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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기획] 1-2. 비고츠키 청소년발달론

2013.07.19 04:58

진보교육 조회 수:1017

* 글 안에 삽입된 표와 그림은 첨부된 원고파일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비고츠키 청소년발달론

손지희 (상신중,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비고츠키 청소년발달론 이 글은 6월8일, 교육문화연구공동학술대회 주제 발표 원고 중 청소년 발달에 대한 부분이다. 이 글에서 소개되는 비고츠키의 청소년 발달론은 그 일부일 뿐이다. 영문판 비고츠키 선집 5권은 청소년 발달을 주제로 한 비고츠키의 글들이 실려 있다. 과도적 시기(청소년기)의 흥미 발달, 개념적 사고 형성, 고등정신기능의 발달, 상상과 창조, 총체적 인격 발달이 각 글의 주제를 이룬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진보교육 회보를 통해 비고츠키의 청소년 발달론을 소개할 계획이다. 지면의 한계로 이번 호에는 '근접발달영역'에 대한 논의를 싣지 못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비고츠키 청소년발달론 이 글은 6월8일, 교육문화연구공동학술대회 주제 발표 원고 중 청소년 발달에 대한 부분이다. 이 글에서 소개되는 비고츠키의 청소년 발달론은 그 일부일 뿐이다. 영문판 비고츠키 선집 5권은 청소년 발달을 주제로 한 비고츠키의 글들이 실려 있다. 과도적 시기(청소년기)의 흥미 발달, 개념적 사고 형성, 고등정신기능의 발달, 상상과 창조, 총체적 인격 발달이 각 글의 주제를 이룬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진보교육 회보를 통해 비고츠키의 청소년 발달론을 소개할 계획이다. 지면의 한계로 이번 호에는 '근접발달영역'에 대한 논의를 싣지 못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손지희 (상신중,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러시아 혁명기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문화역사적 인간발달이론"의 창시자로서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하여 인간의식의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그는 보편적 인간발달의 일반 법칙을 문화적 발달의 발생 법칙이라는 형태로 정식화하였으며 논리적 기억, 자발적 주의, 개념적 사고, 상상과 창조, 자유의지, 심미적 정서 등의 “고등정신기능”을 인간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개념으로 확립하였다.
지금까지 비고츠키는 아동의 인지발달과 기호 연구에 두각을 나타낸 심리학자로 주로 소개되어 왔지만 비고츠키는 청소년 시기 발달 연구에도 많은 열정을 기울였으며 남긴 저술 또한 적지 않다. 청소년 발달을 특화하여 집중적으로 다룬 저서를 남겼음은 물론 [생각과 말]의 핵심이라고 비고츠키 밝힌 개념발달에 대한 연구(5장과 6장) 역시 청소년기에 상당히 주목하였다. 당대에 연구되고 있었던 청소년기의  개념적 사고의 형성 과정을 인과 역동적으로 밝히기 위해 비고츠키는 '발생적 방법'을 따랐다. 개념발달의 발생적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간 비고츠키는 개념발달의 발생적 근원은 유아기에 나타나지만 낱말을 사용하게 된 어린이가 개념적 사고로 직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념으로서 낱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됨을 아동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연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실험과 관찰을 통해 밝혀냈다. 이를 통해 비고츠키가 중대한 발생적 결론이라고 언급한 바는 바로 개념에 도달하는 시기는 과도적 시기 즉 청소년기 초기라는 점이며 이를 누차에 걸쳐 강조한다.
비고츠키는 겉보기에는 그저 감정적으로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는 듯 보이기만 하는 청소년들의 내부에서는 정서적 변화와 더불어 엄청난 ‘지적 혁명'이 진행된다고 역설하였다. 그것을 혁명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마치 사회혁명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짧지만 격렬한 '위기'의 시기를 경유하면서 청소년의 고등정신기능의 구조 자체가 총체적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지적 혁명을 이끄는 것은 다름 아닌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개념발달"이다. 개념적 사고를 중심으로 지각, 주의, 기억 등의 정신기능에서 질적 변혁이 일어난다. 청소년들은 낱말의 상징 기능을 습득하고 낱말을 개념으로 사용함으로써 범주적 지각, 논리적 기억, 능동적이고 의지적인 주의를 획득하게 된다.




1. 비고츠키의 발달시기 구분과 "13세의 위기"

1) 발달에서 위기의 시기와 신형성

비고츠키는 "연령의 문제"(1934)에서 유물론적 변증법의 관점에서 발달을 보고자 할 경우 발달의 시기와 단계를 단순히 결정할 수 없으며 시기 구분만이 아니라 발달의 다음 시기로 나아가는 이행의 역동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행의 역동을 이해하는 주요 개념으로서 발달에서의 '위기'의 의미를 재정립하였다.
비고츠키가 발달의 시기 구분과 위기적 시기에 대해 언급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단일한 기준이든 그 이상이든 아동발달의 구체적 시기를 결정할 수 없으며 인격(personality)과 활동의 새로운 구조형태를 이해해야만 하며 그것은 어떤 연령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심리적 변화, 발달주체가 환경과 맺는 관계, 그의 내적, 외적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2) 발달의 시기를 구분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연령의 역동, 연령 간의 이행의 역동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블론스키는 급작스럽고 위기적인 변화의 시기와 점진적, 미시적 변화 시기로 구분하였다. (혁명적 변화의 시기와 안정적 시기)
3)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주로 발달의 안정적 시기에 주목해왔다. 위기적 시기는 발달의 정상적 경로를 이탈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병리’로 간주된다. 위기적 시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연구자들은 없지만 위기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실현한 부르주아 연구자들은 없었다. 우리의 연구는 위기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아동발달의 일반적 패턴 속에 포함시키는 첫 번째 시도이다. 가장 초기 아동 발달시기에도 위기는 등장한다. 짧지만 강렬한, 전환기적 성격을 지닌다. 그것으로 인한 변화는 사회 혁명적 과정과 유사하다.

위기적 시기를 인정하였으되 '병리'로 간주한 부르주아 연구자들과 달리 비고츠키는 '위기'를 보편적인 발달과정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과정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발달의 시기구분을 정식화하였다.

