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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교원평가

1. 교원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김태정 /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

1. 교원평가를 평가해 보자!

  교원평가가 2010년부터 4년째 전면 실시중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교원평가는 동료교원 평가와 학부모 만족도 조사(전 학년 대상), 학생 만족도 조사(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대상)로 진행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교원평가 참여율은 교원이 91.2%, 학부모가 49.6%, 학생이 80.8%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교육당국은 교원평가가 안착화 단계에 돌입하였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교원평가, 근무평정, 성과급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곧, 교원평가(특히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결과를 연수, 승진, 보수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교원에 대한 노동통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평가를 보수와 승진과 연계시키는 노동통제 전략이 단지 교원평가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로,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폭력 승진가산점제’를 들 수 있다. 만일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상적인 학교폭력예방 교육활동은 실적만들기 경쟁으로 변질될 것이고, 종국에는 학교 현장에 극심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부당국의 말처럼 교원평가는 안착화되고 있을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록 교원과 학생의 참여율이 높다고 하지만 이에 비해 학부모들의 참여도는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설령 참여한다고 해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교육적인 평가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교원평가 학부모만족도조사에 대해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2013년 11월 18일~ 29일까지 회원들과 SNS(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을 통하여 ‘2013 교원평가에 대한 학부모 참여실태 및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 전국에서 500명 남짓이 참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2. 만족도 조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

1) 강제로 실시되는 교원평가

작년 정부 통계에 근거하면 학부모 참여율이 49.6% 인데 비해 이번 설문조사에는 506명 중 196명만 참여하여, 38.74%에 불과했다.
<표1>




이는 평등학부모회가 그동안 교원평가반대 학부모 선언과 교원평가 불참 학부모 편지쓰기 등을 벌였기 때문에 설문에 참여한 회원들의 대부분이 교원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학부모 참여도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예를 들어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2012년 광주지역 교원평가 참여율은 동료교사 평가가 79.5%였으나 반면 학생 만족도 조사는 55.91%, 학부모 평가는 26.35%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 만족도 조사와 학부모 평가 참여율이 10% 미만인 곳도 있었다. [광주드림] 교원평가 실효성 있나? 2013.10.14

  이번 설문에서 흥미로운 것은 교원평가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3.25%가 ‘담임교사의 참가 독려로 마지못해’라는 항목에 답을 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평소 교원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라고 답한 것은 19.53%에 불과했다.
<표2>






  교원평가에 대한 학부모의 참여율이 저조하자 교육당국은 학교장과 교사들을 달달 볶아대고 학부모에게 청원, 읍소 심지어 협박까지 자행한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만족도조사 참여를 채근하려고 학부모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생에게 자체 벌점을 부과하거나 벌칙을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잇단 문자폭탄에 학부모들 “그 시간에 소통이나 하지” 2013.11.26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파행은 확인됐다.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에피소드가 있다면?’이라고 물은 주관식 질문에 대한 답의 상당 부분은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라’는 독촉이었다. 아래는 그 중 일부 내용이다.


