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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Ⅱ. 새로운 시대 사회변화와 교육노동운동

 

1.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과 자본주의적 성장의 한계

정세분석팀

 

 

1. 새로운 역사적 조건으로서 주요한 사회변화들

2000년대 이후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만한 큰 변화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전개되어 오고 있다. 환경위기처럼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온 문제들고 있고, 인지자동화 같이 수년 전부터 크게 부상한 문제들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어느새 사회변화의 주요 축이 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여러 측면의 큰 변화들이 누적되고 서로 결합되면서 총체적, 구조적인 사회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기한 변화들 중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사회변화를 야기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들을 꼽는다면 다음의 4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 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인류는 현재 역사상 가장 적게 낳고 가장 오래 살게 되었다. 그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특히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는 한국사회는 물론이고 인류 전체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단지 머지않은 미래에 노동력 공급이 줄거나, 노인 복지가 시급해 진다든지 하는 부분적 문제들의 차원을 넘는 문제이다. 사회 전체의 노동과 소비의 규모, 생산-소비의 연관을 규정하는 구조적 문제이며 나아가 기본적인 생활양식의 변화를 규정하는 문제이다. 그 동안 ‘인지자동화’에 비해 덜 주목받았지만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구조적 사회변화를 강제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소위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우는 ‘인지자동화’ 기술혁신이다. 세계경제포럼의 ‘슈밥’ 보고서 이후 수년 전부터 인지자동화 문제는 변화의 핵심 요소로 의제화되어 오고 있다. 다소 과잉되고 오도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커다란 사회변화를 야기할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인지자동화는 한편으로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을, 다른 한편으로는 광범한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다양한 생활상의 변화도 낳을 것이다.

 

셋째, 기후변화 및 환경위기 문제이다. 환경위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누적된 문제이나 최근 환경 재앙 및 이상 기후 현상이 늘면서 의제화 수준이 한 차원 상승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유럽 등에서 생태주의 정당의 약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환경, 즉 자연은 지금까지 주로 인간이 무언가를 생산할 때 필요한 원천과 대상으로만 이용되어 왔으나 이제 인간 생존의 지속을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는 단지 문제인식과 환경친화적 정책 수립의 차원을 넘어 경제구조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문제가 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넷째, 이 모든 것의 결과로서 ‘저성장’이다. 저출산/고령화, 인지자동화, 환경위기 문제는 모두 기존의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을 제한하고 그와 충돌하는 요소들이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의 양적 규모를 제한하며, 인지자동화는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다. 더 이상의 환경위기를 막고 회복하는데는 기존의 탐욕적 개발의 제한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들지 않았던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경제구조가 어느 정도 고도화되면 고성장이 어려워지고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요소들까지 결합되면서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과 개도국의 상당수도 구조적인 ‘저성장’에 머물 수밖에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세계자본주의 전체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는 끊임없는 ‘증식’을 자기 속성으로 하는 자본주의에게 역사상 전례 없는 상황이며 새로운 차원의 위기임을 의미한다.

 

이들 문제들은 오래전부터 혹은 적어도 수년전부터 중요한 문제들로 의제화되어 왔다. 그러나 많은 부분 아직 현실의 문제로 느끼지 못해 온 점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회구조의 총체적 변화를 어떻게 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부재해 왔다. 그러나 이제 불가피한 현실이 되기 시작했고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사회변화들을 야기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에 따라 향후 변혁 및 교육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조건들로 다가서고 있다. 새로운 변화들은 우리 운동에 긍정적인 지점도, 부정적인 지점도 있을 것이다. 올바로 인식하고 대응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인식과 대응’이라는 실천의 문제이다.

이글에서는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2가지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변화의 모든 측면을 다루기에 한계인 조건에서 사회변화의 근본 요소인 경제적 측면에 집중하고자 한다. 먼저 사회변화와 관련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임에도 그 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온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살펴보고 여러 요소들의 총체적 귀결로서 저성장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2. 저출산/고령화가 제기하는 의제들과 의미

 

