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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교육주체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교육주체들 간의 갈등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벌어지자 학교 현장은 상처가 곪아 터지듯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학교는 체계적인 인력 양성 시스템 없이, 저비용으로 교육과 돌봄을 모두 진행하려 보니, 정규교사를 제외하고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곳이 되어 버렸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개학을 하는 위기 상황에서 그동안의 문제들이 갈등상황으로 표출된 것이다.

기간제교원의 경우 전교조기간제교사특위에서 개학 연기에 따른 계약일자 변경을 미리 막으려는 노력 끝에 개학이 연기되어도 계약일자는 대부분 3월 1일자로 진행되어 임금을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다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무급휴직을 하게 되었고, 이에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교육공무직에서 대응한 결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3월 6일(금) 보도자료를 통해 1) 연 임금총액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2) 시·도 교육청 별로 근무공백에 따른 3월 임금보전 방안(맞춤형복지비, 정기상여금, 연차수당 선지급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자료 외에 전국의 시·도교육청 간 합의사항으로는 연간근무일수를 유지하는 가운데, 개학 전 청소 등이 필요한 경우 학교 자체적으로 2일 이내 출근 복무를 지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과후 강사에 대해서는 아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하게 벌어졌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육청을 상대로 무급휴직 지침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정규교사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에서 3월 9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는데, 기자회견문 중에 다음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6만여 명의 방학 중 일하는 상시 근무자들은 정규교직원들이 자율연수나 재택근무로 빠진 학교에서 안전대책 없는 학교를 지키고 있다. 업무는 많고 상대적 박탈감은 높아간다. 학교전체에 대한 방역소독 작업과 상시근무자에 대한 마스크 지급, 교사 업무가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구는 재택근무·자율연수, 누구는 불안하게 출근, 누구는 출근조차 못하고 휴업수당도 못받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복무 차별 중단하라!”

 

 

 

 

교사들은 교육공무직이 조희연 교육감이 올린 페이스북의 글처럼 개학연기에 따른 재택근무를 하는 교사들을 상대로 공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불편해했다. 대표적으로 3월 19일 ‘전교조 페이스북 분회’라는 이름으로 전교조 내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그룹에서 제안서를 통해 공무직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공무직 노조의 교사를 대상으로 한 왜곡과 공격을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3월 23일 전교조 본부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성명에 강력히 항의하였으며, 향후 간담회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조희연 교육감에게 항의 방문하였으며, 교육부에 돌봄업무 지자체 이관을 요구하였다.”는 문자를 전조합에게 보냈다.

 

이후 온라인 개학에도 교직원들이 정상근무를 하게 되자, 급식 문제로 또 한 번의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 급식노동자들의 입장에선 어차피 출근을 해야하니, 교직원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교육공무직에서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내어 교사들 사이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지금의 위기상황에 맞는 비상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또한, 공공부문의 노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도 되어있다. 그러나 교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학교급식 운영은 학교급식법의 취지와 원칙에 어긋나며, 교육공백과 사회적 위기에 따른 대처라 보기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 사태는 일회성의 사건이 아니다.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의 탈퇴가 있었으며, 탈퇴한 조합원이 교사노조연맹으로 가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러한 위기를 호기로 여겼는지, 서울교사노조 박병근 대표는 3월 15일자 <에듀인 현장> 다음과 같이 칼럼을 냈다.

 

“요즘 교육공무직 노조의 활동을 보면, 함께 일하는 학교 구성원과 조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공무직은 학생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채용된 사람들이고, 학생 교육 활동 지원이 그들의 본연의 업무이다. 그 본연의 업무가 학교 교육활동에 꼭 필요한 업무가 되도록 노조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하는데, 이와 무관하게 본인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이익집단이 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교육공무직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이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교육공무직은 자신들의 처우 개선의 준거 집단으로 교사들을 활용한다. 교육공무직과 교사의 직분은 명확히 구분된다. 교육공무직은 이 사실을 모르는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교사와 교육공무직을 비교하고 심지어 교사를 폄훼하면서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비록 교육공무직의 반발을 샀던 칼럼이었으나, 위 칼럼은 현재 교사들의 교육공무직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칼럼이다. 즉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교육행정을 분담하는 실무사들 중에 필요한 업무 수행에 소극적이고 자신의 업무 수행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다수 교사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면서도 공무직이 교사와 공무원과 비교하면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양가적인 감정이 있다.