-참여 저조로 기간을 늦춰가면서까지 문자질 해가며 독촉
-문자 받음. 몇 명 안했다고 전달 받음  
-세 번 정도 늦춰지면서 계속 문자가 와서 귀찮을 지경이었음
-평가받을 때까지 독촉하고 전화하고, 학급에서 아이를 면박주고....
-참여 퍼센트와 함께 독촉문자가 평가기간 내내 와서 스트레스다ㅠㅠ
-담임이름으로 참가독려(촉)성 문자가 2차례 전송되어 담임과 통화하려 했으나...이후에 '미안했다'는 사과성 쪽지를 알림장에 보내와 일단락함.
-아이가 꼭 참여해 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함. 정책상 강제로 참여해 달라고 하는 평가는 의미가 없을 듯 싶습니다.
-문자가 왔었고, 부모가 했는지 확인종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전학생은 할 수 없었다.
-교원평가를 거부한다고 의견을 전달했으나, 아이에게 평가를 계속 독촉하더군요
-문자나 전화로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자 교사자신도 반대하지만 학교측에서 하라고 하여 어쩔수없이 연락드린다는 답변을 받음!
-엄청 문자 와요. 참여율 낮다고. 그럴 시간에 학부모들과 소통하지...
-학교에서 계속 문자 옴. 할 때까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외에 문자 독촉. 알람장에 참여 여부 가부를 써야 했음. 고교는 담임독촉으로 큰애가 가통으로 나온 설문에 표시해 갔음.
-학교에서 너무 독촉하고 쉬는 시간마다 전화 와서 꼭 해야 된다고...학부모가 안하면 그 아이는 집으로 귀가를 못한다고... 아이를 볼모로, 인질로 삼는 악행을 저지른다. 학교에서 정말, 아이와 학부모한테 더 할 수 없는 폭행을 한다고 본다. 꼭 시정해주었으면 한다.  
-안 했다고 아이가 벌로 청소했어요
-참여 독촉 문자와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위하여 기간 연장
-평가를 해달라고 몇번이고 아이를 통해서 독촉을 받는다
-엄청나게 독촉 문자가 오고 아이들이 반협박성의 강요를 받음
-매일 독려 문자를 받았고 토요일. 일요일에도 문자가 와서 일상에 번거로움을 주었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참여해달라는 학교 공지가 계속됨. 마치 숙제 안한 학생이 된 느낌처럼 부담스럽다.
-학교에 갔는데 교감선생님이 반강제로 하라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한 사람, 안한 사람 명단을 조사했다. 비밀보장이 안됨. 계속 독촉. 안하면 마치 학교가 불이익이 있는 것처럼 홍보함  
-독촉! 하루에 2번이상 스펨처럼 문자가 전송되어옴.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너무 스트레스였음. 교원평가가 끝나는 날만을 기다렸는데 2주 연장한다고 학교측으로 부터 문자 받았을 때 날벼락이 따로 없었음. 거기다 담임은 평가율이 낮으면 학교가 받을 예산이 줄어든다면서 징징거림.


  그동안 정부는 ‘교원평가는 교육주체가 소통을 이끄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교육부 ‘2013교원능력개발평가PT자료’
그러나 위 주관식 답안에 어느 학부모가 적은 것처럼 교원평가는 소통은 커녕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할 수 없는 폭행’ 그 자체이다.
  알다시피 소통은 상호적인 것이다. 그것은 한쪽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일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교원평가 특히 학부모만족도 조사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학부모들은 평가에 참여할 것을 강요받고 있으며, 심지어 협박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이미 교육적 의미를 상실한 국가권력의 폭력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교사들과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도 위계적인 학교문화(관료적 조직문화)속에서 강제로 쥐어짠 결과에 불과하다. 곧, 학교공간에 직접 매어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의 압박에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학교로부터 떨어져 있는 학부모들은 낮은 참여율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 문제는 그 낮은 참여율도 실은 위와 같은 강권적인 방식으로 얻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 교사에 대해 잘 몰라도 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에 참여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교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매년 교원평가를 치를 때마다 늘 불거진 불만으로,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신문] 학부모 “교원능력평가, 뭘 알아야…” 2013.11.12
이번 설문조사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먼저 ‘교원평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무려 56.02%가 교사에 대해 잘 모르겠다 (정보를 얻기 어렵다)라고 답한 것이다.
<표3>


  학부모들이 교사를 잘 모르는데도 평가를 강요받고 어쩔 수 없이 응답한다면 과연 그 평가가 객관성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교원평가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경우도 교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에 대한 정보는 주로 어떻게 얻는가요?’라는 질문에 무려 55.36%가  자녀들의 의견을 물어봤고,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참관하고 면담을 요청하는 등 종합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경우는 13.69%에 그쳤다. 21.43%는 아예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표4>

  교사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없는데도 평가를 해야 하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부담감을 느낄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다음은 그 답변들이다.


