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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담론과문화] 1. 코난의 별별이야기 - IT기술과 인간

2014.07.15 17:52

진보교육 조회 수:672

[코난의 별별이야기]

IT기술과 인간 – 하드웨어 이야기

코난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개인용 컴퓨터 붐이 불었습니다. 그 전에 컴퓨터라는 것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부피도 크고 고가였기 때문에 주로 기업이나 대학에서 메인프레임이라는 대형 컴퓨터를 특정 공간에 두고 사용자들은 단말기라는 것을 이용하여 접속해 사용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던 컴퓨터가 소형화되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된 것입니다.
  그 당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크게 성공을 거둔 회사가 요즘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사입니다. 애플사에서 만든 컴퓨터 이름이 애플 II였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청계천 근처 세운상가 같은 곳에서 소규모 업체들이 짝퉁 애플 II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온갖 II가 난무했는데 제가 쓰던 것은 맬럼 II였고 친구가 쓰던 것은 베어 II였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당시 국내 기업인 삼성, 금성, 대우 등에서도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팔았는데 호환성이 없어서인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IBM PC 호환 기종이 나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거의 평정하면서 짝퉁 애플 II나 다른 기업 제품들은 거의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IBM PC는  CPU(중앙처리장치)로 인텔사의 80x86 프로세서 시리즈를 사용했으며, 운영 체제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DOS(Windows의 전신)를 사용했습니다. 386 세대라는 말은 인텔의 803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386 컴퓨터에서 비롯되었으며, MS-DOS로 성공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이후 그래픽 운영 체제 Windows로 다시 한 번 시장을 평정하며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됩니다. 사실 그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컴퓨터는 여전히 인텔 Pentium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Windows 운영 체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휴대폰이 결합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 II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고도 IBM PC에 밀려 매킨토시라는 컴퓨터로 명맥을 유지하던 애플이 다시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몇 년 전에 죽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개발로 또다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주역은 아이폰이 아니라 삼성 등에서 만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입니다. IT 기술 분야에서 처음에 벤처 기업으로 시작하여 강자가 된 기업이 후발 기업에 밀려 고전을 하다가 다시 반격을 하고 또 다시 전혀 새로운 강자에 밀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무협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 동안의 하드웨어 변천의 역사는 눈부십니다. 제가 처음으로 구입한 짝퉁 애플 II는 컴퓨터 본체에 키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IBM PC 호환 기종을 보게 되었을 때 키보드가 본체와 떨어져 별도로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TV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모니터로 사용했는데 디지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화질이 무척 떨어지고 노이즈도 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조 기억 장치로는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했으며 당연히 마우스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 처음으로 세운상가에 가서 사온 컴퓨터 게임은 카세트 테이프에 들어 있었고, 집에서 쓰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컴퓨터와 연결한 뒤 제법 시간을 들여 게임을 로드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버를 따로 사서 장착하고 사용했으며, 하드 디스크는 AT라고 불렸던 IBM PC 호환 기종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기억이 납니다.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와의 성능 차이는 엄청납니다.

