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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7호 (2018.01.04. 발간)


[담론과 문화] 코난의 별별이야기

중학교 3학년 전환기프로그램 - 합창대회 노하우

 

코난(진보교육연구소)

 

 




   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담임을 많이 했습니다. 헤아려보니 3학년 담임을 제일 많이 했더군요. 올해로 19번째 담임이자 10번째 3학년 담임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성격상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곤 하는 1학년은 왠지 잘 맞지 않아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비고츠키의 연령기 구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13세의 위기라는 위기적 연령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을 발달 과정에 따라 어린이, 청소년, 성인으로 크게 구분해볼 때 13세의 위기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이행하는 과도적 시기입니다. 그에 따라 이 시기는 양육의 어려움(소위 중2병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흔히 부정적 측면만이 부각되곤 하지만, 비고츠키는 위기적 연령기에도 언제나 후속 발달에 필수적인 긍정적 발달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그에 비해 3학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비고츠키의 연령기 구분에 따르면 14~18세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시기는 청소년기에 해당합니다. 크게 보았을 때 청소년기 전체는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도적 시기이기 때문에 흔히 사춘기라 부르면서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비고츠키의 연령기 구분에서 청소년기는 13세의 위기와는 달리 안정적 연령기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에는 많은 신체적, 정신적 발달 노선이 교차하지만 특히 개념적 사고라고 말하는 고등정신기능이 발달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청소년기 중기에 해당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1학년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컸지만, 여전히 중요한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 성인들과는 다른 존재들입니다.

 

   이 매력적인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입시와 교육 하에서 특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중학교 3학년을 맡게 되면 수업 첫 시간에 수업 말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3은 여러분들이 태어나서 보호자의 보호 하에 정해진 수동적인 삶만을 살다가 처음으로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삶의 진로에 대해 무언가를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는 시기이다. 둘째는 인생에서 약 3개월 가량의 긴 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두 번 있는데, 3 2학기 기말고사를 친 후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시기가 바로 그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3 수능이 끝나고 대입 전까지의 시기를 염두에 둔 것인데, 요즘 고3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할 보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부자든 가난하든,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큰 불편이나 차별 없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의무교육에 무상급식이 도입된 것도 얼마 안 되고, 교과서를 무상으로 준 지도 얼마 안 되고, 수업료나 기성회비(육성회비)와 같은 것들이 사라진 것도 오래 전은 아닙니다. 준비물 구입비도 생겼으나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먼 곳을 통학할 경우의 교통비나, 교복은 어떤가요? 가까운 곳에 학교가 없어서 멀리 다녀야 한다면 교통비를 지원하고, 의무적으로 입어야 한다면 교복도 무상이어야 하지 않나요? 어쨌든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다 똑같습니다. 똑같은 시간 동안 똑같은 교육과정을 배웁니다(근데 국제중은 뭔가요?). 그래서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입학할 때 고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현재 거주지에 따라 가까운 학교를 배정해 줍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달라집니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며, 종류가 다양합니다. 특히 그 놈의 다양화 정책이다 뭐다 해서 더 다양해져 왔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인문계, 실업계 정도로 양분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커다랗게 분류해도 3가지(특목고, 특성화고, 인문계)는 되고 그 아래에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특목고는 특수 목적에 따라 과학고, 외국어고, 체육고, 예술고, 국제고 등이 있습니다. 요즘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에서 잇달아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특성화고에는 소위 옛날의 공고, 상고 계열 학교에다 중복지원이 가능한 특권으로 고입을 교란하고 있는 마이스터고라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계고에는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혁신학교, (과학중점학급, 체육중점학급, 예술중점학급이 있는) 일반고, 그냥 일반고 등이 있습니다.