-설문에 참여하려 해도 교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평가 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너희 선생님 어떠시냐고..
-아이는 영화 보여주고 잘생긴 선생님께 좋은 선생님이라고 하죠. 선생님과 관계가 좋은데 아무래도 그런점은 칭찬하지 않더군요. 그것만 봐도 얼마나 객관적이지 못한가...생각한적이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을 입학때 한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뭘 안다고 평가를 하라는건지? 선생님께서 본인을 평가해 달라는 문자를 여러번 보내오셨는데 민망하고 죄송하고 학부모로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꼭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면 성역을 불문하고 교육감 교장 교감 선생님 모두 구분하지 말고 민원이 발생한 분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민원이 자주 발생하면 교육감이라도 감봉과 근신등의 조치를 했으면 합니다
-자연스럽지 못하니 애매한 풍문이 도는데 진위 여부를 가릴 수가 없었다.
-학부모가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으며 비밀보장이 안 되는것 같네요
-아이도 잘 모르는 선생님에 대한 평가는 너무 우습다
-선생과 학교 실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학교측의 독촉으로 평가를 한다. 과연 의미가 있을까?
-선생님들의 전반적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평가를 하려니 어렵고 그러자니 대충 좋은 점수 쪽으로 평가를 하게 됩니다
-담임에 대해서나 겨우 말할까. 그외의 선생님에 대한 어떤 내용도 들을 수 없었다. 물어보면 (아이가) ‘내가 어떻게 알아’ 하면서 화를 낸다.
-자녀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하게 되어 교사의 사적인 영역까지 이야기하게 돼서 기분이 좋지 않았음
-교장.담임 등에 대한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하여 평가를 해야 돼서 마지못해 하면서도 이게 뭐야 하는 의문이 든다. 학부모와 평소소통이 없는 상황에서 평가를 하라니! 내용을 보니 황당했으며 답할 수 있는 부분이 몇개 없었다
-아이에게 교사의 수업도 들어본 적 없고 함께 생활하지도 않는데 학부모가 평가하는 것 옳지 않아서 평가 안하겠다 설명하니 바로 동의함.


  평가의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학부모가 ‘NEIS 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직접 설문을 작성하는 구조다. 그러나 질문 문항을 보면 도저히 평가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다. 예를 들어 교과담당 선생님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지도에 임한다고 생각하는지, 교과와 관련해 자녀의 진로나 직업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고 있다. 그러나 먹고 살기 바쁜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학교에 방문하여 교사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답변은 무의미할 뿐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 교사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위해 실시하는 이른바 ‘공개수업’의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적어도 한 나절 일정을 따로 떼내어 공개 수업에 참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초 조사를 할 때는 수업 참관을 하겠다는 학부모가 반별로 서너 명씩은 되지만 막상 당일이 되면 아예 한 명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결국 학부모만족도조사는 아는 학부모로부터 전해 듣는 말에 의존하는 '귀동냥'이나 정체 없이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귀동냥·소문 평가'로 교원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리 만무하지요.” [오마이뉴스] 실효성 없는 교원평가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2013.09.30


3) 교원평가는 실효성이 있을까?

  정부가 교원평가를 강행해온 가장 큰 명분은 부적격 교사 문제해결, 교원의 전문성 향상, 그리고 이를 통한 학생의 성적향상 등이다. 그런데 과연 학부모들은 교원평가를 통해 이러한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우선, 부적격교사 문제해결에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22.81%가 ‘효과가 없다’고 응답했고, 49.60% 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응답했다. 72%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다음으로,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21.37%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으며, 51.45%가 ‘전혀 효과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73%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19.15%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고, ‘전혀 없다’고 답변한 경우는 61.01%에 달했다.

<표5>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의 교원평가는 그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부적격교사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안 되고, 교원의 전문성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하며, 학생들의 성적 향상과도 무관한 교원평가! 한 마디로 교원평가는 일제고사와 더불어 대표적인 대국민 사기극[詐欺劇]이다.

4) 교원평가는 존속해야 하는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교원평가를 전면 확대를 선언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른바 개혁적인 언론들이 교원평가의 도입에 찬성했던 것이 한 몫 했다. 이들은 교원평가에 학부모들의 상당수가 동의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겨레] 2009년 11월 10일자 사설에서는 “교원평가는 학부모의 70~80%가 찬성하는 사안이다. 최근 들어, 평가에 미온적이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까지 무조건 수용으로 자세를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가 평가 논의에 대한 참여를 거부한다면 전교조에는 ‘교사이기주의 집단’이란 씻을 수 없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며 거의 협박조로 교원평가 수용을 다그쳤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전교조의 태도였다. 즉, 전교조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원평가를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다. [경향신문] 2009년 11월 19일자에 따르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이종걸 위원장(민주당)이 교원평가제의 법제화를 위해 제안한 논의 구조인 6자 협의체에 들어가기로 결정하였으며, “협의체에 들어가서 무조건 전교조의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겠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를 어떤 식으로 평가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되었다.

