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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교조 운동의 재도약

반전의 상승 기류를 타자! -  탄압대응의 한 고비를 넘어  

                            
  이 현 / 전교조 정책실장

  전교조 운동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노동운동, 교육운동, 시민운동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과 수구 보수세력의 전교조 공격도 매우 복잡하고 다중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공공적 사회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생산 그 자체보다 재생산의 영역이 중요해진다. 생산을 위한 직접적인 노동보다 거대해진 생산체계를 뒷받침할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 네트워크, 곧 교통과 통신, 에너지와 환경, 노동력 양성(교육)과 유지(보건), 연구와 정보 수집 등 행정과 사회적 관계의 재생산의 영역이 커진다. 이들 업무는 대부분 국가기구나 준국가기구들에 의해 수행된다. 따라서 초기 산업사회와 달리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공공부문이 비대해지고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이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은 자본의 이윤추구 영역을 넓히려는 이유도 있지만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려는 속셈도 담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 등의 경제적 요구 말고도 사회공공성 강화와 민영화 반대의 요구를 동시에 지닐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후기 산업사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대한 통제는 총노동의 관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공운수노조에 대한 정권의 집요한 공격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공공부문의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노동정책은 총노동에 대한 시그널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노조나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개별노조에 대한 공격으로만 제한해서 볼 수 없다.

  그런데 교육부문은 일반 공공부문과 다른 특수성을 띤다. 교육은 대부분의 공공부문처럼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구실을 맡고 있고 특히 지배이데올로기의 주입과 재생산이라는 역할을 고유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 흔히 생각하듯 지배이데올로기의 주입과 재생산은 교육내용과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의 조직 원리와 운영 방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을 통해 경쟁과 서열화, 규율과 복종을 체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시장적 경쟁과 차별적 보상 그리고 국가와 회사(자본)이라는 거대 기계에 대한 복종을 중심 원리로 삼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 순응적인 주체를 길러내는 데 핵심적 관건이다. 학교는 첨예한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고, 지배이데올로기의 일방적 주입과 재생산의 역할을 거부하는 교사들의 존재는 지배세력에게는 중대한 문제로 다가선다. 전교조에 대한 역대 정권과 보수세력들의 집요한 공격은 교육부문의 성격에 대한 이런 판단이 명시적이든 본능적이든 작동하고 있다.

  전교조의 역사는 한국의 민주화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전교조의 탄생 자체가 87년 민주화 대투쟁의 산물이며, 전교조의 활동은 일반 노조와 달리 시민사회 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2009년 시국선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교조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전선에서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기 위한 전교조 탄압에 대하여 800여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전교조 지키기에 나선 것은 대다수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전교조 탄압을 노동운동 탄압을 넘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공격은 다목적의 포석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전공노와 전교조에 대한 공격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짓눌러서 총노동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다. 또한 전교조를 약화시켜 지배이데올로기를 안정적으로 재생산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뉴라이트 교과서 도입 등을 통해 극우적인 정치이념을 퍼뜨려 교육 장악력을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전교조 공격을 통해 반박근혜 전선을 흩어놓고 시민사회의 결집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약한 고리가 뒤바뀌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해고자 문제를 고리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 공세를 펼쳤다. 그들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법적 외피를 쓴 규약시정 명령과 법외노조 통보가 전교조의 약한 고리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전교조의 능동적 대응으로 상황은 뒤집혔다. 여러 국제기구의 긴급개입, 국가인권위의 권고, 노동시민사회의 연대, 대법원 판례와 다른 노조의 사례 등을 통해 전교조 탄압 공세가 매우 무리한 공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전교조의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반격과 사법부의 집행정지 인용으로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공격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오히려 공세의 근거였던 법적 근거가 취약하거나 위헌 위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폭로되었고, 노동탄압국가라는 국제적 오명만 뒤집어쓰게 되었다. 전교조의 약한 고리가 정권의 약한 고리로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직 강화와 조직 확대의 계기

  박근혜 정권의 공격은 전교조 내부와 교사 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흐름을 촉발시켰다. 전교조 탄압을 총투표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들은 전교조의 존재 의미와 조합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숙고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특히 치열한 토론과 투표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생명인 자주성과 연대의식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새김으로써 조합원의 정체성이 강화되고 전교조 소속의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전교조의 위기 상황은 비조합원 교사들에게도 전교조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할 계기를 제공했다. 또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에 대한 몰상식하고 무모한 탄압이 수많은 교사들에게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전교조에 대한 지지 심리를 북돋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은 조합원들에게 불안감과 심리적 위축을 가져다준 측면도 있지만, 조합원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연대의식을 높여 현장을 활성화할 기회를 베푼 측면이 더 우세하다. 또한 전교조에 우호적인 비조합원들이 전교조에 가입할 동기를 부추겨서 조직 확대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인 심리적 조건이 곧바로 조직 강화나 조직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회장과 지회집행부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지회가 많고, 분회 활성화와 조합원 확대의 적극적인 실천에 나설 분회가 많지 않다. 조직강화와 확대를 위한 유리한 지형이 우리의 지속적 실천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전교조 탄압과 이에 대한 대응 투쟁이라는 단기적 정세에 의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호적인 심리적 조건을 현장활성화와 조직 확대로 옮겨 놓을 일련의 실천 과정이 긴요하다.
  우선 전교조탄압 대응과정에서 높아진 분위기를 조합원 간의 소통을 북돋고 정보를 공유하고 조합원의 참여를 넓힐, 조직 운영방식의 꾸준한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학교혁신(교육과정 혁신)과 새로운 가치 교육의 활성화

