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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기적 상황과 변혁지향 교육노동운동의 과제 >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 교육노동운동을 둘러싼 전환기적 요소들

교육혁명과 대안사회를 꿈꾸는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은 전환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좁게는 비투쟁적 경향의 강화에서부터 넓게는 한국사회와 세계 자본주의 및 변혁 정세의 지형 변화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변화들은 새로운 실천적 태세를 요청한다. 새로운 대응과 과제 설정이 필요한 변화 및 전환기적 요소들을 짚어본다.

첫째, 비투쟁적 경향을 지닌 전교조 집행부의 등장이다. 이는 투쟁사안과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고 대중투쟁전선을 힘 있게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내적 어려움이 있음을 의미한다. 투쟁 전선 견인을 새로운 실천적 과제가 주어지는 부분이다.

둘째, 촛불 이후 자유주의 정권의 재등장, 한반도 정세 변화에 이르는 일련의 국내 정세 및 계급 지형 변화의 흐름이다.

셋째, 2008년 이후 표면화된 세계 자본주의 축적 위기이다. 신자유주의 축적양식과 헤게모니가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자본의 새로운 축적 양식이 마련된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변혁적 힘이 상승하는 것도 아닌 유동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넷째, 멀게는 1990년대 동구 몰락 이후 조성된 대안사회 상의 부재상태가 변혁운동의 상승을 한계지우는 것으로 지금도 작용하고 있다.

이들 다양한 차원의 변화와 전환기적 조건들은 변혁운동과 교육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긍/부정적 영향들을 미친다. 여기서는 이런 변화들과 관련된 주요 상황을 몇 가지 짚어보고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의 재강화를 위한 방향과 과제 설정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현 단계 교육운동의 주요 상황과 문제점

 

1) 촛불-자유주의 정권의 재등장-한반도 정세 변화

 

전환기적 요소 중 가장 주요하고 직접적인 부분은 촛불-대선을 거치면서 형성된 일련의 정세 변화와 북한의 능동적인 북핵 협상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라는 국내 계급지형의 변화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들의 태도와 움직임이다. 일련의 정세변화와 그 속에서 전개된 대중투쟁 및 문재인 정권의 우경화에 대한 대중적 반응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요약해 본다면 교육 및 사회개혁에 대한 기대감 상승/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의 혼재로 요약될 수 있다.

 

자유주의 정권은 교육부문에서 처음부터 경직되고 우경화된 모습으로 출발했다. 취임 초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불가를 천명한 뒤 지금도 지속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교육적폐로 제기되어 온 문제들 - 특권학교(특목고, 자사고)/교원평가/성과급/비정규직 양산/입시다양화 등 이 대부분 그대로 온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적 의미가 보다 강한 교육체제 개편의 요구들 - 대학 통합네트워크/공영형 사립대를 통한 대학서열 완화 및 대학공공성 확대/국가교육위원회(교육정책 민주화) 은 전혀 진전이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제고사의 재추진, IB교육과정 도입 시도 등 시대 역행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자유주의 정권의 우경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지만 예상을 넘는 수준의 후퇴와 우경화에 일반 조합원들과 교사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상승되어 온 기대감과 전혀 조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약속 파기에 재정 및 여론의 부담도 거의 없는 일부 개혁 과제들조차 방기되고 있어 광범한 실망과 배신감을 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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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사대중들의 전반적 반응은 양가적이다. 실망과 배신감도 있지만 기대감도 여전하다. 납득은 물론 왜 그런지 설명도 안 되지만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정서적 연대감이 유지된다. 실망과 분노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양가적 반응 중 아직은 기대감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선거에서 우경적 노선을 조합원이 선택한 것은 기본적으로 기대감이 더 우세함을 나타낸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자유주의 정권의 우경화와 그에 대한 대중들의 양가적 태도 외에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대의 흐름에서 짚어 볼 만한 주요한 현상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하나는 미시적 개량의 확대이다. 주요한 개혁 과제와 제도적 변화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소위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혁신학고, 평가방법 개선 등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개량적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미시적 개량의 확대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업 영역과 공간 형성으로 다가오며 한편으로는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반감을 완화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어설픈 자유주의 교육정책도입과 그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의 야기이다. 자유주의 정권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한 채 진보적 교육체제 개편은 중단 내지 폐기하고 자유주의적 관점의 정책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교학점제이다. 고교학점제는 교과에 학생선택 부여를 명분으로 영미식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으로 교육체제 개편 요구를 회피하는 대신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학생선택으로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고교학점제는 교육현장의 실제 조건과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정책일 뿐 아니라, 학교교육과정에 시장적 선택을 적용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과 학습 부담이 적은 과목으로의 편중이 나타날 것이며 교육노동의 유연화와 불안정화로 연결된다. 교육원리 차원에서 볼 때도 고교학점제는 중등교육의 보편교육으로서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교양과 지식의 양극화와 왜곡을 더욱 심화할 것이다.

