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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59(2015.12.15. 발간)

 

[기획2] 마르크시즘과 비고츠키 교육학

교육과 사회변혁, 인간해방

- 맑스와 그람시를 중심으로 -

 

천보선 / 진보교육연구소 이론분과

 

 

 

교육은 인간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맑시즘에서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오히려 그보다 더 나아가 교육이 사회변혁과 인간해방의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한다. 맑스는 자라나는 노동자 세대의 육성에 자기 계급의 미래, 따라서 인류의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람시는 프롤레타리아에게 있어서 교육의 문제란 곧 해방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맑스는 비록 교육현상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전면적 인간발달교육과 노동의 결합그리고 교육의 변혁적 의의에 대해 자신의 저작에서 일관되게 언급하고 있으며 그람시는 사회변혁에서 교육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옥중수고>에서 집중적인 논의를 전개한 바 있다.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실천적 문제의식이 새로운 형태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교육을 사회변혁과 인간해방의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바라보는 맑스와 그람시의 논의를 살피고 현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1. 사회변혁과 인간해방에 결부된 맑스의 교육관

 

1) 교육과 사회변혁에 대해

맑스는 체계적인 교육론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저작 곳곳에서 교육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언급하고 있다. 우선 사회변혁과 교육과의 관계에 대한 맑스의 언급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너무도 많은 경우에 노동자는 자신의 아이들의 진정한 이해 관계나 인간의 발전을 위한 정상적인 조건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무지하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에서 좀 더 계몽된 부분은 자라나는 노동자 세대의 육성에 자기 계급의 미래, 따라서 인류의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임시중앙평의회대의원들을 위한 개별문제들에 대한 지시들)

 

소년시대부터 생산노동과 교육을 결합하는 것은 오늘날의 사회를 변혁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 중의 하나”(고타강령비판)

 

이와 같은 혁명의 효소(:공업학교, 농업학교, 직업학교, 기술교육. 이것의 목표는 종래의 분업을 철폐하는 것이다)는 자본주의적 생산형태와 그것에 상응하는 노동자의 경제적 상태와 모순된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자본론)

맑스는 소년시대부터 생산노동과 교육을 결합하는 것이 사회변혁의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노동과 교육이 결합된 직업학교들을 혁명의 효소로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교육에 노동자 계급과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라고까지 말한다.

이러한 맑스의 언급들은 맑시즘이 교육 변화의 실천적, 변혁적 의의를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일부의 생각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그 같은 오해들은 한편으로 스탈린주의하에서 교육을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격하시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의 이중적, 역동적 성격을 통일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지배의 도구로서만 이해했던 경향으로부터 빚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확인하는 바와 같이 맑스는 교육에 상당히 중요한 변혁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른바 재생산론에서 강조하듯 자본주의하에서 교육은 기본적으로 지배의 도구이며 그 성격을 변화시키고, 변혁적 의의를 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자본주의하에서 (변혁적 의의를 지닌) 교육의 변화란 과연 가능한가?” 이에 대해 맑스는 놀랍게도(?) 사회변혁 이전에 교육변화가 필요하고 가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아동들과 연소 노동자들이 현재 제도의 파괴적인 영향들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통찰을 사회적 힘으로 전화시킴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주어진 사정 아래서는 국가의 권력에 의해 시행되는 일반적 법률을 통하는 것 이외에 그렇게 할 방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률을 시행하는 가운데 노동자 계급이 정부 권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 자신들에 맞서 행사되고 있는 권력을 그들 자신들의 세력으로 바꾸게 된다. 그들은, 고립된 개인적 노력으로는 아무리 시도해도 헛되이 끝날 일을 전반적인 하나의 행위에 의해 이루게 된다.“(임시중앙평의회대의원들을 위한 개별문제들에 대한 지시들)

 

맑스는 계급지배 속에서 고통받고 왜곡된 성장을 겪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우선적으로 그 파괴적 영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변혁과 관련된 직접적 의미 이전에 아동과 청소년의 인간적 보호를 위해 교육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사정아래서는 국가의 권력에 의해 시행되는 일반적 법률을 통하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면서 사실상 변혁 이전에 (적어도 교육에 관한한) 개량을 통한 개혁을 승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개량이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힘으로 전화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토대가 필연적, 역사적으로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부르주아혁명 과정에서) 부르주아는 피티에게 부르주아 자신의 교양 요소들, 즉 부르주아 자신에게 대항하는 무기를 스스로 제공한다”(공산당선언)

 

교육변화에 대한 이러한 맑스의 견해는 일부의 이해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하 공교육은 지배의 도구로서 해방적 기능을 발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그러한 노력이 변혁적 의의를 지니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경향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토대/상부구조에 대한 경직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맑스는 처음부터 토대/상부구조 관계에 대해 상호적, 역동적 이해를 지니고 있었음을 교육에 대한 언급에서 엿볼 수 있다. 맑스는 교육이라는 상부구조가 변혁 이전에 변화됨으로써 변혁에 기여할 수 있고 또한 사회변혁을 통해 다시 더 근본적인 교육변화로 나아간다고 보았던 것이다.