1) 저출산/고령화 현상 : 세계적 추세, 한국은 급격한 현실화

한국사회는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저출산 현상을 살피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합계출산률인데, 합계출산률은 한 명의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게 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말한다. 합계출산률 2.1이 한 사회의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수치이고 그 미만이면 장기적으로 그 사회는 인구가 감소하게 된다. 한국사회는 1980년대중반 2.1 밑으로 떨어진 이후 2000년대 들어 1점대 초반으로 급격하게 떨어져 왔고 최근(2018~9년)에 1.0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하였다. 고령화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을 주요하게 보는데 2018년 14%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25%에 이를 예정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2017년부터 이미 생산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2019~2020년부터 총인구(외국인제외)마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는 물론 한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현재 OECD 국가들의 평균 합계출산률은 1.7에 불과하다. 유럽, 일본은 오래전부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어 왔으며 인구가 감소하는 중이다. 선진국들 중 미국만 이민자가 많아 문제가 덜한 정도이다. 다수의 신흥개도국들도 최근 빠르게 인구구조변화가 진행 중이다. 중국 등 신흥국들과 개도국 상당수도 이미 합계출산률 2.1 미만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생산인구 감소 단계로 진입할 예정이다. 세계 인구는 후발 개도국의 높은 인구증가로 여전히 증가 중이지만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후발개도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북한도 현재 합계출산률 2.0 미만으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 지역이 세계 경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자본주의 전체가 저출산/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2) 저출산/고령화가 야기하는 문제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고 또한 이미 많은 실제 변화와 문제들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와 관련해서 실버산업, 케어산업의 확대, 연금 문제, 노인복지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교육분야에 직결되기도 한다. 학령인구 감소, 아동/청소년 관련 산업의 축소 등이 현실로 진행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변화와 관련된 직접적 문제를 넘어 구조적 변화와 문제들로 나아간다. 예컨대 자영업 위기는 인구변화와 매우 관련이 깊다. 유소년층 감소, 생산인구 감소는 소비 감소로 연결되는 반면 베이비붐 세대 퇴직에 따른 자영업자 풀은 오히려 확대된다. 이로 인해 자영업 내부 경쟁은 심화되고 파산이 확대된다. 지방 위기도 주요한 현상 중의 하나이다. 인구 정체 또는 감소는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데 유소년층과 생산인구가 상대적으로 도시에 몰리기 때문에 농촌 및 주변 지역은 인구가 더 감소하고 쇠퇴하는 현상 나타난다. 인구가 감소하면 인구 규모에 의해 뒷받침되는 서비스 기능이 축소되거나 상실되기 때문에 남아있는 인구도 유출되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소규모 학교 문제, 지방대학 위기이다. 최근 지방대학은 생존 위기감이 급격하게 팽배하고 있다.

또한 아직 한국사회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일본 사례를 통해 저출산/고령화가 몰고 올 변화와 문제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저물가/저성장 현상, 주택가격 하락, 정년 연장, 이주 노동력 확대 등이다.

 

3) 저출산/고령화와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의 한계

저출산/고령화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여러 현상과 문제들을 낳는 것을 넘어 사회전체의 자본주의적 성장을 양적으로 한계지우면서 ‘저성장’을 구조화한다. 인구문제가 중요성에 비해 그 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자본주의 역사 이래 인구가 부족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거의 대부분 ‘상대적 과잉인구’의 상황에 놓여 왔다. 자본주의 초기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지금의 세계는 맬서스의 예측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 생산인구 감소와 노동력/수요 문제

인구와 경제와의 관계를 살피는 데는 총인구의 문제만이 아니라 유소년층/청장년층(생산가능인구)/노령층이라는 연령별 구조를 함께 보아야 한다. 자본주의적 성장과 가장 관계 깊은 인구는 생산가능인구(이하 생산인구)이다. 생산인구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인구이자, 구매력을 지닌 주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인구 문제가 경제 성장과 관련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인구 감소를 전후해서부터이다. 생산인구 감소는 총인구 감소보다 먼저 나타나는데 생산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소비 수요 감소로 연결된다.