   거기에다 전형 방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특목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실기전형 등이 있고, 특성화고는 일반전형은 내신성적으로 선발하지만 요즘 도입된 각종 특별전형(미래인재전형, 글로벌인재전형, 가업승계전형 등)은 성적을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으로 선발합니다. 인문계고 중 폐지설이 나오고 있는 자사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하지만, 나머지 인문계고는 소위 고교선택제에 따라 추첨으로 선발합니다. 게다가 특목고 중 과고, 외고와 자사고에는 사회통합전형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심사하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합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같이 다년간 경험을 쌓은 사람도 제도가 하도 자주 변하는 통에 헷갈릴 정도이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담임을 처음하시는 선생님들도 당황하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입시 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축약된 설명이 필요합니다. 인문계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며, 중학교와 비슷한 과목을 공부하는 학교다. 공부가 너무 싫으면 권장하지 않지만 성적이 너무 안 좋으면 인문계를 갈 수 밖에 없다. 특성화고는 원래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교로 일반적인 교과목외에 전공 과목 수업을 많이 배우게 된다. 하지만 대학 진학이 일반화된 지금 특성화고를 나와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성화고는 학교별, 과별로 내신성적 순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에 따라 원하는 학교와 과가 제한된다. 따라서 원하는 학교와 과를 가려면 성적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성적을 보지 않는 특별전형도 있다. 그렇다고 저절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등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쨌든 자기가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선택해야 합니다. 게다가 중학생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온전히 혼자 결정할 수는 없고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고민의 정도는 학생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통학 편의를 알아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접 그 학교를 방문해 보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부모님과 의견 차이로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부모님이 인문계가래요라고 말하며 아무 망설임 없이 그냥 인문계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인의 진로에 대해 크든 작든 뭔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중학교 3학년은 고입을 목표로 흘러갑니다. 커다란 변곡점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성적을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중학교 내신성적 산출을 위한 마지막 시험이 끝나면 공부는 존재가치를 상실하며,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공간인 학교의 존재가치도 위태로워집니다. 그렇게 공부를 싫어하던 많은 학생들이 이쯤 되면 많이 묻습니다. “공부도 안하는데 학교는 왜 나와야 해요?” 가끔은 학부모님들까지 학교에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왜 공부를 가르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올해는 어떤 학부모님이 저희 부서 초짜 3학년 부장 선생님에게 말을 심하게 하여 그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3개월 이상 시험 부담이 없는 자유로운 시간이 생긴 것입니다. 3학년 초에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은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학생들은 고입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합니다.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 말입니다.

 

