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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교육은 교사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진보교육연구소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1. 어설픈 자유주의 교육정책

 

집권 2년차를 경과한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수능절대평가 전환을 둘러싼 혼란을 비롯해서 어수선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학교현장에서는 정권 교체의 덕택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전혀 실감할 수 없었다. 즉각 해결되리라 믿었던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수차례 해결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더니 또다시 해를 넘겼으며, 현장 교사들의 숙원인 교원평가, 성과급 폐지는 감감소식이다. 귀족학교 폐지 또한 일반학교와 동시선발이라는 기대 이하의 방침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일구지 못했다.

이처럼 학교 현장의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를 싸늘하게 식게 만든 답답한 2년이었건만 교육부는 2019 업무보고를 통해 2018년의 성과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2018년 추진성과

유아교육 국가책임 강화

- ·공립 유치원을 확충하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여(‘18.10) 질 높은 유아교육 서비스 제공

- 학부모 및 학생의 교육비 부담 완화

-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 지원 및 저소득층 교육 급여 인상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기회 보장 확대.

- 대학생이 체감할 수 있도록 등록금, 입학금, 주거비 부담 경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교육환경 구축

- (온종일 돌봄) 학교·지자체 협력을 토대로 학교 안팎의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여 방과 후 돌봄 공백 해소.

- (학생안전) 통학버스 안전 확인 장치 설치, 석면·미세면지 등 유해 물질 제거, 내진성능 조기 확보 등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통해 대학혁신 기반 마련

- 양적 조정 중심의 구조개혁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개선하고, 재정지원사업을 일반재정지원 방식으로 개편.

국민의 정책 결정과정 참여 확대

-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등을 통해 정부 주도의 정책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책모델 제시. 2022년 대입제도 개편방안,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등이 정책숙려제 활용 정책결정 사례.

정책숙려제 활용 정책결정 사례 : 2022년 대입제도 개편방안,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부처간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 단독 부처 차원에서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사회부총리로서 부처간 협업을 제고하고, 정부 공동으로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

* 중앙부처(교육부, 행안부, 복지부 등)-시도 교육청-지자체 공동 사립유치원 집단 폐원에 대한 범정부 대응방안’,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범정부 공동 추진단 구성 운영

 

성과라고 하기에 미흡하거나 심지어 전혀 성과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다. 성과로 제시한 세부 내용은 큰 제목을 통해 제시한 방향과 어긋나거나 지엽적이고 주변적이다. 유아교육 국가책임 강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교육환경 구축, 국민의 정책결정과정 참여 확대, 부처간 협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등 제목에서 기대하게 되는 내용들과 거리가 먼 하위정책들 일색이다. 그 중 백미는 국민의 정책 결정과정 참여 확대이다. 성과라고 하기엔 대단히 민망한 방식과 과정을 점철하였을 뿐이다. 특히 대입문제의 경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제이기 때문에 숙려제로 판을 벌일 것이 아니었다. 대선 당시 공약 이행 차원에서 강단 있게 정부가 주도해 나갔어야 했다. 들어야 할 것은 듣지 않고 들어야 할 주체들을 배제시킨 끝에 교육부 장관 교체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입시부정 사건들은 또다시 터졌다. 숙명여고 문제유출사건이 그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 실패와 방향의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다. 문제점도 아니고 아쉬운 점이라는 제목 하에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학사비리 등으로 교육현장의 신뢰도 저하

-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고교 내신평가, 대학입시, 학사관리 등과 관련된 공정성 문제가 지속 제기되어 교육 분야 신뢰도 크게 훼손

- 만성적인 교육 현장의 부정·비리에 대한 교육부의 적절한 관리 감독 미흡으로 인해 문제가 악화되었다는 국민들의 비판 제기

미래 교육환경 변화에 대한 준비 부족

- 교육비 투자가 지속 확대되고 있으나, 고교 무상교육 및 취약계층 지원 등 포용적 복지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는 부족

- 산업사회 인력양성 모델과 입시위주의 초·중등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과 다양성을 증진하는데 한계

교육정책의 일관성 및 현장 수용성 부족

- 현안 중심 단기 대응 및 중장기적 비전 부재로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일부 정책은 현장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문제 제기

- 교육계 첨예한 의견대립에 대한 조정 미흡 및 정책 전 단계에서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추진에 한계