 

첫째, 우선 생산인구가 감소는 노동력 공급 부족을 가져온다. 그런데 생산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생산성이 증가하면 필요 노동력은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생산인구 감소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 그 동안 주요하게 나타난 현상은 오히려 실업 확대였다. 한편으로는 일정한 생산성 향상도 있었고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로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을 양산해 온 것에 기인한다. 최근에야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대량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실업률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 낮은 성장률에도 완전 고용에 이른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한 해 200만명이 은퇴하는 반면 진입자 수는 절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국사회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인지자동화 도입으로 일자리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일본과 유사하게 차츰 청년 실업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생산인구 감소가 성장과 관련해 실제 더 큰 문제가 되는 지점은 소비 수요 문제이다. 생산인구는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구매력을 갖춘 핵심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생산인구의 감소분만큼의 소득 확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소비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에서의 생산인구 감소는 200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맞물려 급격해지면서 ‘수요 절벽’을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 총인구 정체와 수요 정체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신흥국 대부분도 합계출산률 2.1 미만으로 증가가 미미하다. 그렇게 볼 때 세계 경제 주요 부분은 인구 정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총인구는 전체 수요의 양적 규모를 규정한다. 아동과 노인 등 비생산인구도 소비 수요를 구성하는 인구이다. 비록 소득이 없다 하더라도 가족 부양이든, 사회 복지를 통해서든 소비 주체가 된다.

2013년부터 세계무역량이 감소(2017년은 일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보호무역 확산 탓도 일부 있지만 주요국의 생산인구 문제를 포함한 인구 정체에 따른 수요 정체가 기본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16년 트럼프 등장 이후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 정체가 가장 잘 나타나는 나라는 일본이다. 1990년대 이후 온갖 수단을 다 써봤지만 총수요 정체에 따른 성장 정체를 벗어날 수 없었다.

 

* 고령화에 따른 부양부담 증가

생산인구가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 비율을 노년부양비라고 한다. 생산인구 100명당 노인인구수로 나타낸다.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생산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노령인구는 계속 늘기 때문에 노년부양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한국의 경우 2000년 10에서 2019년 현재 20, 2030년에는 30 정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과 유럽, 미국은 물론 부담이 더 크다. 2019년 현재 일본은 45가 넘고 유럽 대부분은 30 이상이며 이들 나라 역시 지속적으로 부양부담이 증가한다. 노년부양비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생산인구 감소와 연결되는 동시에 부양부담 증가로 생산인구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사회 전체의 성장 활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4)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의 한계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져 오는 경제적 문제가 크기 때문에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원으로 대응해 왔다.

첫째,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수요 정체에 대한 자본의 대응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수요 정체-성장 정체 현상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멀게는 1980~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는 200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가 팽배하던 2008 이전 시기 자본은 수요 정체 문제에 대해 오히려 거꾸로 대응했다. 노동계급의 소득을 증가시켜 수요를 확대해야 했는데 반대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로 실질 소득을 하락시켰다. 그것은 총수요 창출보다 개별자본의 이윤율 제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수요 문제는 양극화 속에서 더 부유해진 부유층의 사치품 소비와 주택 버블 등으로 거품을 일으켜 노동계급이 빚으로 소비하게끔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결과는 2008년 거품 붕괴와 금융위기였다. 2008 위기 이후에도 인구 구조에 따른 수요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실제적 대응은 부재해 왔다.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로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현상적 대응에 집중했다. 그러나 수요 정체 상황에서 풀린 돈이 생산적 투자와 소비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을 뿐이다. 신케인즈주의가 다시 부상하면서 정부 재정정책 확대를 통해 수요를 확대하려는 시도들도 있었지만 사회간접자본 건설, 공공사업에 의한 일시고용 확대 등이 주요한 형태로 총수요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일시적이어서 구조적 수요 정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둘째, 출산 장려 정책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인류가 처음 맞이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자본에게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과 연관된 문제로서 일정한 대응이 불가피한 문제가 된다. 고령화에 대해서는 노인 복지와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고, 저출산에 대해서는 출산률을 실질적으로 제고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특히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의미 있고 효과적인 정책과 대응은 전개되지 않았다. 복지가 확대되기보다 연금 삭감으로 생활 조건이 오히려 악화되었으며 노인일자리는 대부분 저임의 일시적인 것들이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에서 출산에 대한 금전적 지원, 유급 육아 휴직제도 도입 및 확대, 무상 보육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저출산의 근본 문제인 ‘삶의 질’ 자체의 개선보다 주변적 지원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의미 있는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웠다. 프랑스나 스웨덴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해지고 있으나 실제 효과는 크지 않으며 상당 정도는 이민 인구의 높은 출생률에 의한 것이다.