  하드웨어 성능을 견줄 때 우선 CPU에 대해 따져보아야 하겠으나,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오는 컴퓨터의 기억 용량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컴퓨터는 2진수를 기반으로 합니다. 전류가 흐르는 것을 1, 흐르지 않는 것을 0이라 정해 놓고, 0과 1의 두 상태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는 비트(Bit)라는 단위를 기반으로 정보를 기억합니다. 전류의 크기를 연속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날로그라면, 디지털은 0이나 1과 같은 불연속적 데이터를 사용함으로써 정보를 완벽하게 복사하고 재생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비트는 그 단위가 너무 작으므로 8비트를 1바이트(Byte)로 정의하고, 이 바이트라는 단위를 컴퓨터 기억 용량을 나타내는 실제 단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바이트는 8비트이므로 8자리 2진수로서 256(2의 8승)가지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어 알파벳은 26자 이므로 1바이트에 더 많은 글자를 저장할 수 있으나 숫자 10개를 비롯해 각종 특수 문자를 추가하여, 보통 영어를 사용할 경우 한 글자를 저장하는데 1바이트를 사용합니다. 한글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한 글자를 저장하는데 보통 2바이트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컴퓨터 기술 발달과 함께 문자 정보 위주의 데이터가 그림, 소리, 더 나아가 동영상(그림+소리)으로까지 확장되면서 필요한 기억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큰 기억 용량을 표현하기 위해 KB(킬로바이트), MB(메가바이트), GB(기가바이트), TB(테라바이트)라는 단위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양의 단위는 1000배씩 증가하므로 1KB = 1000B, 1MB = 1000KB, 1GB = 1000MB, 1TB = 1000GB라는 관계를 가집니다(사실 컴퓨터 내부에서는 2진수를 쓰기 때문에 1KB는 1000바이트가 아니라, 2의 10승인 1024바이트입니다). 따라서 1MB라는 용량은 한글 5십만 글자를 담을 수 있는 큰 용량입니다. 웬만한 책 2권 분량은 될 것입니다. 물론 글자만으로 이루어졌을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고해상도 사진을 찍을 경우 사진 파일 하나가 1MB의 용량을 쉽게 넘어 버립니다. 여기서 문자 데이터와 그림 데이터 간의 용량 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으며, 언어 없이 시각적 기억에 의존하던 인간이 언어를 배우고 언어로 기억을 하게 되면서 기억 기능이 양적 질적으로 큰 변화를 겪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소리의 경우 보통 음질의 MP3 음악 파일 하나가 대략 3~4MB의 용량을 차지합니다. 노래 하나가 보통 3~4분이니까 1MB면 대략 1분간의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동영상의 경우 그림 파일을 여러 장 저장하는 셈이므로 그 용량이 엄청나게 커지게 됩니다. 영화의 경우 원리적으로 1초에 24장의 사진을 이용하므로, 1분 짜리 동영상이라도 원칙적으로 1440장(60초×24장)의 사진 파일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고해상도 사진(1MB)로 이루어진 동영상의 경우 1분 분량을 저장하는데 1.4GB 정도나 되는 용량이 필요하게 되며, 이는 매우 부담스러운 용량이기 때문에 동영상은 압축 기술이 발달했습니다. 가끔 동영상 파일을 보려고 하면 ‘코텍이 어쩌구’ 하는 말이 나오는데, 코텍이란 영상이나 소리를 압축하는 기술을 말하며, 그 종류가 많아서 압축된 동영상 파일을 푸는 코텍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압축을 해서 그나마 요즘 보통 영화 파일 하나가 1.5GB 정도의 용량을 갖게 되었습니다(물론 같은 영화라도 화질에 따라 필요한 용량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현재 컴퓨터 하드 디스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동영상 데이터입니다.

  또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문자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사진을 넘어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집회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하고 인터넷 방송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카카오톡이나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문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지만, 카카오 스토리는 사진 데이터를 주로 다루며, 페이스북에 포함된 사진과 동영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사진과 동영상 기능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했으며 동영상 데이터의 생산이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다시 거꾸로 인터넷 트래픽 증가로 이어지고 속도 향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통신사 서비스가 3G에서 LTE로 변하고 또 LTE-A라는 것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통신 속도가 빠른 서비스인 것입니다. 그래야 동영상 데이터를 끊김이 없이 이용합니다. 또한 동영상도 자꾸 화질이 점점 좋아지는데, TV가 HD로 바뀌면서 가로 비율이 커지고 화질이 비약적으로 향상 되었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도 많아지고 있으며 화질과 영상 크기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때 이러한 용량 증가의 한계를 가늠해 보고자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영상의 기본 단위인 색깔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처음에 컴퓨터 모니터는 흑백이었습니다. 따라서 색을 표시하는데 1비트(흑 1, 백 0)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다가 컬러 모니터가 나오면서 16색(2의 4승), 256색(2의 8승, 8비트, 1바이트) 시기를 거칩니다. 지금은 보통 RGB모드라고 하여 빛의 삼원색인 Red, Green, Blue 색당 1바이트씩 할당하여 한 색깔을 표시하는데 3바이트(2의 24승)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나타낼 수 있는 색의 수는 2의 24승, 즉 1천6백7십7만7216 가지가 되며 이를 트루컬러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이 이상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더 많은 색을 표현하기 위해 기억 용량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해상도에도 인간 감각의 한계에 기반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아니면 과학에 기반한 기술의 한계로 용량의 증가도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한계가 어디일지는 쉽게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애플 II의 경우 기본 메모리인 RAM의 용량이 48KB였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웬만한 사진 파일 한 장도 저장하지 못하는 용량입니다. 지금은 웬만한 컴퓨터의 RAM 용량이 1GB 이상이고 하드 디스크는 1TB 이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RAM 용량으로 따지면 대략 2만배, 하드 디스크 용량으로 따지면 대략 2천만 배가 증가한 것입니다. 또한 끊임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한계에 도달하면 또 다른 한계가 끊임없이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휴대폰이 도입된 뒤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던 통신 사업이 이제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사업보다는 낫지만 이윤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 국민이 휴대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끼리 가입자 빼앗기 전쟁이 벌어진지 오래이며, 거의 모든 휴대폰이 2년을 주기로 버려지고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서울의 모든 동네마다 목 좋은 조금만 큰 도로 변에는 몇 건물 건너마다 휴대폰 매장이 들어선 지 오래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휴대폰 매장이 필요한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성장이 지겹다. 성장은 이제 그만!”이라는 외침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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