정해야 한다.

셋째, 결국은 입시다. 입시경쟁에서의 ‘공정성’이라는 잣대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다른 나라들은 입시에 대해 우리나라보다는 유연한 대처를 보이고 있다. 수능체제와 전국단위경쟁은 서열화된 대학체제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학교, 지역별 차이를 전혀 감안하지조차 못하는 경직된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시 때문이다. 생기부 기록 근거를 남겨야 하고 교육과정의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입시 때문이지 교육적 판단의 결과가 아니다. 출생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경쟁을 정당화할 이유가 그다지 없다. 하나하나의 아이들을 올바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주체적 존재로 발달시키는 교육이 필요한 때고 이미 여건은 충분하다. 재조직화를 하면 된다.

넷째, 다시 교육의 공공재라는 사실이다. 유아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전면화해야 한다. 유아와 대학은 거의 시장 영역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왈가왈부 말도 많았던 것이다.

다섯째, 9월 학기제와 학제개편을 현실의 안으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재정 교육감은 1학기 교육이 부실하게 이루어지느니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월에도 9월 학기제 이야기는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며 단칼에 잘라버렸다. 올해 안에 또 이런 상황이 닥치면 그때도 원격교육으로 떼울 셈인가? 아마도 올 한 해를 어수선하게 보내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정규교육과정을 대체한 여파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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