 

위와 같은 아쉬운 점서술로부터 문재인 정부가 교육문제에 대해 취하는 포지션이 잘 드러난다. 학교 현장의 문제로 탓을 돌리는 게 여실히 보인다. 대입정책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여 개혁을 추진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무책임하게 정책 숙려제 의제로 넘겨버림으로써 스스로 개혁을 포기하였고 입시경쟁의 구조적 모순에서 계속 발생해왔고 발생이 앞으로도 불가피할 사건에 대해 교육부는 결정권을 가졌으면서도 관리 감독자로 슬쩍 발을 빼고 공정담론만 외쳤을 뿐이다. 숙명여고 입시비리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성적관리 지침이 복잡다단해졌을 뿐이다. 몸통 놔두고 깃털만 건드리고 만 셈이다. 이게 공정인가? 왜 하필 공정인지도 의아하다. 대학서열체제를 전제로 공정담론의 테두리 내에서 입시정책을 논할 경우 정시 확대 쪽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

당장 절실한 정책 전환과 교육개혁 과제조차 무능과 무책임을 노정했으면서 이와 맞지 않게 미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상당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근거로 한 미래 교육 비전 발표와 언급이 올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에서 살펴본 문재인 정권의 교육정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첫째, 기본 방향 설정과 맞지 않는 지엽적이고 주변부만 건드리는 정책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모든 정책 과제에서 이런 경향은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구조적 본질은 회피하고 개별 현상에 대한 반응 수준의 정책들만 내놓을 뿐이다.

둘째,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기만 할 뿐 실제 과정은 민주주의 흉내내기, 가짜 민주주의였다. 굳이 다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없거나 원인과 해법이 명료한 문제조차 의견 수렴, 정책 결정 참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혼란을 자초했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훼손했다.

셋째, 교육에 대한 혼재된 관점이 정책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육이 누구나의 사회적 권리이고 평등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의 관념과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개발이라는 경제적 도구주의 관점이 혼재한 채 정책을 만들기 때문에 기껏해야 제목에서만 개혁적인 색채를 띠고 말 뿐이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정책들은 고스란히 현장의 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부의 업무보고 자료 어디에도 현재 학교 현장의 위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실시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신자유주의의 적폐청산은커녕 개혁을 가장한 어설픈 자유주의 정책으로 적폐 위에 문제를 더 높이 쌓고 있는 형국이다.

 

2. 자유주의적 대응의 한계와 문제점

 

문재인 정권의 교육정책 문제들은 자유주의 교육관의 태생적 한계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혼재된 관점과 어설픈 방향설정, 이러한 방향조자 실현할 만한 구체적 정책역량부재. 파시즘적 교육과 신자유주의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구조화된 교육구조를 바꿀 리 만무다.

