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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이행적 연령기) 특성에 대하여

- 중등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토대 마련을 위하여-

 

이현(여의도 고등학교)

 

 

1. 들어가며

 

중등교육과정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청소년기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기초하여 이 시기의 발달 과제를 올바로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과정 문서를 보면 청소년기의 특징이나 이 시기의 발달 과제를 제대로 서술한 것을 보기 어렵다.

2015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역량’은 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능력들을 나열한 것이다. 물론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동-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이후 사회적 삶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것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기의 특징과 각 시기의 발달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와 연결하지 못하다면, 이런 목표는 공허해질 수 있다. 즉 목표만 존재할 뿐, 그것을 실현할 과정(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청소년기 자체가 이행적 시기로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고,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아동에서 청소년으로의 발달은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여러 기능과 구조 등이 분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청소년은 어른 같기도 하고, 어린이 같기도 하고 미묘하다. 또한 청소년 시기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반된 모습들이 극단적으로 병존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어느 일면만 강조하면 청소년기의 전반적인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글은 가설적 성격을 띠고 있다. 비고츠키의 저작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의 경험을 결합하여 청소년기의 특징과 발달 과제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이론적-경험적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청소년기의 특성에 대한 대략적 소묘(세 가지 성숙)

 

청소년기의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이행기이다. 연령은 보통 만 13세~18세까지의 시기이며(최근에는 육체적, 성적 성숙이 빨라지면서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연령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대략 중등교육의 시기와 일치한다. 기존의 이론들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 ‘아노미’ 등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이론은 청소년기의 특성을 혼란, 무질서, 감정의 과잉 등 부정성으로 바라본다.

 

비고츠키는 청소년기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행적 연령의 시기를 둘로 나눈다. 13세의 위기(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시점)와 이후 상대적인 안정적인 국면으로 나눈다.

청소년기(이행적 연령기) 전체가 분명 아동과 성인의 시기에 비하여 모순적이고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시기는 또한 역동적인 발달의 시기이다. 13세의 위기가 ‘분열’과 일부 기능의 퇴행을 특징으로 하는 매우 불안정한 시기이지만, 이 분열은 새로운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13세 위기 이후 청소년기는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도 역동적인 발달의 시기이다.

 

비고츠키는 청소년 시기를 세 개의 성숙 과정이 겹치는 시기로 규정한다.

유기체적(신체적) 성숙, 성적 성숙, 사회-문화적 성숙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성숙과정은 동일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세 개의 성숙 과정이 동시에 시작되어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청소년기에 매우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성숙의 곡선들이 교차된다.

 

청소년기 진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성적 성숙이다. 내분비계의 변화에 의해 생식샘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커지면서 성적 성숙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동물은 성적 성숙의 완성과 함께 생물학적 성장도 종료된다. 하지만 인간은 성적 성숙 이후에도 생물학적 성장을 지속한다. 아마 인간의 신체가 복잡한 고도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성장기간이 길어져서 생긴 현상일 것이다.

성적 성숙 시기에 신체적 성숙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 성적 활동(성관계, 임신, 양육)은 신체적 성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성적 성숙과 실제적인 성적 활동 사이에 시간적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사회-문화적 성숙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생물학적 발달 즉 본능의 발현이 아니라 역사-문화적 발달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동물은 물론 일부 원시부족들의 경우 청소년기의 사회-문화적 성숙 과정이 존재하지 않고, 이에 따라 아동에서 청소년기 없이 곧바로 성인으로 이행한다. 인간은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일정한 사회적-문화적 소양을 키워야 하는데, 사회-문화적 성숙과정은 역사적 시기에 따라(근대 이전의 농촌 공동체의 생활양식과 근대 산업사회의 도시의 삶의 양식에서 필요한 사회-문화적 소양은 완전히 다르다), 사회에 따라(종교적 소양을 중시하는 사회,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 등등), 심지어 계급에 따라(지금은 발달된 공교육체제와 대중문화 때문에 차이가 많이 좁혔지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 사회처럼 사회제도와 생활양식이 복잡해질수록 사회-문화적 성숙 과정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또는 더 길어져야 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기(이행기)의 모순과 불안정성은 이렇듯 성숙의 세 봉우리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성적으로는 성숙하였지만, 신체는 여전히 미숙하고, 생식활동을 통해 독립된 가정을 꾸리기에는 사회적 성숙은 지체되어 있다. 심리적으로는 독립적 존재라 의식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정신적-지적 성숙은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경제적 독립성은 더욱 취약하다. 이런 모순과 불안정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주 아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아래는 홀이 청소년의 모습 속에서 관찰한 모순들이다.