  현재 교원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참여는 91.2%로 거의 모든 교원들이 동료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온정주의적 동료평가로 의미가 없다’며 자위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잘못된 제도라고 말하면서도 그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당시 교원평가 수용 불가피론을 폈던 사람들의 주된 논거는 교원평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며, 때문에 교육운동진영은 그들의 욕망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교원평가 비판과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 2009.11.30 자료집 중 진보신당 교육정책담당 정책위원의 토론문을 들 수 있다. “교원평가 저지투쟁이 어려운 이유는?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학교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욕망에 대답해야 합니다. 이때는 교원이나 교사-학생 간의 미시적인 부분에 대한 대답이 먼저입니다.”
  교원평가 전면 실시 4년째로 접어든 지금, 우리는 다시금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정말 교원평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또 우리는 교원평가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답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금번 설문에서 교원평가가 계속 필요한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4년전 교원평가 수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던 이들의 논거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계속 실행해야 한다는 답변은 15.26%에 그친 반면, 중단돼야 한다는 답변이 무려 84.74% 에 달했다.  
<표 6>




3. 교원평가의 대안은?

  교원평가에 대해 학부모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인데도 국가권력은 교사들을 동원하여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 도입 초기부터 교원평가는 부적격 교사문제 해결도 못하고, 교사의 전문성도 향상시키지 못하고, 그저 교원통제 정책일 뿐이라는 교육운동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행되고 있다. 동시에 국가권력 그리고 신자유주의 논리에 포섭되거나 투항하는 자들은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라’고 줄곧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이번 설문조사에서 우리는 학부모들에게 교원평가의 대안에 대해 주관식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평가가 아닌 진단활동...한 예로 아이들에게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의견조사 정도... 평가가 아닌 교사간 협력과 수업 개발을 위한 공개수업은 필요
-가르침 자체가, 배움 자체가 소통을 빼놓으면 안 되는 거지요...소통 강화의 목적이 배움과 가르침의 진솔함과 적극 참여에 있다면 각자가 진솔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장의 마련을 위해 어색하고 부자연스런 제도(평가제) 좀 치워주심이 진정한 소통을 위한 벽 허물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잡무를 덜어줘 학생과의 소통의 시간을 더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음 /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음 / 학교라는 벽을 깨줬으면 좋겠음
-학부모, 학생 상담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필요
-회의 상담 메모의견 나눔
-공교육 강화. 제도적 뒷받침. 교원평가 폐지! 대입 위주의 교육의 틀에 벗어나 교육 주체가 소통하며 함께 배우며 참여하는 프로그램 도입
-학교의 민주적 의사소통구조를 살려내야 한다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학생회 학부모회,교사회의의 운영과 상호 협력적 관계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과 부모 선생님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 각 주체들의 회의에 법적 지위 부여
-반별 모임이나 학년별 모임으로 교육과정에 관한 협의나 아이들의 분위기 등을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들이 함께 의논하고 해결하는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정기적인 간담회 형식의 만남
-회사에서 학교방문 휴가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줘야 한다.
-개인 상담과 오픈 수업과 간담회의 활성화와 더불어, 징계를 받아야할 교사들까지도 너무 보호가 되어있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학부모 교사 간담회 개최, 학생 교사 대화와 소통구조 체계화 및 근무 시간 내 보장
-학교 자치기구의 법제화를 통해 부모-학생의 실질적인 참여권이 보장돼야...
-학생, 교사, 학부모의견 수렴을 위한 상설 소통기구 마련, 실제적인 학생회 조직 운영
-교무회의에 학부모가 들어가야 한다.
-이메일을 통한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을 걱정해서 솔직한 교원평가를 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익명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소통과 거리가 먼 이런 의무감으로 하는 교원평가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관계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차라리 1년에 교사-학부모와 직접 만나서 면담하는 기회를 연 2회 가져야 한다는 등 규정을 주는 것이 교사-학부모-학생관의 관계를 이해하고 개선하는 실질적인 제도라고 봅니다.
