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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교실에서 쓰는 편지 - ‘좋은숲 동무들’ 교실 이야기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 회원)

 

 

단원을 시작할 때 재미와 흥미개념을 정확하게 하고 가야 한다.

어제 일찍 자고 일어났는데도 출근길에 하품이 나온다확실히 학교 일은 힘이 드나 보다수업을 마치면 뒷목이 뻐근하고 잠이 쏟아진다빨리 퇴근을 하면 잠을 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무엇보다 수업을 마치기 전까지 긴장을 하면서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니 그럴 것이다교사의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아이들을 보내고 잠시라도 눈을 감고 졸다가 일어나면 다시 기운이 회복된다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래서 오후 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에게 한 10분씩 엎드려 자라고 한다지친 아이들에게 지친 선생이 아무리 잘 가르치려고 해도 배움이 일어나기란 어렵다중국 학교는 오침 시간이 있다고 한다.

 

나는 가끔 아침에 오늘 공부할 교과를 말하고 무슨 과목부터 할까하고 물어 보고 순서를 정한다첫 시간 과학은 단원 제목이 식물의 생활이고 이어서 한 사회는 촌락과 도시의 생활 모습이다사회 단원 제목을 과학 단원 제목과 같이 바꾸어 보았다. “식물이 사는 곳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지 알아보자와 사람들이 사는 곳(바다산지들판)에 따라 촌락과 도시의 생활 모습이 어떤지 알아보자로 써 두고 보니 과학과 사회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렇게 나는 사회와 과학이 같은 공부이고사람이 자연의 일부임을 설명하고 싶었다그냥 내 맘대로 교육과정이다.

3교시는 학년에서 신청한 찾아가는 시의회 교실로 시의회 홍보부서에서 찾아 오셨다내가 나서서 사회를 보면서 진행을 했다. 7월 방학 전에 달성군의회 이대곤 의원을 모시고 군의회를 공부한 다음이라서 시의회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었다강의를 듣고 내가 다시 나서서 사회를 보면서 질문을 받았는데 아이들이 정말 질문을 많이 했다의회에서 오신 강사가 질문하면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 겨우 5개뿐이라며 미안해했다마지막으로 이렇게 진지하게 들어주고질문을 많이 한 초등학교는 처음이라며 아이들을 칭찬해 주셨다들으면서 다음 시간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를 모시고 강의를 듣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이런 경험에 의회방문이나 모의 의회활동을 덧붙이면 민주시민이 저절로 될 것이다.

 

단원공부를 시작할 때는 재미와 흥미개념을 정확하게 하고 가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채 모르는 것만 자꾸 늘어나는 것 같아 공부가 재미없어진다이것만 잘 해결하면 늘 시작이 반이 된다.

 

어제는 수업을 마치고 3월부터 시작한 대구동요를 부르는 어른들’ 모임에서 동요 부르기 릴레이 100명을 시작하는데 나는 동영상 녹화를 할 시간이 없어서 하지 않았다더 미루기가 미안해서 혼자서 녹음을 했다좋은 노래도 많지만 그날 감성대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폭우 속에 핀 과꽃이 생각나서 불렀다나도 누나가 그리웠지만 쉰 목으로 부른 노래를 듣고 여럿이 그런 감흥에 젖은 모양이다노래 값을 한 셈이다.

그런데 김태일 교수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받지 못하고 수업을 마치고 전화를 드렸더니 대구가 아동문학의 메카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동요가 먼저였다고 경대 음악이론하시는 교수께서 알려주셨다면서 대구에서 동요를 부르는 일을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세상의 일은 계획에서 시작하지 않고 어떤 인연이나 뜻밖의 계기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물론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뿌려놓은 씨앗이 마치 몇 십 년이 지나서 싹이 틀 때가 된 것이리라정말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부르는 한 두 곡의 동요가 우리를 살리고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싶어 가슴이 뛰었다. 9월 1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노래 선수들은 기대하시라.

