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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설립취소 공방과 102차 ILO총회 투쟁
- 국제 노동연대. 우리는 제네바로 갔다

김 정 훈 / 전교조 위원장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는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노동자의 지위 및 생활수준 향상을 목표로 1919년에 설립된 유엔의 특별 전문기구이다. ILO 제102차 총회가 지난 6월 5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다. ILO는 UN 기구 중 유일하게 노사정 3자가 동등한 파트너의 입장에서 참여하는 ‘국제 노사정 회의 기구’이다.

길을 떠나며

민주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단의 102차 ILO총회 대표단은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 그리고 총연맹 성원으로 꾸려졌다. 전교조는 위원장과 황현수 국제국장이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공공부문 ILO총회 대표단의 목표는 분명했다. 첫째, 공공부문 노동기본권의 탄압 실태를 알리고 관련된 ILO협약 비준을 강제하여, 교사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현실화하는 것이었다. 둘째, 한국 정부의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과 관련한 ILO협약 111호 미이행에 대한 기준적용위원회(Commission on the Application of Standards, CAS)의 판정과 그에 따른 이행 결의문 채택이었다. 셋째, 한국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의한 사유화의 실태와 진행 상황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ILO를 통해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이주노동 등 다양한 노동인권 관련 사안에 대한 활동도 목표로 삼았다.

    
6월 8일 제네바로 향하는 출국. 출발하는 마음이 무거웠다. 6월 1일 전국교사대회와 공공부문 결의대회에서 다짐한 ILO총회 투쟁이기 때문이다. 어느 국제회의보다 조합원의 이목이 집중된 회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리적인 압박이 가해졌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교사청원서명을 전달하는 등 대 국회활동을 전개하는 중에 국제적인 연대의 성과를 확보하러 가는 길이었다. 정부의 전교조 설립 취소 협박을 저지하고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관철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에 조합원 선생님들의 투쟁의지와 함께 국제적인 지지와 연대는 그 등대 불빛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제회의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어렵고 일부 성과가 있다고 해도 미미하게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조직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 이번 ILO총회 투쟁은 남다른 결기를 가지고 뛰어들어야 할 지점이었다. 시차에 따라 현지 도착 시간은 여전히 6월 8일 오후 10시 스위스 제네바와 국경을 맞댄 프랑스 페르니 볼테르 시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비는 내리고 초봄 같은 쌀쌀한 밤 공기와 먼저온 공공운수노조와 총연맹 류미경 국제국장 등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제네바 UN건물과 ILO건물을 반복 이동하며 활동해야 한다는 빡빡한 일정 설명을 듣고 시차 적응이 안 된 밤잠에 들었다.


전교조의 ILO총회 투쟁 핵심과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었나

ILO총회투쟁의 관건은 세가지 였다. ILO 사무총장과의 면담 성사여부, 총회장에서 우리의 주장을 알리는 일 그리고 기준적용위원회에서 ILO협약 111호를 위반한 한국 정부의 사례를 판정 받고 총회에서 권고안을 채택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ILO총회 대표단의 출국 전부터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에 대한 면담이 추진되었지만 불확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먼저 출발한 류미경 총연맹 국제국장 등의 노력으로 면담이 확정되었다. 그것도 방하남 노동부 장관의 면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단 국제국장님들의 노력은 총회 기간 내내 헌신적이었다. 6월 11일 오전에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먼저 지난 3월 정부의 규약시정 명령과 전교조 설립 취소 협박과 관련한 ILO의 긴급 개입에 대한 전교조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지난 4월의 정부 답변이 거짓으로 일관되었으며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개선 의지가 전혀 없는 정부의 태도를 알렸다. 한국 정부의 4월 답변서를 보던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에 ILO의 긴급개입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전이 없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ILO의 강력한 추가 조치를 요청했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의 전교조 상황을 파악하고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했으며, ILO 핵심 협약에 대한 비준을 한층 더 강도 높게 한국 정부에 요청할 것임을 피력했다.  

민주노총 ILO총회 대표단은 방하남 장관의 연설이 있을 때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6월 12일 오전 UN 유럽 본부 총회장 연단에서 방하남 노동부 장관이 연설을 시작했다. 방장관이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왜곡된 발언을 진행하던 중에 민주노총 공투본 대표자들이 항의 행동에 돌입했다. 공투본 대표단은 연단 바로 앞으로 나가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국제 노동기준 준수하라”, “전교조 설립 취소 중단하라”, “공무원 노조 인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노동 상황을 알렸다. 총회장에 있던 모든 나라들의 대표단들이 갑작스런 상황에도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는 등의 호응을 보였다.

  
공식적으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일정은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기준적용위원회였다. 황현수 국제국장이 전담했으며 대표단 귀국 후에는 총연맹 류미경 국제국장이 남아 권고안이 나오기까지 지켜보았다. 기준적용위원회 회의는 비준한 ILO 협약을 각국이 잘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이다. 한국은 1998년에 ILO 협약 111호(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 금지)를 비준했다.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가해진 시국 선언 및 정당 후원에 대한 탄압과 관련하여, 이를 일반 시민이 모두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였고, 2012년 8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EI와 함께 ILO에 그 내용을 보고한 바 있었다. 시국 선언도, 정당 후원도 한국 정부는 모두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교사들을 해직해왔으며, 이는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판단하였으며, 특히 동일한 직종에 있는 대학 교수들은 모두 누리는 이러한 권리를 초중등 교사들에게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고용 및 직업상의 있어서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ILO 협약 111호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기준적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발언한 EI 부총장 Haldis Holst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한국의 교사들이 온전한 시민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 교사(university teachers)와 달리 초중등 교사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권리의 차별적 적용은 명백한 ILO 협약 111호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해 발생한 전교조 해직자를 빌미로 최근에 벌어진 전교조 설립 취소 위협은 국제 노동 기준이 얼마나 한국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임을 역설했고, 한국 정부가 국제 노동 기준을 지키도록 ILO가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하도록 요청하였다.