한편 최근 교육현장에서 급격하고도 광범하게 제기된 문제가 가파른 노동강도 강화교육주체 간 갈등 확대현상이다. 기존의 관료적/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온존되는 가운데 다양한 자유주의적 정책들이 양산되면서 교육노동 강도가 크게 강화되어 왔으며 기존의 권위적 교육관계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교육관계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교육주체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현장으로 부터의 다양한 문제제기와 고통 호소로 법률 정비 등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교육투쟁의 주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기대감과 비투쟁적 경향 확산

 

전교조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비투쟁적 노선의 집행부를 택했다. 6년 집권에 대한 피로감, 기존 집행부 사업의 한계 등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연가투쟁, 서명운동 등 대중투쟁을 폄훼하는 반투쟁적 슬로건이 노골적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개량적 노선이 승리한 것은 중간 지대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노선 차이를 알고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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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정권 시기 비투쟁적 경향 확대는 노무현 시절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이 문제는 변혁적 급진성과 투쟁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적 결합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 자유주의 정권기에는 더 어려운 - 의 중요성을 여전히 그리고 새롭게 제기한다. 게다가 노무현 시절에 비해 문재인 정권기에는 더 쉽지 않은 과제일 수 있다. 그 동안 교육운동에서 대중투쟁의 강화, 확대는 성과급, 교원평가, 특권학교, 일제고사 등 주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반대투쟁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하강기에 들어선 지금 교육시장화반대투쟁전선 강화는 쉽지 않다. 자유주의 정권의 우경화와 교육개혁 후퇴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기존의 교육시장화정책을 온존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며 주요한 교육시장화 투쟁 사안을 새롭게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교육체제 개편 등 보다 공세적인 투쟁과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법외노조 문제에 막히면서 새롭고 더 진전된 대중투쟁 창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유주의 정권과 비투쟁적 경향의 결합 역시 한계를 지닌다. 대중투쟁의 발전을 무마하기에는 자유주의 정권이 구사할 수 있는 개혁혹은 개량에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자유주의 세력 스스로의 계급적, 정치적 기반이 기득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문제 등으로 반복되는 인사 참사는 현 정권이 어떤 세력에 터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지적했듯 그들도 부자 정권이다. 촛불-대선 과정에서 잠시 비춰진 개혁적 언사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북한 발 한반도 정세변화 외에 모든 면에서 자유주의 세력은 우향우중이다. 교육 분야는 더 심각하다. 교육개혁이 시도조차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오판 속에 당연히 해결했어야 할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까지 질질 끌면서 반개혁적 이미지를 스스로 강화하고 있다.

교육개혁에 대한 대중적 요구와 기대는 자유주의 정권 시기에 더 강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요구는 촛불 투쟁을 거치면서 역사적으로 강화된 요구이다. 반면에 자유주의 정권은 그 본질적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교육개혁에 대한 대중적 요구’/‘자유주의 세력의 한계간의 모순과 긴장이 현 단계 교육 정세의 핵심 축이 된다.

3) 소위 진보교육감 진출과 교육운동

 

현 단계 교육운동의 특이하고 주요한 상황 중의 하나로 진보교육감 진출 현상이 있다.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언론에서 진보로 분류하는 교육감이 14명 당선되었고 그 중 전교조 출신이 10명에 이른다. 전교조 출신만도 전체 17개 시도교육감 중 절반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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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는 다른 지방선거와는 좀 차이가 있다. 정당 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시민단체와 전교조 중심으로 선거 및 이후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 교사 선거운동은 금지되어 있지만 후보 선출과정에는 참여할 수 있으며 정책안 마련 및 추진 과정 등에 개입할 수 있다.