 

<홀의 청소년기의 12가지 모순>

활력과 무관심 / 기쁨과 고통 / 자아긍정과 자기비하 / 이기심과 이타심

착한행동과 나쁜행동/ 사회성추구와 고독의 추구/ 예민함과 냉담함

호기심과 타성 / 이론지향과 실천지향 / 보수성과 급진성 / 감각과 지성

/ 현명함과 어리석음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행기의 이런 모순과 불안정성이 단순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분열, 모순, 불안정성은 역동적 발달의 토대이기도 하다.

 

 

3. 성적 성숙에 관하여

 

청소년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성적 성숙이다. 신체적 성숙이나 사회-문화적 성숙은 청소년기 이전에도 진행된다. 하지만 성적 성숙은 청소년기에 이르러서 새롭게 시작된다. 성적 성숙은 생리적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 변화도 발생시킨다.

우선 생리적으로 성과 생식과 관련된 기관의 발육이 왕성해지고, 성적 욕망이 발생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체적 미성숙과 사회-문화적 미성숙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회에서 청소년기의 성적 욕망은 제한된다.

 

성적 성숙은 심리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온다. 성적 성숙을 통해 청소년은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욕망은 부모 등 성인에 의존하여 해결하였다. 하지만 성적 욕망은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부모에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스런 욕망과 사적 생활을 갖게 된다.

또한 성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실제 짝을 찾지 않더라도, 타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추어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자신의 지성, 외모, 용기, 우아함 등 과시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자기비하적인 열등감을 가지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는 아주 민감해지는 반면, 아직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여 상황에 따라 자신에 대한 평가가 심각하게 동요하면서 불안정한 정서를 자주 노출한다.

성적 성숙을 통해 독립심이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동료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성과의 관계보다는 동성과의 관계가 일상적이고 일반적이다. 즉 동성과의 관계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에 따라 동성의 동료로부터의 인정을 매우 중시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애정보다 우정이 훨씬 현실적이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아동기에는 자신들을 돌봐주는 성인과의 관계와 애정의 형성이 절대적이었다면, 청소년기에는 동료 사회에서 관계가 훨씬 중요해진다. 성인과의 관계가 주어진 것이었다면(부모와 교사를 선택할 수는 없다) 동료와의 관계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관계이다. 따라서 동료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지며, 인간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들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기의 세계관과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토대가 된다.

결국 성적 성숙에 의해 독립성과 이성과 동성 등 동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계 맺기가 중요해지면서 자신과 타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발달하면서 인간관도 성숙해진다.

 

또한 성적 성숙과 더불어 성애(에로스)가 발생한다. 성애는 생물학적인 성적 욕망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지닌다. 성애 즉 에로스는 생명의 힘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삶의 의미나 가치 등을 지향하는 열망으로 확장된다(프로이트는 이런 에로스를 성적 욕망의 승화로 설명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성애적 사랑의 대상이 성적 관계를 맺는 대상과 분리되면서(결합하지 못하면서) 성애는 훨씬 넓은 대상을 포괄하고,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경향을 지니게 된다. 동성에 대한 숭고한 우정, 뛰어난 성인에 대한 존경과 갈망, 예술이나 자연에 대한 찬탄도 모두 성애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청소년기 성애의 구체적 내용은 성숙 성숙에 의한 인간 본능의 발달은 물론 그가 처한 사회-문화적 환경과도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