 

대구가톨릭대학병원 교섭이 어떻게 되나 싶어 전화를 하니 20일 만에 다시 본교섭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한다.벌써 파업이 33일째이다나는 파업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얼마나 힘든지 사실 알지 못한다죽어나는 것은 환자들과 병원노동자들이다사용자들도 힘들다고 하겠지만 비할 바가 아니다서로 힘들어야 어느 지점에서 교섭이 타결될 것이다가톨릭교구가 잘못한 게 너무 많음에도 똥고집으로 버티고 있다그것도 신부가 원장이고 교구가 사용자인데 말이다이달로 끝이 나기를 바란다. (2018. 8. 28. )

 

 

봄을 기다리는 꽃 같이 좋은 체육시간점심시간 맨발걷기 산책

소연이가 감기가 걸려 결석을 했다. 1교시에 2학기 학급회 임원 선거를 했다대부분 자기 추천으로 입후보했다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지금은 아주 당당하게 자기 추천을 한다이것도 바뀐 문화 양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1학기 회장단이 선거관리를 하고재성은지신민준김민준수정채현미소 등 일곱 명이 출마해서 회장 수정부회장 채현신민준이 되었다민주시민교육이나 학생자치로서의 선거도 중요하게 가르치지만 내가 선거를 할 때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가 절차나 진행의 품격이다그래서 시나리오를 가지고 깔끔하게 진행을 하도록 한다이제 2학기가 되었으니 더 신나는 학급 학생 자치를 도와주어야겠다자치의 핵심은 자기결정권과 자주 책임 실행이다엉망이 되어도 거기서 배우면 된다.

 

2, 3교시 국어시간을 시작하면서 금요일에 쓴 시를 밴드에서 찾아서 낭송을 했다자기 시를 읽는 모습이 예쁘다그런데 자기 시가 없는 다섯 명 아이들 표정을 읽었다너희들의 시가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 일기니 내가 좋아하는 시만 타이핑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중간놀이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시 책을 대출해 오라고 했다그랬더니 어른 동시책을 골라 와서 여러 번 돌려보냈다결국 시간이 지나서 내가 내려가서 같이 책을 골라냈다다행히 교실에 있는 어린이시 책과 합치니 한권씩 돌아갔다하루 10편 이상의 시를 읽고,내일 아침부터 아침마다 시 한편을 낭송하기로 했다그러면서 또래 아이들이 쓴 시를 읽으면서 나도 시를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한 학기 책 한권 읽기를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기를 연습했다동화 속에 나오는 작은 문장이나 낱말 하나까지 질문을 하면서 읽어 나갔다그러면 책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된다속도는 느려도 글을 깊이 있게,작가가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그림 작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읽을 수 있다.

 

4교시는 체육인데 3교시 끄트머리부터 아이들 눈이 힐끔힐끔 시계로 간다그래서 나도 요때다 싶어서 체육시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세줄 이상의 시로 쓰고 가라고 했더니 1분도 안되어 시를 뚝딱 써 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희들만 체육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임성무아이고 이놈들아 너희들만 체육시간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나도 너희들 없는 교실에서 조용하게 쉴 수 있어서 빨리 보내고 싶다빨리 좀 해라

 

<이강성체육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마치 봄을 기다리는 꽃 같다

<권구윤나는 체육 올 때까지 기다린다 지금 오 분만 있으면 간다 체육을 하면 10분 20분만 있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최동원체육을 기다리는데 모두 시계를 보고 바늘이 지나길 바라며 수업을 버틴다 시간이 다 되면 모두 하이에나처럼 뛰어 간다

<정어진> 4교시 체육이다 3교시 마칠 때쯤 되니 마음이 북을 두드리듯이 쿵쾅 거린다 선생님이 제발 빨리 마쳐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들 체육을 너무 좋아한다단 한 친구만 다르다.