 

분업의 폐기는 교통과 생산제력의 발전을 조건으로 하며, 그것들은 사유와 분업이 스스로를 질곡하게 되는 보편성으로까지 발전해야 한다. 더구나 사유는 개인의 전면적 발달이 이루어져야 폐기될 수 있다”(독일이데올로기)

 

"공산주의 의식의 대규모적인 산출 및 그 자체의 관철을 위해서도 오로지 하나의 실천적인 운동, 혁명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광범위한 인간 변혁이 필요하다는 것“(독일이데올로기)

 

“(파리코뮨의 승리로 형성된 새로운 교육제도에 대해) 모든 학교는 인민에게 무상으로 개방되었으며 동시에 국가와 교회의 모든 간섭이 배제되었다. 이것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학교교육이 허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문 자체도 계급적 선입견과 정부권력에 의해 묶여진 사슬로부터 해방된 것이다”(프랑스에서의 내전)

계급과 계급모순을 가진 낡은 시민사회의 자리에....각각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든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공동체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공산당선언)

 

공동체내에서 비로소 모든 개인은 그 소질을 모든 측면에 걸쳐 발달시키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독일이데올로기)

 

맑스는 변혁 이전, 변혁의 과정, 변혁 이후 각각의 국면 모두에서 교육 변화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맑스는 (교육변화를 통한) 전면적 발달이 사유 폐지의 조건인 동시에 (사회 변혁을 통한 진정한) 공동체에서야 비로소 전면적 발달의 수단을 갖게된다고 말한다. 일견 모순된 듯한 이 언급들은 토대/상부구조, 주체/변혁의 관계를 상호역동적으로 바라본다면 결코 모순된 것이 아니다.

 

2) 교육과 전면적 인간 발달

소외의 극복, 분업에 의한 분절적 인간 극복으로서의 맑스는 전면적 인간 발달개념을 제출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 맑스는 전면적 인간 발달사회 변혁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바라본다. 사회변혁이 인간이 전면적으로 발달한 역사적 조건을 형성한다고 보았으며 동시에 전면적으로 발달한 인간형성이 사회변혁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면적 발달의 강조는 마르크스가 사회변혁의 목적, 교육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인간해방과 최대한의 인간적 가치 실현에 궁극적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한 기본적 교육원리로 노동과 교육의 결합을 제시한다.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아동들을 위해서 생산노동과 수업, 체육을 결합시키는 공장제도에서 미래의 교육의 씨앗이 발아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생산의 증대를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 아니라 전인적 인간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자본론)

 

현재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전면적 발달 개념을 직접적 언급에 한정해 본다면 다소 협소하게 비추어질 수도 있다. 맑스는 주로 분업에 따른 분절적 인간의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전면적 발달을 이야기했다.

 

분업에 기초한 인격적 제력(제관계)을 물적 제력으로 전화시키는 작업은 그것에 대한 일반적 표상을 잊게 함으로써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이들 물적 제력을 재차 자기의 것으로 포섭하여 분업을 폐기함으로써만 가능해진다. 이것은 공동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공동체내에서 비로소 모든 개인은 그 소질을 모든 측면에 걸쳐 발달시키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독일이데올로기)

다양한 사회기능을 상호전환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면적으로 발달한 개인으로 바꿔 놓는 것이 대공업의 최대의 과제이다”(자본론)

 

'다양한 사회기능을 상호전환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간‘ ’생산의 전체계를 다룰 수 있어서 사회의 수요 또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한 생산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지장 없이 옮겨갈 수 있는 인간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당시의 비참한 노동 현실에 초점을 두면서 육체와 정신의 분리, 분업의 극복을 강조한 역사적 개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의 전면적 발달 개념은 소외와 분절성을 극복하고 가능성과 가치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으로서 인간해방을 담지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그람시의 교육론

그람시는 맑스가 직관적, 추상적으로 밝힌 교육과 사회변혁, 인간해방의 문제에 대해 좀 분석적이고 치밀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헤게모니론을 통해 토대/상부구조, 주체/변혁에 대한 상호역동적 이해와 분석을 진전시켰고, 교육 변화가 지닌 변혁적, 실천적 의의를 보다 명료화하였고, 그 스스로 상당한 비중으로 학교 개혁론을 전개하였다.