 

성적 성숙과 맞물려서 형성되는 성-정체성(젠더)도 중요하다. 성적 성숙과 더불어 젠더 정체성이 형성된다. 아동기에 주변 환경(부모, 가족, 학교, 대중문화 등)에 의해 무식의적으로 젠더 정체성(남성성과 여성성의 형태로)이 형성되지만, 청소년기에는 젠더 정체성이 좀 더 의식적인 형태로 구체화된다. 특히 이 시기에는 보편적 집단으로서 남성과 여성 일반에 대한 일정한 판단과 가치가 형성되는 시기이다(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젠더를 둘러싼 청소년의 갈등 특히 젠더 혐오의 문제가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론> 성적 욕망과 성윤리의 문제

 

청소년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자신의 본능과 욕구를 의식하는 존재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욕망은 금지된다. 청소년의 성적 욕망의 금지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성적 욕망 자체를 죄악시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한편 청소년의 신체적, 사회적 미성숙으로 인해 성적 욕망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죄악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청소년에게 죄의식을 심어주어 본인 스스로를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여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주체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는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고 죄악시하는 것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모든 성윤리를 냉소하고 거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청소년의 성적 욕망이 제한 없이 실현될 수 있는가는 쟁점이다. 신체적 미성숙과 사회-문화적 미성숙으로 인해 성적 욕망의 실현을 제한하거나 지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반면에 청소년의 성을 해방시켜야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빌헬름 라이히)

비고츠키는 지배성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본능은 신경계에 곧바로 전달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뇌피질을 거치게 된다. 대뇌피질에서 내적 본능과 외부 환경의 자극 등이 종합되는데, 이 결과가 대뇌피질에 지도화된다. 특정한 성적 자극에 의해 성적 충동이 지배성을 획득하게 되면 다른 생물적-사회적 충동을 압도하게 되고, 인간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성적 충동이 빨아 먹는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왜곡된 성적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 성적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성적 충동이 지배성을 획득하게 되면 청소년의 전인적 성장과 전면적 발달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성 윤리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욕망이 주로 인간-자연의 관계를 통해 (즉 자연 속에서 획득한 사용가치의 소비를 통해) 실현되는 것에 반해, 성적 욕망은 인간-인간의 관계 특히 매우 긴밀하고 전면적인 관계를 통해 실현된다. 따라서 성적 욕망은 더욱 높은 수준의 윤리학(타자의 인격에 대한 존중, 타자 역시 욕망의 주체로 승인, 일방성과 강제성의 배제 등등)을 요구한다. 따라서 청소년 시기에 형성되는 성윤리는 단순히 성적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타자와 관계라는 일반적 윤리성 발달에 중요한 토대가 된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집단적 정체성으로 젠더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정체성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체성의 다원성과 공존을 인정하지 않고, 타자의 정체성을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젠더 혐오와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가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젠더 혐오나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는 소수자나 약자 일반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기 쉽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시기에 올바른 젠더 의식을 형성하는 것은 공존-호혜-연대-관용 등의 시민성(시빌리테) 형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성윤리의 부재와 왜곡된 젠더의식이 결합되면 거대한 폭력이 발생한다. 최근의 성착취동영상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청소년 시기에는 성적 성숙을 둘러싼 많은 변화가 일어나며, 청소년에게 많은 혼란, 위기, 과제를 제시한다. (만약 동물이나 원시부족처럼 성적 성숙과 동시에 성인기로 접어든다면 이런 현상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청소년의 성은 공식적 교육의 장에서 매우 형식적으로만 다루어진다.