 

진보교육감 진출은 교육운동에게 제한적이지만 일정한 제도적 공간이 열린 것을 의미하며 실천적으로 제한적 개혁을 어떻게 보고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되고 있으며 개량주의적 입장은 물론이고 변혁지향 교육운동 진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혁지향 교육운동 진영은 교육감선거 및 제도 공간 진출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 강했지만 외면하기 어려웠다. 대중적 요구와 기대만이 아니라 부분적이지만 유의미성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판과 견인, 한계적 활용 등의 수사로 봉합해 오고 있지만 실천적 난제 중의 하나이다. 진보교육감 문제는 사업 및 역량강화의 가능성과 주체의 개량화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다. 끊임없는 모순과 긴장 속에서 최선의 실천을 찾아나가는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된 활동가의 고민 일부를 소개한다.

 

진보교육청 활동에 대해 실천적 고민을 담은 글 보고와 평가중에서

 

* 나에게 가장 힘들고 답답하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해 준 것은 진보교육감이었다.

 

* 진보교육감 체제 이전에는 주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폭로하고 저지하는 데 집중하였고, 대안도 추상적이거나 원칙적인 입장을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전술상 강온의 차이는 교원평가나 일제고사나 규약시정명령에 얼마나 견결히 맞서 싸우느냐?가 쟁점이었다. 진보교육감이 다수 당선되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진보교육감 지역조차)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인권교육을 추진하고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대안과 내용적 책임이 주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진보교육감이라는 부분적인 권력을 활용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고, 혁신학교가 전교조의 일인지 교육청의 일인지 식의 불분명함이 광범위한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고, 좋게 보면 그 때 그 때 그럭저럭 잘 해결해온 측면도 있으나, 반대로 내로남불식의 차이가 확대 심화되어온 측면도 있다.

 

* 이제는 너무나 많은, 적어도 이름은 좋은 정책들이 숱하게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일일이 다 신경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으니, 뭔가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정책이 주체를 얼마나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게 진보교육감으로 열린 공간에 참여하는 일의 기준이나 원칙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잠정적 결론이다.

 

* 진보교육감의 정책과 그 실현과정, 그리고 실현과정에서 주체의 성장과 분화 등에 대하여 심도 깊은 연구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교조의 역할, 그리고 정당의 역할 등에 대해서... 여기서 진보교육감 권력과 민주당 권력의 차이와 공통점 등을 정리하는 것은 실천적이고도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리는 앞으로의 정치적 활동에 중요한 근거나 기반이 되고, 전체 노동 운동에도 향후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4) 대안사회의 필요성과 변혁지향적 역량의 재생산 위기

 

모순과 긴장은 운동의 가장 근본적 문제인 변혁의 필요성, 가능성과 주체적 역량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사회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미국 청년 세대의 사회주의 붐’(2/16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다시 떠오르는 좌익,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주의’, 4/10일 중앙일보 기사 ‘“사회주의자는 섹시해반자본에 빠진 미 밀레니얼 세대참조) 현상이 이를 말해 준다. 2008년 위기 당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와 본질을 직접 경험하고 월가 점령 운동을 벌였던 실천적 힘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상당 정도는 사민주의적 경향에 머물겠지만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흐름의 확대를 볼 수 있다. 스페인 포데모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의 급진 좌파 확산도 같은 흐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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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청년 세대의 보수화라는 다소 간의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2008년 경제 위기의 직접적 양상이 미국보다 덜 극적이었던 탓도 있지만 담론을 형성하고 사람들을 조직할 역량 부재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풍부한 내용의 방향과 대안을 제출하고 확산할 활동이 부족한 가운데 한국 청년 세대는 실업과 비정규직에 내몰리면서 나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기초한 보수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수화가 결코 본질적 모습은 아니다. 예전에 비해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와 본질에 대해서는 훨씬 더 빠르고 쉽게 공감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예전보다 용이하게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청년 세대 역시 신자유주의와 세계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의 본질과 한계를 눈으로 목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에 변화된 담론지형에서 자본주의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설득력 있는 대안이 없다. 어디선가 사회주의야!’ 하더라도 앙상한 개념만으로는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한계와 본질 인식’/‘대안사회의 상과 경로에 대한 내용 부재사이의 모순과 긴장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세계 경제 위기라는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규정된다. 이 모순과 긴장 속에서 미국의 경우에는 보다 생생했던 2008년 위기의 경험, ‘대안사회에 대한 다양하고 활발한 논의를 통해 사회주의의 붐현상을 일구고 있다. 좌파운동의 불모지였던 미국이 지금 현재는 변혁을 지향하는 단체와 웹사이트, 변혁담론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 그에 반해 한국사회에서 변혁운동은 쇠퇴와 역량 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을 일으킬 수 있는 역량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의 역할과 힘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자본주의 위기/대안 부재의 모순과 긴장 관계 속에서 미국의 사회주의 붐 현상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주체 역량의 확대로 연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 한국의 주체 역량 쇠퇴 현상은 변혁의 전망 부재가 자본주의의 영속성 강화로 연결되고 있다. 긴장 속에 발생하는 현상이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변혁운동의 주체 역량 위기는 교육운동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주요 활동가 층이 상당히 노령화되어 있으며 후속세대 활동가 진출이 극히 미약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론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사할 지도 모른다.

