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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초점] 교육도 고용도 없는 시간제 교사

2013.12.18 16:06

진보교육 조회 수:579

*본문에 삽입된 표와 각주는 첨부 된 파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점]2

교육도 고용도 없는 시간선택제 교사


김진철 /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늘·지·오? 늘~없네!

박근혜는 “중산층 70%, 고용률 70%”를 핵심 국정 지표로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 5대 국정 목표(1.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2. 맞춤형 고용 복지, 3.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4. 안전과 통합의 사회, 5.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의 첫 번째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이고 두 번째가 맞춤형 고용•복지이다.
통계청이 예상한 2017년 15~64세 인구는 3701만7000명이다. 군 장교와 병사, 대체복무자, 교도소 수감자 90만 4000명을 뺀 3611만3000명이 고용 통계를 낼 때 들어가는 인구이다. 3611만3000명의 70%는 2527만9100명이고, 2012년 말 기준 취업자가 2289만7000명(고용률 64.5%)이다. 고용률 7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38만2100명의 취업자가 더 늘어야 한다. 결론은? 5년간 240만 개, 매년 48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증가(해마다 고용률 1% 이상)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중산층 70%) 전 박통 때처럼 현 박통도 궁휼한 백성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며 새마을 운동을 벌여서라도 고용률을 70%로 올리겠다며 등장한 구호가 바로 “일자리 늘·지·오”이다.
늘·지·오?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고용의 질을 올리겠다고라고라?
그러나! 늘~없네!
늘기는 했는데 그건 짝퉁이고, 실제로는 좋은 일자리는 없어지고, 고용의 질은 내려간다네!

일자리를 늘리려는 꼼수, 시간제 교사

범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시간제 일자리이다. 네덜란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하지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옛말처럼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것이 골로 가는 골로발 스탠다드로 변질되고 말았으니, 시간제 교사야 말로 그 본보기라 아니 할 수 없다.
먼저,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내년 신규 교사 채용 계획 인원 1만 명의 3%인 300명을 4시간씩 둘로 나누어 600명 채용하겠다는 것에서 이미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시간제 “교사”가 아니라 시간제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면 혹시나 하는 교사들도 없지 않았을 터인데. 물론 시간제 근무 제도라 해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간제 교사가 “교사”라는 점에서 우리는 먼저 “시간제”와 “교사”가 과연 병치할 수 있는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태반이 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다녔지만, 학생으로서 혹은 일부 학부모로서 다니는 학교와 교사로서 혹은 교직원으로서 다니는 학교는 서로 다르다.
일단 대한민국 “교사”가 학교에서 뭘 하는지 알아보자. 교사들이라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누군가는 교사들은 수업도 불성실하게 하면서 맨날 놀고먹는다고 생각하니 구질구질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참고로 잘 알지 못하는 남의 신성한 노동에 대해 함부로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임을 먼저 밝혀 둔다.