청소년기의 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좁은 의미의 성교육(주로 성과 생식에 대한 생리학적 이해, 피임 등 성관계에 대한 기술적 접근 그리고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넘어,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한 이해, 욕망(실현)에 있어서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윤리학, 집단적 정체성으로 젠더의식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성교육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4. 신체적 성숙에 대하여

 

청소년기는 신체적 성숙도 왕성한 시기이다. 주로 키, 근육, 골격 등의 성장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왕성한 성장기 때 영양 공급의 부족, 과도한 노동, 적절한 신체활동(체육활동)의 부족 등은 청소년에게 허약체질이나 병리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전에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모두 문제가 있는 경우 많았다. 특히 피지배계급의 청소년의 경우 영양 결핍, 과도한 조기 노동, 신체 단련 기회의 부재 등으로 허약체질이 되거나, 결핵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산업화가 일정하게 진행된 사회에서 이런 문제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영양실조보다는 과도한 열량의 정크푸드 등에 의한 비만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조기 노동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노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연이나 실물 대상과의 교감, 자신의 노력과 능력의 산물을 확인하면서 느끼는 보람, 노동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의 기쁨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줄어들고 있다. 또한 고립적인 도시의 삶의 양식과 최근의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직접적인 신체활동보다는 온라인 세계에서 체류 시간을 빠르게 확대함으로써 일부 청소년들에게 신체적-정신적 병리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현대 이전에는 영양공급의 부족, 과도한 조기노동, 비위생적인 주거 환경 등이 청소년의 신체적 성숙에 커다란 장애였다면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과도한 경쟁, 노동교육을 배제한 지나친 지식중심의 교육과정, 공동체적 삶의 붕괴와 온라인 세계의 과도한 확장 등이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5. 사회-문화적 성숙에 대하여

 

인간은 초기 유년기부터 사회문화적 발달을 한다. 동물들의 발달이 생물학적 성숙에 따라 유전에 의해 전달되는 본능의 발현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인간은 이와 더불어 사회적 삶을 통한 -타인과의 관계와 이로부터 이루어지는 학습- 발달이 이루어진다.

이행적 연령기인 청소년기는 사회문화적 발달을 통해 인격이 형성되고 성숙해지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 때 인격은 지적, 정서적, 윤리적 발달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다.

 

이행적 연령기의 사회-문화적 성숙에 있어서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 보자

 

첫째, 청소년기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비약적으로 확대된다. 이는 경험의 축적, 지성의 성장, 사회적 필요(직업을 탐색하고 성인의 삶의 준비해야 하는) 등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둘째, 청소년기에는 자기의식이 빠르게 성장하고 자아 정체성이 형성된다.

성적 성숙에 따른 독립적 심리의 강화와 인정 욕구의 확대, 학령기부터 시작한 내관의 발달, 타자와의 관계의 확대와 경험의 축적 등에 의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청소년기에는 세계와 자아에 대한 의식을 확대하는데 있어서, ‘개념적 사고’라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청소년기의 사고는 현상을 넘어 본질에 대한 인식, 고립된 대상으로서 아니라 복잡한 관계 즉 구조 (발생적 인과 관계, 복잡한 상호작용, 보편-특수의 중층적 체계 등)에 근거한 인식, 논리적 추론과 의식적 숙달 등으로 전진한다.

 

넷째, 청소년기에는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대, 자아정체성의 성립, 개념적 사고의 발달을 기반으로 가치관과 세계관이 형성된다. 이를 통해 청소년기에 인격 형성의 결정적인 발을 내딛게 된다.

 

다섯째, 흥미가 청소년의 삶의 중요한 추진력을 형성한다. 이 때 흥미는 본능적인 충동의 산물도, 습득된 습관의 결과도 아니다. 청소년의 흥미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발달한다.

 

여섯째, 직업적인 삶의 준비가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직업적 준비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탐색과 특정한 직업에 필요한 능력의 함양이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기회가 확대되면서 후자는 일부의 청소년(직업계 학교)에게만 직접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1) 세계의 확대

 

이행적 연령기의 세계의 확대에 대하여 살펴보자.