목적의식적 활동가의 존재와 활동 없이 운동의 변혁성을 담보하고 대중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는 없다. 또한 발생하는 모순과 문제들에 대해 자연발생적, 즉자적 대응을 넘어 조직적인 실천과 투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대중조직이 있다하더라도 목적의식적 활동 역량들이 없거나 미미하다면 대중운동의 자연발생성과 개량화를 막을 수 없다. 존재 형태가 당적 조직이든, 정파 조직이든, 자유로운 개인이든 목적의식적 활동가 역량은 운동에 있어, 특히 변혁지향적 운동에 있어 가장 근본적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변혁지향 교육운동을 담보할 후속세대 활동가 창출이 거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비투쟁적 경향의 확산에는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대라는 정세 요인 외에 변혁지향적 활동 역량의 내적 위기가 또 하나의 근본적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변혁지향적 운동역량, 특히 후속세대 활동가 창출 과제가 특별하고도 관건적인 과제로 제출되는 상황이다.

 

 

2. 향후 과제와 전망

전환기적 상황 속에서 현 단계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에 주어지는 과제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자유주의 헤게모니 강화라는 조건에서 변혁적 급진성을 견지하면서 대중적 결합력을 재강화, 확대해야 할 과제이다. 그리고 교육 부문에서 자유주의 헤게모니를 돌파하고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의 정치적, 실천적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교육혁명운동의 재강화이다. 또한 운동의 지속성과 확대를 위한 관건적 과제로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의 주체 역량 강화를 위한 후속세대 활동가 창출이다. 이 과제들은 서로 맞물린다. 투쟁을 통해 역량이 강화되며 또한 역량이 있어야 투쟁을 선도하고 조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투쟁전선 견인과 대중 결합력/투쟁력 회복

 

비투쟁적 경향의 확산에서 보이듯 자유주의 헤게모니에 쏠려 있는 대중적 정서와 태도를 견인해 나가야 할 과제가 당면 시기에 부여되고 있다. 투쟁전선 형성과 대중적 지평 확대를 위해 다음의 몇 가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첫째, 비투쟁적 경향의 확산을 방지하고 투쟁전선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비투쟁적 경향에 전교조와 교육운동 사업과 투쟁을 내맡길 경우 대중적 투쟁력과 조직의 건강성은 크게 훼손되고 교육개혁도 이룰 수 없다. ‘투쟁 없이 성과를 내겠다던 구호가 허구임은 이미 현실과 실천에서 드러나고 있다. 투쟁 전선을 견인하는 가장 올바르고 힘 있는 방법은 밑으로부터의 논의와 실천을 조직하는 것에 기초하는 것이다. 자유주의 세력의 한계와 본질이 명백한 조건에서 힘 있는 투쟁전선 견인과 형성은 충분히 가능한 과제이다. 대중적 요구를 올바로 파악하면서 의제화, 사업화하고 투쟁성/대중성의 결합, 통일의 원칙을 견지해 나가면서 대중투쟁력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둘째, 교육시장화 담론에 이어 확장되고 있는 자유주의 교육담론에 대한 힘 있는 담론투쟁이 필요하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선택과 자율을 내세우는 자유주의 교육담론은 노골적인 시장화전략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금방 비판하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와도 배치되지 않으면서 교육시장화 정책들을 온존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최근 자유주의 교육담론은 고교학점제와 소위 4차산업혁명/미래교육 담론과 연계되어 확장되고 있다. 이에 대한 체계적 대응과 돌파가 필요하다.