 

학교 내 주체간의 갈등의 원인

 

코로나 19라는 비상사태를 맞이하여 학교 내 교육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교육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위기 시기에 어쩌다 이런 갈등이 불거진 것일까? 이러한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업무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업무는 ‘교육활동’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교육활동은 아동 혹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활동인데, 이러한 활동의 범위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넓은 의미이다. 학교 내에 사실상 교육활동이 아닌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사와 공무직의 영역을 나누면 교사는 주로 학생들의 지적이고 정서적인 발달을 위해 직접 교수-학습내용을 제공하고,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관련한 활동을 하게 된다. 교육공무직은 행정실, 급식, 시설관리와 교무행정업무를 분담하는 실무사(교육행정 실무사, 전산실무사, 과학실무사 등등), 특수교사를 지원하는 특수교육보조원, 방과후 교사, 돌봄전담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구분

직종

구분

직종

임금

유형1

영양사

임금

유형2

교육실무사

교무

전산

수련지도사

과학

유아교육사

실습

유치원에듀케어강사

특수

전일제 초등돌봄전담사

유치원교육실무사

특수에듀케어강사

교무행정지원사

전문상담사(기관)

조리사(선임)

학부모상담사

조리원

특수교육지원센터전담인력

행정실무사

전문상담사(학교)

사서(초·중) *자격미소지자

사서(초·중) *자격소지자

별도임금기준

전임코치

* 위 직종을 보면 주로 임금유형1은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된 업무이므로 대부분 교사 자격증, 보육자격증, 상담사 자격증과 같이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된 자격증 소지자이다. 이에 반해 임금유형2는 사서교사를 제외하고 주로 교육활동에 필요한 제반여건을 담당하는 활동으로 넓은 의미의 행정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들의 주된 활동은 교수활동과 생활지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자유학기제, 체험활동, 진로활동 등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교육과정이 다양화되면서 교수활동과 생활지도를 위한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업무에서 교수 및 생활지도 업무와 교육행정업무가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교육주체들간 민주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학내 의사소통 기구는 대부분 부재하다. 예를 들면 학생부 소속 교사가 신입생 교복업무를 맡고 있는데, 그 내용은 교복치수조사 가정통신문 작성, 학생들의 교복치수를 수합하여 주문 등의 업무인데, 학교에 따라서 이 부분을 실무사가 맡는 학교도 있고, 교사가 맡는 학교도 있다. 이렇게 업무를 조절할 때 실무사의 입장에서는 생활지도와 관련된 업무니 교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 교사의 입장에서는 생활지도와 전혀 상관없는 행정업무이니 실무사가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학교 상황에 따라 실무사의 일이 많다면 교사가 할 수도 있고, 실무사의 일이 적다면 실무사가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업무를 정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민주적인 회의구조는 부재하다.

또한 상호 간에 긴밀한 관계를 통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에도 갈등이 존재한다. 유치원교사와 유치원 방과후 교사,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 돌봄담당교사와 돌봄실무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직접적인 교육활동과 관련이 있지만, 권한과 책임이 서로 대등하지 않아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경우 공립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장애아동 학교생활 보조자, 교육자문가, 교육보조원, 수업보조원 등도 공무원이다. 따라서 이들은 교사와 교육에 대해 협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직접 협의를 해야 교육활동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이다. 법적으로 교사와 교육지원인력의 역할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의 근무시간에 일정 시간을 협의에 활용해야 하는 내용까지 정해져 있다. 학교 내에서 직접적인 교육활동에 긴밀하게 관여하는 임금유형1과 같은 직종은 관련 교사와 권한과 책임이 좀 더 동등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학교 내 비정규직을 축소해야 한다.

 

 

학교 내 교육주체들간의 연대를 위하여

 

서로 다른 권한과 지위를 가진 주체들간의 연대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를 통해 공공성이 강화되려면 주체들간의 연대가 중요하다. 서로 업무가 다르지만, 교육활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면, 연대의 고리도 공공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각자 무엇을 할 것인가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교수활동과 생활지도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 외 업무에 대해 축소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방향은 그 업무를 무조건 공무직에게 가져가라는 것이 아니라, 적정수준에 대해 합의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인원이 더 필요하다면 교육청에 요구하는 투쟁을 공무직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직은 교사와 동등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열악한 처우개선 및 정규직화 요구를 교사와 함께 진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교육활동과 관련한 업무는 교사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직에서도 바람직한 교육활동에 대한 논의들이 노조차원에서 진행되길 바란다.

공무직과 가장 첨예하게 쟁점이 되고 있는 ‘돌봄문제’에 대해서도 “학교가 담당할 것인가? 지자체가 담당할 것인가?” 보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공공성이 강화된 돌봄’, ‘질 높은 돌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방향이 정해진다면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도봉구는 구청 차원에서 온종일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도봉구의 운영사례는 전국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지역별로 특성과 조건이 매우 다르고, 오히려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한 지자체 중심의 온종일돌봄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정책의 방향성에 비춰보더라도 그렇다. 모든 지역이 동일한 조건이 아니므로 지역 상황에 맞는 여러 방식의 ‘돌봄형태’는 가능하다. 교사는 ‘돌봄’이 지자체로 이관되길 바라고, 공무직은 현재처럼 ‘돌봄’이 교육청이 주관하여 학교에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서로 이러한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연대의 가능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의 공공성 강화’,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가능한 방법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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