-분기나 학기별로 함께 하는 놀이나 대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공개수업 하는 것처럼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공개수업은 없어져야 하고.
-가끔씩 상담전화를 한다
-학교행정에 일반 학부모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통로 마련
-메일이나 편지 보내기 혹은 주기적인 상담등 여러가지 적극적인 소통 다양화가 필요한 것 같다.
-학부모들의 모임을 통해 학교방침이나 계획 등을 선생님 단체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신뢰관계 조성, 교사 학부모의 소통 테이블 마련
-학생자치, 동아리활동 강화, 수업시간 축소, 기간제교사 폐지 또는 최소화, 작은학교 만들기, 학운위 학생대표 참여, 학운위 회의공개 등등
-학교운영위원회의 실질적 운영, 학운위 아래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 신설 및 법제화, 교장의 1인 독재 구조 해소.
-학부모와 교사간 정기적 간담회 개최. 학교안 문제 공유, 청소년 현실 이해 등.
-말로만 학교는 이렇게 얘기한다 교사(학교)- 학부모- 학생 3자가 대등하게 참여했을 때 올바른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른 것 같다. 학교는 학부모를 대등한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3자가 대등하다, 평등하다는 인식이 없으니 학내에서 어떠한 행사나 소통의 장이 있어도 그것은 형식일 뿐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각 학교 학부모회 조직을 학교가 동반자조직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의식전환부터 필요하다고 본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서 교사가 학생들을 주의깊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사가 학부모와 소통해야 한다.
-운영위원회가 아닌 자율적으로 참여를 보장하는 상설적 소통기구가 학교에 설치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위에서 살폈듯이 결국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교사들을 고깃덩어리처럼 등급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과 날마다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이 이뤄지려면 학급당 인원수가 줄어야 하고, 교사들이 과도한 행정업무로부터 풀려나야 할뿐 아니라, 학부모가 학교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게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한 것이 대부분이다. 학부모가 근무시간에 학교에 방문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교원평가가 아니라, 교사와의 소통과 교육적인 진단활동이 가능한 학교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근본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교원평가의 대안은 교원평가를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것일 수 없다. 잘못된 제도, 악법의 대안 마련은 악법을 깨뜨리는 것이 첫 출발이다. 지금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것은 교원 평가가 아니라 위계적인 학교문화를 바꿔내는 것이고 그에 근거한 일상적인 소통이다. 입시경쟁교육을 혁파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연대하는 것이 그 첩경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열공] 『어린이의 상상과 창조』(서울, 살림터) file 진보교육 2013.12.18 643
22 [열공] '병맛'들의 건투를 바라며 진보교육 2013.12.18 866
21 [사례보고] 사회적 맥락에서 음악을 읽는 즐거움 file 진보교육 2013.12.18 446
20 [맞짱칼럼] 시간제 교사 도입 중단해야 file 진보교육 2013.12.18 617
19 [현장에서] "유치원 교사는 애들이랑 맨날 놀잖아!" file 진보교육 2013.12.18 795
18 [현장에서] "떤땡님! 엄마 보고 싶어요!" file 진보교육 2013.12.18 608
17 [현장에서] "괜히 왔다 그러나 쫌 행복하다" - 혁신학교에서 젼교조 교사로 산다는 것 진보교육 2013.12.18 965
16 [현장에서] 달콤쌉싸름한 2013 서울지부 전임기 진보교육 2013.12.18 668
15 [현장에서] "철들고 싶지 않습니다" file 진보교육 2013.12.18 939
14 [담론과 문화] 눈동자의 사랑과 정치 - 도적교과서의 이웃 사랑 file 진보교육 2013.12.18 832
13 [담론과 문화] 타라의 문화비평 - 아이들의 놀이 문화 보고서 file 진보교육 2013.12.18 1237
12 [담론과 문화] 코난의 별별이야기 - 올해도 떠나보냈습니다. file 진보교육 2013.12.18 999
11 [만평] 뻥이야 file 진보교육 2013.12.18 468
10 [초점] 교육도 고용도 없는 시간제 교사 file 진보교육 2013.12.18 643
9 [초점] 2013 한국의 역사교육과 역사교육운동 file 진보교육 2013.12.18 634
8 [기획2] 교원평가 - 교원평가 담론지형 변화와 새로운 대응 방향 file 진보교육 2013.12.18 698
» [기획2] 교원평가 - 교원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진보교육 2013.12.18 937
6 [기획1] 비고츠키 교육학 - 청소년 발달론과 중등 교과교육과정 file 진보교육 2013.12.18 1059
5 [진보칼럼] 방어하는 싸움만으로는 안 된다 file 진보교육 2013.12.18 504
4 [특집] 반전의 상승 기류를 타자! -탄압대응의 한 고비를 넘어 file 진보교육 2013.12.18 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