      신생아의 위기
                유아기 ( 생후 2개월에서 한 살까지 )
        한 살에서의 위기
                초기 아동기 ( 한 살에서 세 살까지 )
        세 살에서의 위기
                입학 전 시기 ( 세 살에서 일곱 살까지 )
        일곱 살에서의 위기
                학령기 (여덟 살에서 열두 살까지)
        십 삼 세에서의 위기
                사춘기 (십 사 세에서 십 팔 세까지)
        십 칠 세에서의 위기

이처럼 비고츠키는 '위기'를 인간발달의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과정이자 이행의 역동을 이론화하기 위한 개념으로 상승시켰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위기적 시기는 가장 격렬하게 진행되는 사춘기에 접어들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경유하면서 어린이는 질적 변화를 거쳐 다시 안정적 시기를 경유한다. 신생아는 의사소통의 수단이 없다는 사실로 인해 언어를 외적으로 흉내내는 '옹알이'를 하게 된다. '옹알이'밖에 하지 못하는 시기의 어린이는 발달에 있어서 위기로 접어들게 되지만 옹알이는 어린이 말 발달의 토대가 되며 1세부터 3세에 걸쳐 안정적인 언어발달이 일어난다. 이 시기의 언어적, 신체적 발달은 어린이로 하여금 이전에는 성인에 의존했던 활동들을 부분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온전한 자아를 깨닫기 전에 독립적인 활동을 지향하는 어린이는 어른과는 동일한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자기 자신의 행동을 아직 스스로 통제할 수도 없다. 이러한 위기국면에서 어린이는 역할극이나 상상하며 놀기를 통해 자기규제를 기능적으로 획득하며 자기중심적 말(혼잣말)이 출현하여 이후 내적 말로 가는 발생적 경로를 개척한다. 이 시기에 어린이는 말의 기능적 사용으로 보다 덜 충동적이 되며 상황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놀이를 통하여 어린이는 자기규제기능과 함께 언어를 대상과 분리시키는 활동을 함으로써 이후 기호를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획득할 수 있다. 혼잣말 기능과 자기규제 기능, 대상과 의미의 분리를 시작하게 된 어린이는 학령기 학교학습을 통해 의식적 파악과 의지적 숙달 기능을 획득하기 시작하며 청소년기로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는 낱말을 개념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아직 어린이의 사고는 구체적이며 지각 의존적이다.


2) 13세의 위기

비고츠키는 "모든 삶(life)은 동시에 죽음(dying)"이라는 엥겔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삶의 총체로서의 아동 발달과정 역시 새로운 것의 출현은 반드시 과거의 것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새로운 연령으로의 이행은 동시에 이전 연령기의 소멸로서 이러한 소멸과 생성이 교차하는 시기가 바로 발달에서의 위기의 시기이다. 비고츠키는 13세의 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13세의 위기에서, 이 시기 학생들의 정신 활동의 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은 주의로부터 이해와 추론(연역)으로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보다 고차적인 지적 활동 형태로의 전환은 작업 능력에서의 일시적인 감퇴를 동반한다. 이 또한 위기의 부정적 징후로 단정되곤하지만, 모든 부정적 징후의 이면에는 새롭고 고차적인 형태로의 이행 과정 속에 항상 포함되는 긍정적인 내용이 숨어있다." (연령의 문제, 비고츠키 선집 5권 194쪽)  

각 결정적 연령들에서 발달의 가장 핵심적 내용은 신형성의 출현으로 이루어지며, 그 신형성들은 질적으로 독특한 것이며 안정적 시기의 신형성과 다른 점은 그것들이 과도적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에 있다. 어떤 새로운 것이든 출현하는 시점에서는 이전의 것과 혼재되어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안정적인 국면으로 가는 필수적인 단계인 만큼 새로운 기능의 출현과 구조적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이 시기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고츠키는 강조한다. 과거의 것이 양적으로는 지배적으로 나타나지만 위기의 시기에는 새로운 형태가 발달의 첫 모습을 이제 막 드러내면서 안정적이지 않지만 과거의 것을 지양해 나가면서 고양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13세 무렵의 시기는 신형성의 발생이 시작되면서 동시에 과거의 양식이 소멸해가지만 혼재를 통해 불안정함으로 보이는 '과도적 시기'로서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그동안 이루어진 생각발달과 말발달의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고 새로운 사회적 욕구가 형성되면서 '위기' 이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


2. 청소년기 개념적 사고의 발달

1) 생각발달과 말발달의 변증법적 관계

3세 어린이와 15세 청소년의 머릿속 생각 작용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사용하는 낱말은 외적으로 다를 바가 없기에 비고츠키 당대의 심리학자들은 둘 사이에는 아무런 질적 차이가 없다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이는 외적인 유사성일 뿐 내적으로 다른 것임을 비고츠키는 낱말의미의 발달과정을 탐구함으로써 입증하였다.
비고츠키는 어린이의 말 발달에 대한 당시 심리학의 반발생적 (즉 비변증법적) 경향 가운데 스턴 비고츠키는 『생각과 말』에서 당대 심리학 연구경향을 극복하는 것이 필연적임을 인식하고 당대 연구 중 피아제와 함께 스턴의 연구를 최고이자 핵심적 '부정'의 대상으로 삼아 이에 대한 이론적, 실험적(경험적) 비판을 가함으로써 생각발달과 말발달의 관계에 대한 '작업 가설'을 확립하고 이를 입증해나간다.
이 어린이가 한 살 반에서 2살 사이에 모든 것에는 이름(즉 상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고 말 발달에 대한 인과-역동적 설명을 기피하고 얼버무린 것을 비판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스턴을 따라 이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이와 더불어 1살 반에서 2살의 어린이에게는 기호와 그 가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 말의 상징적 기능에 대한 깨달음, "언어의 의미에 대한 의식과 그것을 정복하려는 의지(스턴)"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 법칙, 일반적 생각의 존재에 대한 의식" 즉, 앞서 스턴이 '일반적 사고'로 지칭했던 일반 개념에 대한 의식이 있다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가정에 대한 사실적 또는 이론적 근거가 있는가? 우리가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지난 20년 간의 모든 진전은 이 질문에 대해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답으로 우리를 이끈다."(생각과 말 [3-8])

비고츠키는 어린이 발달에서 생각발달 후 말 발달이라는 반발생적인 주지주의적 관념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개념의 형성을 습관의 형성과 동등하게 간주하는 손다이크의 연합주의적 경향 또한 옳지 않음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다른 모든 고등 지적 활동과 마찬가지로 개념 형성은 하등 형태가 단지 양적으로 복잡해지고 연합의 수에서 다르다는 차이를 가지는 것이 아님을 즉 질적인 변화의 과정을 양적인 변화로 환원시키는 경향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개념의 형성은-필자 주) 어떤 범위의 연합적 연결로도 환원될 수 없는, 새롭고 기본적으로 상이한 유형의 활동이다. 이 연구는 질적으로 다른 두 종류의 지적 활동 사이의 기본적인 차이는 비매개적인 지적 과정으로부터 기호에 의해 매개된 조작으로의 전이에 있다고 할 수 있음을 드러내 주었다... 생각의 하위 형태와 고등 형태의 차이는 연합의 양적인 변화로 설명될 수 없다....이러한 관점에서는 청소년의 지성과 어린이 지성의 차이가 연합의 양적 차이로 환원된다. ...  개념의 개체발생에 대한 조사(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대한 비교-발생적 연구-필자 주)는 하위에서 고등 형태의 개념으로 발달하는 것은 연관 수의 양적인 증대를 통해 일어나지 않고 질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형성을 통해 획득된다." (생각과 말 [5-3-22~25])