그런 점에서 맑스가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필수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것이라면 그람시는 그렇다라는 전제하에 변혁적 의의를 지닌 교육으로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라는 논의를 전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람시의 교육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맑스로부터 6~70년이 지난 이후의 시기라는 점, 세계 제1차대전 및 러시아혁명 이후 혁명과 위기가 도래했던 이탈리아라는 역사적 상황, 그리고 그 이후 다시 80년이 지났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야 그 의의와 한계, 현재적 의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1) 그람시가 바라본 교육과 사회변혁

시민사회 개념과 헤게모니론은 그람시가 바라본 교육/사회변혁의 관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 중 하나이다.

 

시민사회라는 상부구조는 근대적 전쟁에서의 참호체계와 같다. 전쟁에서는 격렬한 포격으로 적의 모든 방어체계가 파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지 외곽주변만이 파괴된 것에 불과하여, 아군 돌격병들이 나아가 공격할 때 여전히 유효한 적의 방어선에서 저지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이제는 고전적인 것으로 된 의회제도라는 지형 위에서 정상적인헤게모니의 행사는 강제와 동의의 결합으로 특징 지워진다. 이 양자는 상호간에 균형을 취하여 강제가 동의의 측면을 과도하게 앞지르는 일이 없게 한다. 실제로 강제가 다수의 동의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언제나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은 소위 여론의 장치-신문과 집회-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그래서 어떠한 상황 하에서는 이러한 장치가 인위적으로 증가되기도 하는 것이다.”

 

피치자의 동의-그러나 선거 때에 표현되는 것과 같은 추상적이고도 모호한 동의가 아니라 조직된 동의-를 얻는 통치. 국가는 동의를 지니며 또 요구한다. 그러나 국가는 또한 이 동의를 정치적, 조합적 결사체들을 수단으로 하여 교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결사체들은 지배계급의 사적인 주도하에 놓여 있는 사적인 유기체다.”

 

그람시는 상부구조의 일부로서 시민사회라는 개념을 도입. 그람시의 시민사회는 직접지배가 행해지는 정치사회와 대비되는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공간과 기관들로서 여기에는 노동조합, , 학교, 언론, 문학, 교회 등이 포함.된다.

그람시는 강제와 동의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에서의 계급지배가 시민사회에서의 헤게모니에 기초하여 행해진다고 보았다. 시민사회에서 동의를 상실할 때, 즉 더 이상 지도적이지 못하고 단지 지배적이고 강제만을 사용하게 될 때, 지배의 위기가 도래한다고 하였다.

 

지배계급이 합의를 상실하는 것, 다시 말하여 더 이상 지도적이지 못하고 단지 지배적이고 강제적인 힘만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거대한 대중이 자신의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로부터 멀어져서 이전에 믿었던 것을 이제는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는 바로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 것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이 공백 기간에 매우 다양한 병적인 징후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헤게모니는 지배계급의 전략일 뿐 아니라 변혁의 전략이 된다고 말한다. 즉 노동자 계급의 시민사회에서의 헤게모니 획득이 사회변혁의 조건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은 지배의 기초이자 변혁의 조건이 될 수 있는 상호전환적인, 매우 역동적인 개념이다. 시민사회의 역동적 헤게모니 개념을 통해 토대/상부구조, 주체/변혁의 상호규정적, 상호전환적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실천적으로 헤게모니 획득을 위한 진지전을 제기하면서 진지전과 기동전의 결합을 주장하였고, 진지전에서 교육 일반과 학교의 중요성 강조하였다.

그람시는 교육을 자본주의 지배의 주요한 방식이자 지배 극복의 주요 방도. 즉 시민사회에서의 상호 헤게모니 쟁투의 핵심 기제로 규정한다. 이 때 그람시의 교육은 유기적 지식인에 의해 행해지는 넓은 의미의 교육과 주로 학교교육을 의미하는 좁은 의미의 교육 두 차원을 모두 포함한다.