 

셋째, 이민자 수용이다. 선진국에서 인구 문제에 대한 그 나마의 효과적 대응은 이민자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이민자는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를 메워 줄 뿐 아니라, 소비 주체가 됨으로써 성장 감소 현상을 일정하게 막아 준다. 2000년대 이후 유럽이 인구감소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일본보다 나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민자들의 힘이 크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몰려온 대규모 난민이 정치문제가 되면서도 유럽연합이 일정하게 포용적일 수 있는 것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럽과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었던 것도 인구구조의 측면에서 본다면 대규모 이민 덕분이다. 미국의 경우도 원래 인구는 감소 상태이지만 많은 이민으로 연 1% 중반의 인구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그 동안 이민에 매우 폐쇄적이었던 일본도 최근 노인케어 등 노동력 부족 분야를 중심으로 이주노동력을 조금씩 수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

그런 점에서 2008 위기 이후 인종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극우세력이 부상하긴 했지만 앞으로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고 헤게모니를 잡기에는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대중 정서를 자극하는 데는 일정하게 성공했지만 자본의 입장에서도 대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민자 수용 외에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응으로 정년 연장, 노인일자리 확대 등도 일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비정규직에 저임이어서 소득 및 소비 확대에는 매우 제한적 효과에 그치고 있다.

 

 

3. 저성장과 자본주의의 위기

 

1) 저성장 : 저출산/고령화, 인지자동화, 환경위기의 총체적 결합

앞서 저출산/고령화라는 새로운 인구구조가 자본주의적 성장을 양적으로 한계지움을 살펴보았지만, 자본주의적 성장을 제약하는 것에는 다른 요인들도 있으며 주요한 것에는 인지자동화와 환경위기가 있다.

 

* 인지자동화

일자리 감소를 불러오는 ‘인지자동화’라는 현단계 기술혁신의 성격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본래 기계도입, 생산성 향상으로 고용을 하락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산업과 분야를 창출함으로써 고용을 증가시키기도 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그리고 때때로 전기, 자동차, 석유화학 등 광범한 산업 및 고용창출 효과를 낳는 기술혁신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인지자동화는 고용 감소 효과가 일방적으로 큰 기술혁신이다. 즉, 인지자동화는 새로운 상품과 산업을 창출하기 보다는 거꾸로 광범한 실업을 양산할 가능성이 큰 기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사물인터넷과 로봇을 활용한 무인 계산대, 스마트 팩토리 등을 보면 그런 성격이 잘 나타난다. 최근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 스마트 팩토리로 제조업 소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본국의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공장이 떠난 개도국에서는 대량해고가 발생한다.

일자리 감소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인지자동화 기술의 범용화는 불가피하다. 선진국의 제조업 소환 추진에서 보듯 국가 간, 자본 간 경쟁 속에서 인지자동화 기술의 실제 적용은 점차 확산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실업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향후 인지자동화 기술발전에 따라 감소하는 고용과 증가하는 고용 비율을 7:5정도로 보기도 한다. 인지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노동계급의 소득 및 소비 축소로 나타나고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의 감소로 연결된다.

 

* 환경위기

자연은 지금까지 토지와 자원을 제공하는 경제성장 원천의 하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성장 속에서 자연은 과잉 개발되어 왔으며 이제 인류는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로 앞으로 커다란 댓가를 지불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자연환경은 앞으로는 성장 요인이라기보다는 인류 생존의 지속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감소 요인으로 규정할 수 있다.

 

* 저출산/고령화, 인지자동화, 환경 위기의 총체적 결합

현단계 자본주의적 성장의 한계는 인구구조 변화, 인지자동화, 환경 위기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총체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이 중 저출산/고령화, 인지자동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역사적 조건이다. 환경 위기도 이전과 다른 차원의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결코 반복되는 일시적 위기로 보기 어렵다.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자본주의의 근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2) 저성장과 현단계 자본주의의 상황 - 도래하는 경기침체의 특이성을 중심으로

저성장은 다수의 선진국에서 이미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2008 위기 이후 확산되고 있는 현단계 자본주의의 주요 현상이다. 자본주의 스스로 ‘뉴노멀(새로운 정상)’이라고 규정한다. 그 속에서 세계적 경기침체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일시적 침체는 반복적으로 겪어 왔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저성장 시대’는 자본주의에 있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조건이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본 내에서도 최근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순환 싸이클 붕괴, 초유의 제로금리, 저물가, 부채 등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기존의 정책 수단들은 효력을 잃고 있다. 앞으로 그런 모습은 더 심화, 확대되어 나갈 것이며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를 노정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