비고츠키는 생각과 말의 '관계'를 인과-역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실험적, 이론적, 비판적 연구 모두에 의존한다. 비고츠키가 새롭게 밝혀낸 사실 중 두 가지는 '말로 하는 생각'에 있어서 (상품, 분자, 세포에 비견되는) 분석단위는 '낱말의미'이며 "낱말의미는 발달한다"는 사실이다. 외적으로 동일한 낱말을 사용하더라도 그 내적 본질은 다르다는 것이다. 모든 낱말은 말인 동시에 '일반화'라는 생각작용이며 개별 사물에 대한 지시와 명명이면서 '상징'이다. 예를 들어 '장미'라는 낱말은 그 장미일 경우도 있지만 모든 장미를 일반화한 '개념'이다. 하지만 외형상 같은 낱말을 사용하고 그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지라도 내적 사고 작용은 다르며 사용되는 낱말의 기능은 다르다는 것이 비고츠키가 '비교-발생적 방법'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다. 모든 낱말은 '일반화'라고 할 때 발달 과정에서 '일반화의 구조'는 다르다. 비고츠키가 확립한 개념적 사고 발달 즉 일반화의 구조의 발생적 경로는 '혼합적 더미' - '복합체적 사고' - '개념적 사고'의 순서이다. 같은 낱말을 사용하더라도 그 내적 과정(생각, 일반화의 구조)은 모두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개념적 사고에 도달하기까지 어린이는 질적으로 다른 단계를 거치면서 '발달'하며 앞선 단계를 토대로 뒤의 단계가 발생하며 그 과정에서 어린이의 발달의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이미 객관적으로 주어진 낱말의 의미이다. 이러한 객관적으로 주어진 낱말의 의미를 획득하고 어린이가 이 의미를 개념의 수준으로까지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핵심은 타인 특히 성인과의 상호작용이며 개념의 형성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학교에서 교사와 체계적 협력을 통해 수행하는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여러 가지 교과 활동들이다.  

[생각과 말]에서 비고츠키가 확립한 "낱말의미는 발달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낱말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지 않으며 어린이에게 있어서 개념으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접하고 습득하는 무수히 많은 낱말들은 개념의 형태로 주체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낱말을 개념적으로 사용하는 것 즉 개념적 사고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바로 사춘기 청소년 시기이다. 대략 12, 13세가 이 무렵이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이 공식화될 수 있다. 개념형성으로 인도하는 발달의 근본은 유년기의 가장 초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오직 과도기적 시기(청소년기)에만 성숙된다. 개념적 사고 영역으로의 마지막 이행이 나타나는 것은 어린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 때이다. 그 전에는 진정한 개념적 사고와 외적으로 유사한 독특한 지적 형성이 존재한다. 피상적 연구들은 외적 유사성에 오도된다. 그러나 기능적 가능성에 있어서는 비견할 만하지만, 심리학적 본질, 구성성분, 구조, 활동양식은 대단히 다르다. 이는 배아와 성숙한 유기체의 관계와 비슷하다. 영아기에 발견되는 성적 요인이 사춘기를 부인할 수 없음과 같다." (비고츠키, 생각과 말, 5-3-3~6)

"개념적 사고의 근본적 바탕은, 그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실체의 일부로서, 개인이 말이나 기호의 기능적 사용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과정을 숙달했느냐(통제하게 되었느냐)에 있다. 이와 같이 보조적인 수단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행동의 과정을 숙달하는 것은 다른 요소들의 도움과 함께, 오직 청소년기에만 그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개념 형성 과정을 위한 근본적 바탕은, 그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실체의 일부로서, 개인이 말이나 기호의 기능적 사용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 과정을 숙달(지배, 통제-필자 주)했느냐에 있다. 이와 같이 보조적인 수단을 통하여 자기 자시의 행동의 과정을 숙달하는 것은 다른 요소들의 도움과 함께, 오직 청소년기에만 그 발달의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2) 교수-학습과 개념적 사고의 발달

비고츠키가 확증한 중요한 사실은 진개념으로 이르는 경로에서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개념의 형성을 위해서는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학문적) 개념이 만나야 하며 과학적 개념은 바로 학교에서의 교수-학습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습득된다. 이로서 중등교육에서 교과활동이 가지는 중요한 발달적 의의는 바로 개념적 사고 형성의 기제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청소년기 개념적 사고의 발달은 기억, 주의, 지각, 상상, 정서 등의 다른 정신기능들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사고의 발달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러한 기능들은 고차화되고 기능 간의 구조는 새롭게 재편된다.
이처럼 청소년기 신형성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개념 학습을 통한 추상적 사고의 발달이다. 추상적 사고는 구체적이며 맥락과 경험에 종속된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또한 상상은 추상적 사고와 결합되어 창조적인 상상이 될 수 있다. 아동의 구체적이고 경험중심적인 주관적 사고는 개념 학습을 통해 탈맥락적이고 보다 자유로운 사고로 질적으로 변형된다.

말로 하는 생각의 발달 과정 생각과 말 5장 17절 내용을 토대로 구성함


3) 개념 발달의 심리적 토대 : 생각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숙달

비고츠키는 청소년기에 개념적 사고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힌 당대 연구들이 개념발달의 요인을 청소년에게 제시되는 내용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반박하고 사고의 형식에서의 변화가 개념발달을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기제라고 주장하였다.
낱말을 개념으로 형성하는 동력은 청소년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하지만 개념 형성을 이끄는 핵심 요소는 낱말을 상징의 수단으로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외부로부터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과업들로만 개념형성의 요인을 환원시켜서는 안 된다.