   문제는 기말고사가 끝난 후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약 50일간의 기간입니다. 딸애가 고3인데 들어보니 비슷한 상황인 것 같더군요. 학생들은 공부의 존재가치가 사라진 학교에 등교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내신성적 산출과 고입을 위한 면담과 원서 작성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3학년 담임교사들은 사실 매우 바쁩니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 학교는 교과 시간표에 맞추어 종전과 같이 운영됩니다. 하지만 실제 진도를 나가는 경우는 매우 드믑니다. 학생들이 어떻게든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나가려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의 경우 몇 년의 시도 끝에 기말고사 후 진도 나가기는 포기했습니다. 진도가 아니라도 공부가 될 만한 재미있고도 좋은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으실 분도 계시겠지만, 공부 냄새만 나도 학생들은 거부하며 책상 위에 엎드려 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호흡이 짧아 1차시 내에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각종 활동(주로 종이를 오리고 접고 붙여서 할 수 있는 퍼즐이나 만들기) 대여섯 개를 준비하여 사탕을 걸고 진행하다가, 이 활동이 슬슬 지겨워질 때 쯤 과학과 관련이 있으나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지식채널 거대 우주선의 비밀, 무한도전 중력체험편)을 몇 개 준비해 보여 주고, 그래도 시간이 남고 바쁠 때는 과학 관련이라 우기며(?) 영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교과 담당 교사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중학교 3학년 전환기라 부르며 학교 차원의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전전 근무교에서는 전환기 학습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 학습을 대비한다며, 교과별로 할당량을 주고 학습지(한자 외우기, 영어 단어 외우기, 수학 문제 풀이 등)를 모아서 책자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였습니다. 수업 시간에 하라는 거였는데 처음에는 조금 하는 척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책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전 근무교에서는 이것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화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학교에 오지 않는 교외체험학습을 운영합니다. 보통 놀이동산, 공연관람(영화, 뮤지컬, 난타 등), 과학관, 박물관 방문 등이 단골 프로그램입니다. 그 다음 학교에 오되 수업이 아닌 활동을 할 수 있는 교내체험학습을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외부 강사가 와서 진행하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 뮤지컬 수업 등이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할수록 수업 부담이 줄어 좋기는 하지만 섭외나 예산 등의 문제로 제한을 받기 때문에 무한정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 전 근무교에서 혜성처럼 등장하여 전환기의 모든 고민과 갈등을 날려 버린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합창대회입니다. 지금도 그 당시 합창대회를 상기하면 약간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좋은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이 합창대회는 과거의 합창대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초임 교사이던 시절 중학교 합창대회는 주로 1학년을 대상으로, 음악 선생님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행사였습니다. 주로 유명한 가곡을 선곡하고 남녀 학생들을 파트별로 나누어 화음을 넣어서 부르는 식이었습니다. 공연 때에 학생들은 보통 3단으로 이루어진 단상에 올라 지휘자의 지휘와 반주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바른 자세로 진지한 분위기로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나중에는 노래 선곡이 다양해지고 율동도 조금씩 추가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되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축제 등이 생기면서 합창대회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것이 전 근무교에서 3학년 전환기 프로그램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전환기 프로그램으로 아무리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더라도 호흡이 짧습니다. 방학 전까지 학생들을 쭉 끌고 갈 수 있는 목표가 되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는데 합창대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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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학생들을 설득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처음에 합창대회를 한다고 하면 많은 학생들이 부정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때 설득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고 동시에 유인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창대회는 반별로 참여하는데, 참여 여부를 강제가 아니라 반별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물론 저는 지금까지 불참한 반은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반별로 참여하되 반별로 참여하기 싫은 학생은 빠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제로 빠지는 학생들이 있으며, 그 학생들이 빠지는 것이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참가상(상금)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8개 학급이 있다면 18만원, 25만원, 참가상 3만원 등으로 책정하는 것입니다. 합창대회에 참가한 학급만 참가상을 지급합니다. 때로는 1등 학급은 졸업식 날 합창 공연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사기준 중 하나에 참여율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물론 잘 하면 참여율이 적은 반이 우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급 전체가 가능하면 다 같이 참여하여 함께 노래를 한다는 합창대회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다른 요건들은 가능하면 자유롭게 완화하였습니다. 노래는 가요, 팝송, 뮤지컬 노래 등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선곡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곡으로 시작하지만, 일단 발동이 걸려 학생들이 열의를 가지게 되면 2, 심지어는 3곡을 부르겠다는 학급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 때 공연의 질을 유지하고 자칫 지루해지거나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3곡을 부르는 것을 허용하되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한 학급당 6분 이내로 제한을 둡니다. 그러면 3곡은 당연히 시간이 부족하고 2곡도 다 부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여러 곡을 적절히 배치하여 어떤 노래는 1절의 일부분만 도입부로 이용하고 다른 노래를 완창하는 식으로 구조를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의상, 지휘, 반주에도 자유를 줍니다. 의상은 교복도 좋고 옷을 맞추어도 좋습니다. 지휘자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됩니다. 그리고 반주는 피아노나 키보드 연주도 가능하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MR(노래방 등에서 나오는 반주만 나오는 음악 파일)을 이용해도 됩니다. 그래서 2,3곡을 섞을 경우 첫 곡만 피아노 반주를 하여 분위기를 띄우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MR 파일을 컴퓨터로 편집하여 6분 이내로 맞추고 연습을 하게 됩니다. 화음은 넣어도 좋지만 넣지 않아도 됩니다. 일부분은 누군가 독창을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합창 대형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율동도 허용합니다. 대형 유지가 기본이기 때문에 대부분 어려운 춤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율동이 시도 됩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망설이던 학생들을 선생님이 독려하거나 일부 적극적인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며 선곡을 시작합니다. 이 때 인터넷에 합창대회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전국 각지의 학교에서 진행되었던 합창대회 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연습이 시작됩니다. 보통은 여학생들이 적극적인 경우가 많고 남학생들은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로 독려하며 대부분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들도 연습에 함께 참여하게 됩니다. 이 때 가끔 서로의 의견 차이로 갈등이 생겨 서로 다투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심하면 합창대회를 때려 치자는 말까지 나오게 되지만, 대부분은 서로 화해하고 다시 연습을 시작합니다.