 

* 수요 정체

저성장 시대 속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현상은 ‘수요 정체’이다. 인구 절벽이 수요 절벽을 가져오고 신자유주의 양극화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소득 하락과 구매력 감소가 수요 정체를 규정한다. 양극화와 저성장 현상은 세대 문제로도 전화된다. 많은 나라에서 ‘부모보다 가난한 청년세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 정체는 21세기 세계자본주의 침체 및 저성장 시대 도래의 핵심 요인이다.

 

* 저금리/저물가

수요 정체와 저성장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저물가 현상이 고착화된다. 최근(2019년 8월) 한국사회에서도 마이너스 물가라는 최초의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저물가는 어차피 돈이 없는 노동계급에게는 나쁜 일이 아니지만 자본주의 성장에는 상당히 안 좋은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일정한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플에이션이 소비도 불러일으키고 확장적 생산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과 주요 선진국에서는 2% 정도의 인플레이션 유발을 주요 정책 목표로 잡고 노력해 왔지만 실패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요 정체 때문이다.

저금리 현상도 주요한 현상이다. 원래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부양이 이루어진다. 적어도 이전까지는 그랬다. 21세기 이후 세계 각국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 즉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일본과 유럽의 적지 않은 나라가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가 되었고 세계자본주의 전반이 매우 낮은 금리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제로 금리 정책을 구사했음에도 저성장 추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 경기침체가 다시 도래하면서 미국, 한국 등 1~2% 정도의 낮은 금리마저 제로 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자본주의 주요 나라들이 거의 제로금리화 되어 가는 상황이다.

 

* 대책 없는 부채 문제

천문학적 부채 문제는 더욱 대책이 없다. 세계경제 GDP의 3배에 달하는 부채는 시한폭탄이다. 부채는 소득과 이윤, 세수가 늘어야 갚아 나갈 수 있는데 저성장은 결국 갚을 여력이 거의 생기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 현재 부채 위기를 부채로 막는 일이 지속되고 있으며 따라서 부채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제로금리라 하더라도 개인과 기업에 정말 제로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이자율이 낮은 것일 뿐이다. 그나마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만약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다면 대규모 파산과 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막대한 부채와 저금리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저금리라 하더라도 부채는 더 확대되며 무한정 부채 확대를 지속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주요 정책 수단 상실

지금까지 자본주의 경기를 조절해왔던 주요 정책 수단들이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축적의 가장 핵심적 정책 수단이었던 금리가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2008년 이후 보여진 것은 금리 정책의 효과가 이전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효과성의 문제를 넘어 최근 거의 제로화되면서 수단으로서의 여지도 없어진 것이다. 재정정책은 유효 수요 창출을 위한 케인즈주의적 축적의 주요 수단이었는데 이 역시 더 이상 유효한 정책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많은 정부부채로 인해 수단으로서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과 같은 일부 국가들은 정부부채가 많지 않아 약간의 여력이 있지만 그 효과는 급격한 성장 감소를 막는 정도로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주는 양적 완화는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파산은 막아주지만 원래부터 유효 수요 창출에는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었고 결국 정부부채가 되기 때문에 이 역시 한계적이었다. 결국 지금까지 자본주의 경기를 조절해 왔던 주요 정책수단들이 이미 효과가 상실되어 온 동시에 수단으로서의 여지조차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 금융자본의 위기

증식을 자기 속성으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저성장은 근본적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야기할 것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이자로 먹고사는 금융자본이다. 이미 2008 이후 빌려주는 돈의 이자율이 낮아져 금융자본 전반의 이윤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수수료와 주택과 주식 거품으로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점차 파산하는 금융기관이 늘 것이라 한다. 보험회사는 구조적으로 더 큰 문제가 있다. 보험회사는 일정한 이자를 붙여 주기로 약속하면서 가입자들로부터 돈을 모으고 이를 대출하거나 투자해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구조인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얻는 이익보다 가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이자가 더 많은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율 문제도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돈을 빌려가는 개인과 기업도 줄어든다. 투자도 늘지 않고, 소비 확대를 위한 노동계급의 대출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빌려가는 곳은 적어지고 이자 수입은 줄어드는 이중고에 처하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 금융자본은 재구조화가 불가피하다.