아동의 세계는 협소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세계는 가정이며, 그의 세계는 경험 의존적이다. 비록 그가 그의 경험에서 벗어난 세계를 접한다하더라도(다양한 매체나 책을 통해 외국의 풍물을 접하고, 역사 학습을 통해 그가 살지 않았던 과거에 대해 체험하는 것 등등) 그는 그의 경험에 근거해서만 새로운 세계를 해석한다.

반면에 청소년기에는 관심의 영역이 급격하게 확대된다. 그는 자신의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약한 정치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진로나 직업선택 등과 연관되어 있는 경제나 노동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자연에 대한 탐구나 예술이나 미적 세계에 대한 관심도 고양된다.

또한 관심의 깊이도 변화된다. 직접적인 경험과 연결된 세계를 넘어 훨씬 추상적이고 종합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고양된다. 예를 들어 아동기 때 역사에 대한 관심이 주로 개별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관심이라면 청소년기에는 ‘역사는 소수 엘리트에 의해 발전하는가? 아니면 대중에 의해 발전하는가?’, ‘역사는 진보하는가, 퇴보하는 하는가, 아니면 반복하는가?’ ‘역사가 진보한다면, 그 핵심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등등의 훨씬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여기에서 우리가 교육적으로 주의해야할 지점이 있다. 청소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의 확대(폭과 깊이에서)는 결코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사회-문화적 발달이 그렇듯이 사회-문화적 환경과 교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교육적으로 이와 관련된 논쟁 지점이 있다. 교육이 청소년에게 제공해야 하는 세계는 무엇인가? 직업세계(기술교육)나 개인의 흥미가 집중되는 선택적인 세계인가? 아니면 모든 청소년들이 다양한 기본적인 세계를 모두 접할 수 있어야 하는가?

전자가 주로 직업기술교육이나 선택적 교육과정을 선호한다면, 후자는 보편적 교양교육을 강조한다.

지금 한국 교육은 이 두 가지 입장이 미래 사회에 대한 예측과 결합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의 주류 담론들은 미래 세계에 대비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좁고-전문적인 세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즉 조기에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여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진보적 교육담론은 오히려 세계가 복잡하고 다원화될수록 이런 세계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폭넓고 보편적인 지적-윤리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통사회에 개인이 접할 수 있는 세계는 굉장히 좁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 공동체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대부분의 삶의 기예를 물려받았으며,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글로벌 세계가 된 것이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할지, 어떤 법이 제정되는지, 국가의 조세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글로벌 경제 환경은 어떤지, 세계적 기후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등이 모두 자신의 삶에 직결되며, 또한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여 일정한 선택과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보편적 교양교육을 강조하는 진보적 교육관이 현대 사회의 변화에 더욱 조응한다. 보편적 교양교육은 전통교과(이는 19~20세기에 걸쳐 형성되었다. 보편적 지적도구인 읽기, 쓰기, 셈하기 등 언어와 수에 대한 교육, 인간과 사회에 대한 교육-문학, 철학, 역사, 정치, 경제, 지리, 문화 등-, 자연에 대한 교육-물리, 화학, 생물 등- 그리고 예술과 체육 등)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전통교과로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또는 보편적 문제들)가 등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생태문제는 사회와 자연을 가로지르면서 형성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주제교육 또는 범교과교육 등 새로운 세계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청소년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만약 사회문화적 환경이 열악하고, 제대로 된 교육기회의 제공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청소년의 세계는 협소하게 고착되어 평생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성인들이 협소한 경험 세계에 갇혀 지내며,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인간에게 세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며, 청소년기의 교육은 세계 확대에 결정적이다.