  학교혁신과 새로운 가치교육의 활성화는 현장 활성화와 조직 확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상적 실천활동이자, 지배세력의 교육장악 음모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이다.
  전교조 결성을 전후한 제1기 참교육 운동은 정치적 민주화 투쟁과 형식적 민주주의의 제도화 국면에 조응하는 운동이었다.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으로 표상되는 교육이념과 학교관료의 전횡에 저항하는 학교민주화 투쟁이 1기 참교육운동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민주화 투쟁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후기 산업사회의 모순들이 깊어지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기존의 민족-민주의 과제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모순이 중첩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참교육 이념은 시대적 정합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학교민주화 투쟁은 교사들의 자율성의 보장과 학교자치의 진전으로 귀결되기보다는 교육주체들의 형식적 참여를 보장하는 몇몇 제도의 도입과 학교장의 학교운영 방식의 유연성이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인 변화는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분회 주도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몇 년 전부터 학민투가 학교혁신운동으로 옮아가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학교혁신운동의 가장 선진적인 실험은 물론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혁신운동은 기존의 학민투처럼 학교장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에 제동을 거는 것을 넘어서 학교를 재구조화하는 운동이다. 행정 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학교 체제를 바꾸고, 교육주체 간의 협력적 관계를 넓히고, 학교자치를 활성화하고 수업 혁신과 교육과정의 재구성에 나서는 등 학교혁신운동의 과제와 분야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혁신학교가 전교조 조합원의 역량 집중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학교혁신을 위한 일반적 주체역량은 매우 허약한 상태이다. 또한 학교혁신의 보편적인 상이나 경로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도 않다. 더욱이 학교혁신을 뒷받침할 교육이념이나 교육이론에 대한 연구수준도 아직은 낮다.
  결국 전교조가 앞으로 몇 년 동안 학교혁신운동을 얼마나 깊고 넓게 밀고 나가느냐에 따라 현장이 얼마나 활성화될지, 학교 안에서 전교조의 주도성이 얼마나 커질지가 결정된다.  우리는 전교조 탄압대응 투쟁으로 활성화된 주체 동력을 학교혁신운동으로 이어갈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학교혁신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 새로운 가치교육이다. 이는 교육내용을 재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의 일상적 경험의 질을 바꿔내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떠안은 문제를 해결해낼 보편적 가치를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더 힘써 교육실천에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생태, 평화, 평등, 연대 등의 시대적 가치가 그저 당위적인 이념에 머물지 않고 낱낱의 수업은 물론 교육과정에 녹아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 최근에 초등에서는 총체적인 교육과정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에 중등은 교과운동이 약화되거나 개별화되면서 오히려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실천 활동이 가라앉아 있다.
  수구보수세력의 교육장악 음모에 대한 가장 투철한 저항은 새로운 가치 교육을 교육과정으로 구체화하는 것(수업 뿐만 아니라, 학급활동이나 학교생활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하고 새로운 사회적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참교육 운동의 본령임을 다시 되새긴다.

             반박근혜 전선의 강화와 노동운동 연대 확대

  전교조 탄압대응 투쟁의 과정은 노동운동에 있어서 연대가 얼마나 소중하고 강력한 힘을 갖는지를 보여줬다. 해고자와의 분리를 단호하게 퇴짜놓고 해고자와 연대할 것을 선택한 조합원들의 결정 자체가 정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고, 우리 사회에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였다. 이명박 정권 이후 각개격파 당하던 진보운동과 노동운동이 어떻게 반격을 퍼부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모범이었다. 연대와 원칙을 견결하게 고수하는 것이 주체 역량을 결집할 강력한 무기이고 사회적 연대를 모아낼 유력한 수단임을 보여줬다.
  전교조 탄압을 둘러싼 공방은 이제 1라운드를 마쳤다.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공격은 앞으로도 집요하게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의 공격에 맞설 교두보를 얻었고, 박근혜 정권의 공안정치에 파열구를 내는 데에 얼마쯤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전교조 탄압에 대한 대응 투쟁과 공방에서 전교조가 노동조합의 원칙과 연대의 정신을 꾸준히 지켜나갈 때, 전교조 탄압대응 투쟁은 단순히 전교조 지키기에 그치지 않고 반박근혜 전선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수세적 방어를 넘어 공세적 투쟁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러려면 총노동과의 연대, 특히 공공부문 및 교육부문 노동자들과 연대 강화가 전략적 과제로 몹시 소중해진다.  교육소산별과 공공대산별의 중장기적 전망 아래, 연대투쟁의 기운을 높여나가야 한다.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 시간제 일자리 저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민영화 저지 투쟁 등 현안 과제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대를 넓혀 나가야 한다.
  또 뉴라이트 교과서 폐기 투쟁, 교육복지공약 파기에 대한 대응 투쟁, 특권학교 폐지와 일반학교 살리기운동 등으로 전교조 운동의 폭을 넓혀 시민사회와의 연대도 다져야 한다. 내년에 예정돼 있는 지방자치선거는 정치적 지형과 사회적인 역관계를 바꿔낼 중요한 계기다. 이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나가며

  그동안 정권의 공격에 대한 수세적 방어에 허덕였던 전교조는 최근의 탄압대응 투쟁과정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의 침체 국면을 넘어 조직이 활성화될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패배감에 젖어있던 민주진보 진영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는 우리의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의 산물이기보다는 우발적 정세에서의 단기적 대응에 의한 성과라는 성격이 강하다.  
  전교조는 정권의 일방적인 꽃놀이패로 간주된 전교조 법외노조 공세에 대해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쓰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아직 1막을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또한 전교조의 대응 과정이 반전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반전의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2014년 전교조가 2013년의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 전교조는 장기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국면을 열어젖힐 수 있다. 그리고 1989년의 전교조가 그랬듯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진보운동의 전진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도 있다. 더 굳건한 결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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