시간제 교사의 문제점

학교에서 교사의 업무는 크게 ① 담임 및 학생 생활지도 ② 교과 수업 ③ 행정 업무 ④ 기타 방과 후, 행사 진행, 특별 활동 지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급별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사들은 1주에 20시간, 하루에 4시간 전후 수업을 진행한다.
첫 번째로 담임 및 생활 지도 관련하여 검토하여 보자. 결론적으로 하루 4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교사는 학급 담임을 맡을 수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기본적으로 점심 급식을 하는 등 최소 하루 5시간 이상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4시간 시간제 교사가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학급 담임은 수행할 수 없다. 게다가 담임은 아이들이 하교한 뒤에도 학급 운영과 관련한 끝없는 일들, 즉 교실 환경 정비, 학생 상담, 네이스를 통한 담임 업무 처리 등등 해야할 일이 끝이 없다. 이 일들을 둘이 나누어서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복수담임제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되돌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학급 운영은 또한 동학년 담임들과 담임반 수업 교사들과의 교감도 매우 중요하다. 4시간 시간제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의 협업적 업무 처리가 가능하지 않다.
둘째, 교과 수업의 측면을 살펴보자. 하루 4시간 전후의 수업은 최소 2시간 이상의 수업/교재 연구를 필요로 한다. 요즘처럼 교과서와 분필 위주의 수업에 대한 비판이 높은 때에는 자료 제작에도 상당한 시간 소요가 필요하다. 물론 이는 근무 시간 중에 가능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수업 시간만 근무 시간으로 오해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그렇다면 뉴스 진행하는 앵커는 근무 시간이 딸랑 30분? 기상 캐스터는 3분? 그럼 김연아는? 시합에 출전하여 공연한 5분만 근무 시간? 하루도 아니고 1년 동안 고작 5분 근무? 마찬가지로 교사의 근무 시간과 수업 시간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수업은 한 시간에 끝나지만 학습은 수업 후에도 계속된다. 쉬는 시간, 혹은 점심 시간, 혹은 방과 후 학생은 필요하면 교사를 찾는다. 교사 입장에서도 수업 중 부족했던 아이 개별 지도, 수행 평가 채점, 프린트 확인 등 할 일이 많다. 4시간 시간제 교사의 실제 1일 수업 시간은 얼마로 할 것인가?
수업은 학생과의 만남이지만, 또한 교사 상호간의 협력적 관계를 요구한다. 동일 교과, 혹은 동일 학년 간에 수업 목표와 방법을 두고 교사들 간의 협의회는 필수적이다. 하다못해 주관식 채점 기준을 두고서도 교사들은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 시간제 교사는 언제 어떻게 동료 교사들과 교육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담임도 맡지 않고, 학교 교무 행정 업무도 할 수 없는 시간제 교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다른 전일제 교사의 업무 부담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별도의 수업 준비 및 피드백 과정을 밟기 힘든 시간제 교사의 상황과 더불어 전일제 교사의 노동 강도 강화는 전체적인 교육의 질 저하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것이다. 시간제 교사와 관련하여 정부와 교육부는 네덜란드를 예로 들지만, 네덜란드에 시간제 교사가 많다는 것 외에, 실제 학교에서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료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내놓을 자료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살펴 본 적이 없을 것이므로.
일자리 측면에서도 시간제 교사는 결코 “늘·지·오”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고용의 질을 올리는” 일자리가 아니다. 노동 시간에 비례하여 임금을 지급할 경우, 시간제 교원은 전일제 교원의 50~70%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초임의 경우 월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며, 40년차에도 전일제 20년 경력 교사의 절반 정도의 임금으로 월 200만 수준에 머물 것이다. 공무원은 겸직 금지 대상이므로 이 정도의 임금을 받는 시간제 교사를 양질의 일자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일부 겸직을 허용하는 경우, 말이 좋아 겸직이지 이는 곧 투잡으로서 교직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임금만이 아니라 연수, 승진, 휴가, 연금 등에서 시간 비례 원칙이 적용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8시간 전일제 근무 교원과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의 경우에 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이유로 네덜란드 사회의 사회 경제적 안전망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복지 제도가 그나마 잘 갖추어진 사회에서는 주거나 교육, 육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적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받는 임금은 절반이지만, 세금 정책 상의 우대에 따라 실제 임금 격차는 더욱 적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알다시피 유럽 국가의 상당수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그러나, 시간제 노동자의 경우 과세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 8시간 전일제의 절반 수준이므로 소득에 따른 과세율의 차이(누진세)에 따라 납부해야하는 세금은 훨씬 적고, 실제 수령액의 차이는 대폭 줄어 든다.
교육부는 시간제 교사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회피해 왔다. 교원의 지위는 헌법 31조 6항(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에 의해 법률로 정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인 ‘교원임용령’ 개정을 통해 시간제 교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또한 시간제 교사처럼 교육 체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교사, 학부모, 학생, 예비교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고, 사회 여론이나 전문가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 등도 개최하지 않았다.

정규 교사의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정답

교육과 고용 모두를 고려한다면 사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이에 필요한 “교원의 증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육환경 개선(학급당 학생수 감축, 신규 교사 채용 확대, 교원 수업시수 경감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물론 모든 공약이 파기되는 상황이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지만, 학급당 학생수를 OECD 상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교육 불가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교육 현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구체적 대안이었다.


학급당 학생수를 OECD 상위 수준(초 19.4명, 중·고 21.4명)에 맞추기 위해서는 2017년까지 초등 58,112명, 중등 27,398명, 2020년까지 고등 19,575명, 합계 105,085명의 교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교육부 계획(OECD 평균, 초 21명, 중·고 23명)에 의하더라도 2020년까지 초등 40,562명, 중등 17,678명, 고등 10,775명, 합계 69,015명의 교사를 증원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부는 시간제 교사로 좋은 일자리 300개를 없애고 질나쁜 일자리 600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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