 

한편 변혁 이전과 이후의 다른 조건 속에서 교육 변화가 발휘할 수 있는 변혁적 의미와 한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었다.

 

국가를 정복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모든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완전히 변화시키자는 제안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계급의 생활방식 자체가 변화되었을 때, 즉 노동자계급이 지배계급이 되고 그들이 생산도구, 상업,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전체 노동계급의 의식은 변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 조합적 단계, 시민사회에서 헤게모니를 둘러싼 투쟁단계, 그리고 국가적 단계에 따라 특정한 지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며 이 활동은 우리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내거나 성급하게 앞서갈 수는 없다. 헤게모니를 둘러싼 투쟁단계에서는 정치학이 발전하며 국가적 단계에서는 모든 상부구조들이 국가를 해소시킬 정도까지 발전해야만 한다.” 시민사회에서 대안적 잠재력을 구축하기 위해 진보적인 사회세력들이 단절이전부터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지만, 그전에 문화적 상황은 낡은 것과 새 것의 가변적 조합이고 사회적 관계의 균형과 일치하는 문화적 관계의 잠정적인 균형일 따름이다. 문화적인 문제는 국가를 건설한 후에야 포괄적으로 제기되며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가게 된다.”

  

2) 그람시의 학교교육론

그람시는 학교를 자본주의에서 지배에 대한 동의 획득을 위한 주요한 장치 중의 하나로 파악하였으며 또한 그 극복을 위해 학교개혁이 필수적임을 역설하였다.

그람시가 새로운 교육을 위한 교육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논리성과 체계적 사고를 통해 민속적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된다는 것. 둘째, 학교가 지배계급의 일방적 의도만이 관철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모순이 대립하는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학교개혁에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론을 제출한다.

 

학교는 민속과 투쟁하였다”(옥중수고2, 47, 거름)

그러한 발견은 세계에 대한 역사적이고 변증법적인 사고의 순차적인 발전에 필요한 토대를 제공”(같은 책 48)

아동의 의식은 개별적인것이 아니라, 그 아동이 살고 있는 시민사회 부문과 아울러 그의 가정과 이웃, 동네 등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한다. 아동들 거의 대다수가 지닌 개별적인 의식은, 학교의 교육과정에 나타나 있는 것과 상이하고 적대적인 사회, 문화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같은 책 49)

 

 

* 그람시의 학교개혁론(개요)

 

0 통합학교 - 직업학교와 일발학교의 분리 반대

 

직업학교의 증가는 전통적인 사회적 차별을 영속시키는 경향을 갖는다. 그러나 차별을 전제로 내적인 다양화를 도모하는 경향으로 인해 현재는 상황이 민주적이라는 느낌을 갖게하는 것이다.”“결국 우리는 현실에서 계급분화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법적으로 고착된 신분의 분해과정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옥중수고255)

우리는 상이한 유형의 직업학교를 증가시키고 등급화하는 대신 단일 유형의 인격형성적인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직업을 선택하기 전까지 이러한 유형의 학교에 아동을 취학시켜 사고하고, 연구하고, 통치하고, 나아가 통치하는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옥중수고255)

 

0 무상교육 및 교육환경 개선 - 공적 권리로서의 교육

 

모든 사람의 차별없는 교육 새로운 세대를 교육하는 것은 더 이상 사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공공사업이 된다. 오직 그래야만이 집단이나 계급간의 차별없이 모든 사람이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옥중수고2 42)

 

0 교육 내용과 관련

- ‘시민의 권리와 의무등 새로운 세계관의 기초 교육 - ‘민속으로 불리우는 지배적, 전통적 관념 극복

- 인본주의적 교육 강조, 형식교과 의의 설정, 노동의 중요성 교육

 

0 교사의 역할과 교육방법 - 교육을 지식주입으로 바라보는 전통적 교육관과 안내자로서의 역할로 제한하는 자유주의적 교육관 모두 반대

 

 3) 유기적 지식인과 노동자 계급의 지성화

전통적 지식인과 대비되는 지식인 개념으로서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을 제기하였다. 유기적 지식인은 별도의 지식집단이 아니라 사회계급과 결합된 존재로서 집단의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집단들에 동질성을 부여하고 경제적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분야에서의 그 집단 자체의 역할에 대한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그람시는 모든 사람이 지식인이며 노동자계급의 유기적 지식인이 창출될 것을 제기한다.