 

2) 자아 정체성의 형성

 

청소년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적 성숙에 의한 독립성의 추구 및 자신과 타자에 대한 관심의 증가, 인정 욕망의 폭발강화, 자신에 대한 내관 능력의 발달(자신의 욕망, 사유, 행동에 대한 의식성의 증대) 등을 기초로 자아정체성이 형성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자아 정체성은 매우 불안정하다. 극단적인 우월감과 열등감이 수시로 교체된다. 자신에 대한 객관화(이는 어른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능력이 아직 부족하고, 정서적 민감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자아 정체성은 자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타인들을 충분히 이해해야 자신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아정체성은 자아와 세계의 사이에서 출현한다. 세계에서 분리된 자아는 아무런 내용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자아 정체성의 형성은 자신, 타인, 세계에 대한 이해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청소년기에 자아 정체성은 높은 자존감 또는 자기효능성을 수반해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청소년의 독립성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성인으로부터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어른들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해지며, 반항과 거부의 정서가 지나치게 과잉화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지나친 경쟁이나 갈등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과잉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초래하며, 실패자를 양산한다. 협력과 연대 속에서 상호 인정의 기제가 제대로 작동할 때, 청소년들은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자기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으며, 높은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교육은 최악이다. 과도한 성적 경쟁, 성적이라는 단일한 잣대로 일렬로 줄 세우기가 만연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이른 시기에 열패감과 무기력에 시달린다.

 

3) 개념적 사고

 

청소년기에 자신과 타자와 세계를 인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개념적 사고이다. 일반화와 추상화의 강력한 수단인 언어를 매개로 생각함으로써 인간은 개념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인간은 유아기 때부터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지만, 아동기 때까지 언어는 진정한 개념적 사고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청소년기에 이르러서 언어를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획득되는 일상적 개념들은 대부분 의사 개념 수준에 머물게 된다. 학교 교육을 통해 과학적 개념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면서 개념적 사고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과학적 개념의 도움으로 일상적 개념은 점차 의식성과 체계성을 갖추게 된다. 또한 일상적 개념과의 만남을 통해 과학적 개념은 형식성과 추상성에 벗어나 현실성과 구체성을 획득한다.

개념은 고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개념은 항상 개념의 체계 속에서 작동한다.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개념의 체계들(나아가 원리, 법칙, 이론 등)을 학습해야 한다. 또한 이런 개념들을 형식적인 정의를 통해 습득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삶과 분리된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사고를 통해 자신, 타자, 세계를 풍부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 면에서 한국의 입시 교육은 개념을 형식적으로 정의하는 수준에 머물고, 이런 형식적 정의에 기초하여 보기에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이런 형식적 정의에 가장 잘 들어맞는 정답을 고르는 훈련을 반복한다. 한편, 최근에는 이런 입시교육에 반발하여 과학적 개념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경시하면서 학생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지식을 구성하는 것을 강조하는 역편향이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교육의 핵심은 개념적 사고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념의 체계들을 습득한 교사들의 체계적인 전달과 안내도 필요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한 개념들을 구체적인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적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후자의 과정에서는 동료들과의 협력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4) 세계관과 가치관

 

청소년기에는 자기, 타자, 세계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체계화되고,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점차 구체화된다. 즉 세계관과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독립적인 인격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비고츠키는 개념적 사고의 발달을 통해 청소년들이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현대철학은 이에 대하여 비관적이다. 현대 철학은 개념적 사고(이성)의 힘보다는 이성의 타자의 힘의 강력함을 주장한다. 즉 개념적 사고 과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형성하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세계관과 가치관들에 사로잡히거나(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푸코의 지배담론들 등등), 강렬한 정념에 사로잡혀 이성의 작동이 매우 불완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 완전하게 자율적이고 이성적인 주체도 없지만, 완전히 수동적이고 정념적인 주체도 없다. 주체의 형성은 이 양자의 경계 지점에서 나타난다. 교육의 역할은 수동적이고 정념적인 힘을 최대한 억제하여 학생들이 자율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지성의 힘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관과 가치관의 형성 즉 윤리성 발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쟁점은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과연 개념적 사고 즉 과학적으로 사유하는 것만으로 윤리성 발달은 충분한가? 오히려 체험과 경험을 통한 정서적 발달이 윤리성 형성에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닌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타인을 도와주는 활동을 통해 배려의 기쁨을 느끼고, 공동체의 생활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조절하고 공존할 수 있는 책임감을 키우고 등등) 하지만 이 또한 택일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윤리성 형성에서 세계(자신을 포함)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지적 능력, 타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능력, 자신의 정념과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의지적 능력 등은 모두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교육과정은 학습과 경험(활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이 양자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핵심이다. 지성, 정서, 의지의 발달은 결코 동일하지 않지만, 상호 긴밀한 영향을 미친다.