<김민준체육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그 시간은 계속 다가온다 계속

 

체육을 하고 온 아이들 표정이 환하다거기에다 이제 점심시간이니 얼마나 좋은가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점심시간에 산책을 할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산책을 했다방아깨비를 잡았는데 세상에나 태권도 선수 이우진과 야구선수 이시우가 방아깨비를 보고 기겁을 한다거의 강제로 방아깨비를 손바닥에 올려 두려고 해도 도망을 간다우진이는 아주 멀찍이 도망간다그런데 겁이 많을 것 같은 윤아가 오더니 제가 잡을 게요 한다그랬더니 우진이가 자기도 해 보겠다고 해서 손 바닥위에 올려 주었더니 발이 움직일 때마다 간지러워 움찔 한다.시우도 손으로 잡았다방아깨비를 윤아 손바닥 위에 올려 두었더니 방아깨비가 보리수나무 열매 씨앗 모양의 초록색 똥을 누더니 포르르 날아 가 버렸다이번에는 풀무치 중에 팥중이가 등장했다사진을 찍기만 하려고 했는데 시우가 이제 겁이 없어졌는지 잡아 왔는데 다리 한 쪽이 없다그래서 살려 주자고 했더니 포르르 5m는 더 날아갔다.

아이들이 맨발로 운동장을 걷자고 해서 맨발로 운동장을 걸었다비가 와서 촉촉한 운동장은 느낌이 좋았다아이들은 어느새 물이 고인 곳에서 강을 만들고 바닥 그림을 그리느라 걷기는 하지 않아 나 혼자 다섯 바퀴를 걸었다발바닥이 화끈거린다내일부터 매일 점심을 먹고나서 맨발 걷기를 하기로 했다비가 보슬보슬 오기 시작했지만 맞을 만 했다고추밭에 가서 빨간 고추를 땄다아이들이 매운 고추 먹기 시합을 해서 나도 민균이가 주어서 먹었는데 목이 따가울 정도여서 얼른 물과 커피를 마셨는데도 매웠다봄에 가꾸었던 토마토 등의 마른 싹을 이제야 뽑아 거름터로 옮겼다며칠 새 무 싹이 쑥 올라와 있었다며칠 늦었지만 배추도 심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교실 창가에 고추와 대추를 말려 두었다. (2018. 9. 3. )

 

 

인스턴트 음식 같은 공부를 하지 않아야 실력이 쌓인다.

1교시 수학 시간대분수의 덧셈을 해야 하는데 2(둘로 나누기), 4분은 잘하는데, 3, 5, 7분을 못한다분수를 배우는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아마도 기본 개념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수업을 확 바꾸었다이면지를 이용하여  를 풀기위해서 먼저 이면지로  를 만들고 나머지는 버리도록 하고다시  를 만들게 하는 식이다두 명이 각각 대분수 하나씩을 들고 일어나서 두 대분수를 더하라고 했다그랬더니  와  이 되었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지를 의논했다아이들 셋이 일어나    를 하나씩 들었다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아이들은   을 하나씩 들고 선다마지막으로 한 명이  을 들고 나머지 아이들은 앉도록 했다이런 식으로 여러 문제를 이면지와 가위로 크기만큼 만드는 활동을 반복했다오늘 가장 심각한 것은  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물론 잘 해결했다.