 

* 순환적 역동 상실

역동성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팽창-수축-팽창’의 순환 싸이클이 깨진 것도 문제이다. 세계자본주의 전제가 정체 상태가 죽 지속되는 ‘일본화’의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들이 많다. 경기의 소소한 상승과 하강은 있겠지만 규모가 큰 팽창과 수축의 순환 싸이클은 이제 발생하기 어렵다. 대규모로 수축할 만큼 팽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경제위기’로 나타나는 대규모 침체는 자본주의의 지속적 확장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팽창과정에서 형성된 거품과 부실을 수축과정을 통해 털면서 에너지를 비축해 새로운 팽창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수축과정 속에서 그 동안의 부실기업, 과도한 부채 등을 정리하고 자본의 집중을 이루어 나간다. 또한 위기를 유발한 문제들에 대한 정책수단과 대응력을 강화한다. 팽창과 수축의 순환은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키워 온 과정인데 싸이클의 붕괴는 이전과 같은 역동적 에너지가 상실된 것임을 의미한다.

 

* 불평등과 계급 대립 격화

저성장은 더 늘지 않는 ‘파이’에 대한 다툼이 더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자본 간 경쟁도 심화되고 개별 자본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착취를 강화하게 마련이다. 반면 소득증대의 가능성이 작아진 상황에서 불평등/양극화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자본의 착취 강화될 때 노동계급의 저항도 격화될 것이다. 더 이상 ‘낙수 효과’ 따위의 감언이설도 가능하지 않다.

저성장 시대는 이전의 일시적 경기침체, 경제위기와는 그 성격과 지평이 다르다. 이전의 침체, 경제위기는 ‘허리를 졸라매고 다시 성장을 구가하자’는 전망을 근거로 노동계급의 일방적 양보를 추구할 수 있었으나 저성장 시대의 침체는 그런 레토릭이 가능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저성장 시대 계급 모순과 대립의 격화는 자본주의 재구조화든, 대안사회 건설이든 사회 시스템 차원의 대립과 논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 뉴노멀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의 저성장 추세가 장기화되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분석이 결합하면서 저성장 시대에 대한 인식은 차츰 보편적 인식이 되고 있다. 최근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정상’이라는 뜻인데, 저성장/저금리/저물가 현상을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정상’적 현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뉴노멀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자본주의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발생하고 있다. ‘자본주의 4.0’(독일) ‘주주자본주의 종식’(미국) ‘자본주의 리셋’(영국) 등의 주장들이 그러하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극우 부상/좌파 확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기존 신자유주의 축적양식이 위기에 처하고 헤게모니를 상실한 조건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극우 부상으로 나타나고, 사회전반의 재구성 필요에 대한 문제의식이 좌파 확산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미중패권 전쟁 등 기존 세계 질서재편 움직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3.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은 자본주의 자체의 근본 위기

 

1) 자본주의의 근본적 위기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의 구조화 현상은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전례없던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

 

* 자본주의의 증식 메카니즘과의 충돌

끊임없는 증식을 자기 속성으로 하는 자본주의에게 역사적 조건으로서 ‘저성장’은 근본적 위기로 다가온다. 아주 단순화하여 제로성장을 가정할 경우 이는 이윤의 양적 증가가 멈춤을 의미하며 증식하지 못하는 자본주의는 내적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물론 이윤이 더 이상 양적으로 증가하지 않더라도 이윤이 유지된다면 개별자본과 자본주의 자체는 ‘증식 욕구’를 억누르면서 유지될 수 있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본의 단순재생산은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의 자본주의는 거대한 부채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증식 욕구를 억누른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자본에게 부채는 미래의 이윤을 미리 당겨 쓴 것이고, 성장이 멈춘다면 많은 자본은 이자와 원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언제가 파산하게 된다.