 

5) 흥미의 문제

 

청소년기에는 흥미가 삶의 중요한 추동력이다. 어떤 흥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삶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성인들은 외적인 보상-처벌 체계를 통해 청소년의 삶을 통제하려 하지만, 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외적 강제로는 청소년을 제대로 추동할 수 없다.

청소년의 흥미는 본능적 욕구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습득한 습관으로 제한되지도 않는다.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성인과 교육자의 적절한 개입에 따라 청소년의 흥미는 변화하고 발달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청소년의 흥미를 조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입시교육은 청소년의 흥미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외적 보상과 강제를 통해 청소년의 학습을 추동하려 한다. 또한 입시교육은 삶과 유리된 분절적인 지식의 나열, 과도한 학습량과 깊이보다는 속도의 중시, 암기와 반복적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 등 학생들의 흥미 유발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대한 반동으로 학생의 현재의 흥미를 존중하자는 경향도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언뜻 보면 학생들을 매우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현재 흥미를 지니고 있는 부분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결과이며, 그가 처한 사회 문화적 환경의 산물이다. 따라서 청소년을 현재 그가 느끼는 흥미에 고착시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삶을 특정한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흥미는 강제로 주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흥미에 대해 교육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문제이다. 청소년의 새로운 흥미와 관심의 발달은 청소년의 세계를 확대할 것이고, 청소년의 세계의 확대는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 낼 것이다. 청소년의 흥미의 발달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는 현재 한국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이다.

 

6) 직업적 준비

 

청소년기는 성인으로 이행기로서 성인의 직업적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전통사회와 초기 근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직업적 준비보다도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기회가 확장되면서, 특정한 직업에 필요한 기술 교육은 오히려 소수의 청소년들만(한국의 경우 직업계 고등학교)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직접적인 직업의 준비는 아니더라도, 성인 시기의 직업적 삶에 대한 다양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자신의 흥미에 대한 탐색에 기초하여 직업적 삶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6. 간단한 소결

 

청소년 시기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이행기로서, 성적 성숙, 신체적 성숙, 사회-문화적 성숙의 세 봉우리가 겹쳐지는 불안정하면서도 역동적인 발달의 시기이다.

청소년이 세 가지 성숙 과정을 어떻게 거치느냐에 따라 성인기의 삶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청소년기에는 많은 발달 과제가 존재한다. 세계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체계적인 이해, 높은 자존감과 안정적인 자아정체성의 형성,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사유 능력, 건강한 세계관과 가치관에 기초한 인격의 형성, 높은 지적 호기심과 윤리적 관심과 심미적 취향 등 흥미의 발달, 직업-진로의 준비와 노동에 대한 건강한 욕구 형성 등등.

하지만 이는 자연발생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교육과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은 확연히 달라진다.

제대로 된 교육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청소년의 삶은 매우 병리적이 될 수 있으며 (우울증, 자살, 약물남용, 각종 중독현상, 무기력, 폭력과 비행 등등) 거꾸로 가장 활력이 넘치고 비약적인 발달이 일어나는 시기일 수도 있다. 학교 교육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등 중등교육과정 개편에 관한 많은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논의들 속에 청소년기의 특성과 발달 과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는 미래담론이나 탈입시교육 담론에 의지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이 글은 가설적이고 매우 불안전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작성되었다. 중등교육과정 논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청소년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이다. 교육과정을 설계하기에 앞서, 청소년기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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