 

결국 모든 사람은 그의 직업적인 활동 이외의 부분에서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지적인 활동을 한다. , 그는 철학자이며 예술가이고 멋을 아는 사람이며 세계에 대한 특수한 구성에 참여하고 도덕적 행동에 대한 의식적 방침을 견지하며, 따라서 세계에 대한 구상을 유지하거나 그것을 변용시키는 데, 즉 새로운 사고방식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지식인이지만, 모든 사람이 사회에서 지식인의 기능을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지배력을 장악하기 위해 나아가는 모든 집단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전통적 지식인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복하고 융합하기 위해 투쟁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융합과 정복은 문제의 그 집단이 유기적 지식인을 동시적으로 형성하는데 성공할수록 더욱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자계급의 유기적 지식인은 노동자 계급 속에서 생활하며 실천 속에서 노동에서 과학으로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구상으로 나아간다고 보았다.

 

단순한 연설자로서가 아니라, 건설자, 조직가, ‘영원한 설복자로서 실제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데 있다. 이제 사람들은 노동으로서의 기술로부터 과학으로서의 기술로 나아가며, 역사에 대한 인간주의적 구성으로 나아가는데....”

 

이러한 유기적 지식인 개념은 무엇보다 노동자대중을 수동적인 동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고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 유기적 지식인을 배출하는 지성화된 노동자계급이 사회변혁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음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노동자 계급의 성장은 단순히 경제적 진보라는 자연적 과정의 한 기능에 그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한 계급이 그들 고유의 자기교육에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헌신할 수 있는가 그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그람시는 노동자계급의 지성화를 주장하였다.

 

프롤레타리아는 무지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카스트적· 계급적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주의 문명은 모든 자기시민들에게 그들의 대표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사회주의 문명은 실현될 수 있다. 프롤레타리아에게 있어서 교육의 문제란 곧 해방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실천적 지식인을 강조하였고, 또한 노동계급의 지성화를 강조. 결국 노동계급의 실천적 지성화를 주장한 것이다. 그는 노동계급 전반이 지성적 실천가가 될 때 변혁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이 점에서 그람시의 논의는 모든 사람의 지성화를 지향한 비고츠키의 논의와도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실제로 둘은 동시대 인물이며 저작 시기도 거의 동일(1920년대말~30년대초)하다. 둘은 역동적인 변증법적 관점과 방법을 지니고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 초점은 다르지만 교육과 인간형성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기도 한다. 그람시가 주로 교육과 사회변혁 그리고 변혁 주체 형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비고츠키는 주체적 인간 형성에 치밀한 분석과 논의 전개하였다.)

 

 

3. 맑스와 그람시 그리고 현재

 

1) 맑스-그람시

 

* 인간해방-사회변혁-교육실천

맑시즘에서 인간해방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계급해방, 사회변혁의 문제이다. 그러나 사회변혁 이후에야 인간해방이 가능하다는 단순 도식으로만 접근한 것은 결코 아니다. 맑스는 변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으로 발달한 주체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러한 주체 형성을 위해 노동과 교육의 결합을 강조했다.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한 교육은 사회변혁 이전에는 변혁 주체 형성을 위해, 변혁 이후에는 모든 인간의 해방을 위해 지속되어야 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그람시에게 있어 새로운 역사적 주체 형성을 위한 교육은 사회변혁의 기본 전제였으며 새로운 교육실천에 대한 논의를 좀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헤게모니 개념을 통해 토대/상부구조, 주체/변혁의 역동적 관계를 해명하면서 교육 변화의 변혁적 의의를 구체화하였으며 또한 학교 개혁에 대한 전반적 방향과 원리에 대해 보다 집중적 논의를 전개하였다.

 

* 논의의 역사성 : 직업학교에 대한 상반된 견해

한편 직업학교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나타난다. 맑스는 변혁의 효소로 찬양한 반면, 그람시는 중등교육에서의 직업학교를 반대하였다.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는 맑스와 그람시가 처했던 역사적 조건의 차이로 인한 것이며 맑시즘의 분석과 규정이 역사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맑스의 시대는 학교라는 제도가 막 발생하던 시기였으며 대다수 노동자, 농민의 아동, 청소년이 교육에서 배제된 채 생산노동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맑스는 노동자 계급의 자녀에게 노동만이 아니라 교육이 행해져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맑스는 노동자 계급에게 교육이 행해지는 것 자체가 매우 변혁적인 것이고, 지배계급의 형식적 교육에 비해 노동과 결합된 교육이 철학적, 실천적으로 더욱 뛰어난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유급의 생산적 노동, 정신교육, 육체단련, 기술훈련 등을 결합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상류 및 중류계급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도록 할 것이다임시중앙평의회대의원들을 위한 개별문제들에 대한 지시들)