"본능이나 선천적 경향의 성숙과는 대조적으로, 이 과정의 시작을 결정하고 행동의 성숙기제를 촉발하여 추후 발달의 경로에 맞춤어 앞으로 추진시키는 것은 청소년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환경에 의해 성숙의 단계에 있는 청소년에게 주어진 과업들, 즉 성인세계의 문화적·직업적·사회적 입문과 연관된 과업들은 개념의 형성에 있어 중요한 기능적 요인들이다. ... 과도적 시기에 지적인 발달의 전체 과정을 기르고 지도하는 진정으로 강력한 요인으로 실생활 과업의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능적 측면 속에서 역동적-인과적 설명을 감지하여 이를 발달의 기제를 드러내주는 것으로 보거나, 또는 이 문제 해결의 발생적 열쇠로 간주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잘못이다. 연구자의 과제는 이 두 측면(생각의 내용과 생각의 기제) 사이의 내적 연결을 발견하고, 청소년기와 발생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개념 형성이, 청소년의 사회적·문화적 발달의 산물이자 생각의 내용과 기제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이의 기표로서의 말의 새로운 용법, 즉 개념형성의 수단으로서의 용법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일어나는 이 지적 혁명의 심리학적 원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개념은 지적인 조작의 과정에서 생겨나며 개념 형성은 언제나 청소년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업에 직면했을 때 이러한 문제 해결의 결과로서 생겨난다. 지각, 기억, 주의 등의 모든 기초적인 기능들이 고유한 조합을 통해 개념 형성의 과정에 참여한다. 의지적으로 주의를 조절하고, 특징을 추상화하고 추출하며 종합하는 것과 함께 이 작용의 핵심요소는 기호의 도움을 통해 낱말을 상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모든 정신기능에 있어서 저차적 형태와 고차적 형태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전자는 무의식적이고 수동적인 본질을 갖는 반면 후자는 의식성과 능동적이고 의지적인 본질을 가진다. 기능의 지성화와 숙달(의식적 파악과 의지적 통제)은 하나의 단일한 과정을 두 측면을 이룬다. 어떤 기능이 지성화되는 만큼 그 기능을 숙달(자기 통제하에 두는 것)하게 된다.
학령기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성을 제외한 모든 근본적인 지적 기능들이 지성화되고 자발적으로 된다. 학령기 어린이에게 있어서는 기억과 주의에 있어서의 변화가 발달의 초점을 이룬다. 주의와 기억의 영역에서 초등학생들은 의식적 파악과 자발적 행동의 가능성을 나타내며 이 능력의 발달이 바로 전체 학령기의 주요 본질을 형성한다. 하지만 학령기 어린이는 기억이나 주의와 같은 중요한 지적 기능을 의식적으로 파악하거나 숙달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대한 숙달이나 의식적 파악을 하지 못한다.
어린이 정신 진화의 역사에서는 개별 기능의 미분화로 특징지어지는 영아기 의식 발달의 첫 번째 단계에 후속하여 두 개의 단계가 출현한다. 첫 번째 단계인 유아기에서는 지각의 발달이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는 지각이 완성되고 다른 기능으로부터 분화된다. 지각은 이 단계의 의식발달의 주요한 특징적 활동이자 발달이며 이 연령기의 기능 간 관계의 체계를 지배한다. 두 번째 단계인 전 학령기에서는 기억이 우세적인 중심 기능을 차지하여 발달의 최전선으로 이동한다. 학령기 초기에는 지각과 기억이 이미 일정하게 성숙하게 되며 이는 이 시기의 심리적 발달 전체를 위한 근본적 전제의 일부를 형성한다. 학령기 초기의 어린이는 주의와 기억이 이미 비교적 성숙되어 있어서 기억과 의지가 체계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반면 학령기 어린이의 개념은 무의식적이고 비자발적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의식하고 그것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그 대상을 수중에 넣고 있어야 한다. 개념 발달의 고등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초등학생들의 의식하지 못하는 선개념은 바로 학령기에 처음 출현하며 이 시기에만 성숙하게 된다. 이때까지는 어린이는 일반적 표상 또는 다른 곳에서 전 학령기를 지배하는 일반화의 초기 구조를 지칭하는 데 사용했던 바와 같이 복합체에 따라 생각하게 된다. 만일 선개념이 학령기까지 나타나지 않는 다면 어린이가 이후 그에 대해 의식하게 되고 그것을 숙달하게 되는 것은 기적일 것이다라고 비고츠키는 말한다.
개념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의지적 사용은 과학적 개념을 통해 이루어진다. 과학적 개념의 강점은 개념의 고차적 특성에, 즉 의식적 파악과 의지에 있다. 과학적 개념은 반드시 의식적 파악을 포함한다. 오직 체계 안에서만 개념은 의식의 대상이 되고 오직 체계 안에서만 의지적 통제력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개념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숙달을 하기 이전에 먼저 어린이에게 나타나고 사용된다. 과학적(학문적) 개념은 체계를 가진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의식적 파악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과학적 개념을 통해 개념에 대한 의식적 파악의 성취와 그에 따른 그들의 일반화와 숙달이 처음으로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리하여 어린이 생각의 발달에서 과학적 개념이 엄청난 중요성이 도출된다. 개념과 선개념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생각의 출현은  바로 과학적 개념을 발판으로 해서 가능하다. 과학적 개념은 비자연발생적 개념의 최고 형태이다. 또한 체계적 교수-학습이 과학적 개념 숙달의 전제이다. 따라서 과학적 개념은 본질적으로 학습과 발달의 문제가 되며 과학적 개념은 의식적 고양의 문을 열어 제친다.  

"의지의 개입은 진정한 의미의 생각, 즉 개념의 형성, 판단, 추론의 토대이다." (비고츠키, 역사와 발달 [4-54])



3. 청소년기 개념적 사고와 총체적 인격 발달

1) 청소년기 지성 발달의 특성

널리 알려진 대로 피아제(1896~1980)의 인지발달론(1954)에 따르면 인지 발달은 크게 네 단계를 거치며, 질적으로 다른 이 단계들은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되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복잡성이 증가한다. 감각운동기(신생아~2세경), 전조작기(2세~7세), 구체적 조작기(7세~11,2세경), 형식적 조작기(11세 이후). 청소년기는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며 이 단계에서 "순전히 추상적이고 가설적인 수준에서도 체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피아제에 따르면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들은 실제 행위가 가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들에 대해서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형식적 조작기의 사고는 순전히 추상적이고 가설적인 범위에까지 확장된다. "만약 Joe가 Bob보다 작고 Alex보다 클 때, 누가 가장 클까?"라고 질문하면,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들은 실제로 사람들을 세워놓고 키를 비교해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고 이를 넘어서면 단지 추측할 뿐이지만 형식적 조작기의 청소년들은 그들의 사고를 단지 마음 속으로도 배열이 가능(Crain, 발달의 이론, 171쪽)하다. 피아제의 이론은 발달과정에 대해 엄격한 단계이론을 발전시켰는데, 피아제는 이러한 단계들은 (1) 불변적인 순서를 따라 전개되고, (2) 질적으로 다른 패턴을 보이며, (3) 사고의 일반적인 속성들을 나타내고, (4) 위계적 통합을 나타내며, (5) 모든 문화에 걸쳐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였다. 피아제는 단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인 반면, 다른 단계로의 이행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생물학적 성숙이 발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환경은 중요하지만 부분적으로만 그러할 뿐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피아제는 언어는 내부에서 진행되는 사고를 반영할 뿐 사고발달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예컨대, 어린이의 자기중심적 말을 어린이의 자기중심성의 증거로 간주한다.
비고츠키 역시 피아제를 비롯한 당대 연구자들이 밝힌 것을 토대로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도적 시기에 인지에서의 새로운 양식이 등장하여 사고발달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한다고 연구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피아제와 달리 비고츠키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양식이 출현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낱말이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낱말의미는 명명기능에서 상징기능으로 전이되며 어린이의 낱말의미가 발달하는 과정의 내적 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사고의 양식(비고츠키는 이를 일반화의 구조라고 지칭함)의 출현이다. 그런데 낱말의미의 발달과 낱말의 기능적 사용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고 양식의 출현의 역동적 과정에 개입하여 발달을 이끄는 것은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자연발생적인 일상적 학습과 함께 학교에서의 체계적인 협력과 모방을 근간으로 하는 '교수-학습'이다. 피아제가 아동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나간다고 하고 학습은 발달을 뒤따라 일어난다고 봄으로써 교수-학습에 발달적 의미를 두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앞서 서술했다시피 비고츠키는 개념적 사고는 청소년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작되며 이전의 발달을 토대로 청소년기 신형성의 핵심이 바로 개념적 사고라고 보았다. 근본적인 관심은 청소년의 인격발달을 총체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으로 밝히고 이해하는 것에 있었다. 청소년 지성과 인격형성 과정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개념적 사고라는 점에서 큰 비중을 두고 다루었다. 비고츠키는 청소년기 개념발달을 핵심축으로 하여 1928년에서 1932년 사이에 청소년 발달을 다룬 저술을 세 차례에 걸쳐 출판하였으며 "청소년의 개념형성과 사고의 발달", "과도적 시기의 고등정신기능의 발달", "청소년의 상상과 창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것의 연장선에서 1932년에서 1934년 사이에 "연령의 문제"를 저술하였다.  