   연습이 본격화 되면 합창대회는 스스로 동력을 갖고 나아가며 스스로 진화하기도 합니다. 율동은 점차 다양화되고, 남녀가 주고받는 안무를 짜기도 하고, 도입부에 프러포즈를 하는 연기를 도입하여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뮤지컬의 유명한 장면 일부를 합창대회에 올려서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학급도 본적이 있습니다. 공연 의상으로는 그냥 교복을 입기도 하지만, 수면 바지를 맞추어 입거나 연말 분위기에 맞추어 녹색 부직포를 오려서 만든 트리 모양의 상의를 몸에 두르고 별을 단 모자까지 만들어 입고 합창을 하는 반도 보았습니다. 이쯤 되면 어느 시점에선가 3학년 학생들의 학교생활의 대부분은 합창대회 준비와 연습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던 차에 학생들이 합창대회에 집중하게 되면, 수업 준비의 부담감도 덜고 무기력한 학생들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일도 줄어들게 됩니다. 나중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스스로 하는 모습에 대견함을 느끼며 함께 연습을 독려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합창대회 날은 되도록 뒤로 미루어 방학식 즈음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은 합창대회 날! 대부분의 학급이 스스로 진지하게 즐거워하며 합창대회에 참여한다면 성공입니다. 심사는 보통 담임샘들이 자기 반을 빼고 1,2등을 뽑고 그 의견 들을 모아 최종적으로 1,2등을 결정합니다. 1,2등을 하여 힘들게 준비한 것에 인정을 받으면 그 기쁨은 배가 되고 많은 학생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전 근무교에서는 5년의 기간 중 마지막 3년간 연달아 3학년 담임을 하면서 매년 합창대회를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위의 노하우들을 점차 쌓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옮기고 두 번째 해부터 올해까지 또 3년 연속 3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고, 작년에 전환기프로그램으로 합창대회를 제안하여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거부감이 많아 설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모두 열심히 하여 결과적으로는 학생, 교사 모두 만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학교 차원에서 뮤지컬 수업 강사 초빙 프로그램을 섭외하여, 올해 3학년은 전환기프로그램으로 2학기 기말고사 이후부터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 씩 뮤지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새 뮤지컬 수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이 널리 퍼지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서울의 경우 내년부터는 모든 중학교에서 1학기 이상 무조건 뮤지컬 수업을 하라는 지침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합창대회 대신 연말에 학급별 뮤지컬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뮤지컬 공연을 하기에는 수업과 연습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학급당 특정 뮤지컬의 일부만 10분 정도로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 정도 수업이 진행된 지금 뮤지컬 수업을 3학년 전환기프로그램으로 도입한 것이 잘 한 것인지 아닌지는 판단이 잘 되지 않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되지 않아서 수업의 진행 상황이 눈으로 드러나지 않고, 합창대회와는 달리 소품 담당, 스태프, 주연급, 조연급 등으로 역할이 나뉘어 집중적인 모습이 덜 보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당연히 합창대회가 어느 때나 만능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은 고3인 딸아이의 경우 중3 때 했던 합창대회를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지만, 지금 고1인 아들의 경우 중학교 때는 합창대회를 한 적이 없고 지금 고등학교에서 합창대회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반대 의견도 많고 잘 추진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합창대회는 중학교 전환기에 한 번쯤 추진해 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틀을 갖추되,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정해진 틀을 너무 고집하지 않고 자율성을 조금씩 부여하는 것이 학생들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는 이런 행사가 공부가 사라진 전환기에 학교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 다양한 교육과정 활동의 일부로 다채롭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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