 

2) 힘 있는 교육혁명운동의 재창출

 

입시폐지-대학평준화로 대표되는 교육체제 개편운동은 변혁지향적 교육운동 진영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며 대중적 급진성을 도모하는 주요 매개와 실천이기도 하다. 법외노조 탄압에 막혀 잠시 이완된 교육혁명운동의 에너지를 새롭게 발산하는 실천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를 통해 교육노동운동,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의 이념적, 실천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교육체제 개편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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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변혁의 상과 경로에 대한 논의와 활동가 대오의 강화, 확대

 

향후 중장기적 전망과 관련되어 변혁지향적 교육운동 활동가 역량을 강화, 확대하는 과제가 특별하고도 중요한 것으로 제기된다. 이 과제의 핵심적인 지점은 후속세대 활동가 대오의 창출이며 내용적 관건은 변혁의 상과 전망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사실 오래된 문제이다. 그 동안도 노력해 왔지만 제대로 성과를 이루어 오지 못한 문제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좀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활동가 대오가 크게 두 경로를 통해 창출되었다. 하나는 학생운동을 통해 나름의 인식과 실천력을 지닌 활동가가 진입하는 경로였고, 또 하나는 교육현장 속에서 문제의식을 키우고 조직적인 학습과 실천을 통해 활동가로 성장하는 경로였다. 이 중 학생운동을 통한 배출 경로는 학생운동의 쇠퇴와 임용고시의 장벽으로 거의 막혀버렸고, 교육현장에서의 실천과 학습을 통한 경로가 가능한 경로로 남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 후자의 경로 속에서 그 동안 여러 노력을 펼쳐 왔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변혁지향적 교육운동의 후속세대 활동가가 왜 잘 창출되지 않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차원의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근본 요인의 하나로 변혁의 상과 전망 부재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실패의 경험 속에서 확인되어 온 사실들이 있다.

첫째, 사회변혁의 상과 전망 없이 변혁지향적 교육운동 활동가는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혁의 상과 전망은 관점과 투쟁방향을 규정할 뿐 아니라 조직적 운동의 실천력과 의지도 규정한다. 변혁의 상과 전망이 부재할 경우 대중운동의 일상적 공간과 단기적 투쟁까지는 공유할 수 있지만 지속성과 조직적 결합력에 한계를 지닌다. 변혁지향적 교육운동 진영의 실천과 투쟁에 일시적, 부분적으로 우호적일 수는 있지만 활동가로서의 정체성 형성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런데 동구 몰락 이후 변혁의 상과 경로 부재상태가 지속됨으로써 변혁지향적 활동가 창출을 근본적으로 한계 지우고 있다. 막연한 지향은 있다. 동구 몰락 이후 변혁의 상과 전망의 부재 속에서 변혁지향적 활동가들의 경우 다수는 변혁의 상과 전망은 부재하지만 그 궁극적 과제는 버릴 수 없는 막연한 지향혹은 추상적 개념상태로만 남게 되었다. 막연한 지향성은 기존의 활동가를 묶어두는 최소한의 조건은 되었지만 변혁의 상과 전망에 대한 논의의 실종으로 연결됨으로써 새로운 활동가를 창출하는 동인이 될 수는 없었다. 논의 부재 상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둘째,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학습 없이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간헐적 토론이나 강좌 정도의 선전, 교육은 일시적 결합 정도는 가능하게는 하지만 주체의 내용과 실천에서 질적 전환을 가져 오지 못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지속적, 체계적 학습에 의해서만 새로운 활동가 형성이 그나마 소소하게 가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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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문제와 관련 최근 활동가 재생산 위기를 거치면서 지속적, 체계적 학습에 대한 문제의식은 크게 고양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며 그런 점에서 예전에 비해 학습 실천은 확대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혁의 상과 전망에 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문제는 미지수이다. 논의 자체가 가능할지, 시작된 논의가 의미 있게 확산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예전에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의제도 빈약했고, 다수 활동가들도 냉소적 분위기여서 이내 시들해졌었다. 다만 최근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큼은 예전과는 다른 것 같다.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는 변혁의 상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거의 부재했었지만 세계적 차원에서는 일정하게 다양한 고민과 논의들이 있어 왔다. 미국과 유럽 일부의 사회주의 붐현상은 그러한 논의의 활성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우선 대안사회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접하고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를 통해 논의가 활성화되고 내용이 풍부해진다면 변혁에 대한 지향과 전망의 문제가 보다 실천적인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혁지향적 활동가의 새로운 창출을 위해 변혁의 상과 경로논의의 의제화, 체계적 학습의 필요성을 제기해 보았다. 물론 이것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쟁 과정이다. 그러나 내용과 학습 없이 안 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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