비고츠키는 당대 청소년 발달에 대한 관점에 대해 생물학적 (성적) 성숙과 정서적 측면에 치우쳤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생각의 내용에서의 변화는 인정하되 생각의 양식은 3세 어린이나 청소년이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오류라고 반박하면서 청소년 발달에 있어서 생각의 내용과 형식은 변증법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내적 말의 강력한 발달에 의해 개념적 사고가 가능해진 청소년의 지성은 청소년기 인격의 총체적 변화의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청소년의 삶은 온통 정서에 치우쳐 있다는 연구자들의 외적 파악에 대해 비고츠키는 유아기의 어린이가 훨씬 더 정서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청소년의 내적 변화, 즉 청소년의 지성 발달에 주목하였다. 청소년기에는 내적 말의 강력한 발달이 일어나고 개념적 사고를 핵심으로 고등정신기능의 구조는 더욱 고차화되어 청소년의 인격은 총체적으로 재편된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는 생각의 완성의 시기가 아니라 위기와 성숙의 시기로서 인간의 정신이 구현할 수 있는 높은 고차적 형태의 생각과 비교해볼 때, 다른 모든 측면과 마찬가지로 과도적 시기이다. 청소년은 개념 형성과 개념의 구어적 정의 사이에서 중대한 괴리를 보인다. 청소년은 단어를 개념으로 사용하되 복합체로서 정의한다. 복합체적 사고와 개념적 사고 사이에서 주저하고 있는 것이 과도적 시기의 특징이다. 청소년들은 과도적 시기의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발달된 개념의 의미나 뜻을 새로운 구체적 상황에 확장하여 전이시킨다. 청소년기에는 내적 말이 강력하게 발달한다. 개념은 말 없이는 불가능하며 개념적 사고는 말로 하는 생각 없이는 불가능하다. 핵심은 개념 형성 과정의 수단으로 말을 사용하고 기호를 기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생각과 말, 5-3-13). 학령기에 형성된 의지적 주의와 숙달와 함께 개념적 사고 발달이라는 새로운 사고양식 발달의 토대를 이룬다. "개념은 정적이고 고립된 형태에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출현한다."
비고츠키가 인간 발달의 문화역사적 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포괄적으로 문화적 발생의 결과를 '고등정신기능의 형성'이라고 진술한 내용 속에는 인간 발달의 세 가지 방향성이 있다.
첫째,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에서 능동적으로 조작하고 활동하는 주체로의 변화.
둘째, 타인으로부터 통제받는 존재에서 자기 스스로 규제하는 주체로의 변화.
셋째, 기호의 기능적 사용의 변화. 내적 변혁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기호이며 기호의 기능적 사용에 있어서의 변화 즉 대상을 명명하는 기능으로부터 상징 기능을 획득.
개체발생의 과정에서 이러한 세 가지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인 것이다. 달리 말해 청소년기는 성적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격렬한 생물학적 성숙의 시기일 뿐 아니라 사회적 과정 속에서 기호의 기능적 사용에 있어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내적 변혁의 시기이다. 물론 청소년기의 이러한 내적 변혁은 새로운 것의 출현 시기인 동시에 이전까지의 과정에서 형성된 것들을 '위기' 속에서 "지양"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2) 청소년기 개념적 사고발달과 고등정신기능의 총체적 변화

비고츠키에 따르면 개념적 사고는 지각, 주의, 기억, 자아의식, 세계관 등 각 정신기능의 질적 변화를 이끌고 관계를 총괄하는 핵심으로써 청소년의 고등정신기능의 구조적 변화를 선도하는 기능을 한다. 즉 개념적 사고는 청소년 인격 형성의 열쇠인 셈이다(청소년기 개념적 사고의 형성, 비고츠키 선집5권). 또한 개념적 사고는 변증법적 사고의 숙달의 경로로 나아간다(비고츠키, 같은 책).
앞서 살펴보았듯이, 비고츠키는 고차적 기능과 저차적 기능 간의 관계를 '제거'되면서 '간직'되는 변증법적 "지양"의 관계로 파악했으며 과도적 시기에 출현하는 고차적 정신기능은 이전 연령에서 형성된 저차적 기능과 변증법적 "지양"의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과도적 시기의 고등정신기능 발달의 전체 과정에서 다양한 정신기능들(주의, 기억, 지각, 의지, 사고)은 나뭇가지가 제각각 자라듯 별개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적으로 종합되는 양상으로 발달한다. 각각의 정신기능들은 위계를 가진 하나의 복합적인 체계를 이루며 발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복잡한 체계의 중심이자 전면에 등장하여 다른 기능들의 발달을 이끄는 것은 바로 개념적 사고의 발달이다. 다른 정신기능들은 개념적 사고를 토대로 재구성되고 지성화된다.

지각과 개념적 사고 : 범주적 지각의 형성
인간은 대상을 개념으로 창조함으로써 즉각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하게 된다. 낱말의 도움으로만 어린이는 사물들을 인식할 수 있으며 어린이는 개념의 도움이 있어야만 비로소 대상을 실재적이고 지적으로 지각할 수 있다. 청소년의 시각적 사고는 추상적 사고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을 포함하는데 청소년은 그가 지각한 실재를 개념 속에서 종합한다. 즉 청소년은 시각적 지각 행위 속에서 구체적이고 추상적인 사고가 복합적으로 종합된다. 이것이 복합체로 사고하는 어린이와 개념으로 사고하는 청소년의 지각에 의해서의 차이이며 개념적 사고를 통해 청소년은 범주적 지각을 할 수 있게 되며 지각을 통해서보다 생각을 통해 더 많이 기억한다.