한편 성장이 멈출 경우 증식 욕구를 지닌 자본은 늘지 않는 파이를 두고 증식 욕구에 기반해서 혹은 생존 자체를 위해 자본 간 경쟁을 더 격렬하게 전개하게 된다. 이는 자본 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인지자동화 도입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자본 간 경쟁은 이전보다 더 급속한 자본 집중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며 그리고 이는 다시 일자리 감소와 그에 따른 성장 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 일자리의 절대적 축소

저출산/저성장/인지자동화의 주요 사회변화들은 모두 ‘일자리 감소’ 경향으로 연결된다. 저출산은 노동력 부족으로, 저성장은 고용 확대 한계로, 인지자동화는 고용 감소로 연결된다. 인지자동화 기술은 고용 감소 효과가 편향적인 기술로서 일정 시기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지자동화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사회변화와 관련 자본이 가장 주목하는 것도 이 문제이다. 일자리 감소가 구조적으로 지속, 확대될 경우 자본주의 자체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일자리의 절대적 감소 현상’이 본격화 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에 닥칠 분명한 사태이기 때문에 자본가들도 걱정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일자리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할 경우 자본주의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임금노동자 수의 상대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절대적으로 증가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필요조건이기는 하다.” “노동자의 절대수를 감소시키는 생산력의 발달 - 즉 국민 전체가 더 짧은 시간에 총생산을 실제로 달성할 수 있게끔 하는 생산력의 발달 - 은 이 생상양식에서는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생산력의 발달은 인구의 다수를 실업자로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자본론3편, 15장 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 329쪽. 김수행역, 비봉출판사. 1990)

 

일자리의 절대적 감소는 지금까지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하는 ‘일자리의 상대적 감소’와는 다른 차원이다. 즉 자본주의 역사 이래 일자리의 절대 수 자체는 공황에서의 일시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문제가 되어 온 것은 주로 ‘상대적 과잉인구’의 문제였다. 일자리의 절대 수 자체의 감소는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며 자본주의 자체를 위협할 만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자본주의적 시장과 기존 정책으로는 해결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정부의 직접 고용, 기본소득제, 노동시간 단축 등의 이야기가 일부 자본가들에게서조차 나오는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 문제는 머지않아 자본주의의 최대 ‘난제’로 부상할 것이라 판단된다.

 

*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충돌 현실화

지금까지 기술혁신은 자본주의 성장의 동력이었다. 그런데 인지자동화라는 기술혁신이 자본주의적 성장과 충돌하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지자동화를 도입하면 할수록 자본주의 전체는 고용 및 성장 감소로 연결되게 된다. 기술혁신과 자본주의 생산양식과의 충돌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자본주의 태내에서 발전해 온 생산력이 자본주의 생산관계와 충돌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2) 고장난 자본주의 : 자본주의 리셋인가 대안사회 건설인가

자본의 끊임없는 증식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에 있어 성장이 막힌 자본주의는 여러 측면에서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고장난 자본주의’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기존의 자본주의 모습이 그대로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존의 이데올로기, 경제원리, 정책 수단은 모두 자본주의적 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의 산물이며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변화의 불가피성은 자본 측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자본의 관점에서 저성장 문제를 분석한 <수축사회>(홍성국 저)라는 책에서는 “현재 학문은 모두 ‘인구증가’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과거 모델로는 안되고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산수단과 생산권력의 사유화를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로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점차 확산되어 나갈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변화의 방향은 둘 중의 하나이다. 자본주의의 재구조화인가? 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인가?

 

(1) 자본주의의 재구성 논의

 

* 자본주의 리셋?

얼마전(2019. 9월) 영국 중도우파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자본주의 리셋할 때가 됐다’(CAPITALISM. TIME FOR A RESET)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낸 적이 있다. 한국의 몇 언론에서도 소개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19년 8월 미국 주요기업 최고경영자 181명이 기업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고객, 직원,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 번영 극대화’로 바꾸겠다는 성명서에 서명함. 참여 CEO는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애플 팀쿡, GM 메리 베라 등 슈퍼스타급임.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성명은 기후 변화, 임금 불평등 확대, 근로조건 악화 등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불만을 더는 외면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라고 보도.

□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피케티가 최근 후속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에서 최악으로 치닫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담한 대안을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정부가 25세가 되는 모든 이에게 그 나라 일인당 평균자산의 60%에 해당하는 ‘기본자본’을 지급하자는 제안임.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일인당 평균자산이 약 3억2,500만원이므로, 1억9,500만원을 25세가 되는 젊은이에게 나눠주는 것이됨. 그 재원은 0.1~90%의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적 재산세로 마련하자고 제안함.