이 수업과정에서 엄청나게 잔소리를 했다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있는 것인지가을을 타는 것인지어제 양승태 대법원장 구속하라는 데모를 하느라 법원 건너편 도로에 앉아서 한 시간 넘게 자동차 배기가스 높이에 코를 두고 매연을 마신 탓인지 몰라도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두통약 먹고 겨우 수업을 해 나갔으니 나도 힘이 들었다좀 쉬운 수업을 먼저 할 걸 싶었다수업이 끝나고 이렇게 공부를 하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제 분수가 이해가 간다거나 분수를 배우면서 이렇게 처음 수업을 했어요라는 말에 위로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수업도 대부분 인스턴트 같은 수업이다내가 논밭을 일구고씨나 모종을 심고 가꾼 뒤에 식재료를 거두어 와서 다듬고조리를 해서 먹는 과정까지야 도시 사는 우리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렇지만 시장에 가서 다듬지 않은 원재료를 사와서 직접 다듬고 조리를 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그래서 잘 다듬어 놓은 식재료를 구입해 와서 조리까지는 해야 할 것이다그런데 바쁘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이미 조리 된 음식을 사 오거나 가공식품으로 식단을 채울 수는 없는 것이다아이들에게 이 경우를 비유로 들어 주고가공식품을 주로 먹고살면 우리가 어떻게 될까하고 물으니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요리는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없어요하고 대답했다그럼 엄마가 요리하는 방법으로 공부할까아니면 인스턴트를 주로 사먹듯이 공부를 할까하고 물었다다들 엄마처럼할 수만 있으면 농부처럼 공부하자고 했다그래야 공부하는 힘이 생긴다나도 오늘 중요한 것을 깨달은 셈이다.

 

점심시간 맨발걷기에 한 명 빼고 다 참가했다운동장을 돌다가 학교 담장을 따라 심어 둔 나무를 관찰하면서 돌 울타리를 밟고 걸었다방아깨비도 만나고죽은 전나무도 만났다아직도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피라칸사스’(꽃말이 알알이 영근 사랑이다)가 붉게 익어가려고 하는 것도 보고오이고추를 하나씩 따서 먹어 보았다. 5,6교시는 2학기 동아리 수업이어서 아이들이 신이 났다내가 맡은 환경동아리는 카드놀이보드놀이를 하면서 에너지동식물보호저탄소 등을 익혔다.

 

정책연구학교 협의회를 하는데 나는 도무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답답했다이 나이에그것도 가장 나이 많은 선배가 벌떡 일어나는 회의해보자고 문제제기를 했다말을 하면서도 오기가 나서 하긴 하지만 사부대중들은 대부분 묵언수행이다머릿속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침묵이 미덕이 되었다나도 벌써 이런 역할에서 은퇴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이러고 산다내 노동이 가치 있는 학교가 내 퇴임 전에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아이고 모르겠다힘 닿는 대로 우리 반 아이들과 잘 지내기나 해야겠다약간 비참해 진다. (2018. 9. 6. )

 

 

수많은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통해서 더 나은 방법과 지식을 얻도록 하는 과정이 학습이다.

오늘은 사회시간에 촌락에 대해서 가르치면서 나는 자꾸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그건 바로 촌놈에 관한 것인데 도시 사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촌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거나 지나치게 도시가 최고라는 인식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산지바다라는 자연환경에 의지하여 살아왔고살아가야 한다이는 생물들이 무생물이라는 조건이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듯이 도시도 촌락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유기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촌락은 어머니이고도시는 자식이다그러고 보면 실제 촌락에는 부모님들이 살고도시에는 자식들이 주로 산다추석이 되면 도시는 텅 비듯 모두들 고향인 촌락으로 빠져 나가버린다아이들도 100퍼센트 공감했다.

다음 걱정은 아이들이 단순하게 촌락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주를 위한 생산 활동이 그저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마련한 방법이 볍씨 까기였다작년에 학교농사에서 거둔 볍씨를 한 줌씩 나누어 주고 껍질을 까라고 했다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손기술이 좋아지더니 조금씩 도구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그러다가 연필이나 휴대폰으로 비벼서 까는 아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그때 누가 이래서 갈돌이 필요하구나 했다아이들은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그렇게 볍씨를 까면서 먹어보기도 하고,루페로 관찰도 해 보았다교실바닥은 왕겨로 어지러워졌지만 작은 체험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아이들은 점점 기술이 늘어나자 더 많은 볍씨를 가져갔다. 1학기 때 쌀 1만개를 세어오게 하고 쑥을 뜯어오게 한 뒤에 쑥떡을 해 먹었던 기억을 떠 올렸다아이들은 엄마가 시장에서 그냥 쌀을 사와서 밥을 해 먹는 것만 알고 있었다.