그렇다면 철저한 자유주의적 개혁은 과연 현재의 교사위기, 발달위기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바꿔 말해서 신자유주의와 섞이지 않은 순수 자유주의 교육은 교사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자유주의가 발달 위기와 교육관계의 위기에서 초래되는 수업이탈과 문제행동에 대해 대처하는 것은 교육과정 연성화이다. 주지주의적인 딱딱한 교육과정 대신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말랑말랑한 소재와 활동들로 교육과정을 채우면 된다고 여긴다. 지금의 교육과정이 총체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고 전면적으로 개편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위해 말랑말랑하게 바꾸는 것은 주지주의적 편향에 대한 반발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올바르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흥미유발을 통한 참여가 능사일 뿐 학생들의 발달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교육이론의 대표적 학자인 피아제와 듀이는 정확히 이런 입장이었다. 학교 교육를 통한 발달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 자연발생적인 발달을 진정한 발달로 보았으며 특히 학교와 사회의 경계는 불가피할 뿐이지 경계를 허무는게 맞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듀이는 학교에서 최대한 현실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피아제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을 통한 인지발달과 선을 긋고 시작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바꾸자는 주장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교육과정의 차등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선택권까지 첨가되면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반지성주의의 소산이자 반지성주의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학업성취도가 낮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위치한 학교의 교사들, 특히 개혁적 성향의 교사들은 교과교육을 문예체교육이나 체험학습으로 대체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여기는 흐름이 일정정도 형성되어 있다. 체계적인 교수-학습이 발달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발달교육이론의 수혜를 입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의 자발성을 중시해온 교사들일수록 수업에 대한 무력감이 커질 수 있다.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과교육 포기가 확대되는 것과 부유층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대입제도가 맞물리면, 상층계급일수록 입시준비에 몰입하게 되고 나머지는 교과 교육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서 사회 보편의 지성 형성 기반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평등은커녕 대입 양극화 나아가 사회양극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역량은 입시에서의 개개인의 성패를 떠나 전체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그간 역사적으로 있었던 자유주의 교육개혁이 사회평등화에 기여하지 못한 것은 이런 사정, 즉 본질을 벗어나 주변을 건드리는 자유주의적 실험들의 근원적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자유주의적 관점의 대표적인 특징은 루소로부터 이어져 온 학습자 중심주의이다. 신자유주의에서 학교와 교육과정에 대한 선택권 확대정책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고교학점제를 기점으로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선택권을 중시하면서도 정작 선택의 최대 장애물인 입시경쟁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교사 위기와 관련하여 학습자 중심의 관점에서는 현재의 문제를 관계의 위기라고 파악하는 대신 권리 충돌의 문제로 인식한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대립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정부는 원인제공자이면서 교육주체들의 권리의 충돌을 중재, 조정하는 관망자의 입장을 취하고 실상은 애매한 태도이지만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아니므로 공정한 자세라고 착각한다. 학습자중심의 자유주의 교육에서 교사는 발달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보조자 내지 조력자여야 한다. 교사의 역할이 발달에 있어서의 가지는 능동적 의미는 없다. 따라서 자유주의에서는 교사 교육권의 정립은 하등 중요한 과제가 아니게 된다.

이렇듯 자유주의는 사회적 관계가 발달의 원천이라는 안목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 위기와 발달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인간 사회에 대해 수평적 개체주의, 기계적 민주주의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가 맺어야만 하는 교육 관계의 특수성을 고심할 필요가 없다. 인간발달과 교수-학습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한 안목이 없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해결은커녕 반지성주의를 강화시킬 뿐 학교의 기능에서 인격 형성은 사라지고 돌봄과 관리만 남게 되며, 발달을 목적으로 하지 않다보니 교사의 역할은 주변화된다. 따라서, 교사의 교육권은 자유주의로부터 근거를 세울 수 없다.

 

3. 교사 위기 극복과 교육혁명 운동

 

이상에서 문재인 정권의 교육정책 방향은 물론 자유주의적 접근으로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해 있는 발달 위기와 교사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고 있는 반면 교사 교육권 논의는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아직 개념조차 명료하게 정립하지 못했다. 다만 교사의 교육권을 정립하고 실현해야 하는 근거는 비고츠키교육학의 발달개념을 통해 충분히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가 교육권을 발휘할 제도적 근거를 확보한다 해도 근본적인 교육 관계의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을 테지만 교사 교육권을 확립하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확산되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보수회귀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당장 교사가 접하는 것은 구조적 원인보다는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이다. 교육 관계는 더욱 적대적이 될 것이며 보수주의적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권보호에 치우쳐 있는 논의 지형을 학생 발달을 이끄는 선도자로서의 교사 교육권 정립으로 선회시키는 활동을 빠르게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적 교육운동 진영은 담론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된 내용을 시급하게 준비해야 한다. 대응을 늦추면 늦출 수록 사태는 악화될 것이고 교원지위법의 아류 정도 조치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겹게 없앤 비교육적 병폐들을 제도화를 요구하는 보수적 목소리의 공간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교사 교육권과 어린이청소년의 발달 권리를 가로막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문제의식의 확대도 당연히 동반되어야 한다. 교육 관계의 위기는 교사 교육권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대학평준화를 핵심으로 한 입시구조 혁파, 인격의 총체적 발달을 도모하는 발달지향적 교육과정 수립, 발달을 위한 협력적 체계 구축과 학교자치와 교육민주화 실현 등 그동안 교육혁명의 과제로 제시했던 것들이 성취되어야 비로소 교육관계는 주체적 인간 발달이 원천으로서 재구조화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혁명의 과제들은 집단적 주체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정치적 변화를 기다린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교사 위기 극복은 교육혁명 주체와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교육운동의 당면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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