□ 미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은 ‘부유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움. 워런은 5,000만달러(약 600억원) 이상 자산에 부유세 2% 부과를 공약함. 또한 워런은 대학생 학자금 빚 탕감 등 불평등을 치유할 20여개 공약을 내세우며 “나에겐 대안이 있다”는 구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음.

 

일부 언론은 이 기사를 소개하면서 성장전략이 한계에 달한 한국도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제구성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다른 움직임 또는 가능성

자본주의를 재구조화하자는 의견 외에 나타나는 다른 움직임들도 있다.

 

첫째, 자국중심주의/보호무역주의이다. 2008년 이후 성장 한계와 축적 위기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 부상하고 있는 대응방식이 자국중심주의/보호무역주의이다. 경제에 대한 위기감과 국수주의적 세력 결합이라는 정치적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트럼프와 유럽에서의 극우세력 부상이 이러한 움직임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은 미중분쟁에서 보이듯 자본주의 전체의 성장을 저해하고 본국에도 악영향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총자본의 대안이 될 수 없다. 1920~30년대에도 보호무역주의로 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어 자본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런점에서 세계자본주의 전체의 주요 흐름으로 확산, 강화되는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

둘째, MMT(현대통화이론)과 포스트케인즈주의이다. 최근 일부에서 MMT라는 새로운 통화 이론이 대두되고 있음. MMT는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의 약자인데, 현대 화폐는 ‘금’이 아니라 정부의 신용에 의해 보증되는 것이므로 신용만 있다면 무제한의 발권력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때까지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고용 창출 및 재분배를 해나갈 수 있다는 이론이다. 국가 재정정책이 기업지원, 건설사업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뉴케인즈주의와 달리 직접적 고용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포스트케인즈주의와 결합되면서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정부부채가 많지만 버티고 있는 일본이 MMT이론을 적용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기축통화국가에 한정되기 때문에 현 단계 자본주의 전체 위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기축통화국이라 하더라도 과도한 발권이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셋째, 기존 생산의 폭력적 파괴, 전쟁? 3차대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1, 2차 대전과 같이 한정된 소비 시장을 두고 자본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쟁은 과잉 설비를 일거에 해소하고 자본주의를 재구조화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하면서 이러한 우려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대전의 역사적 경험과 핵전쟁에 대한 우려와 공포로 세계대전의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한편 재래식 무기의 국지전은 그 보다는 가능성이 있지만 세계자본주의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 헤게모니 및 질서 재편

최근 저성장 침체 속에서 자국중심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중 패권 전쟁 등 기존 질서의 혼란과 재편이 전개되고 있다. 미중패권전쟁을 중심으로 한일분쟁 등 다양한 대립의 증가, 자유무역/보호무역주의 대립이 전개되고 있으며 기존의 경제적, 정치적 국제 질서는 일정한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자본주의의 저성장 침체는 패권전쟁의 배경이고 이는 다시 침체를 가속화하면서 자본주의 위기와 질서 재편을 촉진할 것이다. 이 역시 세계자본주의 변화의 한 역동을 구성하고 있다.

 

(2) 대안사회 건설 운동의 점화

 

* 시스템 차원의 변화 불가피

사회변화의 새로운 역사적 상황은 대안사회운동의 근거와 현실성을 보다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기존 자본주의 이론과 정책들이 한계에 처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복지, 생태 등 자본 논리를 넘어서는 문제들이 더욱 주요하게 의제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10여년간 자본은 힘의 일방적 우위 속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자본주의를 안정화하는데 실패했다. 시스템 차원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그것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사회의 건설일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에서의 생태주의운동의 급속한 정치적 부상, 미국에서의 민주적사회주의의 확산 등은 새로운 대안사회운동의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 대안사회운동의 새로운 전진

그러나 아직 대안사회운동은 힘과 내용에서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리셋이든, 대안사회 건설이든 짧은 시간에 흐름이 잡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혼란 속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논의 확산이 병행되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그사이 이윤 확보를 위한 자본 간 경쟁이 증가하고 양극화도 심화되면서 계급대립도 격화되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운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사회운동의 헤게모니를 형성해 나가는 이론적/내용적/실천적 투쟁을 새롭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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