 

산지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했을까들에 사는 사람들은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아이들과 내가 지금 그곳에 떨어져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 지를 상상하는 이야기를 했다모두들 한편의 역사나 생태동화를 써 나간 셈이다지난 수학 시간에 대분수의 덧셈을 하면서도 생각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런 체험과정을 통해 지식을 얻어 가는 학습에 얼마나 흥미를 갖고또 그렇게 배운 지식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지 나는 가르칠 때마다 깨닫는다나는 이렇게 공부를 자주 하게 되면 아이들은 어른들이조상들이 이룬 눈앞의 현실을 그저 그렇게 바라보지 않고 상상으로 탐구하게 될 것이라는 작은 믿음을 갖고 있다인스턴트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이제 촌락조사를 해야 하는데 작년처럼 하루에 한 모둠씩 내가 데리고 산지촌으로 가거나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조사학습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다시 조직하려니 한숨이 나온다.

 

과학시간에 어제에 이어 분류하기를 정리해서 공부하니 상위개념이 하위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앞으로 나와서 짝끼리 작성한 마인드맵을 보여주고 나와 친구들의 지적을 받고 수정을 했다이렇게 꾸준히 해 나가면 아이들은 체계적인 사고를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그러고 보면 모든 지식은 이 체계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참 오늘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가능하면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자꾸 하다보면 저절로 더 좋은 방법을 알아채기 마련이다아이들에게 이런 방법을 무엇이라고 할까 하고 손가락 두 개를 펴니 유행하는 말들이 나오더니 경험으로 정리되었다아이들에게 정답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수많은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통해서 더 나은 방법과 지식을 얻도록 하는 과정이 학습이다아이들에게 충분한 경험의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집으로 가기 전에 영어 수업을 마치고 먼저 온 어진이가 이면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또 시?’ 하고는 후딱 대충 쓰고는 인사하고 가버린다.

 

<볍씨 까기문가연사회시간에 갑자기 볍씨를 깐다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그만 볍씨를 까는데 답답하고 손이 따라주지 않는다.

<볍씨김민준볍씨 까고 까고 또 까고 없다어 왜 없지왜 긴 까면서 먹었잖아

<볍씨 까기김나현사회시간 볍씨 깐다 볍씨 까는 건 수업보다 재미있다 까먹으니 바삭하다 끝은 고소하다 수업 안하고 볍씨만 까고 싶다

 

그런데 민정이는 다른 시를 쓰겠다고 하고는 점심 때 목마 탄 것을 써 왔다.

<선생님의 목마김민정큰 대추 작은 대추 대롱대롱 큰 대추 따고 싶어 선생님의 목을 빌리고 타네

 

이제 대추가 딱 두 개 남았다떨어진 감을 수정이가 주워 두었는데 재성이가 만지작거리다 터트렸다내가 보자 모른 척 얼른 돌려놓는다이놈 하고는 나오라고 하니 얼굴이 붉어진다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었더니 얼굴이 풀린다그러자 너도 나도 먹겠다고 했지만 숟가락이 하나여서 남자아이 네 명이 릴레이로 숟가락을 씻어 와서 나누어 먹었다이제 뭘 먹지학교 텃밭에서 먹을 것은 고추와 고구마벼가 남아있다아이들과 학교 텃밭 체험 경험으로 요리교실을 준비해야겠다추석 전에 송편 만들기를 할까벌써 오래 전에 월곡초도원초에 있을 때 아이들이 쌀 한 봉지씩 성미로 모아서 복지관 할머니들과 같이 송편도 만들고쌀을 정성껏 담아서 홀몸 노인들 집집마다 쌀과 송편제수용품을 나누어주었다언제나 다시해볼까학교 혼자서는 못하고 복지관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뭐 우리끼리라도 만들어 먹는 수업을 해볼까? (2018. 9.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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