이와 같은 혁명의 효소(:공업학교, 농업학교, 직업학교, 기술교육. 이것의 목표는 종래의 분업을 철폐하는 것이다)는 자본주의적 생산형태와 그것에 상응하는 노동자의 경제적 상태와 모순된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자본론)

 

학교라는 새로운 기관이 막 생겨나던 시기 맑스에게는 지배계급의 학교와 피지배계급의 학교가 다른 것이었다. 직업학교는 노동만 행하고 교육에서 배제되었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발달의 새로운 조건을 확보해 나가는 피지배 계급의 역사적 학교였던 것이다. 따라서 인간해방과 변혁의 새로운 기제로서 직업학교를 찬양했던 것이다.

 

반면 그람시의 시대는 이미 학교라는 제도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 제도로 자리잡았던 시대였으며 민중에 행해지는, 그러면서도 지배와 동의의 기제로 작동하는 학교제도 전체의 변화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직업학교는 더 이상 변혁적 의의를 지닌 노동자 계급의 학교가 아니라 오히려 계급 분리와 재생산의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었으며, 그람시는 이에 대한 극복을 말한 것이다.

 

2) 오늘의 맑스와 그람시

초기자본주의 시대였던 맑스의 시대와 군사적 제국주의가 발흥하던 그람시 시대와 현대자본주의 및 교육현상, 학교는 매우 다른 양상을 지닌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주의사회로서 사회의 기본모순을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맑시즘의 기본 관점을 유지하면서 맑스, 그람시가 그랬듯이 당대의 역사적, 현재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하고 변혁의 경로와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 필요하다.

오늘날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이후 자본주의 모순이 새로운 양상으로 근본적 위기를 표출하는 한편 정보화, 고령화, 전지구적 네트워크화 등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이 펼쳐지는 상황이다. 시민사회의 영역 역시 더욱 확장, 복잡화되고 헤게모니 획득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교육변화의 변혁적 의미도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조건에서 새로운 교육실천을 통한 역사적 주체 형성에 대한 맑스와 그람시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실현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학교는 여전히 지배를 위한 계급분할과 동의 획득의 기제가 주요 측면이 되고 있고, 신자유주의 교육은 그러한 문제들을 더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새로운 교육실천의 변혁적 의의, 교육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비관주의적 생각이 횡행하고 있으며,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한 교육 실천은 사회변혁 이후에나 비로소 가능하다고 보는 단계론적 시각이 잠재적으로 퍼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과 가능성 그리고 실천전략에 대한 맑스와 그람시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해방된혹은 전면적으로 발달한’, '지성화된노동자계급, 변혁주체 없이는 사회변혁 역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육과 사회변혁의 연관에 대해 맑스와 그람시가 함의하는 바가 가장 큰 지점은 새로운 교육 실천의 불가피성과 가능성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학교는 여전히 사회적 관계의 모순이 부딪치는 공간이며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는 핵심적 과정이다. (그람시가 국가를 정복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모든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완전히 변화시키자는 제안을 할 수 없다.”고 인식한 것처럼 사회변혁 이전 공교육의 변화 수준의 제한성을 고려하면서) 교육의 변혁의 의미를 최대한 실현내 나가는 것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성인) 노동자, 민중 교육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새롭게 부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맑스의 전면적 인간 발달’, ‘노동과 교육의 결합은 자라나는 아동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으며,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은 성인 노동자, 민중과 결합하여 교육 실천을 행하는 존재이다. 그람시가 학교 문제처럼 하나의 주요 주제로 집중적인 논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교육적 기능’ ‘동의의 획득’ ‘민속의 극복과 새로운 세계관의 확대등 그람시 논의 전반과 연결된 주제의 하나가 성인교육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변혁 주체가 교육 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 없이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기에 노동자의 지성화를 강조하면서 프롤레타리아에게 있어 교육의 문제란 곧 해방의 문제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람시가 투쟁하던 시기는 비록 학교교육을 받은 노동자는 소수였지만 실천적 조직들에서 학습과 토론이 열정적으로 진행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비해 대다수가 기본교육을 받고, 정보와 내용은 넘쳐나지만 학습과 토론 문화, 체계적인 교육-학습이 매우 미약해진 오늘의 상황에서 성인교육의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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