기억과 개념적 사고 : 논리적 기억의 발생
자연적 기억능력이 학령기 막바지에 최고조로 달하는 것은 맞지만 지성과 기억의 종합을 토대로 하는 논리적 기억은 오직 청소년기에 진정으로 성취된다. 학령기 초기의 어린이의 지성은 기억에 의존한다. 즉 기억에 의해 생각한다. 학령기 어린이는 직관에 주로 의존하며 기억과 생각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린이에게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라고 요구해도 기억한 것을 이야기한다. 어린이의 사고는 구체적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기억, 경험, 심상에 의존하며 어린이 지성의 주된 토대는 기억이다. 즉 학령기에는 기억에 의해 지적 활동이 지배되던 관계였다면 청소년기 발달의 과정에 접어들면 기억과 지성의 관계가 뒤바뀌기 시작한다. 청소년의 기억은 사고에 의존한다. 어린이가 경험적으로 지각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기억을 통해 사고를 하는 반면, 개념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청소년은 지각한 것을 논리적으로 종합하여 기억한다. 즉 지각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관념을 기억하게 된다. 과도적 시기에 직접적이고, 직관적이고, 자연적인 기억은 매개된 형태의 문화적인 기억으로 전이된다. 낱말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낱말을 매개로 기억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른 시기에 시작되지만 이것만으로 문화적 기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호의 기능적 사용 즉 인류가 기억술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기억을 통제하였듯이 어린이의 기억발달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기에는 개념을 통해 기억한다. 청소년의 기억은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우며 개념으로 기억하는 언어적 기억이다. 청소년은 내적 말이 외적 말로부터 완전히 떨어져나와 강력하게 발달하는 가운데, 내적 말에 의존하는 언어적 기억 그 자체는 지적 기능의 일환으로 전환되고 기억과 사고의 이전 단계의 관계는 완벽하게 뒤집어진다. 논리적 기억은 매개된 기억의 내적 형태이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숙하는 과도기에 일어나는 내적 기억으로의 이행은 내적말의 강력한 발달과 연결되어 있다. 외적 기능의 내적 기능으로의 전이의 법칙은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의와 개념적 사고 : 능동적 주의의 발생
주의도 기억과 마찬가지로 지성화된다. 주의를 어떻게 스스로 통제하는지 모르는 동물들은 시각장의 노예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시각장의 구조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어린이의 사고는 주의에 종속되지만 발달의 과정에서 주의는 사고에 의존한다. 능동적이고 의지적인 (자발적) 주의의 일차적인 특징은 그것이 생각과 결합되었다는 점에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청소년의 주의는 증상적 이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주의의 범위가 확장되고 안정성이 증가한다는, 다시 말해 양적 측면에서 이해되었다. 주의의 발달과 개념의 발달은 상호 관련된다. 주의의 발달이 개념의 발달에 앞서 개념발달을 이끌며 개념의 발달은 주의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고양된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풍부하고 세밀하게 대상을 지각한다. 이러한 어린이 지각의 특성의 이면에는 협소하고 비자발적인 주의가 있다. 어린이는 자신의 의지 하에 과정과 대상을 통제하는 주의의 기제를 가지지 못한 상태이다. 어린이의 주의는 직접적이고 비의지적(비자발적)이며 외부에 의해 통제된다.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서 대상의 지배를 받는다. 대상이 주체의 주의를 흐트리거나 끈다. 달리 말해 어린이는 자신의 주의를 끄는 대상에 주의를 기울인다. 반면 청소년 시기에는 사고의 발달과 개념적 사고를 통해 고차적 형태의 매개된 주의가 발달한다. 주의 발달은 두 가지 기본적인 발생적 단면을 경과한다. 첫째는 외부의 통제를 받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내적(자율적) 통제의 단계이다. 학령기 어린이가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며 청소년기가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과도적 시기에 외적 통제로부터 내적 통제로의 내적 혁명이 일어난다. 외적 기호의 조작이 없이도 내적인 조작을 통해 스스로 주의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고차적 주의는 개념적 사고에 기능적으로 의존한다.

청소년의 상상과 개념적 사고 : 창조적 상상의 발생
비고츠키는 병리적 퇴행현상으로부터 안티테제를 끌어낸다. 어떤 원인에 의해 고차적 정신기능이 붕괴된 환자들은 상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는 통념과 다르다. 환각과 상상에 빠져 현실감이 없을 거라고 여기는 대부분의 경우나 어린이가 상상이 더 자유롭고 풍부할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와 반대되는 것이다.
비고츠키의 사례 관찰에 따르면, 정신적 병리현상을 겪는 고등정신기능이 붕괴한 환자는 상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각에 종속되어 철저히 구체에 속박된 사고를 함으로써 사고 기능에서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고차적 정신기능은 개념적 사고와 말을 토대로 구축되지만 이것이 붕괴된 환자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각에 완벽히 의존하는 상태가 된다. 예컨대, 어떤 환자는 갈증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는 컵에 물을 붓지 못했다.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된 어떤 환자는 "나는 오른쪽 손으로 글씨를 아주 잘 쓸 수 있다."는 문장을 그대로 따라하지 못했다. 번번이 "오른쪽" 대신에 "왼쪽"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따라했다. 이 모든 경우는 구체적 상황에 행위, 사고, 지각, 행동이 완전히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러한 구체적 상황에의 종속은 고차적 정신기능들이 붕괴되었을 때 나타나는 퇴행적 결과이며 개념으로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붕괴되어 발생적으로 초기의 형태인 구체적 사고가 그것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청소년의 상상과 창조, 비고츠키 선집5권, 151쪽)
상상과 창조는 경험한 것들을 자유롭게 처리하고 자유롭게 결합하는 것이다. 상상과 창조는 "구체적 상황과 직접적 지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고와 행동, 인식의 내적 자유가 상상과 창조가 가능한 전제조건이다. 이러한 구체적 상황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생각의 내적 자유는 개념형성을 숙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획득된다.
기존의 견해에서는 상상과 창조를 청소년 정신발달의 중심, 선도적 기능으로 간주했으며 상상을 정서하고만 연결시키고 지적 영역과 연결을 배제했지만, 푸쉬킨이 "상상은 시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하학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즉 비고츠키에게 있어서 상상은 특별한 상황과 활동에서만 필요하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적, 지적 활동 모두에서 보편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누구나가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당대의 학자들이 상상과 개념적 사고를 독립적이고 심지어 대립적이라고 본 것과 반대로 비고츠키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상상 역시 기억, 주의, 지각, 의지와 마찬가지로 개념적 생각과 연결된다. 아동기 기억영역에서 작동하던 직관적 심상은 청소년기에 기억영역으로부터 상상과 창조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아동기의 놀이는 청소년기의 상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아직 청소년기의 상상은 구체적 표상의 형태로서 구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사고는 청소년의 지적 삶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다만 상상의 영역으로 이동하여 다른 기능들이 그러하듯이 고차적인 수준으로 상승한다.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사고는 개념의 영향 하에 상상의 영역으로 이행한다.
청소년기에는 기초적 형태의 창조가 발생하는데, 청소년의 상상은 어른의 상상보다 덜 창조적이지만 어린이의 상상에 비하면 창조적이다. 다만 상상이 창조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첫 시기가 청소년기라는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청소년의 지성과 상상의 관계는 명백하다. 병리적 현상에서 보았듯이 구체적 상황으로부터의 자유가 전제되지 않는 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자유는 오직 개념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때 청소년기 창조적 상상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정서적 요소가 아닌) 개념적 사고이다.


4. 비고츠키 청소년 발달론과 교육론의 시사점

1) 청소년기 개념적 사고 형성의 중요성 흔히 비고츠키를 인간발달의 지적인 측면에 치우친 논의로 인식한다. 그래서 인지발달이론으로 구분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고츠키는 지성 형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논의를 전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성과 정서의 위계를 애초에 설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전에 생애를 마감하였지만 '비고츠키의 유산'으로 남은 저술 중의 하나는 '정서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당대 정서에 대한 논의를 포괄적으로 정리한 논문이다. 또한 생각과 말 7장에서 객관적 낱말의미에 주체는 정서와 동기가 결합된 '뜻'을 담아 발화를 한다고 비고츠키는 진술하였다. 인간이 사용하는 낱말에는 정서와 의지, 동기가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본 셈이다.