6월 20일 11시(제네바 현지시간) ILO총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유초중등 교사들에 대한 정치적 차별문제 개선 등을 포함한 111호 협약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되었다. ILO는 시국선언 및 정당후원을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을 해임한 것을 우려하며 한국정부에 “정치적 견해에 따른 유치원 및 초중등 교원에 대한 차별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정치적 의사표현 제한을 특정 직업에 내재하는 조건으로 여기는 것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정부가 이와 같은 개선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결론문에 따르면, 문제의 개선을 위해 ILO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하여 기술적 지원을 받고 이용할 것을 촉구했고, 한국정부는 9월 1일까지 위원회 심의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또 무엇을 했나

총회 기간의 일정은 매우 바빴다. ILO총회에 참여한 노동자그룹 전체 회의에 참석하여 한국의 노동 탄압 상황과 전교조 설립 취소 위협 내용이 담긴 엽서를 나눠주며 지지 서명을 받았다. 6월 10일 오후에는 PSI(국제공공노련) 전략워크숍에 참여하여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하여 해직된 전교조 조합원은 악법인 “교원노조법”에 의하면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노조도 해직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설립 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는 ILO가 수정을 권고해온 악법 중에 악법입니다. 한국 정부는 ILO의 권고를 계속 무시해왔으며, 수차례 지적받아온 그 조항에 근거해서 약 20여명의 해직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60,000여명이 가입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설립 등록을 취소하려고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EI와 ITUC(국제노총)는 ILO가 직접 이 문제에 개입하도록 올해 3월에 요구했으며, ILO는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에 긴급하게 한국 정부에 개입해 있는 상황입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6월 11일 오후에는 공투본 주최의 브라질노총인 CUT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6월 12일 오전에는 노동자 그룹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제 노동조합 총연맹(ITUC) 사무총장 Sharan Burrow를 만나, 지난 2월말 ITUC의 ILO 개입 요청에 대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이 자리에서 Sharan에게 EI 사무총장 Fred van Leeuwen과 직접 만나서 전혀 국제 사회의 요청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6월 12일 오후에는 PSI 주최의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탄압 항의 자전거 행진에 참여하여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관을 돌며, 한국의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탄압에 대하여 알렸다. 6월 13일 오전에는 터키 공공노총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여 한국의 노동정책이 곧바로 터키에도 적용되는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노동자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했다.  


ILO총회 투쟁, 전교조 위기의 한 돌파구

전교조 규약 개정 및 설립취소에 대한 대응은 전교조의 자주적인 판단과 투쟁력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1차적인 조건이다. 그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교원노조법 개정안 발의와  개정 청원서명을 했으며, 조합원의 결의를 모아왔다. 그러나 전교조의 자주적인 단결권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자주적인 단결권과 상호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 연대투쟁은 전교조 탄압저지의 중요한 지렛대가 되고 있다. ILO총회 투쟁 또한 국제적인 노동연대와 국제 기준에 의해 우리의 노동기본권 확보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서 조직되었다. 2013년 초반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설립 취소 위협 문제는 UN의 특별 전문기구(Special Agency)인 국제노동기구(ILO)의 긴급 개입(Urgent Intervention)까지 불러옴으로써 국제 노동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이에 주춤한 정부는 국내외의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공무원 노조의 노력으로 얻어낸 ILO 권고(해고자 조합원 자격)가 이미 나와 있었던 상황에서, “소수의 해고자가 노조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노동조합 설립 등록을 취소하겠다”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부의 논리는 궁색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102차 ILO 총회에 공투본을 중심으로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결합한 것은 전교조가 현재 직면해있는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번 ILO 총회 참석의 고리가 되었던 것은 2012년 8월 EI와 함께 ILO 기준적용위원회에 보고한 “정치적 의견에 따른 차별(Discrimination based on political opinion)"이었다. 전교조 제소의 핵심은 동일한 일을 수행하는 대학 교수와 유치원, 초중등 교사의 시민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정치 활동에 대한 차별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두 가지 상황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전교조 설립 취소 위협 문제까지 거론되어지게 되었다. ILO총회 투쟁과 우리의 6월 집중 투쟁이 지나고도 정부는 어떤 말도 없다. 우리는 이 시기를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노동의 국제 기준’은 ILO 협약을 의미한다. ILO 협약은 총 189개가 있으며, 한국은 겨우 28개만 비준했다. 국가별 순위로 따지면 약 120위 정도이다. 그리고 ILO가 2015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비준하도록 강제하는 핵심협약 8개 중 한국은 4개만 비준했을 뿐이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핵심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과 98호(단체교섭권 인정)에 대해 ILO는 계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비준을 요구해왔다. OECD에 소속된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준한 핵심 기본 협약을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외면해 왔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다면, 노동권 보장의 핵심인 협약 87호와 98호를 당장 비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노동을 탄압하는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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