비고츠키가 인간발달에서 개념적 사고발달을 중시한 또 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첫째, 사회 의식의 문제 때문이다. 비고츠키는 '공동체 생활' 만으로는 과학적 인식과 올바른 계급의식이 형성될 수 없다고 보았다(비고츠키, 청소년기 개념적 사고의 형성). 개념발달의 외적 동력과 내적 수단의 변증법적 통일, 생각의 내용과 형식의 변증법적 통일의 문제를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과학적 인식과 세계관이 결여될 경우 일상의 공동체 경험만으로 계급의식의 형성은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개념적 사고의 형성이 공동의 생활경험과 맞물릴 때 올바른 계급의식의 형성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심리학자이자 교육실천가였던 비고츠키는 교육을 통한 의식의 고양을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 강조하였던 것이다.
둘째, 변증법적 사고의 보편적 발달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비고츠키는 직접적으로는 매우 짤막하게만 언급했지만 변증법적 사고로 나아가는 경로의 핵심 계기라는 점에서 개념형성을 강조하였다. 비고츠키가 보기에 구체적, 경험적, 맥락적 사고에 머무를 경우 변증법적 사고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변증법적 사고에 있어서 개념을 통한 추상적 사고는 필수적인데 개념을 의식적으로 파악하고 의지적으로 다루지 못하면 추상적 사고를 할 수가 없다. 비고츠키는 변증법을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생각 발달의 최고 형태로 보았다. 더군다나 인간의 심리를 연구대상으로 한 그에게 있어서 외적 현상으로부터 내적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방법의 탐색은 불가피했고 그 열쇠는 변증법적 유물론에 있다고 보았다. 현상에 외형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 인간인식의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 구체에서 추상으로의 상승과정이 바로 변증법이라고 보았다. 연구방법론에 있어서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발생적 방법이다. 발생적 방법은 비고츠키에 따르면 심리발생 뿐 아니라 사회발생(마르크스의 자본론), 생명발생(진화론)에 있어서 현상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다. 요컨대, 정신기능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의지로 요약되는 정신기능의 총체적 지성화에 있어서는 물론 향후 추상과 구체의 통일을 지향하는 '변증법적 사고로 가는 경로'이기 때문에 개념적 사고를 중요하게 취급한 것이다. 비고츠키 자신이 변증법적 인식으로 인간 심리를 내적으로 규명하였듯이 모든 인간이 자유의지를 획득하고 변증법적 인식에 도달할 때 사회혁명도 지속가능하다고 보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2) 현대 청소년이 처한 개념 형성 토대의 문제

발달과 환경의 문제 : "환경은 발달의 원천이다."
비고츠키는 생애 마지막 해에 저술한 "환경의 문제"라는 논문에서 어린이 발달에 대한 환경의 역할과 영향을 주제로 하여 환경은 발달의 (배경이 아니라) 원천이라고 역설하였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마르크스의 테제를 발달의 문제에 적용한 것에 다름 아닌데, 여러 사례 관찰을 통해 어린이와 환경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단위로 '정서적 체험' [emotional experience, perezhivanie]을 설정하고 또 이를 통해 사례를 분석하였다. 여기에서도 낱말의미는 환경과 발달의 과정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매개하고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즉 동일한 환경에 처했다고 해서 모든 아동들의 발달이 동일한 결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동들 간에도 연령에 따라 발달과 환경과의 관계는 매우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알콜 중독에 빠진 엄마를 둔 세 명의 자녀들은 동일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연령에 따라 주체가 경험하는 '정서적 체험'은 매우 달랐다. 상황을 연령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대처했는데, 가장 어린 아이는 이 상황을 절대적인 '공포'로 받아들였고 완전한 무기력함과 고립무원의 정서 상태에 빠졌다. 가운데 아이는 심각한 내적 갈등 속에서 엄마는 아파보이는 동시에 공포스러운 존재로 보이기 때문에 양가적 감정상태, 정서적 복합체 상태를 나타냈다. 첫째 아이는 상황을 이해하고 엄마는 환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돌보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엄마를 돌보았다. 이렇게 어린이의 낱말의미의 발달은 환경과 주체가 맺는 관계의 양상을 바꾸어 놓는다.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 생각과 말의 발달 단계에 도달했을 경우에 환경에 대해 보다 주체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의 발달이 시작될 때 발달의 최종적 형태는 이미 환경에 있다."고 비고츠키는 말한다. 원시적 혹은 기초적 상태의 어린이의 말의 형태는 이상적이고 최종적인 형태(어른의 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상적인 형태로 발달해 나간다. 비고츠키는 성인의 발달된 말을 어린이가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이고 최종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발달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린이는 사회 속에서, 협력 속에서 이러한 말을 전개한다"고 하였다. 반대로 원시적 형태만 존재하는 환경에 처했을 경우 어린이의 발달은 제약된다. 예컨대, 탁아소와 같이 어른과의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가 훨씬 적은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은 언어발달이 지연되었다. 요컨대, 이상적 형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냐 그렇지 않은 환경이냐에 따라 발달가능성의 실현은 좌우된다.

"인간은 사회적 창조물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없이 인간은 결코 인류의 역사적 진화의 결과로서 전개되어 온 인간적 본성과 특성을 자기 스스로 내부에 전개할 수 없다. ...당신과 나의 말하는 능력은 어떻게 발달했겠는가? 인류는 말하는 능력을 역사적 발달의 전체 경로 속에서 창조하였다. 나는 내가 걸어온 일반적 발달의 경로 속에서 역사적으로 발달해온 이상적 형태와의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이 같은 능력을 숙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환경은 이러한 인간고유의 특성을 발달시키는 원천이다. 역사적으로 진화되어온 인간적 특성들은 모든 인간 존재에 유기체적으로 잠재해 있지만 개별 인간 존재들이 어떤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힘 위에서만이 이러한 이러한 가치들은 발현될 수 있다. 한 인간은 특정의 역사적 환경 속에서 어떤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는 특정한 역사적 단위이다." (비고츠키, 환경의 문제)

어린이의 발달과 환경의 문제는 인간 발달 전체로 확장 가능하다고 비고츠키는 주장하면서 '환경'의 범위를 어린이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주변의 어른들 이면에 있는 인류가 역사적으로 발달시켜온 인간 보편의 특성과 가치 차원으로 확장한다. 인간 존재 하나하나는 바로 인류의 역사와 인간적 가치가 응축된 역사적 단위인 것이다.

현대 청소년이 처한 개념형성 '환경'의 특수성과 개념적 사고형성의 역사적 보편성
현대 청소년은 특정한 역사적 조건과 상호작용하는 동시에 인류가 형성해온 보편적 가치와도 상호작용한다. 생각과 말이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있다는 비고츠키의 가르침을 떠올리면 현대 청소년의 언어로부터 청소년의 인식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에 둘러싸인 현대청소년의 일상적 언어를 접해보면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일상적 개념 형성의 토대가 구조적으로 새롭게 변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한 일상적 개념의 획득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축소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가족형태와 생활형태의 변화로 성장기에 접하는 사회적 관계는 협소해지고 있고 정체불명의 낱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들어진다. 때로는 원래의 의미를 크게 훼손하여 맥락 제한적으로 사용하다가 이를 다른 범위에 왜곡 적용하기도 한다. 경제활동에 바쁜 부모들, 어린 나이부터 학원을 전전하기에 바쁜 아이들은 서로 최소한의 대화조차 나누기 힘든 실정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언어를 매개로 교류하기보다는 여유시간이 나면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TV와 함께 보낸다. 그런데 이런 매체들은 대부분 자극-반응의 도식에 따라 인간심리를 조형한다. 반사적인 형태의 행동과 언어적 반응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생각과 말이 단절된 채 튀어나오는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하는 말을 빈번하게 접하기도 한다. 공동체의 약화와 소통불가능의 증가, 관계의 적대성은 현재의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일상적 개념형성의 토대가 전반적으로 악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현대사회의 특성은 중등학교교육에서 개념적 사고발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일상적 토대의 악화도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상적 형태'와 교류할 수 가능성이 과거 역사 시기에 비해 훨씬 커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보편적 학교제도 덕분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비고츠키는 학교교육의 인간발달에 있어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유난히 강조했던 것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가능성일 뿐이다. 한국의 학교 환경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념적 사고의 동력과 기제의 양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업은 '입시에서의 성공'이다. 개념발달을 추동하는 과업이 될 수가 없다. 요구되는 과업이 개념체계를 의식하게 하기보다는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무수히 많은 양의 개념을 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며 '문제풀이'라는 반응적 속성을 강화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입시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경우에도 개념의 피상적 습득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 심각하게는 발달의 결손이 누적되어 이러한 수업조차 거부하는 환경과 분위기로 청소년을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이 위태로운 시기에 입시에서의 성공을 위해 청소년들이 정서적 격정의 불꽃을 다독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극히 피상적인 인식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입시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한 발달왜곡의 상태에 처한 청소년들은 아예 격리조치를 취해버린다.
부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자면 "학교가 아예 없다면 최소한의 가능성마저도 제거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의 해결지점은 중등교육의 재구성에 있는 것이지 공교육의 제거에 있지 않은 것이다. 비고츠키는 '체계적 협력과 모방을 통한 근접발달영역(발달의 다음 영역)의 창출'이 교수-학습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보다 고차적인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매우 주요한 통로로 비고츠키가 설정한 개념적 사고는 일상적으로 부지불식간에 형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적으로 형성된 개념은 과학적 개념을 통해 점검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 현재의 문제는 학교 교수학습에서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이 만나기 어려운 단절의 상태에 있고 교과교육과정이 발달의 과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있다.

교사의 교사 : 청소년의 발달과 교육활동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숙달

비고츠키의 청소년 발달론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추려낼 수 있다.
1) 외적 변화 속에 감추어져 일어나고 있는 내적 변화에 눈을 돌림으로써 청소년기 '지적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다.  비고츠키는 청소년기가 문화역사적 주체 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밝혀내었다. 이를 통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시기'로 청소년기를 바라보는 소극적 관점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 비고츠키는 청소년기 발달의 핵심이 '개념적 사고'임을 입증하고 개념적 사고가 청소년의 총체적인 '인격형성'에 있어서 선도적인 기능을 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중등학교교육의 핵심적 발달과제를 시사해준다. 아울러 개념형성의 심리적 토대가 의식적 파악과 의지적 숙달, 자발적 주의집중에 의한 학습 수행능력의 형성에 있음을 밝힘으로써 연령을 무시한 무차별적인 '개념 강조'가 아닌 발달의 다음 영역을 이끌어 주는 심리적 토대의 형성이 중요한 교육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3) 일상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의 변증법적 관계를 '근접발달영역' 통해 설명하고 체계적인 학습을 통한 모방과 협력이 발달을 추동하는 중심기제임을 밝힘으로써 진개념에 도달하기 위해 중등학교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의 과정이 어떻게 방향지워져야 하는지 얽힌 중등교육과정 실타래를 푸는 단초로서 가치가 있다.  
4) 인류의 역사적 산물인 다양한 기호체계는 자연적 상태의 생물학적 인간 무리와 달리 모든 인간이 보편적 발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동의 발판이다. 따라서 개념적 사고의 형성 가능성은 모든 인간에게 열려 있다. 여기에서 그 보편성을 실현하는 핵심기제로서 학교교육이 기능하도록 변혁하는 것은 주체의 의식적 실천의 문제이다.

비고츠키의 청소년 발달론에 입각해서 보았을 때 학교는 청소년의 개념적 사고 발달, 그것도 보편적인 발달을 위한 둘도 없는 공간이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한국교육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하지만 출발점조차 찾지 못한다면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교육의 위기라는 미궁을 빠져나가는 실을 꽉 움켜쥐고 한 발 한 발 헤쳐 나가는 가장 앞에 교사들이 서 있다. 자각하지 못했을 지라도 이미 그러한 위치에 있다.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학생들에게 개념을 가르치고 그들의 발달을 돕고자 끊임없이 도모하지만 자신의 교육활동과 그것이 청소년의 발달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의지적 숙달은 결여되어 있는 상태일 수 있다. 비고츠키의 용어를 빌어 표현하면 교육과 발달 등에 대한 일상적 개념은 형성되어 있고 한국교육의 문제점과 교과서와 교육과정의 문제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때로 표현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개념과 만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필자의 경우도 내가 하는 교육활동이 청소년의 발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비고츠키의 발달론에 전개된 개념을 접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무의식적으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개념에 대한 의식적 파악에 앞서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은 의식적으로 파악할 대상을 수중으로 가지고는 있지만 다만 이것을 의식의 영역으로 이끌어 고양시킬 '수단'을 아직 가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교사들은 가르쳐야 할 것을 알고 있고 실제로 하고 있지만 그것을 의식적으로 파악하고 의지적으로 행하고 있지는 못하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념들과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행하는 활동들의 청소년 발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정확히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현재의 교과서가 외형상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막연한 정도로 직관에 의해 파악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의 교과서는 외형상 매우 좋아졌지만, 청소년들이 개념체계를 파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체계없이 너무나 많은 내용이 수평적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진도나가기에 급급한 지경이다. 또한 능동적 주의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자연적 주의에 의존하는 겉치레 식의 화려함에 치중하고 있다. 능동적 주의로 고양시키는 것이 교육인데 능동적 주의가 그다지 필요없는 자극적 구성으로 주의를 끌려고 하지만 자발적이고 의지적인 활동을 요하지 않음으로써 정신의 고양에는 오히려 좋지 않아 보인다.  교과서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컴퓨터 매체나 교구를 활용한 시각적 수업이 무차별적으로 선호되는 것에도 문제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일종의 악순환인데, 초등단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기억과 주의가 미발달된 상태가 많다보니 중등 단계에서 저차적인 수준의 기억과 주의를 요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 청소년들의 수많은 문제행동을 접하지만 이것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청소년의 내적 변화와 외적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단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험적인 타당성만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한국의 교사들에게 '유용한' 이론은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청소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교사들은 정확히 파악할 수단 또한 없다. 경험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처리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청소년의 내적 발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의식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재의 상황에 맞춰 그날그날의 교육활동을 버겁게 수행하는 것과 이를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다를 것이다. 또한 이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적 파악은 근접발달영역의 창출을 가로막아 청소년들의 문화역사적 주체화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환경에 대한 의식적 파악과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 연결될 가능성까지 담지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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